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잔혹하지만 일상이 된 것들
이 찝찝한 느낌. 내가 생각한 그림이 아니다.
뭔가가 잘못됐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내가 생각한 것은 캐슬에 왔을 때 성채 놈이 쓰고 있던 방에 민희가 그럴듯하게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당당하게, 마치 여왕님처럼 앉아있는 모습을 기대했었다. 근데…. 그게 아냐.
건물을 다 뒤져봐도 민희의 모습은 없다. 이상한 잡스러운 놈들만 잔뜩 있다.
확인해 봐야 해. 일단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겠지? 누가 좋을까? 아. 그래. 그 어린 녀석.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그 녀석을 찾으면 되겠지? 일단 돌아본다.
예전엔 농노라 불리며 이리저리 착취당하던 녀석들.
예전보단 상황이 좋아진 거 같긴 한데…. 여전히 표정은 안 좋다. 왜지? 뭔가 이상한데.
한참을 돌아보다가 결국 꼬맹이를 찾았다.
한숨을 쉬며 비닐하우스 안에서 수레를 나르고 있는 녀석.
녀석의 바로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놀라지 말고 들어. 내 목소리 기억나나?"
내 말에 얼굴이 환해지는 녀석. 하지만 빠르게 표정관리를 한다.
역시 눈치 빠른 꼬맹이는 좋다니까.
"자연스럽게 한적한 곳으로 가봐."
녀석은 수레를 밀어 한쪽으로 가 전부 쏟아내고는 빈 수레를 끌고 가다가 잠시 비닐하우스 바깥으로 나갔다.
내가 투명화를 쓰고 있는 걸 생각해서 문을 활짝 열었다가 닫는 녀석. 하는 짓이 참 맘에 드네. 센스가 있어.
"여기라면 잠시는 괜찮아요."
내가 모습을 드러냈고 녀석의 표정에 미소가 생겨났다.
사내놈의 미소라니…. 딱히 보고 싶진 않네.
"빠르게 묻는 말에 대답해. 여기에 정민희라고 오지 않았나? 나이는 30대 초반. 외모는 20대 중반의 미인. 눈 밑에 점이 있어."
"왔었어요. 그리고 조 상무에게 잡혔어요."
살짝 머리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니. 흥분해선 안 돼. 일단 들어보자.
"너…. 그러니까."
"예준이요. 서예준."
"그래. 예준아. 빠르게 중요한 것만 말해봐."
"저기 저쪽으로 가면 입구가 잠겨있는 컨테이너가 있어요. 거기에 잡혀있어요. 조 상무라는 사람은 뭔가 이상해요. 예전에 있던 성주랑 크게 다를 게 없어요."
음…. 요약 기술이 제법인걸? 일단 무슨 상황인지는 적당히 이해했다. 컨테이너라고.
"하던 일 하고 있어.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바로 투명화를 걸고 탐지를 돌렸다.
그냥 컨테이너라고 하면 헷갈릴 여지가 많지만, 탐지를 돌리면 그럴 일이 없다. 사람이 있는 컨테이너를 찾으면 되니까.
별로 헤매지 않고 예준이가 말했던 컨테이너를 찾을 수 있었다.
입구가 육중한 자물쇠로 잠겨있는 컨테이너.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데 뭘 붙여놨는지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탐지를 돌려보니 안에서 느껴지는 네 명의 기척. 여긴 거 같은데.
이걸…. 어떻게 끊지? 아니. 일단은 끊을 필요 없지. 뭐가 됐든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잖아?
페이즈 아웃을 써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침침한 컨테이너 안. 페이즈 아웃을 풀자 피비린내와 불쾌한 냄새가 느껴진다.
그리고…. 거기에는 벌거벗겨진 세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다.
"하…."
내가 어처구니없는 외마디 탄성을 지르자 한 명의 고개가 들리더니 나를 바라본다.
민희.
상처투성이가 된 여자.
그녀를 본 순간 알게 되었다. 피 냄새와 함께 느껴지던 냄새의 정체.
정액 냄새.
남자라면 맡는 순간 자연스럽게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타인의 정액 냄새.
"역시…. 제때…. 올 줄 알았어…."
피와 정액, 그리고 알 수 없는 오물로 더럽혀져 있는 민희.
잔뜩 힘없는 목소리로 나를 보고 웃는 모습.
머릿속이 하얗게 타버리는 느낌이 났지만, 의외로 몸은 침착했다.
상점에서 포션을 사서 입에 머금은 다음 그녀와 입을 맞추고 넘겨줬다.
힘겹게 목으로 넘기는 포션. 됐어. 한 모금이라도 들이켰으면 됐지. 포션은 효과가 좋으니까.
그리고 또 한 병을 사서 그녀의 몸에 뿌렸다.
포션으로 몸을 씻어내다시피 하며 그녀의 몸을 닦는다.
빠르게 회복되는 피부. 원래의 매끈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모습.
그녀의 음부 쪽에 손을 가져갈 때는…. 솔직히 약간 맨정신이 아니게 될 뻔했다.
피와 정액, 그리고 상처.
어떤 미친놈들이 이런 짓을 했을까? 궁금해졌다. 어떤 놈들인지 정말 궁금해졌어.
"하아…. 이제야 조금…. 살 것 같네요."
"괜찮은…. 거야?"
"괜찮을 리가 있나요.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이 왔으니까."
비틀거리며 일어서려는 민희.
나는 바로 그녀를 붙잡았고 내게 쓰러지듯 몸을 기댄다.
민희가 괜찮아졌다는 것을 확인하자 점점 마음속에서 미뤄뒀던 분노가 서서히 마음을 잠식한다.
어떤…. 씨발새끼가 감히 내 여자에다가 이딴 짓을…?
"누가이랬어?"
"조 상무와 그놈이 이끌고 있던 녀석들요."
"저 건물 안에 있는 놈들인가?"
"네…."
담담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민희도 느꼈나 보다.
"저 중앙 건물 안에서 죽이면 안 될 사람 없지?"
"죽이지 마요. 죽이지 말고…. 내가…. 죽일 수 있게 해줄 수 있어요?"
"글쎄.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지금 상태에서는 안 죽이는 게 죽이는 것보다 힘들어."
"부탁이에요. 내 실수고 내 잘못이지만…. 그래도 내가 죽이고 싶어요."
"후우. 좋아. 노력해보지. 일단 여기 있어. 여기 입구가 잠겨있는데 그건 아직 못 푸니까. 저들을 혼자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고 있어."
정신을 못 차리고 쓰러져 있는 두 명의 여자와 한명의 남자.
저 여자 둘…. 민희와 상태가 다르지 않다.
아마도 잔뜩 윤간당했겠지. 그래서 저 꼴인 거고.
나는 민희에게 포션을 잔뜩 사서 안겨줬다.
민희는 나에게 포션을 받고 쓰러져있는 이들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바로 페이즈 아웃을 썼다.
후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했다. 흥분하지 말자.
차분하게 하자 차분하게.
일단 탐지를 다시 돌렸다.
건물 안에 있는 놈들은 어림잡아 스무 명정도 된다. 그래도 한자리에 다 우르르 모여있는 게 아니라서 그다지 어려울 건 없다.
남자 다섯 이상만 모여있지 않으면 되니까.
게다가 아까 돌아보니 여자도 몇 명 있었다. 그럼 뭐…. 어려울 거 없다. 차근차근 잡아 죽이면 된다.
아. 죽이면 안 되지. 후우…. 머리에 피가 너무 물렸어.
수납을 배운 다음 가지고 있던 청테이프를 전부 넣어 놓길 잘했다. 오늘…. 아마 어지간히 쓸 거 같은데.
일단 아래층부터 차근차근 가자. 건물은 총 5층.
그리고 그런 층마다 골고루 퍼져있는 녀석들.
시간을 오래 끌 필요가 없다. 어려울 건 없어. 어차피 저놈들은 내가 오는지 모른다.
먼저 1층.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명. 일부러 놔뒀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녀석들이 없어지면 누구라도 의심할 테니까.
1층 방안에서 쉬고 있던 남자 둘에 여자 하나. 무효화를 걸고 바로 수면 두번과 매혹을 걸었다.
근데…. 의외의 문제가 발생했다.
광역 스킬 무효화.
스킬 반경 증가 패시브를 찍으면서 적용되는 범위가 너무 커져 버렸다.
그 전에도 좁은 방 같은 곳 안에서는 함부로 쓰면 나까지 투명화나 반사가 전부 지워지기에 함부로 쓸 수 없었는데 범위가 커지니 이젠 웬만한 곳에서도 나까지 범위에 들어가 버린다.
이딴 식으로 페널티가 생기다니. 약간 어이가 없네.
그래도 뭐 치명적이거나 하진 않다.
범위야 어떻게든 조절하면 되는 거고 반격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스킬을 걸면 되니까.
다만 한순간 실수하면 내 목숨이 날아갈 걸 생각하니 약간 아찔해지는 기분을 지울 수는 없네.
남자 둘을 테이프 질 해서 묶어 놓고 여자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간다.
2층. 남자 넷이 모여있는 곳. 별거 없다. 무효화와 수면 네 방. 그리고 테이프.
몇백 번을 해온 짓이라 잡생각을 하면서도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어려울 것도 힘들 것도 없는 일상과 같은 작업.
그리고 옆방에 잠들어 있는 녀석들. 방이 네 개. 각 방에 하나씩.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 여자를 시켜서 하나씩 문을 열게 한다.
멋모르고 문을 열었다가 하나씩 당하는 놈들. 남자 셋에 여자 하나. 매혹할 여자가 하나 더 추가됐네.
여자 둘을 이끌고 향한 3층. 남자 셋밖에 없어서 간단하게 처리하고 바로 다음 층으로 넘어간다.
녀석들을 쓰러뜨리는 것보다 테이프 질 하는게 더 오래 걸린다.
솔직히…. 상대의 스킬이 의미가 없어진 순간부터 항상 이랬다.
지금의 나는 상대가 내 존재를 모르는 이상 막을 방법이 없다.
스킬로 상시 방어를 하고 있든 말든 상관없다.
광역 스킬 무효화는 그만큼 압도적이고 사기니까.
문제는 이게 내가 당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게 문제일 뿐.
부디 사람들이 이 스킬이 뭔지 이해를 못 하고 안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도나도 개나 소나 이걸 찍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정말 개싸움이 돼버릴 테니까.
이럴 땐 스킬 설명이 없는 불친절한 이놈들이 고마울 정도네.
4층. 남자와 여자. 섹스하고 있는 연놈.
남자는 재우고 여자는 매혹한다. 언제나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반복되겠지. 이 짓은.
벌써 테이프를 네 개째 쓰고 있다.
너무 팍팍 쓰고 있나? 그래도 뭐 아낄 필요는 없잖아? 청테이프 같은 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
괜히 아껴 썼다가 풀리는 것보단 낫지.
옆방에 있는 남자 둘마저 재우고 테이프 질 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건 5층에 있는 한 놈. 아마도 조 상무라는 녀석.
혹시 모르니 여자들을 전부 4층에 두고 재운 뒤 테이프 질 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페이즈 아웃을 쓰는 게 낫다.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써야지. 방심하지 말고.
페이즈 아웃을 쓰고 5층으로 올라갔다.
성채 놈이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던 집무실. 전망이 좋던 그곳의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있는 남자 하나.
이 새끼가 민희를 저렇게 만든 놈이라는 거지?
민희도 어지간해선 당할 일이 없을 텐데. 역시…. 고작 반사 하나로는 힘들어.
혹독하게 훈련해야겠어. 다시는…. 오늘 같은 일이 안 일어나도록.
페이즈 아웃 해제와 동시에 무효화. 수면.
솔직히 이걸 누가 막을 수 있지?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이걸 막을 방법이 없다.
아마 스킬로 보자면 이걸 막을 방법은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정도? 아니면 접근 금지 트랩?
어쨌든 아직은 일반인들이 스킬 네 개씩 찍는 게 흔하진 않은 상황이다.
물론 어딘가에는 잔뜩 있을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워낙 숫자가 적다.
게다가 티어4에는 블링크라는 너무나 익숙한 스킬이 있어서 아마 다른 스킬들은 눈에 잘 안 들어오지 싶다.
게다가 티어 1, 2, 3에서도 효과를 익히 알고 찍고 싶은 스킬이 너무 많잖아. 그러니 아직은…. 아직은 괜찮을 거야.
책상에 다리를 올린 상태 그대로 쳐 자는 조 상무.
입에다가 테이프를 붙이고 의자를 발로 차버렸다.
콰당하고 넘어지며 벌떡 일어나다가 자신의 입에 뭔가 붙어있다는 걸 알고 황급히 뜯으려는 녀석.
하지만 내가 더 빠르다. 녀석은 다시 잠들었다.
꼼꼼하게 테이프를 묶고 주머니를 뒤져본다.
음…. 없네? 열쇠가 있을 텐데?
집무실 책상 위랑 서랍들 전부 뒤져보다가 서랍 안에서 열쇠꾸러미 하나를 발견했다.
아마 이거겠지? 설마 아니겠어?
열쇠꾸러미를 들고 4층에서 여자 하나를 깨웠다.
아직 매혹이 걸려있기에 나에게 고분고분한 여자.
"니네 총 몇 명이야?"
"네?"
"너 조 상무 소속 아냐?"
"맞습니다."
"조 상무 포함해서 너네 몇 명이냐고."
"스물…. 한 명인가. 그럴 겁니다."
"지들이 몇 명인지도 모르나?"
다시 입을 막아버리고 다른 여자 두 명을 각각 깨워 몇 명인지 물었다. 둘 다 똑같이 스물하나라고 말하는 여자들.
그럼 어디 보자…. 다 잡았나? 아. 1층 입구의 두 놈 남았지?
느긋하게 1층으로 내려와 입구 앞에 있던 두 놈마저 잘 마무리했다.
이제…. 정리는 끝났고.
민희가 있던 컨테이너에 돌아와 자물쇠를 열기 위해 하나씩 열쇠를 맞춰봤다.
크기가 크길래 가장 큰 열쇠부터 열어봤더니 한방에 열렸다. 오. 역시 머리가 좋아야 몸이 고생 안 하지.
컨테이너 문을 열자, 민희와 함께 정신을 차린 여자 둘과 남자 하나가 나를 보고 잔뜩 경계한다.
"괜찮아. 우릴 구해준 분이야."
그러더니 내게 와서 안기는 민희.
그제야 뒤에 있던 이들의 경계가 누그러든다.
"가자. 죽이러."
"하아…. 미안해요."
"뭐가."
"괜히 나댄 거요. 앞으로는 당신 말 잘 들어야겠어요. 제가 부족하단 걸 확실하게 알았어요."
"그런 이야기는 일단 다 죽이고 나서 하자."
내 말에 민희의 눈이 조용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고 있는 내가 오한이 들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