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28화 (32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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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중요한 이유

잠에서 깨어나니 익숙한 풍경이다.

네 여자가 나와 뒤엉켜 자고 있는 모습.

웃긴 건 승희와 미나는 내 양옆으로 나를 끌어안고 누워있는데 안나와 세아가 내 발밑에서 서로 끌어안고 자고 있다는 거다.

으음. 보기 좋네.

키가 큰 안나와 키가 작은 세아.

둘이 끌어안고 있는 모습은 뭔가 마음을 흐뭇하게 해준다. 눈이 호강하는 기분.

이대로 부스럭거리면 여자들을 깨울 것 같아서 비행을 쓰고 살짝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화장실로 가서 오줌보를 비운 다음 다시 슬그머니 날아 침대로 누웠다.

모두와 함께 있는 시간. 비록 잠을 자고 있긴 하지만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이대로 계속 있고 싶으니 계속 있어야지. 스킬 숙련이라도 하면서.

종이를 굳이 많이 찢을 필요도 없기에 찔끔 찢고 작게 '회귀'라고 속삭인다.

그러길 반복. 지금 스킬은 고급 42퍼. 아직 많이 남았다. 2900번 정도. 포션 73개.

열심히 달리면 이틀이면 가능하겠네. 아. 한 한 달만 폐관 수련하고 스킬만 올리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는 힘들다. 어쨌든 이것저것 볼 게 많으니까. 짬짬이 틈나는 대로 하는 수밖에.

그렇게 스킬을 숙련하고 있다 보니 승희가 눈을 뜬다. 개운하게 낮잠을 자고 일어난 모습.

하긴 시간이 열두 시잖아…. 얘들은 아침부터 일어나서 이것저것 한 거 같으니까.

"히히…."

나를 끌어안는 승희. 그렇게 좋을까? 하긴 내가 좋은 만큼 그녀도 좋다고 생각하면 어지간히 좋다고 봐야지.

"나 비행 고급 됐어요."

"그래? 테스트는 해 봤어?"

"어제 높게 날아보긴 했는데 무섭더라고요. 춥기도 하고."

"맞아. 추워. 조심해야 해. 너무 추운 데 오래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저체온증으로 기절한다고. 높은 곳에서 기절하면…. 어휴."

"으. 아직 제대로 날지도 못했는데 겁주지 마요."

"한번 볼까? 얼마나 잘 나나?"

"으음…. 그래요. 오빠가 옆에서 봐주면 나도 용기가 나겠지."

"옷 입어. 나가보자. 추우니까 좀 과하게 입어도 돼."

내가 비행을 쓰고 몸을 둥실 띄운 다음 침대 밑으로 내려가자 승희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는 똑같이 따라 한다.

이런 식의 움직임은 생각해본 적 없는지 상당히 재밌어하는 모습.

그래. 굳이 이미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비행이라고 해서 빨간 망토를 달고 팬티를 쫄쫄이 위에 입은 뒤 한쪽 팔을 앞으로 향한 다음 늠름한 모습으로 나아갈 필요는 없잖아.

중력이 없는 것처럼 움직이면 되는 거다. 지상에서 발이 떨어지면 비행이야.

생각하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스킬이다. 다들 하늘을 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어.

비행이란 스킬은 언제든지 시속 50킬로미터의 속력을 뽑아낼 수 있는 자유자재의 이동기다.

이것 자체로도 훌륭한 공격 스킬이 될 수 있다.

물론 가속화가 더 개쩔긴 하지만 비행만으로도 엄청난 건 사실이야.

그 반발력만 감당할 수 있다면 어떤 녀석이든 시속 50킬로미터로 치어버릴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승희와 침대에 빠져나와서 옷을 입고 종이와 펜을 꺼냈다.

일어났는데 갑자기 사라져 있으면 놀랄 수 있을 테니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적고 있는데 미나가 눈을 떴다.

"음…. 어디 가요?"

"아. 일어났네? 승희랑 비행 하는 거 테스트 좀 하고 올게."

그리고 미나에게 다가가 뺨에 키스해줬다.

키스가 맘에 들었는지 가볍게 웃는 미나.

"그래요. 다녀와요. 조심하고요."

그렇게 미나의 배웅을 받으며 승희와 벙커 바깥으로 나왔다.

"으…. 추워."

두툼한 패딩에 안에도 잔뜩 껴입었는지 원래 몸보다 두 배는 커진 듯한 승희.

하지만 다리는 가느다란 게 무슨 게임 캐릭터 같다.

"다리 안 춥겠어?"

"기모라서 괜찮지 않을까요? 어제는 괜찮던데."

"근데 머리는?"

"어…. 머리에 쓸 게 없긴 해요."

"그럼 너도 하이바 하나 구하자."

내가 수납에서 독개구리 하이바를 꺼내쓰니 승희가 웃긴다는 듯 깔깔 웃는다.

"푸하하. 그거 뭐에요. 아마존 다큐 같은 데서나 나올 것 같은 무늬네."

"너도 이런 거 하나 써. 자고로 강해 보여야지."

"그런 건 어디서 구했어요?"

"가자. 가지러."

나는 지난번 내가 하이바를 가져왔던 바이크 가게로 승희를 데려갔다.

유리문을 부숴놔서 가게 안은 약간 엉망이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하이바는 크게 문제없었고, 승희는 신중하게 하이바를 고른다.

"흐음…. 뭐가 이렇게 알록달록하지?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이 다 이런 걸 쓰진 않던데."

"몰라. 이 가게 하이바들은 다 이렇더라. 그래도 좋잖아? 화려하고?"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게 가장 낫네."

분홍색 하이바를 고른 승희.

전체적으로 연한 분홍색인데 하얀색으로 불꽃무늬 같은 게 그려져 있다.

"써봐."

"네."

패딩과 옷으로 몸이 잔뜩 부풀어 있는 상태에서 하이바를 쓰니 무슨 외계인처럼 보인다.

그리고 벽에 걸린 거울을 보면서 맘에 들어 하는 승희.

"딱 좋다. 맘에 들어."

"핑크 에이리언."

"네?"

"아냐. 잘 어울리네."

"뭔가 이상한 소리를 한 거 같은데."

"아니래도."

그러면서 나는 수납을 열어 하이바를 모두 집어넣었다.

"어라? 그건 왜요?"

"그냥. 혹시 쓸 일 있을까 봐."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가게 앞에서 탐지를 썼다.

반경 200미터 안. 아무도 없는 기척. 좋아. 그건 됐고.

"자. 투명을 쓰고 날아볼 거야. 근데 그러면 서로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 그러다가 서로 부딪히면…. 대참사가 일어날 테고?"

"네."

"그러니 하이바를 벗어놓고 투명을 쓰자. 그러면 하늘에 하이바만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겠지."

"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멀리서 보면 제대로 보이지 않을 테니 상관없어."

"그런가."

"자. 그럼 하이바 벗고. 투명."

나는 투명을 썼고 독개구리 하이바를 머리에 썼다. 바로 승희도 투명을 쓰고 분홍색 하이바를 쓴다.

하이바 두 개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모습. 하하. 이거 참 골때리네.

"그럼 비행 쓰고. 비행!"

"비행"

"손."

나는 손을 내밀었고 승희가 팔을 휘적휘적하는 것 같더니 내 손끝에 그녀의 손이 걸린다.

"나는 법은 알지?"

"네. 당연하죠."

"마음대로 날아봐. 네게 맞춰볼게."

"알겠어요. 그럼…. 갑니다?"

분홍색 하이바가 하늘로 솟구쳤고, 나는 바로 그녀를 따라갔다.

상상만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비행. 승희의 하이바를 따라 비행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분홍색 하이바를 따라 날아간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원활하게 비행이 가능하잖아.

제법 부드럽게 하늘을 나는 승희. 속도는 빠르게 못날지만 비행 자체는 매끄럽다.

하지만 아직 답답한 구석은 있다. 속도도 그렇고 고도도 그렇고.

근데 뭐 그건 어쩔 수 없다. 본인이 익숙해져야지.

게다가 옆에서 내가 잔소리를 하는 건 역효과일 거다.

그래. 커플이나 부부끼리 자동차 연수를 해주면 안 된다지? 그거랑 마찬가지다.

승희가 뭘 어떻게 하든 내 눈에는 답답하게 보일 수밖에 없잖아.

그걸 가지고 잔소리를 한다면 절대 좋을 게 없다. 잔소리가 먹혀들지도 않을 거고 짜증만 나겠지.

"어때요? 괜찮아요?"

말을 할 정도로 여유는 있어 보이는 승희.

"응. 이정도면 잘하네. 나는 거야 연습하면 얼마든지 늘 수 있어."

"추위만 좀 가시면 진짜 기분 좋을 거 같아요."

"맞아. 추위가 가장 큰 걸림돌이지. 추위만 아니었어도…."

"네?"

"아냐."

"뭐에요. 말을 해요."

"진짜? 듣고 싶어?"

나는 승희의 하이바 근처로 다가갔고 손에 닿는 승희를 안았다. 그러자 승희 역시 내 몸을 안는다.

공중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두 사람. 맞닿은 하이바.

"공중 섹스."

"아이! 진짜! 머릿속에 왜 그런 생각만 있어요!"

나를 안고 있던 승희가 내 어깨를 툭 때린다.

투명화를 쓰고 있어서 보이진 않지만 대충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뻔하다.

놀리는 재미가 있어.

"근데…. 궁금하긴 하네요."

얼래. 내 예상이 틀렸다. 아…. 맞아. 승희는 야한 여자가 됐지? 내가 잠시 잊고 있었어.

"음. 날이 따듯해질 때까진 기다리기 힘드니 한번 해볼까?"

"네?"

"잘 따라와 봐?"

"어?"

나는 승희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움직였다.

어렵지 않게 나를 따라오는 승희. 속도를 점차 올렸고 적당한 속도로 한 방향을 향해 날아간다.

"어디 가는 거예요!?"

"저기!"

얼마 날아가지 않아 밑에는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승희도 한번 밖에 와보진 않았지만 금세 알아챈다.

"다른 벙커?"

그대로 집까지 내려갔고, 집 안에 들어가서 투명화를 해제했다.

승희 역시 투명을 풀었고 내가 하이바를 벗자 그녀 역시 하이바를 벗는다.

비밀 문을 통해 벙커 안으로 들어간 나와 승희.

예전에 왔을 때와 전혀 다름없는 벙커. 새것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

그리고 벙커 안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승희의 옷을 벗겼다.

두툼한 패딩을 벗기고 안에 입은 옷들을 하나씩 하나씩 벗긴다.

얼마나 많이 입었는지 벗기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릴 정도.

"안덥냐?"

"아니…. 추운 것보단…."

"그래. 그래."

그렇게 알몸이 된 승희. 나 역시 옷을 벗었고, 우리는 서로를 마주했다.

"왜 부끄럽지…."

그동안 수없이 서로의 알몸을 보고 탐해놓고선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는 여자.

그런 승희의 모습이 왠지 자극적이다. 어느 정도냐면….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잔뜩 발기해있는 내 물건을 슬그머니 손에 쥐며 승희가 물어본다.

"왜긴. 너를 보고 좋아서 이렇게 된 거지."

"정말…. 변태야. 변태."

그러면서 내 물건을 손으로 잡고 살살 움직인다.

방금까지 추운 하늘을 날고 와서 그런지 차가운 승희의 손.

그런 손이 내 뜨거운 물건을 어루만지니 제법 기분이 좋다.

나는 승희의 양쪽 뺨을 두 손으로 잡았고 찐하게 키스했다.

혀가 얽히면서도 승희는 내 물건을 잡고 흔드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아. 이러니 키스가 몇 배는 야해지네.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고 발그스름해진 승희의 얼굴이 보인다.

키스 때문일까? 아니면 추운 데 있다가 따듯한 곳으로 와서 그런 걸까?

뭐, 무슨 상관이야. 이쁘면 됐지.

"비행…. 아직 쓰고 있지?"

"네…."

"몸 한번 띄워볼래?"

내가 말하자 승희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머리 조심하고."

바닥에서 한 10센치 정도 떠 있게 된 승희. 나 역시 몸을 띄웠다.

그리고 그런 승희의 다리를 잡고 벌렸다.

"어…. 어?"

허공에 떠서 다리를 벌리고 있지만, 불편함이나 힘든 건 전혀 없어서인지 살짝 놀라는 승희.

당연한 일이잖아? 지금 승희는 중력을 무시하고 있는 상태다. 비행이란 그런 스킬이니까.

그리고 나는 그런 승희에게 물건을 밀어 넣었다.

"왜 이리 갑자기…. 읏…."

잔뜩 커진 나의 물건이 아직 충분히 젖지 않은 승희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살짝 아파하는 것 같지만 상관없다. 두세 번만 움직이자 금세 젖어 드는 안쪽.

허공에서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다 보니 드는 생각이 있었다.

굳이 내가 허리를 움직일 필요가 있나?

어차피 비행이고 비행은 내가 몸을 움직이고 싶은 만큼 움직일 수 있다. 그것도 생각과 상상만으로.

내가 몸을 움직이지 않고 비행 스킬로만 몸을 움직이면 되잖아?

바로 시도해봤다. 천천히 내 몸 자체를 움직여본다. 앞뒤로 한 10센치 정도만.

"아음…. 좋아…."

내가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승희는 그저 내 물건으로 느껴지는 쾌감에 몸을 움찔거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한 대로 가능하게 되었다.

허리를 흔드는 것이 아닌 몸 전체가 앞뒤로 왔다 갔다 하게 하는 것.

"어…. 오빠 움직임이 이상해…. 하윽…. 근데 조아…."

이거 좋은데? 내가 힘들여서 움직일 필요가 없다.

그저 상상만으로 원하는 움직임이 가능하니 가만히 있어도 일정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럼…. 속도를 조금 더 빠르게 하면?

"아, 읏…. 뭐야…. 아…. 갑자기…. 이거 이상해여…. 흐윽."

공중에 떠서 일정한 속도로 몸을 움직이는 나와, 역시 공중에 떠 있기에 아무런 저항 없이 그 움직임을 전부 쾌감으로 바꾸고 있는 승희.

와…. 비행 섹스 이거…. 겁나 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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