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274화 (27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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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스킬

"승희야. 허억."

"네…. 으읏. 오빠."

"승희야."

"조금…. 더 불러줘요."

"승희야…."

"하윽…."

"사랑해."

"흐읏…. 저도요. 하앙…. 사랑해요. 사랑해요. 오빠."

서로를 부둥켜안고 잔뜩 부풀어 오른 물건을 승희의 안쪽에 깊게 밀어 넣는다.

물건이 오갈 때마다 귀를 간지럽히는 승희의 야한 신음.

그런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다.

그리고 승희 역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내가 좋은지 이름을 부를 때마다 안쪽이 꽉 조여온다.

사랑해라는 단어. 누군가에겐 너무나 흔하고 가벼운 말이지만, 누군가에겐 일 년에 한 번 입 밖에 내는 것도 부끄러운 말.

나는 후자였다. 사랑하는 사람도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다음에도 쉽게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승희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랑한다고.

그 흔하디흔한 사랑이 아니라고.

세상에 남은 인간들을 대다수 죽여야 한다고 해도 웃으면서 죽일 수 있는 그런 사랑이라고.

"아아…. 사랑해요. 하읏…. 사랑해."

승희는 이런 나의 마음을 알까?

알 거다. 내가 승희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에게 얼마나 특별한지.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로 덮었다.

농밀한 키스. 단순한 타액의 교환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행위.

서로의 혀가 얽혀들어 가면서 그 사랑은 몸 안쪽에서 격렬하게 증폭되었다.

그리고 나는 더 참지 못하고 승희의 안쪽에 거세게 사정했다.

사정했지만, 우리의 키스는 멈추지 않는다.

나의 손은 여전히 승희의 몸을 훑고 가슴을 움켜잡으며 조금이라도 그녀를 느끼기 위해 이리저리 쓸어내린다.

한쪽 팔로 몸을 지탱해야 하는 게 너무 아쉽다. 두 손으로 승희를 만지지 못하잖아.

아. 내가 멍청이네. 자세를 바꾸면 되는데. 미련한 놈. 멍청한 녀석.

그대로 승희의 상체를 안고 일으켰다.

아직도 죽지 않은 내 물건이 안쪽에 들어있어 절정에서 내려오지 못한 승희는 내가 몸을 일으켜 세우자 깊게 느끼며 나에게 꼭 안겨 온다.

작은 새처럼 품 안에 안겨 가늘게 떨고 있는 여자.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우며 사랑스럽다.

긴 머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등을 쓸어 내리자 승희의 허리가 살짝 펴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얼굴 앞으로 가슴이 나타났다.

이럴 수가. 이렇게 눈앞에서 아름답게 출렁이면 내가 참을 수가 없잖아.

"허억…."

입안 한가득 삼킬 듯 가슴을 입에 넣자 숨을 들이켜며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승희.

아기가 엄마의 가슴을 빨듯 강하게 빨자 어깨를 움츠리며 눈을 감는다.

숨을 참을 정도로 느끼는 여자.

등을 쓸던 손을 아래로 내려 양손으로 승희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움직임.

천천히 위아래로.

이미 절정에서 허우적거리는 승희에게 과격한 움직임은 필요 없다.

천천히. 부드럽게. 오래도록.

내 머리를 끌어안은 승희. 가슴을 빨던 내 입은 이젠 입술로 그녀의 꼭지를 희롱한다.

아래에서 끊임없이 쾌감을 받아들이고 있는 여자에게 가슴의 자극은 기폭제와도 같다.

느끼는 쾌락을 몇 배로 만들어주는 마법의 향신료.

방금 사정을 했지만, 발기가 전혀 풀리지 않은 나는 다시 사정하려면 조금 걸릴 거다.

그동안 계속해서 승희를 녹여준다.

천천히. 부드럽게. 오래도록.

완벽한 몸의 쾌락과 정서적인 교감. 두 가지가 합쳐지면 섹스는 정말로 극상의 행복을 가져다준다.

강간하는 것과 사랑이 담긴 섹스는 다르다.

아주 다르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될 정도로.

예전에는 그게 다를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

몰랐으니까. 남자의 사정은 어디에 집어넣고 흔들든 사정하는 순간이 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단순 사정과 섹스는 다르다.

이제야 비로소 그걸 알게 된 나다. 그래서 요즘에 강간 같은 짓을 잘 안 하는 거겠지.

저열한 즐거움. 분명 있긴 있다. 사랑을 나누는 섹스와는 다른 파괴적인 자극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질렸어.

지금은 새로 알게 된 이 사랑이 넘치는 교감을 하기 바쁜걸.

물류센터에 있는 여자들에게 손이 안 간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감정 없는. 단지 육체적인 섹스는 반쪽짜리니까.

똑같이 한번 섹스를 해도 만족을 반밖에 느끼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시간 낭비지.

내 품속에서 잔뜩 녹아가고 있는 승희.

붉게 변한 얼굴과 흐트러진 얼굴. 너무 사랑스럽다. 이제는 나도 한 번 더 승희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야겠어.

다시 그녀를 눕히고 본격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절정의 높은 곳에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하는 승희. 나 역시 그곳까지 빠르게 올라간다.

강해지는 자극, 한껏 야해진 승희.

나와 그녀는 절정의 정상에서 만났다. 잠시 그 높은 곳에서 승희를 부둥켜안은 나는 또 한 번 그녀의 안쪽에 깊게 사정했다.

"하아…. 하아…."

"흐읏…. 흐윽…."

아직도 가늘게 몸을 떨며 느끼고 있는 승희.

부러워. 여자들의 저런 부분이 부럽다. 성별 전환 스킬 같은 건 안 나오나?

내가 여자가 된다면 승희를 남자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남자의 물건이 내 몸 안에 들어온다는 것은 소름 끼치는 일이지만…. 그게 승희라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언젠간 나오지 않을까? 실용적으로도 성생활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쓸 수 있을 텐데.

누워있는 승희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해준다.

그리고 볼, 목, 가슴. 천천히 내려오며 한 번씩 키스한다.

내 입술이 닿을 때마다 파르르 떨리는 몸. 잔뜩 민감해져 있긴 한가 보다. 반응이 너무 귀여워.

승희의 몸에서 물건을 꺼내고 누워있는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씻으러 가자."

"아….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요…. 조금 이러고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래? 그럼 안고 가면 되지."

"헙…."

내가 안아 들자 살짝 버둥거리다가 내 목을 감싸 안는다.

그렇게 화장실로 데려간 나는 그녀를 화장실 의자에 앉혔다.

승희는 자신의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틀어 올리더니 손목에 걸어놨던 머리끈으로 요령 좋게 묶는다.

그사이 나는 샤워기를 따듯한 물로 맞춰서 물의 온도를 확인하고 따듯한 물이 나오자 승희의 가슴쪽에 뿌렸다.

물방울이 가슴에 뿌려지고 가슴골과 꼭지를 따라 흘러내린다.

하…. 좋네. 또 설 것 같아.

물이 따듯해서 기분 좋은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승희.

그런 그녀의 옆에 쪼그려 앉아 안쪽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흐갹! 뭐 하는 거예요!"

"뭐하긴 씻어주잖아."

"이게 무슨 씻어주는…. 하윽…."

"어허. 씻어주고 있는데 뭐하시는 거예요. 막 느끼지 말아 줄래요?"

"하읏…. 손가락을 그렇게…. 놀리면…. 하으응."

"자. 다 씻었다. 이제 끝."

계속할 것 같았던 내가 손가락을 쏙 빼니 승희는 감았던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본다.

"으으…. 장난꾸러기."

"내가 또 한 장난기 하지."

"하여간 못됐어. 샤워기 줘요."

사실 한 번 더 했어도 상관없지만…. 기왕 화장실에 들어왔으니 그만해야지.

어차피 오늘만 날인 것도 아니다.

승희와는 앞으로 볼 날이 봤던 날의 몇 배는 더 남아있으니까.

그렇게 몸을 다 씻고 나와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느긋하게 옷을 입는다.

"데려다줄까?"

어차피 방문을 나서서 몇 걸음만 걸어가면 되긴 하지만 말이지.

"됐네요. 나도 차 가져왔거든요?"

"얼…. 조크 좋았어. 내 점수는 8점."

"10점 만점에?"

"100점 만점에."

"으휴. 잠이나 자요. 갈게요. 잘 자요."

"그래. 너도 잘자. 내 꿈 꾸고."

"그건 좀 생각 좀 해보고요."

그렇게 승희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바로 침대 눕자 방금까지 승희가 있었던 온기가 남아있어 따듯한 느낌이 든다.

하…. 무슨 주접이냐. 바로 옆방으로 간 건데.

마음 같아서는 승희와 함께 누워서 가슴을 만지며 잠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

페이즈 아웃이 고급 94퍼센트니까.

하다가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잠시 쉴 겸 승희를 안고 있다가 두번이나 하게 된 상황.

신기한 건 포션 먹고 어지러웠던 게 거의 사라졌다.

으음…. 섹스를 하면 물약 후유증이 사라지나?

관계가…. 있나? 모르겠네. 만약 이게 정말 효과 있는 거라면 요긴하게 쓸 수 있겠는데?

한번…. 내일 다시 테스트해봐야겠다. 솔직히 말은 안되지만.

94퍼센트. 남은 횟수는 600번. 포션 15개.

이 정도면 껌이지. 어지럼증도 사라졌겠다, 바로 해치운다. 여덟 번째 스킬 마스터를 위해서.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스킬을 반복한 끝에 결국 페이즈 아웃도 마스터 했다.

크으…. 미쳤다. 미쳤어.

근데 이건 마스터 해도 뭐 차이를 크게 못 느끼겠네.

마스터 한 보람이 이렇게 없는 스킬도 처음이야.

자. 이제 두근두근한 스킬 확인 시간!

이번엔 대체 얼마나 불친절한 스킬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스킬 창을 열고 스킬 리스트를 보며 새로 생긴 스킬들을 확인해본다.

음…. 음…. 음…. 씨발? 내가 잘못 봤나?

암튼 그래. 보자. 좋아. 됐어.

새로 생긴 스킬은 열 개.

제일 먼저 눈이 가는 건 역시 패시브. 스킬 반경 증가3과 스킬 지속시간 증가3.

이건 그냥 바로 찍어버렸다. 어차피 패시브니까.

그리고 다음은….

역병.

참 알기 쉽다. 역병. 음, 역병이군. 끝.

이런 씨발. 니네가 그렇지. 에휴.

근데 그래도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하다. 말 그대로 역병을 걸고 퍼트리는 건가? 뭐…. 그렇겠지?

근데 이거 피아구별은 되나? 살상력은? 범위는?

됐어. 더 알고 싶지도 않다. 이런 건 찍어도 어떻게 테스트를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네.

다음은…. EMP.

와. 씨발. 드디어 장르가 SF로 넘어가는 거야?

EMP? 장난해? 내가 무슨 싸이언스 구슬이냐? 이건 한번 배워보고 싶네.

실드 350에 체력 10짜리 파랭이 녀석들이 잔뜩 몰려와도 내가 다 전멸시킬 수 있겠어? 응?

하아. EMP…. EMP라면 충격파를 날려서 전자기기들을 먹통 만드는 거잖아?

생각보다 활용도는 좋을 것 같다. 일단 이거 한방이면 정전은 확정이잖아?

음…. 일단 그렇다 치고.

신체 복구.

이것도 이름은 알기 쉽다. 아마…. 절단된 사지를 복구하는 스킬 같은데.

누군가에게는 정말 간절하기 짝이 없는 스킬이겠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이거 스킬 있으면 제법 좋은 거 아냐?

팔 하나 잘라놓고 말 잘 들으면 붙여준다고 협박 가능한가?

그래놓고 다시 붙여준 다음 죽여버리면 그것도 레전드겠네.

근데 이거 스킬 숙련은 어떻게 하냐? 자르고 붙이기 반복? 와. 현기증 나네.

감지 트랩.

지난번에 봤던 감시 트랩이랑 조금 다른가?

감시는 말 그대로 CCTV고…. 이건 센서 같은 건가?

어떻게 보면 비슷하지만, 효과는 확실히 다르다.

아마…. 이건 트랩을 설치해 놓고 누가 건들거나 지나가면 그걸 나에게 알려주는…. 그런 류겠지?

이름만 봐선 그런데 확실하진 않으니. 에휴.

복제.

와. 무섭네. 뭘 복제한다는 거지? 양? 복제 양? 돌리?

이거 뭔가 문제 있는 스킬 같은데. 윤리적으로나 스킬 밸런스 적으로나.

음식을 복제하면 끝 아냐? 절대 평생 굶주림은 없는…. 사기 스킬?

뭔가 제한이 있겠지? 있을 거야. 설마 그렇게 캐사기같은 복제는 아니겠지.

생명체는 안된다던가, 음식은 안된다던가…. 아마 그렇겠지. 나라면 안 되게 만들 거다. 밸붕이니까.

성역.

으으으으음. 내가 아는 성역을 지금 세계에 이식해본다면…. 전투 불가지대 그런 건가?

근데 전투의 개념이 정확하게 없잖아? 그럼…. 살인 불가지역?

그럴듯하긴 한데…. 필요가 있나? 범위는? 지속시간은?

일단 패스. 정보가 너무 없다.

환영 제작.

이건 뭐지? 환영을 만드는 거야? 근데 왜 그냥 환영 스킬이 아니고 환영 제작이지?

제작이라고 들어간 것 중에 제대로 된 걸 별로 못 봤는데.

궁금하긴 하다. 정말 궁금해.

그리고 대망의 스킬. 내가 보고 눈을 의심했던 스킬.

게이트.

오오오. 이건 아무리 봐도 그거잖아. 차원문!

원하는 두 지점을 이어주는 그런 스킬 아냐? 딱 봐도 그건데?

만약 이게 있다면 수납보다 먼저가 아닐까? 순간이동 같은 거랑 비교가 안될 텐데?

보통 순간이동은 혼자 쓰는 용이고, 게이트는 남들 열어주는 스킬이잖아?

으으음. 이게 있으면 연수원까지 닭이랑 돼지 옮기기 진짜 편할 텐데?

근데 동물들도 탈 수 있나? 으으으으음.

궁금하다. 정말 궁금하다. 수납도 수납이지만 이게 더 땡긴다.

일단…. 이걸 찍어볼래. 적어도 숙련이 힘들 것 같진 않으니까…. 이걸 해보겠어.

['게이트' 스킬은 '순간이동' 스킬을 배우지 않아 배울 수 없습니다.]

어? 씨발? 방금 이 새끼가 뭐라고 지껄였지?

세상이 망하고 처음 보는 문구다.

씨발…. 이게 뭐야? 선행 스킬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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