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264화 (26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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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멸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음 탐색을 키고 쓱 돌아본다.

추운 날씨지만 지상의 화염이 얼마나 강한지 하늘이 따듯할 지경이다.

덕분에 하이바랑 침낭을 안 써도 되니 좋긴 하지만…. 눈이 조금 따갑다. 하이바는 써야겠네.

아까 비행으로 도망간 놈. 그런 놈들이 더 있을까 봐 주변을 조금 더 크게 돌아봤다.

음…. 없나? 너무 늦었나? 하긴 비행 있는 놈이라면 이 주변에 계속 있을 필요는 없지.

도망갔어도 이미 한점 전에 도망갔을 거고, 여기 남아 있다면…. 그건 불구경하는 놈들?

어? 저기 하나 있다. 정말 불구경하는 놈이 있네.

조금 멀리 떨어진 곳, 꽤 높은 상가건물 옥상.

한 놈이 불타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표정이 밝은 거 보니 저기서 탈출 한 건 아닌거 같고…. 그냥 주변에 있던 구경꾼인가?

멍청한 놈. 왜 나와서 목숨을 버리니.

탐지는 없는 거 같다. 내가 이렇게 가까이 왔는데도 황홀한 표정으로 불만 구경하고 있다.

이래서 불장난이 좋다니까. 숨어있는 구경꾼들 잡는 게 쏠쏠해.

녀석의 뒤쪽에서 거리를 조금 벌리고 무효화와 수면을 바로 걸었다.

불쌍한 놈. 불구경하려다가 황천 구경하러 가겠네.

바로 마체테로 찍어 죽였다. 이런 데서 시간 낭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42,986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어휴. 코인도 적잖이 있네. 고맙다. 이건 내가 잘 쓸게.

노잣돈이라도 주고 싶은데…. 거기서 코인도 받나 모르겠다?

그렇게 조금 더 돌아보니 세 놈 정도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하긴 나라도 이 정도 불이 나면 나와서 구경하고 싶어지겠지. 이놈들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방비는 해야지. 이런 불이 그냥 났을 거라고 생각하면 쓰나.

세 놈을 잡고 11만 코인. 제 딴에는 나름 한가락씩 하는 놈들이었을 텐데. 괜히 불구경하다가 죽네.

그렇게 주변을 살피고 다시 활활 불타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어디 보자. 이제 몇이나 남았나?

아직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몇 명의 기척, 한 스무 정도? 아. 하나 또 줄었다.

저들은 뭐 계속 저렇게 죽어갈 거니까…. 별걱정 없을 거고.

불길의 정중앙에 있던 큰 건물, 거기에 한 열 몇 명 정도가 남아있는데…. 거기엔 아직 화염이 거세지 않다.

자세히 가서 보니 불길이 붙긴 하는데 자꾸 꺼진다. 그리고 그 화염 틈새로 삐져나오는 물줄기.

아. 안에 있는 놈들이 불을 끄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저 정도 크기의 건물이면 소방시설 정도는 있겠지. 게다가 물도 무제한이잖아.

저렇게 계속 진화하면…. 누가 이기려나?

살라고 발버둥 치는 걸 보고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빨리 이 상황을 끝내고 싶다.

언제까지 저들이 저렇게 화재진화를 하게 둘 수는 없지. 결국은 내 손으로 마무리 짓는 게 낫다.

저 건물 말고는 나머지는 다 불바다니까…. 저기에 있는 놈들만 치우면 나머지는 알아서 다 죽겠네.

건물 옥상에 착지 한 다음 탐지를 다시 써봤다.

7층짜리 건물인데 다들 제일 위층인 7층에 몰려있다. 음. 고맙네. 다들 우르르 몰려있어서.

심호흡을 한번 하고 페이즈 아웃을 쓴다. 이제 저놈들을 다 처리할 시간.

세상이 뿌옇게 변했다.

건물 밑쪽을 내려다보니 몇 개의 원혼들이 떠 있는 게 보인다.

저 멀리에서 나를 노려보는 놈들은 방금 내가 죽인 구경꾼들일 거고.

저 밑에 있는 건 불에 타죽은 놈들이겠지? 뭐, 어차피 15분 안에 사라지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고.

근데 조금 웃긴 게…. 현실에 타고 있는 불이 안 보인다.

건물과 사람은 보이는데…. 불은 안보인다고? 음. 이러면 귀찮아지는데.

페이즈 아웃을 해제했는데 불 한복판일 수 있다는 거잖아?

성능은 확실한데, 자잘한 제약이 제법 있는 스킬. 뭐, 개사기 스킬이니 이런 것들은 단점 축에도 못 들긴 하지만.

이런 거로 불만을 투덜거리면 내가 양심 없는 거겠지. 잔말 말고 불평 갖지 말자.

바닥이 없다고 생각하고 한 층을 내려갔다.

내려와 보니 정신없이 불을 끄고 있는 몇 명의 짱개들.

그리고 꼼짝 않고 있는 짱개 여자들 몇 명과 배 나온 남자.

여긴 뭐지? 세상이 뿌옇게 보여서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뷔페 같은 곳인가보다.

어쩐지 층이 전부 탁 트여있더라.

즉사 스킬이 없기에 하나씩 야금야금 잡아먹어야 하는 나는 이런 탁 트인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할걸 안 할 수는 없잖아.

적당히 녀석들의 시야가 없는 곳으로 가서 페이즈 아웃을 해제했다.

그리고 투명화와 반사, 비행.

비행은 정말 맘에 드는 스킬이야. 실내에서도 쓸 수 있으니까.

굳이 뛰지 않아도 뛰는 것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주니 공격에도 좋다.

신속화보단 느리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긴 해.

탐지가 있는 놈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다들 불 끄는데 정신이 없으니까…. 나 같은 놈을 신경 쓸 처지가 안 되겠지.

소방 호스를 가지고 불을 끄는 남자 세 명. 창밖을 내다보면서 어디 불길이 또 올라오는지 확인하고 있는 네 명의 남자.

목 언저리에 문신이 있는 배 나온 남자 하나, 그리고 그 옆에 똥폼을 잡고 있는 젊은 남자 놈 넷.

그 옆에 있는 이쁘장한 아가씨들 넷.

뭐부터 잡을까? 아니…. 고민할 필요가 없구나? 딱 봐도 견적이 나오네.

다들 열심히 살라고 발버둥 치는데 똥폼 잡고 있는 새끼들부터 죽여야지.

광역 스킬 무효화를 걸고 여자 넷에게 매혹을, 똥폼 잡고 있는 젊은 네 명에게 바로 수면을 걸었다.

남자 넷이 갑자기 픽픽 쓰러지자 깜짝 놀라는 문신남.

나는 비행으로 몸을 띄운 상태에서 그대로 날아가 문신남의 배때기에 마체테를 꼽았다.

"커억…."

졸지에 칼빵을 맞은 문신남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풀썩 쓰러진다.

마체테를 뽑아 그대로 목을 후려치니 빛이 되어 사라지는 녀석.

[82,426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꺄아악!"

"[email protected]%@##^"

"꺄악!"

"@$#@%! $#%%!"

갑자기 남자가 죽자 비명을 지르는 네 여자.

"입 다물어!"

혹시나 해서 여자들에게 명령했더니 넷 중에 두 명이 알아듣고 입을 다물었고, 다른 두 명은 계속해서 비명 지른다.

그래도 두 명이나 알아듣네. 근데 그러면 뭐해. 이미 불 끄던 놈들과 창밖을 보고 있던 놈들이 다 이쪽을 보고 있는걸.

뭐라고 지랄지랄하며 짱개어로 소리치는 남자들.

"가서 저 불 끄던 남자들 공격해!"

말을 알아듣는 여자 둘에게 명령하자 벌떡 일어나더니 바로 남자들에게 달려간다.

아직도 비명 지르는 여자 둘은 바로 목을 찍었다.

시끄럽게시리…. 귀찮아 정말.

그리고 바로 잠들어있는 똥폼 4인조도 바로 내리찍었다.

여자 둘에 남자 넷. 합쳐서 코인이 45만.

이놈 똥폼들이 한 놈당 코인을 거의 10만씩 가지고 있었다. 나름 한가락 하는 놈들이었나 봐.

하지만 이제 죽었죠? 의미 없죠?

내 말을 들은 여자 둘은 공격 스킬이 없는지 각각 남자 하나씩 잡고 달려든다.

어이없어하는 남자들. 하지만 바로 제압하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마 아까 죽은 문신 돼지가 여기 대장이었나 봐. 저 여자들은 그놈의 여자였고?

이런 상황에도 그런 걸 따지고 있는 멍청이들이라니…. 그냥 그렇게 죽어도 싸다.

매혹 걸린 여자들이 잡은 두 남자. 그리고 내가 있었던 곳으로 달려오는 남자 넷.

아직 불을 끄고 있는 남자 하나. 저 불 끄는 놈은 대체 뭔 생각이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 보이나?

아니지. 불 끄느라 정신없어서 이쪽을 못 보는 건가? 저걸 책임감 있다고 봐줘야 해? 아니면 멍청하다고 봐줘야 해?

일단 달려오는 네놈을 바로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뭐…. 보이지도 않는데 달려 와봐야 무슨 소용이 있니. 하여간…. 왜 도망간다는 선택지가 없는 거야?

이쪽으로 달려오면 뭐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었나?

참…. 멍청한거 같다. 왜 다들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을까?

하긴, 이런 세상이 됐는데도 문신 돼지 밑에서 일하고 있는 이놈들에게 뭘 바라느냐마는.

잠든 네 녀석을 죽이고 바로 여자 둘과 남자 둘도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여자 둘은 일단 놔두고, 남자 두 명을 마저 죽였다. 남자 여섯에서 나온 코인 7만.

이제 남은 건 자는 여자 둘과 아직도 불을 끄고 있는 남자 하나.

쟤는 진짜…. 나름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거라 참 안타깝다.

그래도 어쩌겠니. 죽어야지. 바로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고 남자가 쓰러지자 잡고 있던 소방 호스가 손에서 빠져나가 제멋대로 날뛴다.

바닥에서 퍼덕거리는 호스를 무시하고 남자를 마저 죽였다.

[4,827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기구하네. 정말. 뭐가 이렇게 안쓰럽냐. 가지고 있는 코인 양도 안쓰럽네.

다시 탐지를 돌려보니 이제 이 건물에는 나와 잠든 여자 둘 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불타는 주변에도 이제 살아남은 것은 넷 정도밖에 없다.

쟤들은 다 놔두면 죽을 것이고.

천천히 여자들에게 다가갔다. 뭐 물어볼게…. 있나?

음…. 보통 같으면 매혹 걸고 가슴을 만지겠지만 그럴 상황도 아니고 하고 싶지도 않다.

무효화를 걸고 바로 매혹을 걸었다.

수면이 사라지고 일어나며 나를 보고 웃는 두 여자.

"야. 둘 다 한국어 잘하냐?"

"전 어느 정도 합니다."

"전…. 조금."

"음…. 그럼 니가 대답해라. 혹시 여기 사는 놈 중에 밖에 나가 있는 놈들 있냐? 아는 거 있어?"

나는 어느 정도 한다는 여자한테 물었고,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운 좋게 살아남은 놈들이 있으면 귀찮아진다. 그거 하나하나 언제 다 일일이 잡고 있어.

"밖에 나간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많이 나갔다고? 얼마나?"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식량하고 중요한 거 가지러 간다고 많이 나갔는데…."

"어디로 갔는지는 알고?"

"잘 모르겠습니다."

"아는 건 뭐야? 숫자는 몇 명인지도 몰라?"

"그저께 잔뜩 나갔고 오늘도 점심에 잔뜩 나갔습니다. 같은 곳으로 간 거 같은데…."

아. 물류센터 온 놈들인가 보구나. 그럼 뭐 신경 안 써도 되겠네.

"그거 말고는 없어?"

"네.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뭐…. 됐지. 어차피 더 있다고 해도 뾰족한 방법도 없고. 이 여자들도 제대로 아는 게 없어 보이니까.

여자들을 재우고 마저 죽였다. 더 살려둘 필요는 없지.

둘 합쳐서 7천 코인. 그냥 아까 그 대장 놈 노리개들이었나 보네. 하긴 짱개치고는 이쁘장했지.

다시 탐지를 돌렸다. 이제 탐지에 걸리는 건 딱 하나.

저놈만 죽으면 짱개들도 끝인가? 그럼…. 마지막 남은 한 놈을 보러 가볼까?

페이즈 아웃을 쓸 수는 없으니 열린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비행 스킬은 진짜 올리기 잘한 거 같아. 이 세상을 살아남으려면 비행은 필수가 아닐까 싶다.

지형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히기 쉽다는 것.

앞으로 아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비행과 투명은 필수로 배우게 해야지.

그래야 생존율이 높아지지.

하늘을 날아 마지막 남은 짱개를 구경하러 다가갔다.

육안으로 보고 싶은데 불길이 거세서 볼 수가 없을 정도.

그대로 땅으로 내려서며 페이즈 아웃을 쓰니 내 얼굴에 화끈하게 느껴지던 열감이 사라지고 뿌옇게 변한 세상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한 남자.

불길이 보이지 않기에 그 남자는 그저 무너진 잔해 속에서 얌전히 누워있는 것처럼 보였다.

인상 쓰고 있는 얼굴. 잔뜩 찌푸린 미간.

왜 일어나지 않고 저러고 있을까? 연기라도 잔뜩 먹은 걸까?

나는 그런 그를 가만히 지켜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지켜보고 있던 그곳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마 현실에서 죽은 거겠지? 남자가 사라지면서 이쪽 세상에 작은 틈이 나고 거기에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듯 나타난다.

빠르게 공중에서 몽글거리면서 동그랗게 뭉치는 연기.

그렇게 원혼이 하나 만들어졌다. 그 끔찍한 시선은…. 따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공허함만 느껴질 뿐.

우리가 화재를 내긴 했지만…. 우리를 원망하고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보네.

하긴 우리는 원인이지 결과는 아니니까. 칼에 찔려 죽었다고 칼 만든 사람을 원망하진 않겠지.

페이즈 아웃을 해제하자 뜨거운 열기가 확 느껴졌고, 나는 바로 비행을 써서 하늘로 솟구쳤다.

뜨겁게 타고 있는 도시와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탐지.

그렇게 주변을 열심히 돌았지만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류센터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 그제야 탐지가 느껴진다. 전부 다 한곳에 뭉쳐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하다.

내가 그들에게 도착하니 모두 나를 환하게 바라본다.

보자…. 다들 무사한가? 무사한가 보네. 안 보이는 얼굴은 없어.

"승규 형.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 없죠?"

"정말 다행히도…. 없어."

"그래요. 다행이죠. 그럼…. 이제 끝났어요. 우리의 승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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