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25화 (32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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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놀이

차 뒤에 있는 생필품들을 수납에 담고 차를 힐끗 본다.

음. 그래. 차도 가져가자. 여러모로 쓸모 있잖아. 하다못해 집어 던질 수도 있고.

차까지 수납에 넣고 다시 유유히 창고 앞으로 향한다.

여전히 창고 앞쪽에서 둥둥 떠다니는 몇 놈.

하기야. 이렇게 꿀 빠는 자리를 노리는 놈이 나만 있는 건 아니겠지.

가진 게 많은 놈이겠지? 저놈들을 노려보자.

여긴 내 자리야. 이제부터 그렇게 하기로 했어. 그러니 경쟁자는 치워버려야지.

가만히 공중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투명화, 비행은 기본. 거기에 공격 스킬이 적어도 하나는 있겠지? 벌써 세 개.

게다가 거리가 딱 탐지가 있을 법한 놈이다. 그럼 네 개.

그리고 아마도 공중에 떠 있는 두 놈은 서로 아는 놈들일 거다. 그러니 서로 공격을 안 하겠지?

이미 밝혀진 것만 해도 스킬이 네 개.

역시 사냥은 목 좋은 곳에서 해야 해. 나처럼 바닥에 떨어진 거 싹싹 핥아먹을 필요가 없잖아?

여기서 토실토실하게 살 오른 놈들만 주워 먹어도 저 정도인데.

뭐가 더 있을지는 모르니 신중해야 한다. 아마 저놈들 역시 허접한 놈들은 아닐 거다.

그러니 내가 해야 하는 건 딱 하나다. 저놈들이 다른 먹잇감을 노릴 때.

그것만큼 좋은 게 없지.

다행인 건 내 패시브 덕분에 녀석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

패시브가 많아질수록 티어3에 있는 천리안 스킬이 왜 있는지 알 것 같다.

탐지 범위와 스킬 시전 범위가 커질수록 점점 보기가 힘들어진다.

아직 팔팔한 나이인데 이 정도면…. 나중에는 더 힘들어지겠지.

그렇게 지켜보고 있는데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합차 한 대. 방금 남자 셋이 탄 거 같았는데.

차는 유유히 나와 빠르게 이동한다.

고속도로 쪽으로 향하는 차를 바로 따라가는 녀석. 그리고 그걸 따라가는 나.

고속도로로 올라가면 잡기 힘들어질 텐데? 어쩔 셈이지?

이 근처에서는 섣불리 칠 수는 없을 거다. 과연…. 어떻게 할까? 궁금하네.

고속도로로 올라간 차량. 방향은 대전 쪽.

톨게이트를 지나 서서히 속력을 내는 차. 이제 차는 완전히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도로 상태가 있기에 아주 빠르진 않지만 이미 비행 속도보다는 빨라졌다.

놓친 건가? 하지만 녀석은 계속해서 따라가고 있다. 뭘 어쩔 셈이지?

도로 쪽으로 내려가는 녀석. 그러더니 고속도로 위로 날다가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가속화? 순식간에 탐지 범위 바깥으로 나가더니 달리던 차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얼어붙었다고? 뭐였지? 얼음 회오리인가?

비행 속도 보다 빠르다면 최소 50킬로보다는 빠르다는 소리다. 그리고 앞서 나간 속도로 보면 70킬로 이상은 돼 보였다.

근데 그런 차가 한순간에 얼어붙어 멈췄다. 아니…. 얼음 회오리가 그렇게 좋다고?

속도가 뒤처진 나는 계속 날아 딱 100미터 정도는 되는 곳에서 멈췄다.

정확하진 않지만, 어림짐작으로 그 정도는 되는 거리.

어쨌든 녀석의 탐지 범위 바깥. 그렇게 하늘에서 녀석이 하는 짓을 계속 본다.

허공에서 얼음 화살이 나타나더니 차에 내리 꽂기 시작했다.

씨발…. 저게 저렇게 좋은 스킬이었나? 내가 예전에 봤던 얼음 화살은 완전 개쓰레기였는데.

역시 숙련도 차이가 있구나. 마스터 얼음 화살은 저 정도 위력이야?

하긴 파이어 볼도 그랬지. 공격 스킬이 다 쓰레기라는 말은 이제 취소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봐온 찌끄레기 놈들이 활용을 제대로 못 한 거였어.

차 유리창이 마구 깨지고 안에서 빛이 하나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 번. 빛이 전부 사라지자 녀석이 차로 다가간다.

탐지로 기척만 느끼고 있는 거라 녀석의 표정을 못 보는 게 아쉽다.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렇게 차 문을 열고 들어간 녀석은 안에서 잠시 있더니 운전석에 자리 잡았다.

유리가 모두 깨진 채로 움직이는 차. 차 자체는 별 타격이 없었나? 잘 움직이네.

그렇게 차를 운전해서 가던 녀석은 어느 한 곳에 가서 멈췄다.

도로 외곽에 가드레일이 없는 곳, 밑은 낭떠러지. 그곳에 바짝 붙여서 차를 세웠다.

하늘에서 보니 낭떠러지 밑이 보였다. 거기엔 망가진 차들이 제법 떨어져 있다.

아…. 저렇게 사냥하고 남은 차량을 처리하는 건가? 수납 같은 건 없나 보네? 아니면 수납으로 차를 넣는 생각을 못 하거나?

차에서 내리는 녀석. 그러더니 뒤에 가서 차를 밀기 시작했다.

기어를 중립으로 놨는지 녀석이 밀자 앞바퀴가 도로 바깥으로 떨어지고 차가 천천히 아래로 기울기 시작했다.

더 볼 것도 없다. 게다가 저대로 차가 떨어지면 그대로 여길 뜨겠지?

가속화까지 있는 놈이니 여기서 놓치면 다시는 잡기 힘들다.

차가 떨어지기 직전, 나는 녀석에게 빠르게 쇄도했다.

머리 위에서 뚝 떨어지는 나를 쉽게 알아채긴 힘들 거다. 게다가 나는 범위증가가 있어서 금방 스킬을 쓸 수가 있다.

바로 무효화, 그리고 수면.

모습이 드러난 녀석은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쿵! 콰직 콰직 쾅.

땅에 떨어진 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구른다.

그리고 땅에 착지한 나는 잠들어있는 녀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자. 아주 베리 나이스 한 상황.

생긴 건 전혀 여자답지 않게 생겼지만, 생물학적인 여자란 이유로 이 여자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다.

매혹 만세. 씨발. 이놈의 매혹은 시시각각 평가가 변하네.

일단 횡재한 기분이다. 이 녀석…. 스킬이 몇 개야?

비행, 투명화, 가속화, 얼음 화살, 그리고 차를 멈췄던 스킬. 탐지는 확실하진 않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근데 차를 멈춘 스킬은 얼추 짐작이 간다.

이놈이 얼음 화살을 썼잖아. 얼음 회오리는 아닐 거다. 그럼 투명화 상태라고 해도 주변에 냉기가 나오는 게 보였겠지.

아마도 소규모 동결. 얼음 화살을 배워야 배울 수 있는 스킬.

서리폭발과 눈보라 트리를 타고 있던 걸까? 뭐, 그것도 이젠 끝이지만.

일단 매혹. 신난다.

좀 못생겨도 어때. 쓸모가 많은걸.

녀석을 깨운다. 별로 다정하게 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못생겼으니까.

발로 녀석의 몸을 흔들어도 드럽게 안 일어난다.

어휴. 발로 차버릴까? 적당히 툭툭 치다가 감정이 조금 들어가니 그제야 일어나는 녀석.

"헤에…."

일어나자마자 나를 보고 웃는 여자. 근데 별로 기쁘진 않다.

"웃지 마."

바로 굳는 표정. 여기 이러고 있으니 조금 춥다. 그래도 이런 녀석이랑 단둘이 어디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투명이랑 비행 써. 그리고 너 탐지 있냐?"

"탐지요. 네. 있어요."

"그럼 탐지 쓰면서 나 따라와."

나는 바로 투명화와 비행을 쓰고 날아올랐다. 바로 스킬을 쓰고 나를 따라온다.

창고가 멀리 보이는 곳까지 와서 공중에 멈춰섰다. 매혹에 걸린 녀석은 내 옆쪽에 서 있는 게 기척에 잡힌다.

"저기 창고 입구 공중에 떠 있는 녀석 하나 더 있지?"

"SG 센터 앞에요?“

”저 창고가 SG 센터야?“

”네.“

"뭐든, 아는 놈이냐?"

"네."

"동료야?"

"네."

"쟤도 여자야?"

"아뇨. 남자요."

"불러올 수 있어?"

"네."

"쟤도 탐지 있냐?"

"네. 있어요."

"그래?"

음…. 뭐하는 놈들이야? 대단하네. 기본이 돼 있는 녀석들이네. 죽여야 하는 게 아까울 정도.

하지만 미련은 버린다. 신뢰를 쌓을 시간도 없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어.

"너희 둘 말고 또 있냐"

"일행요?"

"어."

"아니요."

"니 친구 반사 스킬 있냐?"

"아뇨. 없어요."

"그래? 그럼 가서 니 친구 데려와. 핑계는 적당히 대. 나를 노리는 것처럼 해도 좋고. 거리 적당히 두고 있어도 상관없어. 의심만 하지 않게 데리고 와."

"어…. 알겠어요."

뭔가 믿음직스럽진 않지만 어쨌든 매혹은 절대적이다. 나는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녀석이 친구를 데리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 거의 30미터 정도를 벗어난 지점. 거기에서 딱 멈춘 두 명.

저런 걸 보면 상당히 노련하다. 괜히 스킬을 그렇게 많이 얻은 게 아니야.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동료가 매혹에 당했을 거라는 생각…. 누가 하겠어?

그래서 내가 누군가와 접촉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거다.

무슨 일이 어떻게 있을지 변수가 너무 많아.

수면 두번. 쓰러지는 두 명.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던 녀석들은 그렇게 자신의 목숨을 누군가의 손에 넘겨버렸다.

그리고 나는 망설이거나 주저하는 사람은 아니다.

마체테가 여자의 목 쪽을 먼저 찔렀고 빛이 되었다.

다른 녀석 역시 바로 여자의 뒤를 따라 빛이 되었고, 둘을 합쳐서 52만이라는 코인이 나왔다.

아까 죽었던 남자 셋까지 합쳐서 이만큼인 거긴 하지만, 역시 짭짤하다.

이제 라이벌들은 치웠고, 이제 여긴 내 사냥터다.

백마촌 시즌2를 찍을 시간.

마음 같아서는 승희와 미나, 세아와 안나를 데리고 와서 코인을 먹여주고 싶지만…. 아직 그녀들로는 여긴 무리야.

여긴 난다긴다하는 놈들이 모이는 곳. 아직 멀었어.

그렇게 창고로 향한다. SG 센터라고? 그냥 창고지 무슨….

입구에 다다르자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떠버리. 여기 서 있었지. 왜 여기 있었을까? 뭔가를 찾고 있던 걸까?

혹시 지금도 여기 있는 게 아닐까? 그거야 뭐…. 확인해 보면 되겠지?

"페이즈 아웃."

뿌옇게 변한 세상. 그런 내 앞쪽에 원래의 색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남자가 드라마틱하게 서 있다.

떠버리.

호리호리한 몸, 곱상한 외모, 약간 긴 머리. 여자들이 상당히 좋아할 만한 녀석.

그리고 녀석도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미친 새끼. 반가운 표정이라고? 웃어?

"여기 이러고 있으면 또 올 거라고 생각했죠."

지랄을 하네. 무슨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 하는 멘트다.

문제는 난 남자고, 저놈을 당장 죽이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

질린다는 내 표정에도 웃고 있는 얼굴은 변하지 않는 녀석.

진짜…. 여러의미로 대단한 놈이네.

"서민준."

내 말에 녀석의 표정이 밝아진다. 씨발…. 보고 있자니 역겹네.

여자가 저렇게 반응해도 찝찝할 텐데 하물며 남자 새끼가.

"제가 느끼기론 어제는 저를 모르는 눈치였던 거 같은데요."

"남자 새끼가 누가 누군지 뭐하러 알아야 하지?"

내가 저놈과 대화를 하는 건, 여기가 페이즈 아웃의 세상이라 그럴 거다.

그리고…. 궁금한 것도 있고.

"근데 오늘은 알고 있네요?"

계속 이야기하는 건 짜증 나지만, 그래도 할 말이 있으니 참는다. 빨리 본론만 말하고 뜨자.

"너. SG 그룹의 회장이 되고 싶냐?"

내 말에 처음으로 저놈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아무런 표정이 없어졌지만, 저 눈빛은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의심과 불안감, 그리고 그 속에 아주 살짝 보이는 기대.

지나가던 놈이 다짜고짜 SG 그룹의 회장이 되고 싶냐고 말한다면 애초에 콧방귀도 끼지 않았겠지.

하지만 자신을 죽일뻔한 내가 말하니 쉽게 흘려듣지 못할 거다.

평소에 표정관리는 밥 먹듯 하는 놈일 텐데 저 정도로 표정이 드러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불리한 게 있다는 거고.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뜬금없이?"

다시 웃음을 짓지만, 아까와 같은 웃음은 아니다. 눈은 안 웃고 있잖아.

"네 놈 집구석의 권력 싸움 같은 건 관심 없지만, 넌 조금 쓸모가 있어 보여. SG 그룹의 회장이 돼라."

"이런…. 되게 불친절하시네요. 어제는 죽이려고 들더니 오늘은 회장이 되라고요? 당신은 대체 뭐 하는 사람입니까?"

"스킬 다섯 개를 마스터 하면 나오는 스킬중에 회귀라는 스킬이 있다. 수납을 배워야 배울 수 있는 스킬이고 이름에서 짐작되듯이 이건 물건을 회귀하는 스킬이지. 만들어졌던 당시로."

이건 상당히 값비싼 정보다. 그리고 SG그룹의 존망 자체가 달려 있는 스킬.

그리고 녀석 역시 멍청한 건 아닌지 한 번에 알아들었다. 하긴…. 후계자씩이나 되는 녀석이 이것도 못 알아들으면 그냥 죽어야지.

"회귀…. 이럴 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너희는 망할 수밖에 없어. 쓸모가 없어진 너희는 공중분해 되겠지. 청주…. SG시티라고 부른다지? 거기 인구는 몇 명이나 되지?"

"58만 명…."

"58만 명. 많네. 코인 2억 9천이 되겠군."

녀석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든다. 도시에는 애정이 있는 건가? 신기한 녀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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