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32화 (33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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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

스킬 250번. 순식간이다.

블링크를 테스트하면서 250번 정도는 금방 썼고 중급이 되었다.

원래 거리는 30미터. 하지만 패시브로 150퍼센트의 보너스를 받아서 75미터까지 갈 수 있다.

75미터. 상당히 멀다. 웃긴 건 고급과 마스터가 되면 더 엄청나 진다는 거다.

고급일 때 패시브 없이 100미터, 마스터일 때 아마도 패시브 없이 200미터.

패시브를 적용하면 250미터와 500미터가 된다.

500미터라니…. 미쳤어. 두번만 써도 1킬로잖아. 미친 거야.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멀리 보이는 사람 옆으로 순식간에 이동해서 바로 칼빵을 놓고 유유히 코인을 먹을 수 있다는 소리다.

씨발. 블링크를 진작 배울 걸 그랬나.

근데 사소한 문제가 있다. 정말 별거 아닌 사소한 것.

나는 몽골인이 아니라는 것? 시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

이런…. 이젠 사람 죽이려고 시력까지 좋아야 하는 건가.

천리안을 진짜 찍어야 하는거야?

어쨌든 너무 신나서 블링크를 계속해서 썼다.

그렇게 한참을 쓰다 보니 갑자기 하늘로 승희가 쑤욱 하고 날아올라 온다.

"오빠!"

"어? 왜. 무슨 일이야?"

"놀랐잖아요! 안나가 탐지 돌렸다가 혼비백산을 했어요! 뭔가가 하늘에서 갑자기 막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고!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지. 막 흥분해서 러시아말은 나오지. 깜짝 놀라서 오빠 방에 들어갔는데 오빠는 없지."

"아…. 미안. 내가 말도 안 하고 그냥 나왔구나."

"아니. 밖에는 또 어떻게 나온 거래. 그 페이즈…. 뭐시기 그거?"

"어. 그렇지. 암튼 나 때문에 놀랐어?"

"아니…. 오히려 방에 오빠가 없다는 걸 알고 다들 진정했어요. 아무래도 하늘에서 깜빡깜빡 거리던 건 오빠라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대체 뭐 하는 거예요? 방금 그건 뭐예요?"

"이거?"

나는 블링크를 써서 승희의 뒤로 갔다.

엉덩이를 한번 쓱 만지자 승희가 깜짝 놀라 뒤를 바라봤고, 나는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으악! 뭐에요!? 뭐한 거야!?"

"뭐, 간단한 스킬이야. 블링크라고…."

"안 그래도 변태인데 더 진화했어!"

"그렇지. 이런 것도 가능하지."

이번엔 승희 바로 앞으로 블링크. 그리고 승희에게 쪽하고 키스했다.

승희는 깜짝 놀라더니 씨익하고 웃는다.

"흐음…. 귀엽네요."

그러더니 나를 꼭 끌어안는 승희.

상당히 높은 허공에서 바람을 맞으며 끌어안고 있는 남녀.

나름 로맨틱한 장면이네. 이놈의 추위만 빼면.

"들어가자. 춥겠다."

"뭐 테스트하고 있던 거 아니에요?"

"적당히 볼 건 봤어. 뭐, 테스트할 시간은 언제든지 있으니까."

그렇게 벙커로 들어오자 안나가 나를 보더니 놀랐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하늘에서 막 기척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해서 얼마나 놀란 줄 알아요?"

"미안해. 놀랐지?"

그렇게 안나를 안아주자 미나가 나를 바라보면서 자신 역시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을 보낸다.

은근히 이런 거에 민감하다니까. 바로 미나를 안아주고 세아를 바라본다.

"나는 안 해도 돼."

블링크로 세아 앞에 가서 바로 안았다.

깜짝 놀라는 세아. 그리고 미나와 안나 역시 헉하는 소리를 낼 정도로 놀란다.

"뭐…. 뭐야! 방금?"

"순간 이동!?"

"뭐한 거예요?"

나는 모두에게 블링크에 대한 것을 아는 대로 설명했다.

직접 사용하는 모습. 여러가지 응용. 약간의 변태 짓.

안나의 뒤로 블링크 해서 바로 가슴을 만지니 놀라기보단 좋아하는 모습.

"니가 좋아하면 뭔가 이상하지 않냐? 깜짝 놀라거나 꺄악 하고 소리 질러야지."

"내가 왜요? 좋기만 한데."

그러면서 해맑게 웃는 안나. 으…. 얘랑 이야기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 같아.

"암튼…. 블링크는 좋아. 여러가지 의미로 좋지. 간격을 바로 줄일 수 있다는 것, 비행과 함께면 말도 안 되는 효과를 보인다는 것. 그리고…."

블링크를 해서 세아의 앞에 나타나 겨우 닿을락 말락 하게 배를 톡 쳤다.

"어!?"

"방금 이게 괴력을 사용한 주먹이었다면 어떨까?"

"헉…."

"그래. 블링크는 세아에겐 정말…. 말도 안 되는 스킬이 될 수 있어. 가속화? 그런 건 필요 없어. 블링크에 괴력이면 극한의 히트 앤 런이 될 수 있으니까. 뭐, 사실 괴력이 아니더라도 날붙이 하나만 들고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겠지만."

"와. 망할…. 맙소사. 비행이나 가속화를 키고 달려들어서 주먹질하는 것보다 위협적이라고?"

"그치. 니가 괴력 쓰고 돌멩이 던지는 것보다 빠르지. 볼래?"

나는 수납에서 초코바 하나를 꺼낸 다음 살짝 던졌다.

그리고 초코바를 던진 쪽으로 블링크 한 다음 그걸 받았다.

비록 제대로 잡지 못해서 바닥에 떨어진 초코바를 줍는…. 폼 안 나는 꼴이 되긴 했지만, 어쨌든 다들 무슨 뜻인지 이해했으니 됐다.

"하…. 정말…. 근데 그럼…. 이건 뭐로 어떻게 막지?"

"블링크 괴력 펀치? 못 막아. 내가 생각하기엔 상대가 내 존재를 모르고 있으면 절대 못 막지. 아. 보호막을 켜놓고 있다던가 금속화 같은 걸 쓰고 있다면 막을 수 있을 수는 있겠네. 근데 막았다고 해도 의미 없을거 같아. 맞는 즉시 엄청 멀리 날아가지 않을까? 그리고 너는 이미 안전거리 밖으로 벗어날 수 있고. 눈썰미 없는 녀석이면 뭐에 당했는지도 모를걸?"

"어…. 그러네."

"게다가 더 좋은 건 뭔 줄 알아? 블링크의 다음 스킬은 순간 이동이라는 거야."

"에? 이것도 순간 이동 아냐? 뭐가 다른 거야?"

"나도 안 찍어봤으니 몰라. 하지만 아마도 내 생각엔 원하는 곳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거로 생각하고 있어."

"엑…. 진짜?"

"말했잖아. 나도 안 찍었으니 모른다고. 그러니 나는 블링크를 마스터 하고 바로 순간 이동을 찍어볼 거야. 그러니까…."

"응?"

"세아 너는 괴력을 마스터 하고 바로 블링크를 찍습니다. 아니다. 비행부터 찍어야 하나? 암튼 가속화는 필요 없을 것 같아."

"수납은?"

"그건 천천히."

"아…."

"말했잖아. 1인분은 하고 찍는다고."

"에이…. 알았어."

의외로 순순히 수긍하는 세아. 솔직히 본인도 비행과 블링크는 좋아 보이긴 하니 저러는 거겠지?

"그럼, 우리도 그 블링크 배워야 해요?"

미나가 물어봤고 승희 역시 궁금하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아니, 우선순위에선 밀리지?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아쉽네요."

"왜? 좋아 보여?"

"네. 멋지잖아요. 순간 이동. 파파팍!"

미나는 몸동작까지 써가며 말했고 다들 그런 미나를 보고 풉하고 웃는다.

항상 조용하고 차분하던 미나가 이정도로 들떠있는 모습은 약간 의외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신기한 걸 봤다는 듯 미나를 바라봤고, 모두의 시선을 느낀 미나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힌다.

"슬슬 스킬 욕심들이 나지?"

좋은 현상이다. 뭐든 동기와 확고한 목적이 있어야 고난을 넘길 수 있다.

그렇게 블링크를 봐서 그런가? 네 여자는 다시 알아서 스킬 숙련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한번 짓고 슬슬 나갈 준비를 하니 승희가 나를 보고 물어본다.

"역시 바로 나가는 거예요?"

"응. 어쩔 수 없다. 내게 느긋한 휴식 따위는 이제 없어."

"에휴. 고생해요."

결국, 그렇게 네 여자와 한 번씩 포옹하고 벙커를 나온다.

이것저것 하느라 오늘은 하루의 반 정도를 날려버렸으니 가서 두 배로 일해야지.

하늘에 떠서 대충 방향을 잡고 블링크를 연속으로 사용했다.

스킬 숙련과 이동을 동시에 하는 방법.

지금 최대 사거리는 75미터. 40번을 연속으로 쓰면 3,000미터. 무려 3킬로다.

순식간에 3킬로를 이동할 수 있다는 소리.

그리고 이건 고급이 되면 거리가 3배로 늘어난다. 75미터가 250미터로 될테니까.

250미터를 40번이면 10킬로다. 포션 열 개만 먹으면 100킬로. 미친 거야. 적절한 상상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소리.

게다가 마스터가 되면…. 두배로 늘어난다.

됐어. 그 어느 스킬보다 의욕이 활활 앞선다. 닥치고 쓰자. 미친듯한 숙련! 고고씽!

문젠 청주에 도착하니 상당히 포션을 마시게 되었다는 거다.

아. 의욕이 너무 앞섰네. 두 배는커녕 반타작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SG 센터 앞으로 날아간다.

상태가 안 좋아도 사냥을 안 할 수는 없지.

그런데…. SG 센터 앞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웅성거리는 사람들과 잔뜩 나와 있는 SG 시티의 군인들.

사람들이 적당히 몰려있기에 사람들 사이로 살짝 블링크 했다.

이건 좋네. 이젠 어느 정도는 탐지를 신경 안 써도 되겠어.

군중 근처에서 사람들에게 실수로 닿지 않게 조심하며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해본다.

그리고 그렇게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을 종합해본 결과 대충 어떤 일인지 파악했다.

이 소동의 원인은 나다.

내가 SG 센터에서 돌아가는 놈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서 생긴 일.

여자가 끼어있는 그룹은 일행이 있는지 항상 물어봤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지금까지 일행이 있다고 한 그룹은 없었으니까. 항상 같이 다니는 녀석들만 있었고, 그거에 대해서 크게 이상한 점은 못 느꼈다.

숫자가 많다고 강한 건 아니니까. 게다가 적은 숫자의 그룹이면 이런 곳을 올 때 굳이 인원을 나눠서 올 필요가 없잖아.

근데 아마 남자들만 있는 그룹 중에 일행이 있는 그룹이 있었나 보다.

그들은 돌아오지 않는 동료들을 찾아 이곳까지 왔고, 공교롭게도 자신들과 비슷한 다른 이들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들이 SG 센터에 항의 하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SG 쪽 사람들은 이들의 소동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것.

으음…. 지금 분위기는 좀 그렇네? 다들 경각심을 가져버렸어?

소동을 구경하고 있는 방문자들. 이런 꼴을 봤으니 주변 경계를 허술하게 하지는 않을 거다.

귀찮네. 기습이 내 높은 승률의 비결인데.

당분간 잠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아니지…. 한번 의혹이 생긴 이상 잠잠해질 리가 없다.

이런 녀석들이 더 나타나면 모를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조용해질 리는 없지 싶은데.

아이씨. 귀찮네. 어쩌지?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센터 쪽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두어 번 봤다고 익숙해진 얼굴. 떠버리.

아니, 오늘은 좀 그럴듯한 모습이었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모습의 서민준. 긴 머리도 다듬었나?

저렇게 보니 재벌가 자식의 태가 난다.

단정한 모습, 잘생긴 외모, 기품이 있어 보이는 태도. 그리고 녀석을 경호하는 무장병력.

사람들의 시선이 녀석에게 한데 모인다.

소란스러웠던 주변도 잠잠해지고 녀석은 마치 기자회견을 하는 듯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섰다.

"SG 그룹의 서민준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하신 이야기는 모두 들었습니다. 저희 SG는 이번 일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서 실종된 분들이 SG와 관련이 있는지 성심성의껏 확인하겠습니다. 아니, 저희와 관련이 없더라도 실종된 분들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의혹을 제기하신 분들께서는 저희와 함께 가셔서 자세한 상황에 관해서 설명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중한 목소리로 녀석이 말하자 항의하던 녀석들이 서민준 쪽으로 향했다.

저들도 저 녀석이 누군진 아는 거다. 후계자 후보였지만 갑자기 자신의 의사를 똑똑히 밝히고 형의 밑으로 들어간 녀석.

어쨌든 그는 SG그룹의 회장 아들이다. 그런 그가 직접 저런 말을 하니 함부로 소동을 피울 수는 없겠지.

순식간에 센터 앞에 있던 소동은 사라졌고, 항의하던 이들과 서민준은 센터 안쪽으로 들어갔다.

구경이 끝난 이들은 서로 쑥덕거리며 자신들이 하려던 일들을 계속하는 모습.

흐음...제법 열심히 일을 하고 있잖아?

그래. 저렇게 별로 할 건 없어도 노력하고 있다는 걸 어필할 수 있는 일은 좋다.

특히 대중에게 노출되는 자리일수록 더더욱.

그래야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을 테니까.

똑똑하네. 머리가 좋아. 적당히 방향만 잡아줬는데도 알아서 잘 하고 있어.

어쩐다. 나도 내가 하려던 일을 계속 해야 할까?

어차피 경계한다고 해도 습격을 쉽게 막지는 못할 거다.

녀석들을 잡으면 나오는 코인은 결코 적지 않다. 이걸 포기할 수는 없지.

남자만 있는 그룹은 당분간 잡지 말자.

여자가 꼭 끼어있는 그룹만 잡고 일행이 있는지 꼭 확인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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