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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아 참…. 멍청한 작가 녀석이 청평에 있는 강소희의 스킬을 처음엔 감전 트랩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아주 뻔뻔하게 보호막이라고 했던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글은 무사히 수정되었고, 작가는 그 벌로 3연참의 벌을 받았습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열 번째 스킬
개들 걱정은 끝났고, 천천히 돌아보며 뭐 더 필요한 게 있나 살펴본다.
샴푸? 오케이. 회귀 세 번에 수납으로 골인. 바디 샴푸? 역시 마찬가지. 골인.
수분 크림? 몰라. 이런 게 필요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회귀 세 번 걸고 수납에 넣는다.
자외선 차단제. 그래 이것도 있긴 있어야지. 너도 회귀와 수납이다.
휴지! 그래. 이것도 필요하지. 새것 같은 뽀송뽀송한 휴지 좀 써보자.
물티슈! 오오. 상태가 말이 아니지만, 회귀 처리를 하면 말끔해집니다! 수납으로 들어가렴.
세제. 그래. 이것도 중요해. 가루세제는 거의 안 변하는 거 같긴 하지만…. 액체 세제는 조금 상태가 안 좋아 보였거든.
너희도 들어가라. 그리고…. 나머지는 적당히 된 거 같고. 이제 음식 쪽으로 가볼까?
하지만 음식 쪽은 뭐…. 예상했던 대로다.
선반 쪽을 돌고 있던 승희와 마주쳤고, 나를 보더니 안타깝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뭐, 당연히 음식류가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 차라리 바닥에 있는 쓰레기들을 찾는 게 더 빠를 거야. 어차피 회귀로 되돌리면 새거니까."
"알겠어요."
승희에게 말했던 대로 진열장 쪽은 별로 볼 필요가 없었다.
있는 게 있어야 보지. 아. 저기 포장지 하나 있네. 이건 뭘까.
오…. 촤컬륏. 봉지만 있으면 되지. 되.돌.아.가.라.얍!?
짜잔. 말끔한 모습으로 초콜릿이 잔뜩 들은 봉지. 지금 먹을 것 아니니 수납에 넣는다.
어디 보자…. 또 뭐 없나.
떨어져 있는 종이 상자. 이건 뭘까? 들고 보니 고급 양갱이라고 쓰여 있다.
크…. 양갱. 좋지. 너도 되돌아가라.
회귀 세 번 만에 고오급 스러운 양갱 선물세트로 돌아간 상자. 바로 껍질을 까서 한입 먹어본다.
크으으으. 됐어. 스킬 배운 값은 다 했다. 이 한입으로 본전은 뽑은 거야.
금방 하나를 다 쓱싹 처리하고 상자에 회귀를 썼다.
다시 가득 찬 상자. 영원히 이 짓이 가능하다고? 씨발…. 사기다. 사기야.
분명 이 새끼들은 음식의 무제한 섭취를 막겠다고 회귀를 하면 뱃속에 들어간 것도 꺼내 가게 했겠지?
씨발. 고맙다. 덕분에 무한으로 먹을 수 있게 됐어.
근데…. 그렇게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그럼 복제라는 스킬의 존재가 이상해진다.
회귀에선 무제한 음식 섭취를 막았는데 복제는 된다고? 말이 안 되는데.
스킬로 음식을 생성하는 것은 강박적으로 막는 새끼들이다.
물론 술 같은 거나 음료 소환은 있지만…. 그걸로 먹고 살 수는 없잖아.
성장이 있긴 하지만 결국은 그것 역시 완벽한 식량 생산은 아니다. 노력과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한 스킬.
그런 곳인데 복제 스킬이 음식에 될 리가 없다.
안될 거 같아. 아무래도 무리야.
물론 내 추측이니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이놈들이 추구하는 방향성과는 동떨어져 있다.
근데 또 혹시…. 라는 생각이 드는 게, 복제는 티어9단계 스킬이다.
티어9단계면 스킬 여덟 개 마스터.
드는 코인이 어마어마하고 그 정도 능력을 갖춘 놈이라면 상점에서 음식 사는 것은 일도 아니잖아?
고 티어라서 음식 생성을 풀어준다? 충분히 이것도 가능성은 있다.
아니…. 애초에 내가 이 새끼들 스킬에서 방향성 같은 고차원적인 걸 따지는 게 웃기다.
이놈들이 만든 스킬들…. 제멋대로잖아. 개판이라고.
결국은…. 찍어봐야 알 거 같다. 되는지 안 되는지는 직접 해보면 알겠지.
그렇게 잡생각을 하며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더 뒤적인다.
바닥에 떨어진 맛밤 봉지. 음. 맛밤이라니. 이것도 좋네. 회귀를 걸고 수납에 넣는다.
어차피 상점에도 과자는 있으니 상점에 없는 과자류로 찾아본다.
평소에 못 먹었던 거. 먹기 힘든 거. 뭐가 있나….
"오빠!"
미나의 목소리. 바로 탐지를 돌려본다. 우리 말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바로 소리친다.
"여기!"
미나가 내 쪽으로 왔고 자신이 들고 온 것들을 잔뜩 보여준다.
역시 그냥 보면 봉지에 담긴 쓰레기들로 밖에 안 보이는 것들.
하지만 그걸 보고 눈을 반짝이는 미나. 그렇게 좋을까? 하긴 좋을 수밖에 없겠지.
달콤하고 맛있는데 살이 안 찐다니. 세상이 망하기 전에 여자들이 간절히 원하던 거잖아.
"더 안 구해도 돼?"
"어…. 더 구할까요?"
"어차피 돈 내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더 구해봐. 기왕이면 종류별로 많이."
"알겠어요."
미나가 다시 자리를 떴고, 나도 좀 더 좋은 것들을 찾아본다.
"오빠!"
이번엔 세아.
"여기!"
내가 외치자 쪼르르 내 쪽으로 다가오는 세아.
그녀 역시 봉지 같은 것에 쓰레기들을 잔뜩 담은 채 들고 있다.
"이제 다른 층으로 가요."
"어? 여기 말고 또?"
"여기는 식품 층이 아니잖아요."
"아. 그러네! 생각해보니 한층 더 있구나? 그럼 애들 불러. 그쪽으로 가자."
세아가 소리 지르고 다니자 여자들은 금방 모였고, 우리는 밑층으로 내려갔다.
그래. 맞아. 여기가 식품들이 많은 곳이었지. 물론 지금 남은 건 없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걱정할 것 없다. 우리는 쓰레기 조각이라도 찾기만 하면 된다.
다시 다들 흩어졌고, 나는 천천히 바닥을 살펴봤다.
비어있는 봉지. 이건 뭘까? 음식이 들어있던 거 같은데.
회귀 세 번을 쓰자 봉지 안에는 모닝빵이 잔뜩 담겨있고 금색 철끈으로 봉지가 묶이게 됐다.
"캬…."
빵이라니. 이것도 행복하지.
수납에 바로 넣고 뜻밖의 랜덤 셔플을 시작했다.
이번엔 또 다른 봉지. 회귀를 쓰니 크루아상 비슷한 빵이 가득 찬다.
오…. 이 근처에 있는 건 다 빵 봉지인가 봐.
회복 포션을 마셔가며 신나게 봉지들을 회귀시킨다.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줄줄이 가득 차게 되었고, 나는 신나게 수납에 담아 넣었다.
이거 재밌네. 빵이라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이잖아?
아무 빵이나 하나 꺼내서 입에 물고 계속해서 회귀를 시도한다.
'뼈해' 까지 쓰여 있는 팩 조각. 회귀시키니 우거지 뼈 해장국이라고 쓰여 있는 음식 팩으로 돌아왔다.
캬…. 이건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네. 뼈 해장국이라니. 미쳤다.
그 외에도 육포, 과일 말린 거, 싱싱한 우유 다수, 치즈, 소세지, 과일 푸딩, 곰 젤리, 각양각색의 과자와 수많은 아이스크림을 잔뜩 확보했다.
아직 한참 남은 수납공간. 굳이 취향을 따질 필요가 없다.
보이는 쓰레기들을 전부 회귀로 바꿔본다. 내가 안 좋아하는 거라도 언젠간 쓸 일이 있겠지.
시리얼, 견과류, 와인과 양주, 미국산 양념 불고기, 진미채, 또 치즈, 이것도 치즈, 요거트.
얼래? 또 치즈네. 누가 미국놈들 마트 아니랄까 봐 치즈는 엄청 많네.
뭐, 나야 치즈는 좋아하니까. 없는 것보단 낫지.
돼지갈비 팩. 생크림…. 이건 또 뭐야. 일단 넣어놓자. 언젠간 쓰겠지.
하여간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음식들을 수납으로 몽땅 쳐넣고, 더는 쓰레기가 안 보이자 잠시 쉬었다.
스킬 숙련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기본으로 세 번씩 쓰는 데다가 바로바로 음식들이 나오니까 신나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 더 둘러보는데 여자들이 다 같이 모여서 내 쪽으로 왔다.
"다 골랐어?"
각자 들고 있는 쓰레기 봉지들.
재밌다. 다 골랐냐고 물었는데 쓰레기를 내밀다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아무리 봐도 미친 연놈 다섯이잖아.
"그럼 한 명씩 줘봐. 아니다. 굳이 여기서 할 필요는 없네. 돌아가서 하자. 여기서 하고 수납에 넣어도 되긴 하는데 그럼 수납 안에서 섞일 수도 있으니까."
"그럼 오빠 이리 와봐."
세아가 내 손을 잡고 나를 이끌었고, 다른 여자들도 우리를 따라온다.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조리 진열대.
아무것도 없는 곳이지만 거기 바닥에는 이것저것 동그랗거나 네모난 판들이 떨어져 있었다.
"자. 이거 해봐."
나에게 네모난 판 하나를 주는 세아.
회귀를 세 번 썼고, 판 위에는 서양의 추수감사절 화면에서나 나오는 구운 칠면조가 떡하니 생겨났다.
"으악! 이건 뭐야. 치킨이야?"
"칠면조 같은데?"
"뭐 이런 게 있냐."
바로 수납으로 넣어버리는 나. 이번엔 세아가 동그란 판을 하나 줬고 그건 케이크가 되었다.
"오…. 케이크. 근데 왜 이리 맛없게 생겼냐."
"양키 센스라서…."
"한번 빵집도 가야겠네. 이런 이상해 보이는 케이크 말고 다른 케이크 먹고 싶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한참을 더 이것저것 전부 다 집어넣었고, 더는 쓰레기들을 찾기 힘들어졌을 때 우리는 마트를 나왔다.
"꿈 아니겠지?"
세아의 말에 다들 피식 웃는 모습.
그래. 세상이 망하고 난 다음에 가장 현실성이 없는 하루긴 하다.
마치 망하기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잖아. 다시는 먹지 못할 것 같았던 음식들을 손에 넣을 수 있다니.
이게 꿈이지. 뭐가 꿈이겠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룸미러로 뒷쪽을 돌아보니 다들 묘하게 상기되어있는 모습이다.
게다가 각자 쓰레기가 잔뜩 들은 봉투를 하나씩 품에 꼭 안고 가는 모습은 정말 웃기지 않을 수가 없네.
"다음에는 그냥 마트 같은 데도 가요. 편의점도 또 가고요."
그중 가장 신난 건 역시 미나인거 같다.
승희나 세아, 안나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정도로.
하긴 평소에는 별로 욕심도 없이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미나다.
그런 미나가 활발한 모습을 보이니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벙커 앞에 도착하니 들개들이 차를 바라보며 귀를 쫑긋하고 있는 게 보인다.
나는 바로 내려서 수납에서 개 사료 포대 두 개를 바로 꺼냈다.
마체테도 꺼내서 적당히 쓱쓱 포대를 잘라 벌려서 바닥에 놔주니 몇 마리가 코를 벌름거리며 이쪽으로 바로 다가온다.
아마 사람 손을 탄 녀석들이라면 익숙한 냄새와 모양이겠지.
"세아야."
"어?"
"니가 명령해. 먹으라고."
"아. 내가?"
"어. 니가 데려온 녀석들이니까. 게다가 개는 주종관계랑 서열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어. 저 녀석 보스. 저놈부터 와서 먹으라고 해."
"어. 알았어. 렉스! 이리와!"
세아의 말에 렉스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세아를 바라보면서도 사료 쪽에 눈이 한 번씩 가는 렉스. 그래. 눈이 가겠지. 안가면 그게 개냐.
"먹어!"
바로 코를 박고 우걱우걱 먹기 시작하는 렉스. 그러더니 고개를 들어 컹! 하고 짖는다.
그제야 우르르 다가오는 들개들.
사료 두 포대가 순식간에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거….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겠는데?
"승희랑 미나. 이리 와봐."
두 여자가 내게 다가왔고, 나는 수납에서 아까 가져온 개 통조림을 한 박스씩 꺼내줬다.
"이거 까서 저기 강아지들 줘."
"오오!"
"와! 고마워요!"
승희와 미나가 재빨리 받아들더니 강아지들이 있는 쪽으로 향한다.
세아도 슬쩍 눈치를 보더니 강아지 있는 쪽으로 갔고, 렉스는 그런 세아를 힐끔 한번 보더니 다시 사료에 코를 처박는다.
"안나는 안 해?"
"음…. 저는 개는 별로."
"그래? 의외네. 귀엽지 않아? 보통 여자들은 동물 좋아하잖아?"
"그렇긴 한데요. 당신이 더 좋아요."
뜬금없이 훅 들어오는 안나. 그러더니 묘한 웃음을 짓는다.
깜빡이는 어디다 팔아놓고 이러는 거야. 감사하게.
얘는 말문 트이고 나서 사람이 확 변한 거 같아. 이거 괜찮은 건지 몰라.
"나도 너 좋아."
내 말에 해맑은 미소를 짓는 안나. 어떻게 이런 여자를 안 좋아할 수 있겠니.
"우린 먼저 들어간다? 밥 다 주고 들어와!"
"알겠어요!"
"네!"
"알았어!"
저런 여자들의 모습을 보니 스킬을 잘 찍은 거 같다.
지금까지 찍은 스킬중에서 가장 쓸모 있고 유용하며 모두에게 좋은 스킬인 거 같네.
정말 멋진 선택이었어. 다행이야.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