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16화 (31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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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계속 고민해봐야 별 성과도 없는 상황.

기분만 더러워지고 뭐 얻는 건 없다.

어차피 지금 뭘 어떻게 할 방법은 없으니 그냥 물러나기로 했다.

한 번에 꿀꺽 삼킬 게 아니라면 괜히 툭툭 건드려서 내 존재를 알릴 필요는 없잖아.

쓸데없이 경각심만 높일 뿐이지.

그렇게 이곳을 뜨려고 하는데 궁금한 게 생겼다.

민희는 어떻게 이곳에 와서 물건을 샀지? 그거 때문이다. 내가 착각하게 된 건.

그냥 구멍가게인 줄 알았다고.

마치 정육점에서 고기 사듯이 어슬렁어슬렁 들어가서 카운터 직원에게 필요한 걸 말하면 가격 치르고 물건을 받아오는 식인 줄 알았다.

이렇게 거대하고 엄청난 곳일 줄 알았나….

그렇다면 분명 살 수 있는 창구가 있긴 할 거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소박한 사이즈는 아니겠지.

그게 어디일까 하늘에서 찾아보고 있는데 도시의 외곽 멀리에서 움직이는 차들이 보였다.

이곳은 도시 외곽이 담장 같은 거로 막혀있는 곳이다.

하나의 거대한 폐쇄도시 같은 곳. 보안과 관리를 위해서라면 그렇게 틀어막는 게 당연하긴 하겠지.

그런 도시의 외곽에서 움직이는 차들. 보아하니 고속도로에서 내려온 것 같다.

이런…. 타이밍이 맞았으면 도로에서 만났을 수도 있었겠네.

약간 소름 돋는 일이다. 졸지에 자동차 추격 씬 같은 짓을 할뻔했어.

차들은 도시 외곽을 빙 돌아 들어오더니 한 커다란 건물로 들어갔다.

그들을 자세히 보기 위해 어느 정도 거리를 좁혀 다가갔다. 그리고 건물 안에서 느껴지는 제법 많은 숫자의 기척들.

보기엔 그냥 커다란 창고 같아 보였는데…. 이 정도로 기척이 있다고?

살짝 고민했다가 저 창고는 당장 지금 안 가도 될 것 같아서 일단 차부터 보기로 했다.

사람들의 기척이 있는 창고 쪽으로 가지 않고 다른 쪽으로 가는 SUV 세대.

차가 멈추고 차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린다.

정장을 입은 남자 하나와 무장을 한 남자들 열한 명.

와. 무슨 특수부대 같네. 영화 같아. 보통 저러면 정장 입은 남자가 가장 높은 놈이겠지?

게다가 무장한 열한 명의 남자들 보다 저 정장 입은 남자가 강할 거다. 보통은 그렇잖아?

창고 쪽에서도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나왔고, 그들을 보며 반갑게 맞이한다.

자꾸 정장 입은 놈들을 보니 컴퍼니 녀석들이 생각나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녀석들은 정말 중소기업이었어.

스케일이 다르네. 스케일이.

정장 입은 남자 둘이 창고 안으로 들어가고 무장한 남자들이 그 뒤를 따른다.

음…. 궁금한데. 더 접근해도 되나? 탐지가 있을까? 괜히 접근했다가 탐지에 걸리면 귀찮은데.

페이즈 아웃이 좋긴 하지만, 그건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안전하게 페이즈 아웃으로 지켜보기만 하느냐, 아니면 탐지에 걸릴지도 모르지만, 투명화로 소리까지 듣느냐.

고민이네. 고민할 시간도 많이 없는데.

녀석들이 들어간 창고 안에도 기척은 많이 느껴졌기에 일단 투명화만 써보기로 했다.

뭐…. 걸리면 페이즈 아웃 쓰지 뭐. 신중함도 좋긴 하지만…. 리스크를 감안해야 리턴이 생기는 법이니까.

게다가 탐지는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스킬도 아니고 항시 펑펑 쓸 수 있는 스킬이 아니잖아.

녀석들이 들어간 창고 벽까지 다가가 페이즈 아웃을 썼다.

벽을 넘어 안에 들어가니 안쪽은 커다란 빈 곳이었고, 그 가운데는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다.

여러 개의 종이 박스들, 파란색 플라스틱 박스들, 박스, 박스, 박스.

적당한 곳에서 페이즈 아웃을 풀고 바로 투명과 비행, 반사를 걸었다.

실내에서도 비행은 참 좋단 말야. 발걸음 소리를 내지 않으니까.

"점점 주문하시는 양이 늘어나시는 거 같습니다? 팀장님?"

창고에서 나온 정장이 차에서 내린 팀장이라는 놈을 향해 친근한 듯이 말한다.

붙임성 있는 말투. 뭔가를 궁금해하는 표정. 하지만 팀장은 별다른 반응이 없이 그저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고 한마디 했다.

"수량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 그럼요. 물론이죠."

팀장은 허공에서 수납을 열더니 파일 하나를 꺼냈고 무장한 남자 다섯이 쌓여있는 물건으로 다가갔다.

파일을 펼쳐 목록을 하나씩 부르는 팀장. 거의 다 생필품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렇게 항목과 숫자를 부르면 무장한 남자들이 숫자를 확인하는 모습.

"팀장님도 참. 저희가 설마 수량도 제대로 안 챙겼을까 봐요. 무려 대호 그룹의 물건인데."

대호 그룹. 대호…. 저것도 로얄 클럽이 적힌 종이에서 본 적 있는 이름이다.

결국…. 이놈들은 서로서로 이런 식으로 공생하고 있다는 소리네.

정장이 뭐라고 하든 말든 팀장은 꼼꼼하게 목록을 하나하나 다 확인했고 수량이 모두 확인되자 파일을 덮는다.

"물건 확인했습니다."

정장이 팀장에게 뭔가를 내밀었고, 팀장은 거기에다가 사인을 한다. 인수증 같은 건가?

그렇게 사인을 모두 마친 팀장이 수납을 열었고, 무장한 남자들이 팀장의 수납에다가 물건을 하나씩 집어넣는다.

저놈은 수납을 제대로 쓸 줄 모르네? 역시…. 창의력이 부족한 놈들은 저래서 문제야.

그렇게 모든 물건을 전부 집어넣고 물러나는 팀장. 무장한 남자들이 그를 따르고 정장남은 그들을 보며 미소를 잃지 않는다.

팀장과 무장한 남자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자 웃고 있던 정장남의 얼굴이 그대로 무표정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드럽게 딱딱하네. 지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보지? 매번 저지랄이네."

그렇게 중얼거린 정장남이 창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음…. 재밌네. 뭔가 흥미진진한 일들이야.

SG도 그렇고 대호도 그렇고 누구나 다 알만한 대기업들이고 나름 재벌이라고 하는 녀석들이다.

역시 수완과 능력이 있는 놈들은 세상이 이렇게 되든 말든 알아서 잘살고 있구나?

근데 대호 저기는 이런 도시는 없나 보지? 생필품을 여기서 사 가는 거 보면?

식량은 따로 생산하고 있는 모양이고…. 어쨌든 흥미롭다. 게다가 저 남자도 팀장이라고 하는 거 보면 아주 말단은 아닌거 같고.

게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

굳이 내가 이런 거대한 놈들을 혼자서 잡아 족칠 필요는 없잖아?

자고로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게 뭐다?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다. 이 말이야. 그것도 나랑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면 더더욱.

무장 병력이 열 명 넘게 붙은 대기업 팀장이 생필품을 가지러 갔다가 행방불명 되면….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지는 않겠지? 과연 이렇게 스노우 볼을 굴리면 그 눈덩이는 어디까지 커질까?

그래. 아직 어떻게 할지도 모르고 건드릴 수 없는 청주 여기는 일단 놔두자.

어차피 내 처음 목표도 팩토리에 드나드는 놈들을 다 잡아 죽이는 거였잖아?

이놈들에게 딱히 원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면 안 되는 이유도 없다. 내 꼴리는 대로 해도 된다는 거지.

페이즈 아웃을 써서 공장 바깥으로 나와 바로 비행, 투명화, 반사를 걸고 하늘로 솟구쳤다.

왔던 모습 그대로 다시 차에 타는 녀석들. 그렇게 창고를 빠져나가 왔던 길을 돌아간다.

SUV 세대라. 달리는 차를 잡는 건 해본 적 없는데.

그래도 뭐 좋은 생각이 났으니 한번 해볼 만하다.

저 정도도 못 잡아 죽이면 모든 사람을 다 죽인다는 소리 같은 건 공염불이나 마찬가지겠지.

차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잘 지켜보면서 그 뒤를 따라간다.

속도를 50킬로밖에 내지 못하지만 나는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기에 조금 여유가 있다.

그렇게 날아가다가 마침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대로 쭉 하강했다.

1톤 트럭. 찾았다.

수납을 열어 전기차를 빼놓고 1톤 트럭을 수납에 담았다.

짜식. 수납을 배워놓고 그따위로밖에 못써? 내가 수납 쓰는 방법에 대해서 잘 알려주마. 짜식아.

다시 하늘로 솟구쳐 SUV 차량들의 위치를 확인한다.

고속도로로 올라가려는지 IC 방향으로 향하는 놈들.

뭐,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는 편이 나에겐 좋지.

하늘을 가로질러 고속도로 위쪽으로 향했다. 오. 마침 여기에도 좋은 것들이 있네.

고속도로 중앙선을 나누는 삼각형 모양 콘크리트 덩어리.

수납을 열어 그것들도 잔뜩 집어넣었다. 더는 안 들어갈 때까지.

자. 준비는 끝났고.

하늘 높이 올라가 SUV들이 어디까지 왔나 살펴봤다.

IC를 지나 고속도로로 올라오는 놈들.

녀석들이 속도를 올려 나를 지나가 버리면 따라가기가 힘들다.

기회는 딱 한 번. 하지만 뭐 자신 있다. 중앙 분리대 콘크리트 덩어리도 있으니 실패하진 않겠지.

멀리에서 점점 속도를 높이는 차들.

팀장이라는 놈은 아까 선두 차에 탔었는데…. 지금도 선두 차에 있으려나?

뭐, 상관없다. 어차피 멈추게 하면 되니까.

점점 다가오는 녀석들.

나는 수납을 열어 집어 넣었던 중앙 분리대를 전부 도로에 흩뿌려 떨어뜨렸다.

쿵! 쿵! 쿵! 쿵! 쿵!

기왕이면 달리는 차에 떨어뜨리고 싶었지만, 그건 타이밍도 그렇고 너무 어렵다.

일단은 속도를 줄이는 게 목적이기에 도로를 막을 정도로 간격을 띄워 떨어뜨렸고, 그걸 본 녀석들은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어처구니없겠지. 갑자기 도로 한복판에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졌으니까.

정신없이 브레이크를 밟는 선두 차와 덩달아 브레이크를 잡는 뒤차들.

겨우 브레이크를 잡는 데 성공했기에 SUV들이 콘크리트 덩어리에 들이박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겨우 그게 끝이 아니다.

가장 뒤에 있는 SUV의 허공에서 떨어지는 1톤 트럭.

쾅!!

트럭은 그대로 SUV를 내리찍었다.

차 안에서 빛이 터져 나오는 게 보였고, 나는 바로 다가가 수납을 열어 다시 트럭을 삼켰다.

그리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 다음 SUV에 트럭을 떨궜다.

허공에서 떨어지는 트럭의 모습은…. 뭐랄까 상당히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뭣도 모르고 그걸 맞는 녀석들은 더 어이없겠지? 아니. 죽어서 모르나?

쾅!

트럭의 두번째 타격. 이번에는 조금 더 높아서 그랬는지 SUV가 상당히 납작해졌고, 안에서 조금 더 강한 빛이 터져 나왔다.

적어도 한 명 넘게 뒤진 거 같지? 그렇게 다시 트럭을 수납으로 삼키고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맨 앞에 차량에서 튀어나오는 팀장과 세 명의 무장 군인.

어이구. 팀장은 죽이면 안 되지. 바로 무효화를 날리고 넷 다 재웠다.

그러면서 짜부가 된 SUV를 살펴봤지만…. 거기에선 아무도 나오질 않고 있다.

다 죽었나? 그럴 리는 없는데.

탐지를 돌려보니 차 안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처음 찍은 차에는 세 명, 두번째 찍은 차에는 한 명.

일단 두번째 찍은 차로 다가가니 운전석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 하나가 있었다.

아. 무기랑 이런 거 다 챙기고 싶었는데. 그러긴 쉽지 않겠네.

그냥 마체테를 꺼내서 바로 찔러죽였다. 터지는 빛과 빨려 들어오는 코인들.

[82,494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차 안쪽에도 코인들이 보이는데 거리가 조금 있어서 그런가? 아직 빨려 들어오진 않는다.

뭐, 저건 천천히 회수하고.

첫 번째 찍었던 차로 가니 두 명은 기절해있고, 하나는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차가 찌그러져 있기에 문은 열릴 리가 없다. 게다가 피까지 흘리고 있어서 힘도 다 못 내고 있는 것 같은 모습.

마체테를 들어 그대로 녀석을 찔렀다. 깨진 유리창 사이로 갑자기 마체테가 날아오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나는 투명화를 쓰고 있어서 보이지 않으니 칼이 혼자서 날아온 것처럼 보일 거다.

마치 무협에서 이기어검술을 쓰는 것처럼.

빛이 터지고 코인이 빨려 들어온다.

[121,778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역시, 수준이 있으니 코인도 나름 쏠쏠하네. 하긴 이런 놈들이면 어지간히 죽이고 다녔겠지.

차 안쪽에 있는 두 명. 근데 저건 어떻게 죽이냐.

마체테가 안 닿는데. 문도 안 열리고.

귀찮다. 다시 허공으로 올라가 트럭을 떨궜다.

쾅!

차 안에서 터지는 빛. 따닥하고 터졌으니 둘 다 죽었을 거다.

탐지를 켜보니 역시 차 안에는 아무도 없다. 남아있는 건 쓰러진 무장 군인 셋과 팀장 하나.

스르륵 내려와 무장 군인 앞에 섰다.

들고 있는 무장과 장비들을 모두 다 해제해서 떨어뜨려 놓고 하나씩 정리했다.

그렇게 얻은 세 개의 공기총과 알 수 없는 여러가지 장비들. 일단 수납 안에 몽땅 쑤셔 넣는다.

마체테가 남자들에게 박혔고, 하나씩 빛이 되어 사라졌다.

세 놈에게 얻은 코인은 합쳐서 33만 정도. 쏠쏠하네. 역시 맘에 드는 놈들이야.

이런 일을 할 때는 복잡하게 고민 같은 걸 안 해도 돼서 좋다.

어떻게 죽일지만 궁리하면 되잖아.

추운 바닥에서 덜덜 떨며 잠들어있는 팀장 놈을 테이프 질 해서 잘 묶어 뒀다.

음…. 이대로 두면 얼어 죽으려나? 그러면 안 되지. 캐낼 게 많은데.

대충 집어 들어서 SUV에 던져 넣었다. 이러면 얼어 죽지는 않겠지.

이제…. 남은 코인들을 회수 해야 하는데.

엉망진창이 된 SUV들. 이걸 어떻게 뜯는담.

근데…. 코인도 수납에 들어가려나? 안 들어가겠지? 나에게 빨려 들어오면 빨려 들어왔지 수납에 들어갈 리는 없을 거 같다.

SUV로 다가가 수납을 열어서 망가진 SUV를 그대로 꿀꺽했다.

크…. 바닥에 남아있는 코인들. 역시 이럴 줄 알았지.

바로 코인들을 먹고 SUV는 옆에다가 다시 뱉어냈다.

다른 SUV로 다가가 똑같은 짓을 반복하니 상황은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얻은 코인은 56만 정도. 다 합치면 거의 100만 정도 먹은 것 같네.

역시 사람 죽이고 다니던 놈들이라 영양가가 높아. 이런 거 몇 번만 반복하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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