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279화 (27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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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정현이는 처음치고는 빠르게 쾌락에 빠져들었다.

처음엔 아프기만 하고 잘 못 느낀다는 여자도 꽤 있던 거 같은데…. 다행이지 뭐.

아니면 내가 부드럽게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일체의 과격함 없이 아주 부드럽게 그녀의 안쪽을 자극해준다.

내 물건이 들어가고 나갈 때마다 거기에 맞춰서 짧게 짧게 신음을 내는 정현이의 모습.

과격하게 하는 게 아니므로 나도 상당히 여유롭다.

중간중간 키스도 해주고 가슴도 만져줄 수 있었으니까.

정현이라는 하얀색 캔버스에 쾌감이라는 핑크색 물감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조금씩 조금씩 흥분의 노란색과 절정의 보라색까지 곁들여져 그녀의 캔버스는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모습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런 캔버스가 여러 색으로 가득 차 더는 채우기 힘든 상태가 이어졌다.

신음 내는 법조차 제대로 몰라서 입을 다물고 속으로만 느끼고 있는 여자.

그런 건 굳이 가르쳐 줄 필요가 없다.

알아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하면 되지.

"조금 빨라질 거야."

친절하게 그녀의 귓가에 속삭여주고 허리 움직이는 속도를 높였다.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모습. 소리는 내지 않지만 입을 벌리고 숨을 참는 모습.

꽉 채워진 캔버스가 순식간에 여러 개로 늘어난다.

쾌감과 흥분, 절정을 테마로 한 전시회가 열릴 정도로.

"하악…. 흐윽…. 아응…. 하응…."

결국, 그녀의 입에서 귀여운 신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쪽으로 깊게 찔러 넣을 때마다 나오는 목소리.

자신이 이런 소리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침대 시트를 꽉 쥐고 고개를 이리저리 저으며 자신을 덮치는 커다란 감각의 파도에 휩쓸린다.

"어때. 좋니?"

허리를 바삐 움직이면서도 여유로운 척 정현이에게 물어본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줄도 알아야지. 그래야 좋아지지.

좋다고 말할수록 좋아지는 게 사람이다.

좋아도 아닌 척, 아무것도 아닌 척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어. 솔직한 게 좋지.

"네에…. 하읏…. 좋아요…. 너무…. 흐윽…. 좋아요."

솔직한 그녀를 위해서 선물을 주기로 했다.

잠시 허리를 멈추고 그녀의 안쪽에서 물건을 꺼내자 나의 행동에 놀라는 정현.

"엎드려볼래?"

기왕 하는 거 처음부터 다 느껴보는 게 좋지.

뭐, 한번 하고 또 해도 되지만 너무 과격하게는 하고 싶지 않다.

충분히 만족하고 약간 감질날 정도. 그 정도가 딱 맞지.

어설프게 엎드리는 정현이.

잔뜩 달아오른 몸은 어떻게든 빨리 다시 나의 물건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게 보인다.

하지만 역시 자세가 어정쩡하다.

그녀의 다리를 조금 더 벌려주고 엉덩이를 당긴 다음 허리를 낮춰줬다.

음…. 생각보다 유연하진 않네.

뭐, 어차피 자세는 나오니까 상관없겠지.

번들거리는 그녀의 안쪽으로 다시 한번 물건을 집어넣는다.

후배위는…. 정상위에 비하면 들어가는 게 깊다.

안쪽 끝까지 밀어 넣자 정현이의 몸이 움찔하며 앞으로 튀어나갈 듯 밀린다.

그런 그녀의 등을 누르며 골반을 잡고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음도 내지 못하고 학학거리며 나의 물건을 받아들이는 여자.

허리를 한번 움직일 때마다 아까와는 다른 격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

후배위는 괜히 했나? 다음에 할 때 느껴보게 해줄걸.

쩝. 뭐 어때. 할 수 있는 건 많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움직이고 정현이가 감각의 파도에 완전히 빠져 허우적거릴 때쯤 그녀의 안쪽에 깊숙하게 사정했다.

내가 움직임을 멈추자 그제야 가쁜 숨을 몰아쉬는 정현.

천천히 몸에서 물건을 뽑아내자 지친 듯 풀썩 침대에 쓰러진다.

힘들었나? 하긴…. 감각이 과부하 되는 건 생각보다 힘들지.

그런 그녀의 옆에 누워 느긋하게 몸을 쓸어내렸다.

어깨와 등을 어루만져주고 허리의 잘록한 곡선을 지나 엉덩이를 한번 꽉 움켜잡아준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옆으로 눕게 하고 가슴과 꼭지를 다시 한번 만진다.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절정의 불씨에 화르르하고 불이 붙었다가 사라지는 모습.

한참을 그렇게 누워있다가 정현이는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다 해놓고 인제 와서 그렇게 얼굴을 가려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그래도…. 부…. 부끄러워요."

"부끄러워할 게 뭐가 있어. 이렇게 이쁜걸."

내가 말하지만…. 참 그렇네. 무슨 바람둥이도 아니고.

좀 더 그럴듯한 말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런 쪽엔 재능이 없다.

하지만 정현이는 이런 어설픈 멘트에도 상당히 좋아하는 반응이다.

이것 참…. 어떻게 나란 놈한테 이렇게 콩깍지가 씔 수가 있지?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네. 정말.

"이리와. 일어나."

정현이를 이끌고 화장실로 데려가 간단하게 몸을 씻었다.

샤워기 물에 젖을까 봐 위로 틀어 올린 머리. 솜털이 난 목덜미를 보니 아래쪽에 힘이 또 슬쩍 들어간다.

아냐. 오늘은 여기서 끝내자. 처음부터 요란하게 할 필요 없잖아.

천천히 알려주자고. 천천히.

그나저나…. 저렇게 머리를 올리니 무슨 조선 시대 여자 같네.

첫날밤을 겪고 성인이 됐다고 머리 틀어 올린 거 같잖아?

그렇게 다 씻고 나와서 수건으로 물기를 훔치고 옷을 입은 정현.

나를 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그 전에는 동경 쪽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애정의 비중이 더 많아진 느낌.

그래도 실망하거나 그런 건 아닌거 같아서 다행이다. 이정도면 첫 경험치고는 성공한 축에 들어가지 않을까?

"고…. 고맙습니다. 대장."

"고맙기는. 그런 인사는 내가 해야지. 너같이 이쁜 여자를 안을 수 있었는데 당연히 내가 고맙지."

이쁘다는 말에 유난히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네.

보통 이런 애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이쁜 걸 알아서 암만 이쁘다고 해도 별 반응 없던데.

"그럼…. 면담은 끝난 거죠?"

아. 그래. 면담이었지. 사실 면담 같은 것은 하나도 안 했지만.

"음. 혹시 고민이나 문제점 같은 건 없지? 어지간한 건 정 부장님한테 말하면 다 들어줄 거야. 혹시 정 부장님에게 말하기 부담스럽거나 어려운 거 있으면 나한테 이야기하고."

"어…. 그…."

"음?"

"또 다음엔…. 언제 오세요?"

이런. 무슨 사춘기 소녀 같은 모습이다. 상당히 안달 난 것 같은데.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2주에 한 번은 오지. 여기저기 다닐 데가 많아서."

"바쁘세요…?"

"죽여야 할 놈이 너무 많아."

사실을 이야기한 것뿐인데 무슨 삼류 악당이나 할만한 대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왠지 정현이에게는 먹혀들어 갔나 보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 어이구. 미치겠네.

그래. 뭐…. 나라도 괜찮다면 어울려줘야지.

아직 겨울인데 이 여자한테는 벌써 봄이 와버렸네.

"다음에 오면 더 기쁘게 만들어줄게."

정현이의 귓가에 작게 속삭여주자 몸을 움찔하면서도 얼굴을 붉힌다.

어우. 항마력이 너무 부족하다. 내가 말해놓고도 닭살이 돋으면 어떻게 하니.

근데 좋아하는 얘는 또 뭐야…. 으으.

"그럼…. 이만 가볼게요."

"그래. 다음 면담은…. 윤서. 윤서 오라고 전해줄래?"

"네."

"아 참 그리고."

"네?"

"너무 말하고 다니지는 마."

내가 또 귓가에 속삭이자 다시 얼굴이 붉어진다.

난리 났네. 난리 났어.

그렇게 정현이가 방 밖으로 나갔다.

섹스는 한 번밖에 안 했는데…. 한 열 번은 한 기분이다. 몸은 하나도 안 힘든 데 정신이 녹초가 된 기분.

역시 이런 건 너무 어려워. 차라리 펜스에선 송이가 제일 편하다.

감정과 섹스를 분리할 줄 아는 여자.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잖아.

"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서가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윤서를 소파에 앉게 했고 나 역시도 편하게 자리에 앉았다.

역시 사무적인 태도와 절도가 있는 모습의 윤서.

그런데 살짝 풀어져 있는 모습도 보인다. 약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설마. 얘도 원하는 건가?

"어때? 펜스에서의 생활은?"

풀어진 모습이 거의 모습을 감췄고 예의 그 딱딱한 모습으로 돌아온 윤서.

"만족스럽습니다. 어려운 일도 없고 모두 친절하니까요."

"캠프보다 더?"

굳이 캠프의 일을 꺼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처음 그때 이후로 이 여자들에겐 매혹을 걸지 않았다. 그렇기에 확실한 속마음을 전혀 알지 못한다.

게다가 인제 와서 매혹을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길고 오래 관계를 유지하려면 쓸데없이 매혹을 남발해선 안 되니까.

그리고 굳이 매혹이 아니더라도 허심탄회한 속마음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매혹으로 진실을 듣는 건 그런 의미다. 서로의 관계가 믿음이 없을 때나 하는 행위.

"당연히 그렇습니다. 캠프에 비할 곳이 아니죠."

"딱히 불만이나 개선점 같은 건 없나?"

"제게 주어진 일이라면…. 없습니다. 다만 휴식이 너무 긴 게 흠이네요. 하는 일에 비해 개인 시간이 너무 많고 대우가 너무 좋습니다. 날로 먹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그래? 그러면 좋은 거 아닌가? 업무 강도가 낮다고 불평불만이라니. 신기한 일이네."

"마땅한 일을 하고 대우를 받아야 마음이 편합니다. 지금은…. 사실 너무 편해요."

"어쩔 수 없잖아. 탐지 스킬 가진 이가 넷밖에 없다며. 업무 강도를 늘리려고 해도 할 수가 없지."

"그래서 고민인 겁니다.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네가 하는 일은 아무 일 없는 게 가장 좋은 거야. 내가 간 이후로 사람을 하나도 못 만났다고 했지? 차라리 그게 제일 좋은 거야. 이대로 평화가 계속되길 바라는 게 낫지, 무슨 일이 생기면 오히려 안 좋은 거지."

"그건…. 맞습니다."

"제일 좋은 건 어중이떠중이들이 계속 몰려들어서 너희가 코인을 얻을 수 있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잠시 아무 말이 없는 윤서.

나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캠프에 접근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친 여자.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몸을 섞은 여자.

매혹을 걸었을 때 말고는 해본 적이 없는 여자. 살짝 궁금해졌다. 그녀의 이런 성격으로 섹스를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하실 말씀이라도…?"

내가 빤히 바라보자 시선을 의식했는지 나를 보고 물어본다.

"아니. 그런 건 없어. 면담은 너희의 이야기를 듣는 거니까."

"아…. 그렇죠."

하지만 오늘은 참자. 정현이야 나를 오매불망 기다린 것 같으니 그녀의 소망을 이뤄준 거지만 다른 여자들은 굳이 그렇게 볼 때마다 섹스할 필요는 없잖아.

"혹시…."

"음?"

"이곳에서 어디 다른 곳으로 침공하거나 할 계획은 있습니까?"

"글쎄. 적당한 곳이 근처에 있다면 할 수도 있겠지. 근데 지금 당장은 그럴 계획은 없어. 동산이 펜스로 된 지 이제 고작 2주 지났잖아? 조금 더 안정화 될 필요가 있지. 그리고 너희의 주 임무는 이곳의 방어니까."

"음…. 알겠습니다."

"왜? 몸이 근질근질해?"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장을 보면 스킬에 대한 욕심이 납니다. 해보고 싶은 게 많아져서요."

"그래? 그럼…. 적당히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을 알아보긴 해야겠네. 일단은 알겠어. 근데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나는 너희들이 어딘가로 공격 가서 다치거나 죽는 건 별로 보고 싶지 않아."

"네. 알겠습니다."

"또 뭐 궁금하거나하고 싶은 말은?"

입을 다무는 윤서.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정작 중요한 말은 안 하는 것 같다.

뭘까? 설마 또 사랑 고백 같은 것은 아닐 테지.

"면담이라고 했고…. 모처럼 둘만 있는 자리니까 물어보겠습니다…. 그…."

오…. 말을 하나? 속에 담아두고 끙끙거릴 것 같았는데. 의외네?

"말해봐."

"매혹 스킬이 있으시잖아요?"

아…. 결국 나왔구나. 매혹. 쩝. 할 말이 없어지는 주제인데.

"가지고 있지."

"처음 만났을 때…. 제게 매혹을 건가죠?"

"맞아."

"그리고요?"

"그리고 라니? 전에 말하지 않았나? 아. 제대로 말한 적은 없었나? 그래도 다 전달이 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희에게 매혹을 건 건 첫날 딱 한 번뿐이야. 그 이후로는 너희에게 매혹을 건 적 없어. 기억 안 나나? 내가 너희들에게 동산을 준다고 말했을 때? 그것도 첫날이지. 그리고 그때는 너희들에게 매혹이 걸려있지 않았어."

"그렇…. 습니까."

"왜. 너희가 캠프를 저버리고 나를 따른 게 매혹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가?"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저희가 대장을 따른 건 저희 의지가 맞아요.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근데 왜? 매혹에 관해서 물어보는 거지?"

"그냥….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아. 이런. 알겠네. 둔해 빠진 나라도 알겠다.

감정이 혼란스러운 거구나. 윤서 이 여자도 나에게 그런 감정이 있긴 있나 보네.

그리고 그게 매혹 때문인지 본인의 마음인지 헷갈리는 거였어.

참 즐거운 세상이다. 스킬이 능력이 되고 스킬이 많으니 인기남이 되어버리는 세상.

인기가 있어 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라도 겪어볼 수 있으니…. 참 감개무량하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윤서의 뒤에 섰다.

그녀의 양어깨에 손을 올리자 과할 정도로 흠칫하는 모습.

이걸로 내 어설픈 추리는 확정이 되었다. 재밌네. 재밌어.

"마음이 정해지면 이야기해줘. 외면하진 않을 테니까."

강한 여자지만 여리여리한 어깨다. 손에 잡히는 그녀의 어깨와 빗장뼈. 상당히 야한 느낌.

내가 그렇게 윤서의 귓가에다가 속삭이니 이 무뚝뚝한 여자가 시선을 고정 못 하고 갈팡질팡하게 된다.

"더 할 이야기 있나?"

다시 한번 귓가에 속삭여주니 참기 힘든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뇨. 없습니다…. 면담이 끝난 거 같으니 가보겠습니다."

나는 시계를 바라봤다. 11시 50분. 마침 시간도 좋네.

"굳이 갈 필요 있나? 이제 곧 점심시간인데. 조금만 있다가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

내 말에 그녀 역시 시계를 한번 쓱 보더니 나를 바라보고 말한다.

"아니요. 내려가서 저희 외부조 사람들이랑 함께 가겠어요."

"그래? 어쩔 수 없네. 그럼…. 이따가 점심 먹고 한시에 다음 사람 오라고 해. 음…. 송이. 송이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나는 윤서.

그녀의 뒷모습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펜스. 여긴 참 재밌는 곳이야.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거 같잖아? 자주자주 들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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