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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중요한 이유
창고…. 그러니까 SG 센터.
맘에 드는 곳이다. 대량의 코인과 다수의 생필품, 그리고 정보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곳.
그렇게 오늘도 네 팀을 잡았다. 얻은 코인만 해도 80만 정도.
죽여도 죽여도 숫자가 줄지 않는다.
아마 생필품 리필 주기가 길기에 그런 거겠지? 따지고 보면 백마촌 보다 주기가 길다.
생필품은 일주일 만에 다 쓰고 그런 게 아니니까.
적어도 지금 죽은 놈들은 죽지 않았다면 몇 달 뒤에나 왔을 거고, 그 말은 지금 죽인 놈들의 여파는 그때나 체감된다는 거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 좋아죽겠네.
집 가까이에만 있으면 진짜 최고였을 텐데. 먼 게 흠이네. 아까워.
그래도 이 정도 수익이면 먼 거리 정도는 감수할만하다.
2시간씩 비행하는 거?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지금 비행이 대수야? 코인이 이렇게 들어오는데?
오늘도 깔끔하게 자라나는 새싹을 밟았으니 이젠 가서 몸을 좀 쉴 때다. 게다가 스킬 숙련도 해야지.
오늘 저녁에 빡시게 달리면 회귀도 마스터 할 수 있을거 같긴한데. 있을 곳이 마땅찮네.
포션을 잔뜩 먹고 알딸딸해지는 건 위험하다. 밖에서 함부로 하기엔 쉽지 않아.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내일 집에 가서 마스터해야지. 안전한 곳에서. 평온하게.
자…. 이제 그럼 오늘은 어디서 쉴까.
아니 쉬는 건 쉬는 거지만 갈 곳이 있다. 수원. 오너네 벙커. 거기 있던 여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처녀를 잃은 여자. 자기가 당하는지도 모르는 여자.
아니 눈치를 챌 수도 있겠지. 하지만 증거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자신이 있는 곳은 벙커 깊숙한 곳. 누군가 침투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곳.
그러니 고약한 꿈을 꿨다고 생각하겠지. 고약한 꿈인지 좋았던 꿈인지는 모르겠지만.
콧노래를 부르며 하늘을 날아 수원으로 향한다. 한 시간 정도 만에 도착한 비행장.
페이즈 아웃을 쓰고 바로 벙커 깊숙이 내려가니 오늘은 뭔가 조금 달랐다.
그 뺀질이 놈이 벙커에 있었다. 깜짝이야.
역시. 저놈도 오너 일가가 맞았어. 그러니 여기 있겠지.
어제는 이 시간에 다들 자고 있더니 오늘은 다들 뭔가 바빠 보인다.
뭘까? 궁금하네. 뺀질이가 한쪽 방으로 들어가고 상무와 상무 부인, 그리고 젊은 여자도 뺀질이가 들어갔던 방으로 들어간다.
뭐 하는 방인데 저기로 가지?
벽을 뚫고 들어가 보니 회의실 같은 곳이다. 상당히 넓고 고급스러운 곳.
각자 자리를 잡고 앉은 모습. 그리고 비워진 가운데 자리.
문이 열리고 최 회장이 들어오는 게 보인다.
비서도 수행원도 아무도 없이 딱 오너 일가만 모인 자리.
아. 이건 들어야 하는데.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나올 거 같은데.
탐지. 과연 있을까? 오너 일가가 과연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 탐지 스킬이 있는 놈들을 위에 뒀을까?
아니면 본인들의 사생활이 노출되기 싫어서 탐지 스킬이 있는 녀석들을 곁에 두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깊게 생각하지 말자. 너무 가능성만 생각하고 기회를 날리지 말자.
페이즈 아웃이 소리만 들렸어도 이런 고생은 안 하는데…. 아. 맞다. 녹음.
녹음하면 되는구나? 멍청했네?
오너 일가들의 시야가 닿지 않은 사각지대. 거기에서 페이즈 아웃을 해제하고 수납을 열어 스마트 폰을 꺼냈다.
그리고 바로 녹음 시작. 그리고 다시 페이즈 아웃.
됐어. 이러면 되겠네. 괜한 고민을 했어.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른 세상에서 오너 일가가 서로 떠드는 모습을 바라본다.
주로 뺀질이가 떠들고 회장이 질문하는 모습. 상무의 부인과 젊은 여자는 거의 하는 말이 없었다.
대화는 한 시간 정도 진행됐고, 대화가 모두 끝나자 다들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다.
모두가 나가버린 회의실. 페이즈 아웃을 풀고 스마트 폰을 회수했다. 좋아. 이제 이걸 들어봐야지?
뭐, 천천히 들어도 되니 일단은 이 안쪽부터 마저 지켜보고 나가야지.
회장은 날마다 여자를 부르는 건 아닌가 보다. 오늘은 혼자 자리에 누울 준비를 하는 모습.
상무와 부인도 바로 잠자리에 든다.
뺀질이는 젊은 여자의 옆방에서 옷도 다 벗지 않고 양주를 꺼내 테이블에 앉아 마신다.
다음은 젊은 여자의 방.
여자는 뭔가 기계 같은 것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뭔가 해서 자세히 보니 카메라다.
카메라? 왜? 그것도 그냥 일반 카메라가 아닌 블랙박스나 몰래카메라 같은 거다.
아…. 설마 자기 방에 설치하는 거야? 뭔가를 눈치채긴 했나 보네.
한참을 이리저리 옮겨 놓다가 결국에는 만족스러운 위치에 놨는지 침대에 앉아 카메라 쪽을 한번 살펴본다.
재밌네. 하는 짓이 귀여워.
그렇게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 여자.
뭐…. 어디있는지 다 봤으니 별문제는 없다. 일단 볼 건 다 봤으니 음성이나 들어볼까.
지상으로 올라가 페이즈 아웃을 해제하고 투명화와 비행을 걸고 하늘로 솟구친다.
그렇게 탐지를 돌리며 한가한 곳으로 간 나는 적당히 따듯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스마트 폰의 녹음 파일을 틀었다.
좋아 좋아. 녹음이 잘됐네.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천천히 녹음을 들어본 나는 제법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SG그룹의 그 떠버리. 페이즈 아웃 있던 놈. 멍청한 놈은 아니었나 보다.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액션을 취한 것 같다.
SG그룹 내부 일을 대호 그룹 회의실에서 들을 수 있는 걸 보면 역시 대호도 만만치 않아.
대략적인 내용은 내가 말한 것과 비슷했다.
떠버리 놈이 후계자 경쟁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자신의 형을 도와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을 것을 선언했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들은 대호의 최치호 회장은 뺀질이에게 그놈을 주시하라는 말을 했다.
역시…. 그룹 회장 정도면 뭔가 느껴지는 게 있나 보지?
그리고 김유리라는 그 김 실장이 기존의 최 팀장을 대신해서 SG와의 거래를 계속하기 시작했다는 것.
오늘 종일 그 근처에 있었는데…. 오가는 것을 못 봤네.
아쉽다. 어떤 여자인지 궁금했는데.
게다가 이거 이야기를 할 때 최 회장이랑 상무 놈 표정을 봤으면 좋았을걸.
그 보안 건물 직원들이 떠들었던 게 사실인가 궁금한데 말이지.
그리고 그다음은 스마트 팜에 대한 보고.
뭐라고 뭔가 계속 떠드는데 크게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어차피 별로 의미 없는 거니까.
아. 그 젊은 여자의 이름을 알았다. 최신영.
회장에게 큰아버지라고 부르는 거로 봐선 조카가 확실하다.
뺀질이, 그러니까 최정렬 이사와 최신영은 남매 사이.
결국, 후계자인 최정규 상무하고는 사촌지간이라는 소리.
숨겨진 사생아나 뭐 그런 걸 줄 알았는데 그냥 조카였어. 재미없게.
어쨌든 그렇게 파격적인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쉽게 접하기 힘든 정보들을 편하게 얻은 건 맘에 들었다.
수확이 나쁘지 않은데…. 도청기 같은 걸 구해서 각 방에다가 하나씩 설치해놓아 볼까?
어차피 내가 계속 회수하면 되니까 굳이 무선이나 이런 것도 필요 없잖아?
일단 뭐…. 그건 필요하면 그렇게 하고.
SG의 떠버리. 그 녀석의 움직임이 흥미롭네. 전혀 상관없는 나의 말을 그렇게 바로 받아들였다고?
똑똑한 건지 줏대가 없는 건지…. 뭐 본인도 잘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겠지.
하긴 회귀 스킬을 눈앞에서 봤는데 다른 선택권이 있진 않았겠지만.
다시 비행장으로 가서 페이즈 아웃을 쓰고 벙커로 내려갔다.
젊은 여자. 그러니까 최신영의 방으로 간 나는 카메라가 설치된 곳을 살펴봤다.
음…. 이거 소리는 들리나? 소리는 녹음 안 되는 거 같은데. 어떻게 할까? 꺼버릴까?
아니다. 조금 약 올려 볼까?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페이즈 아웃을 해제하고 투명화와 반사, 비행을 걸었다.
그리고 최신영에게 무효화와 수면을 걸고 카메라를 살짝 쳐서 넘어뜨렸다.
허무하게 천장을 찍고 있는 카메라.
곱게 이불을 덮고 자는 여자.
이불을 걷으니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옷을 입고 있는 모습.
근데 오히려 더 좋다. 민소매 티에 돌핀 팬츠. 재벌집 딸내미도 돌핀 팬츠를 입는구나. 고맙게.
어제와 다를 게 없이 똑같은 수순을 밟는다. 옷과 속옷을 잘 벗기고 알몸이 된 여자를 정성껏 강간한다.
정성껏 강간이라니. 정신 나갈 것 같네.
잠에서 깨기 직전까지 쾌락을 안겨주자 오늘은 어제보다 더 빠르게 잠에서 깨버린다.
아마 신경 쓰고 있어서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다시 재우는 게 더 빠르다.
쾌감은 느껴지는데 잠에서 깰 수 없다니. 무슨 기분이려나.
그렇게 오늘도 거사를 마치고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속옷을 입히고 입고 있던 옷을 입히고 다시 이불을 덮어준다.
카메라는? 뭐 저렇게 놔둬야지. 그래야 아침에 속 터지겠지.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나도 좀 쉬어야지. 그래야 오늘 하루도 신나게 사냥할 수 있잖아.
아침 6시까지 눈을 감은 채로 뇌를 쉬게 해준 뒤 다시 벙커로 내려갔다.
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망연자실 한 모습을 보고 싶어서?
나도 정말 악질이야. 정상이 아니라니까.
그렇게 내려가서 한참 기다리고 나니 신영이 일어났다.
잠에서 깨자마자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여자.
분명 자면서 뭔가를 느꼈는데 흔적은 없으니 황당하겠지? 그렇게 자신의 옷을 꼼꼼히 본 여자는 벌떡 일어나서 카메라를 확인한다.
쓰러져있는 카메라를 보더니 마구 짜증을 내는 신영.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도 뭐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아주 갖은 쌍욕을 다 하고 있겠지.
카메라를 내팽개치려다 참은 여자는 카메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재밌어. 흥미진진해. 과연 이걸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여간 확실한 것은 청주와 수원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전혀 지겹거나 귀찮지가 않다는 거다.
많은 코인과 재미를 보장해 주는 곳.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1.2위를 다투는 재벌 그룹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까?
그렇게 벙커를 벗어나 다시 지상으로 나오고 청주로 향했다.
SG 센터의 오픈은 10시.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그 시간에 맞춰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러니 어서 가서 나도 손님맞이를 해야지. 어영부영하고 있다가는 손실이 막대해.
그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사냥감을 물색한다.
단체로 오지 않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라 사냥을 하기는 정말 편하다.
특히 고속도로를 타지 않는 녀석들. 그런 녀석들이 주목표다. 한번 오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
아마 이런 짓을 몇 년을 해왔기에 여기 오면서도 자기가 습격당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겠지.
그런 방심이 자신들의 목숨을 놓게 만드는 거다.
아니 애초에 이런 걸 이용하려는 생각 자체가 너무 무른 거 아냐?
불확실성을 이만큼이나 만들어놓고 무사하길 바라는 건…. 너무 양심 없지.
그렇게 저녁 10시까지 SG 센터 앞에서 사냥하고 90만 코인 정도를 모았다.
보유 코인이 다시 490만이 되었고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행복해. 짜릿해.
그런 기분과 별개로 몸은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역시 이틀은 힘들어.
하루 정도 밤새는 건 이제 익숙할 만큼 익숙한데도 목덜미가 팽팽하게 땡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야지. 어서 가서 쉬어야지.
그리고 회귀 마스터를 해야 해. 피곤하고 힘들어도 할 건 해야지.
그렇게 힘든데도 가는 길에 역시 수원은 들린다.
우리 신영 씨가 오늘 밤은 뭘 어떻게 하려나?
오늘은 할 생각이 없다. 놀려먹으려면 완급 조절은 해야지.
다만 카메라를 어디 설치했는지는 보고 싶다. 날마다 체크는 해야 결정적일 때 써먹지.
신나게 날아서 벙커로 들어가 신영의 방에 도착하니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는 신영의 모습이 보였다.
이번엔 쓰러지지 않게 잘 고정하고 있는 모습. 뭐…. 화이팅 하세요. 오늘 밤엔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그렇게 확인을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와 벙커로 향한다.
아. 빨리 가야겠다. 슬슬 힘들다.
그렇게 내 여자들이 기다리는 벙커에 도착한 건 거의 새벽 1시가 다돼서였다.
너무 힘들어서 벙커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누웠다. 하지만 역시 이런 상태라도 잠은 바로 들 수 없다.
그래. 내가 뭐 그렇지. 나에게 수면을 연거푸 건다. 걸고 걸고 걸다가 어느 순간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