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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무릇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곤궁해지면, 비어있는 곳간에 들락날락하는 쥐새끼라도 잡아먹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완전 대풍작인 데다가 곳간이 가득한 상황.
아무거나 잡아먹을 필요 없다는 소리.
내 손가락에 애액을 뚝뚝 흘리고 있는 세희 년이 아무리 꼴리는 표정을 짓고 있더라도 내가 이년을 즐겁게 해줄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간절하게 원해도 안 해줘야지.
손가락을 빼내자 얼굴에 스치는 아쉬움. 그런 표정을 보며 나는 저열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천하의 정세희가, 내 손에 느끼고 아쉬워한다고? 정말…. 살다 보니 별일도 다 있구나.
근데…. 별로 기분이 안 좋다. 내가 이년을 느끼게 해주면…. 내가 지는 거잖아?
그럼 발정 나도 안 해주는 게 복수지?
으으음….
발정 나게 하고…. 자위도 못 하게 하려면….
그래. 좋은 생각이 났다. 지난번에 성인용품가게…. 거기서 본 게 있지.
세희를 침대에 내팽개쳤다.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거야 신경 쓸 필요 없고….
문을 닫고 잠근다. 빨리 다녀와야겠어.
성인용품점으로 후다닥 날아갔다. 어디 보자…. 여기 있었을 텐데.
대체 어떤 미친놈들이 이런 걸 쓰냐며 기겁을 했었는데…. 내가 사용해보게 생겼어.
하는 김에 지난번에 노트북을 챙겼던 오피스텔로 가서 하나 더 챙겼다. 여기 남겨뒀던 야동이 있었을 텐데…. 좋아. 이것도 복사하고.
준비를 모두 마치고 다시 본진 벙커로 돌아와 바로 세희에게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그리고 성인용품점에서 가져온 정조대의 포장을 뜯었다.
참…. 요망한 물건이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 나갈 것 같다.
핑크색으로 현란한 색깔을 자랑하는 물건.
허리와 허벅지에 매는 가죽 벨트, 거기에 고정되는 음부 가리개? 그렇게 허리에 당겨져서 자물쇠를 채우는 물건.
용변을 볼 수 있는 구멍까지 있네…. 미치겠다 정말.
이런 걸 채우면서도 이게 맞나 싶을 정도다. 이런 걸 당하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정조대를 입힌 다음 어떻게든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나 한번 비집고 넣어 봤지만, 아무리 해도 불가능할 것 같다.
내 새끼손가락도 안 들어가니…. 세희 손가락도 안 되겠지? 그럼 됐네.
그렇게 세팅을 마쳐놓고 이번엔 노트북을 열었다.
동영상 플레이어를 킨 다음 야동 여러 개를 올려놓고 무한 반복을 돌린다.
아. 스피커. 스피커 없나? 내가 옛날에 썼던 게 어디 하나 있을 텐데.
한참 뒤적거려 블루투스 스피커를 찾아냈다. 오. 나이스 한데?
스피커를 노트북에 연결한 다음 야동의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넘겨봤다.
온 벙커 안에 쩌렁쩌렁 울리는 여자의 신음.
크…. 분위기 죽이네. 이정도면 되겠지? 이제 세희 좀 깨워 볼까?
두 손으로 세희의 가슴을 정성껏 만진다.
적당히 몸이 달아올라야 효과가 확실하잖아? 비싼 도자기를 만지듯 정성껏 가슴을 애무한다.
나름 커다란 가슴, 아직 핑크색을 유지하는 꼭지.
가슴과 꼭지를 사랑과 정성을 담아 한참 만져주자 그제야 일어나는 세희.
"뭐야! 씨발!"
가슴을 만지고 있는 나를 팍하고 밀어낸 다음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확인한 뒤 경악하는 세희.
"이…. 이게 뭐야! 개새끼야!"
어처구니없다는 듯 자신에게 채워진 정조대를 풀기 위해 이리저리 만지는 모습.
하지만….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지. 어느 정도 내구성이 있는 상품이라고.
"니 힘으로 풀릴 거였으면 채우지도 않았겠지?"
나는 정조대에 채워진 열쇠를 손으로 흔들며 말했다.
나를 쏘아보는 눈빛. 크…. 좋네.
싸구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짱짱하게 울려 퍼지는 신음과 자신에게 채워진 정조대를 보고 어떤 상황인지 파악한 세희.
그러더니 나를 보고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는다.
"오….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나 봐? 어디…. 그럼 다음에 보자고."
아직 음식이 적당히 남아있는 걸 확인하고 방문을 닫았다.
자물쇠를 확실히 잠그고 문 앞에다가 가구를 옮겨 놓는다.
이 방법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 안돼도 상관없지. 괴롭힐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벙커를 나서서 하늘 위로 솟구친다.
이제는 하늘 날아다니는 게 아주 익숙해졌어.
걸어 다니던 시절엔 어떻게 다녔는지 모르겠다. 다시 걸어 다니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
벙커 근처에 도착해서 주변을 살펴본다. 분명…. 이 근처에 들개들이 많이 있었는데.
들개라면 가진 질병들도 많겠지? 야생동물들은 온갖 병을 잔뜩 달고 있을 테니까.
마침 발견한 들개들. 내 모습이 보이진 않지만 냄새 때문인지 잔뜩 경계 하는 모습.
그런 들개에게 재빨리 날아갔다.
뭔가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가는 녀석들. 하지만 비행이 더 빠르다.
개가 아무리 빨라 봐야 개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거 몰라?
아. 저 속담 진짜 잘 만들었네.
제법 덩치가 있는 네 마리에게 수면을 썼다. 그대로 풀썩 쓰러지는 개들.
맨손으로 잡아도 되나? 아니다. 좀 그렇네. 근처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진열장에 있는 목장갑을 집어 꼈다.
양손에 한 마리씩 들개를 잡아 들자 멀리에서 그걸 보며 으르렁거리는 다른 들개들.
짜식들. 조금만 기다리라고 다음엔 니네 차례니까.
그렇게 개 네 마리를 전부 벙커 앞으로 옮긴 다음 안으로 들어가 미나를 불렀다.
"네? 지금요?"
"응. 나와봐. 추우니까 옷 따듯하게 입고."
옷을 입고 나온 미나는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이쁘게 줄 맞춰서 누워있는 들개들을 보고 깜짝 놀란다.
"주…. 죽은 거 아니죠?"
"사체에도 질병 해제가 되려나? 일단은 재우기만 했는데."
"안돼요! 죽이지 마요!"
"응? 왜? 위험하니까 죽이는 게 낫지 않아? 어차피 질병 해제가 목적인데."
"안돼요. 불쌍하게…."
음…. 사람을 픽픽 죽이는 내 앞에서 저런 말 하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뭐. 미나 말이라면 들어줘야지.
"알겠어. 안 죽일 테니 일단 써봐."
미나가 들개에게 질병 해제를 썼다.
"오. 돼요!"
"그래? 그럼 계속 써. 얼마나 되나 보자."
동물의 질병이 어디까지 치료가 되는지는 모르지만, 미나는 거의 포션을 다섯 병 정도 먹었다.
"하아…. 에고…. 이제…. 안 올라가네요."
"다섯 병 마셨지? 그럼 백번 정도인가. 근데 개체 별로 차이가 크다?"
"네…. 어떤 아이는 적게 되고 어떤 아이는 많이 되고 그러네요."
"흠…. 그냥 평균값으로 계산해야 하나. 더 할 수 있겠어?"
"으음…. 아직 저녁도 해야 하는데."
"그럼 저녁 먹고 할래?"
"네. 그렇게 해요. 저녁 먹고 정리 다 하고 하는 게 낫겠어요."
"그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네. 이 녀석들이야 놔두면 알아서 일어날 거고…. 미나 잠시 와볼래?"
"네?"
이렇게 미나와 단둘이 밖에 나오니 느낌이 새롭다.
원래 걸그룹 아이돌을 하던 미나라 그런지 옷은 아무거나 입어도 매력적인 느낌.
나는 그런 미나의 손을 잡고 벙커 위에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없는 사이 어느 정도 정리를 해놨는지 마치 사람이 사는 듯한 집의 모습.
"여긴 언제 또 이렇게 정리했데."
"안나가 탐지잖아요. 범위도 꽤 늘어서 종종 올라와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거 확인하고요."
"아아. 그렇지. 안나도 빨리 탐지 마스터를 시켜야 하는데. 그래야 조금 더 안전해지지. 오늘부터 다시 혹독하게 시작해야겠어."
"승희랑 세아도요?"
"당연하지. 내가 코인이 조금 많아졌거든."
지금 가지고 있는 코인은 590만이 넘는다. 이대로 사람 없는 곳에 가서 살아도 아마 늙어 죽을 때까진 살 수 있을 정도.
아닌가? 암튼 뭐….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방도 치웠어?"
"네. 사실…. 안나 한글 공부 말고는 딱히 할 거 없잖아요. 청소하는 게 재밌기도 하고."
"청소하는 게 재밌다니…. 너도 진짜 이상하다. 하긴…. 아파트도 정말 말끔하게 바꿔놨었지. 깔끔한 걸 좋아하는 거야?"
"네. 뭐…. 얼룩이 묻어있으면 닦아내고 싶잖아요. 그게 집이든…. 뭐든."
그렇게 말하는 미나의 말에 약간의 얼룩이 묻어있다.
아마…. 나와 만나기 전의 그 좋지 않았던 기억들 때문인가 보다. 아무리 행복하게 해줘도 절대 지워질 수 없는 아픔.
세상이 이렇게 되고 그런 경험이 있는 여자가 한두 명 있는 게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나가 겪은 일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고 해서 지금 그 상처를 후벼 파서 벌어지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잘 아문다면…. 열 번 생각날게. 한번 생각나게 할 수는 있겠지.
깔끔하게 정리된 방. 새하얀 침대 시트.
미나와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가볍게 입을 포갠다.
자연스럽게 얽히는 혀. 짧고 강력한 입맞춤.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고 소녀처럼 붉어진 미나의 얼굴이 보인다.
나만 볼 수 있는 얼굴. 예전엔 수많은 남자에게 시선을 받았다면, 이제는 오로지 나만의 것이 된 여자.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니 바로 가슴이 만져진다.
이 여자들…. 이제는 집에서 노브라로 있는 게 자연스러워.
살포시 가슴을 움켜잡으니 미나의 얼굴에 옅게 색기가 감돈다. 정말…. 보기 좋은 얼굴이야.
내 품으로 미나를 끌어들여 뒤에서 끌어안고 충분히 가슴을 만져줬다.
이렇게 아무런 방해 없이 둘만 있는 기회는 귀하다.
안나가 탐지를 쓰면 바로 위에 우리가 있다는 걸 알긴 하겠지만…. 뭐 이것까지 방해하러 오지는 않겠지.
방해하러 오면…. 혼쭐을 내줄 테다.
정성껏 가슴을 만져주자 미나의 몸이 천천히 달아오른다.
가볍게 가버린 듯한 몸은 야하다. 가만히 있어도 남자를 유혹하는 몸이 된다.
아래쪽으로 손을 집어넣자 살짝 움찔하는 미나. 손가락을 살짝 넣으니 야한 액체가 꽤 나와 있다.
준비가 된 야한 몸. 내 손길에 이렇게 변했다는 게 맘에 든다.
상의는 그대로 두고 바지와 속옷만 벗겼다.
하의실종 패션이 되어버린 미나. 루즈한 핏의 상의가 아슬아슬한 경계로 아래쪽을 가려준다.
이 아래는 정말로 하의실종인데. 진짜로 없다고.
바지를 벗고 잔뜩 성이 난 물건을 천천히 미나에게 가져다 댔다.
기대하고 있는 얼굴, 달아오른 몸.
천천히 밀어 넣으니 살짝 찡그리는 얼굴. 그리고 얼굴에 퍼져가는 환희.
물을 잔뜩 머금은 봄날의 꽃 같다.
아직 매서운 추위가 가득한 바깥이지만 온실에 피어난 한 떨기 아름다운 꽃 같은 모습.
언제까지고 온실 안에 있을 수는 없지만, 지금은 그런 미나의 모습을 조금 더 눈에 담아두고 싶다.
이 여자도 조금 더 세상에 절망하고 잔인함에 진저리치게 되겠지.
하지만 지금의 이 수줍고 순수한 모습을 계속 간직했으면 좋겠다.
그건 너무 큰 욕심인가…. 욕심이겠지. 하지만 그래도 희망해본다.
미나와 몸을 섞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할 때마다 처음 하는 느낌이다.
그만큼 미나는 아직 이 행위에 익숙하지 않다.
억지로, 강제로 당한 경험만 잔뜩 있을 뿐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서로가 원하는 행위를 한 경험은 아직 몇 번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오로지 나만 가지고 있다.
정신적 순결함. 그렇게 생각한다. 육체의 처녀성 같은 것은 별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랑 없는 섹스가 의미가 있을까? 그게 섹스가 아니고 강간이라면?
미나가 아이돌이 되기 전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워낙 어린 시절부터 연습생이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다.
변변찮은 연애도 해본 적 없다고 알고 있다. 하긴…. 데뷔 자체가 어렸는걸.
결국, 내가 알기론 미나가 온전히 사람을, 남자를 사랑한 건 내가 처음이라는 소리다.
그거면 됐다. 그거면 만족하지.
"좋아요…. 오빠…. 하읏…."
나에게 안겨서 기쁜 듯 속삭이는 목소리와 이어지는 짧은 신음.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예전에 티비에 나왔을 때는 이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치…. 그때는 미나와 이렇게 될 거란 생각도 못 했지.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이렇게 될 거라고 말해도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면박이나 들었을 거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나의 몸과 움직일 때마다 움찔거리는 미나.
"기분…. 좋아요. 너무 좋아…."
잔뜩 가버린 듯한 모습. 그래. 나도 느껴진다. 같이 가자.
미나의 안쪽에 세차게 사정하고 잠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눈을 감고 있다가 살그머니 떠지는 미나의 눈.
나와 마주치고 부끄러운 듯이 눈길이 옆으로 돌아간다.
"나를 봐줘."
내 말에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 그 안에 별이 들어있다.
나만의 별. 나만의 스타. 사랑스러운 그 모습에 그대로 가볍게 입을 맞춘다.
그렇게 즐거운 행위를 마치고 서로 뒷정리를 하고 아무 일 없이 벙커로 들어갔다.
눈치챘는지 우리를 고양이처럼 바라보는 안나.
저, 저 외국 고양이 같은 여자. 러시아 고양이니까 러시안 블루인가? 그 고양이를 닮지는 않았는데.
뭐, 알아차리면 어때. 안나도 해주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