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270화 (2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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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세아와 승희의 스킬 숙련도 중요하긴 하지만, 미나와 안나의 스킬 숙련이 더 시급하다.

일단 서로 키가 안 맞으니까.

세아와 승희는 이제 거의 투명화도 마스터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포션 먹는 양에 따라 다르지만 늦어도 일주일이면 찍을 것 같단 말이지. 안나도 그쯤이면 될 거고.

문제는 역시 미나다.

질병 해제. 분명 없어서는 안 되는 스킬이긴 한데…. 올리기가 빠듯해.

유정 형수는 사람이 많아서 올리기 쉽겠지? 거긴 동물들도 있고?

적어도 이 정도로 고생하진 않을 거다. 거기는 시간이 문제지 타겟이 부족한 건 아니니까.

미나…. 역시 미나가 문제야. 앞으로 거의 2500번 정도는 더 써야 할 텐데.

하아…. 이거 왠지 주변 동네의 멍멍이가 가진 병들을 모두 싹 고쳐주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게다가 그나마 동물이 돼서 망정이지…. 사람만 됐다면 더 피곤할 뻔했네.

사람을 잡아와서 질병 해제 해주고 쳐 죽이는 꼴이 될 뻔했잖아.

어쨌든 내 품에 안겨 나에게 스킬을 모두 쓴 미나는 피곤하다고 하고 침대에 누웠다.

이상한 건 나는 아직 질병 해제가 계속 써진다는 것.

나는…. 온갓 질병의 온상이었던가? 딱히 이상은 못 느꼈는데….

아무 여자나 노콘으로 막 하고 다녀서 그런가? 근데 그런 성병이 그렇게 많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내가 그런 병이 있었다면 이미 승희나 미나, 안나에게 전부 옮겼을 거다.

으음…. 역시 불면증인가?

불면증이 없어진 징후는 없다. 승희 곁에서 수면을 안 쓰고 잔 적은 있지만…. 그건 이미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으니까.

지금도 이틀씩 잠을 안 자면 피곤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잘 수 있지는 않다.

그럼…. 치료는 아직 안됐는데 치료 시도는 되는 건가?

정확하게 모르겠으니 원….

스킬 중에 감정 있던데…. 그걸로 내 몸 상태 같은 것을 알아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걸린 병이라던가 이런 게 촤라락 뜨면 얼마나 좋아?

뭐, 나중에 언젠간 찍긴 하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아니니까.

그렇게 미나를 눕혀놓고 방 바깥으로 나왔다.

나가기 전에 승희와 세아 방에 가보니 둘 다 자고 있다.

좀 무리해서 먹었다고? 무슨 술 이야기 같네. 어제 회식하고 온 회사원들이야?

암튼, 뭐 본인들도 하기 싫은 내색은 보여도 어쨌든 계속 열심히 하고는 있으니…. 게다가 곧 듀얼 스킬 마스터잖아.

스킬 세 개가 되면 절대 약한 건 아니다. 다만 둘 다 첫 번째 스킬이 조금 망해서 그렇지.

결국, 첫 번째 스킬은 없다 치고…. 이제 조금 사람다워지는 건데…. 어휴. 아직 멀었네.

안나 방에 들어가니 공부를 하다가 옷을 입고 있는 나를 보고 놀라며 말한다.

"썽철. 나가?"

"응. 금방 다녀올게."

"금방. 진짜?"

"응. 진짜 금방 올게."

"오케이. 오케이. 잘 가."

그러면서 일어나 나를 한번 안아준다.

잘 다녀오라는 말은 아직 어려운가. 하하. 잘 가라니.

그렇게 안나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벙커 밖을 나왔다.

일단 자양동을 한번 다녀와야지. 불이 어느 정도 꺼졌나 봐야 하니까.

독개구리 하이바와 침낭을 둘러쓰고 날다 보니 금방 자양동에 도착한다.

멀리에서도 보이는 불타는 도시.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제야 망한 세상답다.

불은 꺼지기는커녕 아직도 활활 타고 있고, 더 번져가고 있다.

쉬벌…. 비는 안 오나? 겨울이라 그런가? 이거 잘하면 내가 서울을 다 태워 먹는 거 아냐?

그래도 처음에 불 질렀던 곳은 기름까지 부어서 태운 거라 다 타서 그런지 불길이 활활 타진 않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 불이 남아있어 아직 들어가서 뒤지거나 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근데…. 저건 진짜 언제 줍냐. 돌아버리겠네.

불 지르는 짓은…. 웬만하면 하지 말아야겠다. 뒷수습이 너무 고약해.

날씨 조종 스킬은 없나? 이 정도 스킬 나왔으면 왠지 그런 스킬도 나올 법한데.

비가 오게 하거나, 비를 멈추거나, 눈이 오게 하거나…. 뭐 그런 거.

근데…. 크게 쓸모는 있나? 모르겠다. 쓸모 없어 보이긴 하네.

아. 눈보라. 눈보라 스킬은 말 그대로 눈 오게 하는 거잖아.

불 지른 다음에 눈보라 쓰면…. 음…. 모르겠다.

근데 여름에도 눈보라 스킬 쓸 수 있는 거야? 비로 바뀌려나?

궁금하긴 하네. 발동 실패 같은 건 본적이 없으니까.

주변을 크게 돌아봤지만, 오늘은 구경나와 있는 놈들이 없다.

쩝. 아쉽네. 그런 놈들 낚아채는 게 쏠쏠한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본진 벙커로 방향을 바꾼다.

정조대를 차고 있는 우리 세희는 뭘 하고 있으려나?

아무리 자위할 마음이 없었더라도 그런 걸 채우면 이상하게 더 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보니까 남자용 정조대도 있던데…. 씨발. 어우 착용한 걸 상상해버렸어.

정종찬 그 새끼를 괜히 일찍 죽였나.

그 새끼도 남자용을 채워서 세희랑 한방에 넣어놔야 했는데.

아…. 그럼 정종찬이 세희를 죽이려나? 아니 반대인가? 둘 다겠지?

에휴. 그런 상상은 뭐 하려 하냐. 이미 죽은 새끼를.

컴퍼니 그 상황에서 오래 가지고 놀 수 없었던 게 아깝다.

그렇다고 사내새끼를 가둬놓는 취미는 없고.

날파리년 같은 애가 있으면 정종찬이를 강간하게 했을 텐데.

아니다. 날파리년 몸매는 좋았지. 뚱뚱하거나 나이 많은 여자로….

어우. 또 상상했네. 씨발. 정신건강에 해롭네.

벙커에 도착해 페이즈 아웃으로 조용히 벙커 안에 들어갔다.

조용히 해제. 그리고 반사와 투명화, 비행.

발걸음 소리도 없이 살짝 떠서 다가가 조용히 세희가 있는 방안을 훔쳐본다.

있는 힘껏 정조대를 뜯어내 보려는 세희.

크크큭. 저러고 있다. 어휴. 그렇게 자위가 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단지 불편해서 뜯어내려는 건가?

암튼…. 저년의 힘으로는 뜯어내기 힘들 거다.

정조대라는 물건이 본인의 동의 없이 채우는 건데…. 그렇게 쉽게 뜯어지면 쓰나.

나름 상품인데 말이지.

야동은 돌아가고 있긴 한데 쓸데없는 대화 부분이라 별 의미가 없다.

신음 부분만 편집해야 하나? 그것도 귀찮네. 무엇보다 나는 동영상 편집을 할 줄 모른다.

프로그램이라도 있으면 한번 떠듬떠듬 해보겠는데…. 그런 것도 없고.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와. 정말 내가 생각해도 굿 아이디어야.

어쩜 이런 일에는 이렇게 좋은 생각이 팍팍 나지?

창문으로 세희에게 광역 스킬 무효화와 수면을 건다.

정조대를 뜯으려고 힘을 주다가 그대로 픽 쓰러지는 세희.

자물쇠를 열고 들어간 다음 정조대를 벗겼다.

음…. 살이 조금 쓸렸네. 아프겠다. 내 알 바 아니지만.

전동 딜도와 바이브레이터를 찾아와서 세팅한다.

M자 모양의 다리. 묶인 팔. 가려진 눈. 그리고 매혹.

전동 딜도와 바이브레이터의 스위치를 최대로 올리고 잠시 기다린다.

부으으으으응

왜에에에에엥

이이이이이잉

오랜만의 진동 삼중창.

한껏 예민해져 있는 세희는 금세 깨어나더니 빠른 속도로 절정을 느낀다.

"자. 세희야! 신음 내봐! 야하게!

"아흣, 아앙. 조아. 너무 조아. 아앙."

음. 효과가 좋군, 나는 스마트 폰을 꺼내서 동영상 촬영 준비를 하고 다시 말했다.

"좋았어. 더 음란한 말을 잔뜩 해봐! 다양하게 본인의 심정을 말해봐! 아주 천박하게!"

그리고 녹화 시작.

"하악…. 딜도 너무 좋아. 하앙. 가고 있어. 으읏…. 하앙. 너무 좋아. 안쪽이 꾹꾹 울려. 으윽. 으응."

으음. 약한데? 좀 더 리얼리티를 줘볼까?

발로 전동 딜도를 꾸욱 하고 눌러봤다.

"어으으윽…. 너무 깊어. 으응. 하윽…. 가…. 가버려. 하악…."

오. 조금 괜찮은 반응? 근데 어휘력 참 부족하네. 그럼…. 가슴도 해볼까?

바이브레이터를 둘 다 뗀 다음 가슴과 꼭지를 잔뜩 만져줬다.

싸구려 기계 따위와는 다른 가슴 전문가의 진지한 자극.

"읏. 아응. 히윽…. 흐읍…. 아앙…. 미칠것 같아…. 하윽…. 좀 더. 아흑…."

좋아…. 이정도면 됐겠지?

거의 2분짜리 동영상이 저장됐고, 나는 다시 세희를 재웠다.

전동 딜도와 테이프를 모두 치우고 다시 정조대를 채운다.

그렇게 다시 방에 가둬놓은 다음 이번엔 노트북에 방금 찍은 동영상을 옮기고 무한 재생을 걸어놨다.

스피커에 쩌렁쩌렁 울리는 세희의 생생한 신음.

이야. 듣고 있다 보니 내가 다 꼴리네.

근데…. 자기 신음에 자기가 발정이 오나? 좋은 생각인 거 같아서 해보긴 했는데…. 될까 모르겠네?

잠이 깨길 기다리는 게 귀찮아 창문으로 광역 스킬 무효화를 썼다.

수면에서 부스스 깨고 다시 자신에게 채워진 정조대를 보자 벌컥 소리를 지르는 세희.

"썅놈아!!! 이거 빼라고!!!"

"여. 방금 딜도는 좋았어? 가슴도 좋았지? 어때 오랜만에 느끼니까 좋디?"

"닥쳐! 씨발! 미친 새끼야!"

"아니 어땠냐니까? 궁금하잖아. 말 좀 해봐."

"꺼져 미친놈아!"

"어? 이게 무슨 소리지? 아하. 정세희가 좋다고 앙앙거리는 소리구나?"

그제야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었는지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세희.

그러더니 갑자기 문을 발로 쾅 찼다.

"씨발 새끼야! 꺼! 끄라고!"

녹음 같은 걸 하면 자기 목소리를 잘 못 알아듣는다더니 그래서 바로 몰랐나 보다.

지금은 자기 목소린걸 알아차리고는 잔뜩 날뛰는 세희.

"봐봐. 세희야 어떻다고?"

마침 '하악 딜도 너무 좋아.' 부분이 나와서 마치 나랑 대화한 것 같은 느낌이 났다.

그러자 다시 한번 문을 발로 쾅 차는 세희.

"아으으윽…."

뭘 잘못 찼는지 아파 죽겠다는 소리를 낸다. 거참 웃긴 여자네.

"자. 이제 니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돼. 알겠지!?"

"크윽…. 씨발! 꺼져!"

"뭐? 소리가 작다고!? 알았어. 그럼 내가 최대 볼륨으로 맞춰줄게?"

노트북과 스피커를 최대 볼륨으로 키니 이건…. 약간 정신병 걸릴 것 같은 크기다.

게다가 내용 또한 잔뜩 느끼는 생생한 신음. 이건 내가 생각해도 조금…. 과한 느낌?

"미친놈아! 끄라고! 꺼!"

"으음. 버틸만한가 봐? 조금 더 저자세가 되면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꺼져! 개새끼야!"

거 고년. 성깔 한번 드럽네. 어디 그 성질 언제까지 가나 보자.

너는 내가 매혹 없이도 네발로 기게 만든다.

"가라면 가야죠. 마녀님이 말씀하시는데. 어휴 무시라."

뭐라고 더 떠들었지만, 나는 페이즈 아웃을 썼다. 소리가 전부 사라지니 뭐라고 떠들든지 말든지 알 바 아니다. 혼자 힘 빼다 말겠지?

그렇게 벙커 바깥으로 나오고 해제 한 뒤 비행과 투명화, 반사를 쓰고 바로 하늘로 솟구친다.

정세희. 어떻게 괴롭히는 방법이 없을까?

돌림빵 같은 게 효과는 좋긴 한데…. 일단 내가 싫다.

뭐가 어찌 됐든 이제 정세희는 내 거다. 내걸 누군가가 함부로 건드리는 꼴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아.

게다가 의미가 없다. 반사가 없는 놈이면 결국 세희에게 매혹이나 당하겠지.

매혹 걸린 남자라면 문을 부숴버릴 수도 있으니 상당히 귀찮다.

성인용품을 좀 다양하게 써볼까?

애널을 개발시켜볼까? 예전엔 부정적인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민희 덕분에 그 맛을 알았잖아?

승희나 미나, 세아나 안나에게는 아직 별로 하고 싶진 않다.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리고 그녀들은 그냥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색다른 자극을 찾기는 아직 일러.

애널 개발.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엉덩이에다가 멍멍이 꼬리를 달아주고 산책을 가는 거지. 좋네. 일단 이건 확정하고.

그 뭐시기냐. 귀갑 묶기? 그런 걸 해볼까? 근데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취향이 아니라서….

스팽킹? 음…. 그건 뭐 천천히 해보도록 하고.

마음 같아서는 마약에 찌들게 하고 싶은데…. 그건 또 섣불리 손이 안 간다.

질병 해제를 배우게 해서 셀프로 치료시키면…. 뭐 크게 문제는 안될 거 같은데…. 모르겠네.

살인 강간은 하면서도 마약은 좀 꺼려지다니. 역시 유교 국가다워. 인식이 이렇게 중요하다니까.

약은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자. 정말 끝까지 함락이 안 되면 그때 하지 뭐.

아직 시간이 좀 있는데 물류 센터에 들러야겠다.

다들 피로는 조금 풀렸으려나?

사람을 죽이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충격은 생각보다 강해서 뇌리에 깊게 박힌다.

아무리 그게 복수고 정당방위였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연약하니까.

그거야 뭐…. 승규 형이랑 유정 형수가 있으니 알아서 잘 케어해주겠지.

듬직한 리더와 안방마님이 있으니 크게 걱정은 안 된다. 본인 하기 나름이지만.

물류 센터 근처에서 바로 안 들어가고 크게 몇 바퀴를 돌았다.

주변은 역시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물류 센터는 이미 누군가에게 이름이 팔렸어.

언제라도 강한 놈들이 우르르 몰려올 수 있다는 소리.

하아. 이사…. 이사해야겠지?

이름이 한번 팔린 이상 더는 있기 힘들다. 이사 하라고 해야겠어. 역시 그게 나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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