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250화 (2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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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피곤하긴 피곤했나 보다.

잠에서 깨어나 스마트폰을 보니 거의 15시간을 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긴 조금 스펙타클한 하루긴 했어. 사람도 많이 죽이고.

그래도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괜찮았다. 아마, 옆에 누워있는 승희 때문일지도.

"여기서 뭐 해?"

"구경."

"자는걸?"

"자꾸 밖에만 돌아다니니 이렇게라도 봐야죠."

나는 그런 승희를 안았다.

품 안으로 파고드는 온기. 이 온기 덕분에 나는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

"별일은 없었고?"

"뭐, 이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지는 않죠."

생각해보니 고작 이틀이었네.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 겨우 그것밖에 시간이 안 지났다니.

그래도 이젠 밖에서 해야 할 일들은 어지간히 끝내놨으니 당분간은 나갈 일이 없겠지.

아니네. 일주일 뒤에 민희를 보고, 펜스로 가서 식량도 받아와야 하고, 아…. 물류센터. 오늘 다시 간다 그랬지.

"하. 나가기 싫다."

"에? 또 나가요?"

"아아. 물류센터. 잠시 갔다 오게. 오래 안 걸릴 거야."

"그래놓고 또 이틀 사흘 그러는 거 아니에요?"

"뭐…. 그건 확신할 수 없네.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니."

"오빠가 미나 언니나 세아, 안나를 데려올 때만 해도 밖에 안 나가고 벙커에서만 뒹굴뒹굴하려고 이러는 건 줄 알았는데."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내 가슴에 얼굴을 부비는 승희. 그런 승희를 꼭 안고 잠시 그렇게 있었다.

"그럼, 언제 나가요?"

"하아. 그러게. 그냥 빨리 갔다가 빨리 와야지."

"알겠어요."

그러더니 몸을 일으키는 승희.

"배고프죠?"

"어…. 그러네."

"언니! 오빠 일어났어요!"

문밖으로 나가며 외치는 승희. 그러더니 갑자기 쿵쿵 소리가 난다. 뭐지?

"이야앗!"

갑자기 달려와 나에게 몸을 던지는 세아. 으악? 뭐 하는 거야!?

내 몸에 그대로 뛰어들고는 본인이 아파서 끄윽 거린다. 나는 멀쩡한데. 대체 뭐하는 거야?

"아오…. 아파라."

"그러니까 그렇게 막 뛰어들면 안 되지."

"받아줄 줄 알았지!"

내 몸 위에 올라타서 몸을 일으키는 세아. 헐렁한 옷 때문에 옷 안쪽이 모두 보인다.

가느다란 허리와 비율에 비해 큰 가슴. 눈이 즐겁네.

"썽철!"

"어어??"

쿵쿵 소리가 나더니 세아와 똑같은 궤적으로 안나가 뛰어온다.

서…. 설마? 아니겠지? 너는 세아 만큼 아담하진 않다고!? 으악? 진짜!?

"으억."

세아가 재빨리 비켰고 나는 어찌어찌 안나를 받아냈다.

"뭐야! 나는 가만히 있더니 안나는 받아줘!?"

"아오…. 아파라. 너는 가벼워서 괜찮은데 얘는 안 그러면 내가 위험해! 안나! 조심해야지!"

"으으으"

턱이 내 어깨에 부딪혀서 그런지 잠시 움켜잡고 아파하는 모습, 하지만 이내 나에게 푹 안긴다.

이렇게 늘씬한 금발미녀가 내가 좋다고 얼굴을 부비는 모습이라니. 이게 이 세계가 아닐까?

게다가 로리거유미소녀가 그런 엘프를 밀어내고 자기가 안기려는 모습이라니.

확실해. 나의 전생은 거북선 조타수….

그렇게 두 여자를 한쪽 팔에 하나씩 안았다. 팔이 두 개라서 다행이야.

이렇게 호사스러운 짓을 할 수 있다니.

그렇게 세아와 안나를 안은 채로 누워있는데 미나가 문 쪽으로 다가왔다.

"밥 차려놨어요."

머리를 틀어 올려 위로 묶은 미나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눈을 빛내는 모습…. 어…. 설마?

"어어."

"으악!"

"피해!"

미나도 나에게 뛰어들었다.

세아와 안나가 재빨리 피하면서 두 팔이 자유로워졌기에 미나를 받아낼 수 있었고, 부딪쳤던 안나와는 달리 미나는 생글거리며 내 품에 안겼다.

"대체…. 너희 왜 그러는 거야."

"재밌어 보였으니까요."

그렇게 미나를 안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신체 능력 증가 덕분인지 이런 것도 가능하네. 미나도 신기한지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힘세네요?”

“세야지. 밥 먹으라고?"

"네."

그러더니 내 귓가에 살짝 속삭인다.

"나도 먹어도 되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상당히 도발적인 미나. 내가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자 쿡하고 웃더니 내 품에서 빠져나가 그래도 밖으로 나간다.

하…. 그래. 내가 조금 소홀하긴 했지.

네 명이 한 집 안에 있으니 약간 부담이 있던 건 사실이다.

뭔가를 하려면 네 명 다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 아무리 섹스가 좋다고 해도 네 배로 에너지를 써야 하니까.

내 강박증 같은 게 또 도지는 거지. 내가 모든 걸 컨트롤 해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거.

그렇게 어렵게 할 필요가 없는데. 자연스럽게 해야겠다. 자연스럽게.

편하게 살자고.

밖에 나가서 미나가 차려놓은 밥상 앞에 앉았다.

펜스에서 받아온 음식들. 언제 먹어도 맛있는 보장된 요리들.

비어버린 뱃속에 와구와구 음식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걸 뿌듯하게 바라보는 미나.

"너희는 안 먹어?"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됐으니까요."

"그런가. 그러네."

식사를 끝내고 물을 한잔 시원하게 들이키니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잘 잤고, 잘 먹었다. 그러면 그다음엔?

수면욕과 식욕, 그다음은 성욕이지?

그릇을 치우는 미나를 뒤에서 안아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어머!?"

"밥은 다 먹었으니까."

아까 미나가 했듯 나도 그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인다.

살짝 몸을 떠는 미나. 속삭임 때문일까? 아니면 양쪽 꼭지를 만지고 있는 손 때문일까?

양손에 받쳐지는 가슴의 무게감과 엄지와 검지에 잡히는 귀여운 꼭지, 그리고 몸에 바싹 붙은 미나의 몸매라인.

미나가 느껴지는 만큼 내 물건도 바로 부풀어 오른다.

"으응…."

허리를 쭈욱 펴며 들고 있던 그릇을 살포시 내려놓는 미나.

식탁을 꽉 움켜잡는 모습, 그런 그녀의 아래로 미끄러지듯 손이 내려간다.

이미 잔뜩 젖어버린 계곡. 손끝이 닿자 살짝 움찔거리는 몸.

손가락이 필요 없겠네. 바로 해도 되겠어.

그대로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내렸다.

내가 넣기 좋게 엉덩이를 뒤로 빼는 미나. 그런 그녀의 협력에 맞춰 부드럽게 안으로 물건을 넣는다.

"흐읏…. 좋아…."

물건이 끝까지 들어가자 고개를 푹 숙이며 작게 신음을 내뱉는다.

걸그룹 맴버였던 미나. 몸도 유연하고 몸매도 좋은 그녀.

틀어 올렸던 머리 덕분에 목 뒤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목 뒷덜미는 참 야하단 말이야. 거기에 나 있는 솜털도.

게다가 식탁에 팔을 올리고 앞으로 몸을 숙인 채 엉덩이를 치켜든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작품 같은 느낌이다.

몸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곡선, 그리고 거기에 이어진 나의 몸.

내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움찔거리는 몸과 탄력 있게 흔들리는 엉덩이는 그야말로 눈을 홀린다.

"하응. 하윽…. 아앙…."

소리를 죽이고 있지만 내 귀에는 또렷하게 들리는 미나의 야한 목소리.

하…. 참기 힘드네. 아깝다. 벌써 싸야 한다니.

미나의 안쪽에 세차게 사정했다.

산뜻하고 깔끔한 디저트 같은 섹스. 가볍게 화르륵 불타올랐던 짧고 강렬한 행위.

그녀의 몸에서 물건을 뽑아내고 옷을 추슬렀다.

미나 역시 그대로 옷을 올리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안기더니 내 입술에 키스한다.

가벼운 입맞춤. 그러더니 다시 나에게 안겨 귓가에 속삭인다.

"자주 하고 싶어요."

등을 토닥여주자 미나는 내 등을 가볍게 쓸어내린다.

그러더니 내게서 살짝 떨어지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식탁을 치운다.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 때리니 장난스럽게 나를 흘겨보는 미나.

나는 씨익 웃으며 그대로 주방에서 나왔다.

"뭘 그렇게 실실 웃고 있어요?"

아이 깜짝이야. 갑자기 나타난 세아 때문에 깜짝 놀랐다.

이 가시나. 투명화 쓰고 있었나? 탐지를 안 쓰고 있었더니 깜짝 놀랐네.

"어허…. 훔쳐보고 있었어?"

"후…. 훔쳐보다뇨!? 아니거든요? 하. 참. 나를 뭐로 보고…."

"그래? 아님 말고."

마음 같아선 이대로 세아하고도 하고 싶지만…. 그래선 오늘 안에 물류센터에 나가긴 힘들 것 같다.

차라리 빨리 다녀오고 나서 하는 게 낫지.

"그…. 또 나갔다 온다면서요?"

"어. 물류센터 다녀올 거야. 너도 갈래?"

"음…. 됐어요. 안 갈래."

"왜? 안 보고 싶어?"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좀 그래요. 됐어. 잘 갔다 와요. 금방 오나?"

"어. 오래 안 걸려."

"그래요. 걱정시키지 말고 빨리 들어와요."

"왜에?"

키가 작은 그녀이기에 몸을 숙여 뒤에서 목을 끌어안았다.

내 얼굴이 있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린 세아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다.

"아…. 빨리 오라면 빨리 와요. 쫌."

귀여운 자식. 역시 츤데레는 귀엽다니까.

장난스럽게 가슴을 한번 움켜잡자 내 손등을 찰싹하고 때린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흐음…. 근데 안나는 어딨나? 안 보이네.

진짜 계속 꾸물거리다간 나가기 싫어질 것 같아서 옷을 훌훌 벗고 대충 씻었다.

적당히 옷을 입고 밖에 나갈 준비를 다 하니 그제야 안나가 보인다.

"썽철! 나가?"

"응. 물류센터 갔다 올 거야. 알아듣나?"

"물류? 아! 유정?"

"유정? 아. 맞아."

"잠깐! 잠깐!"

그렇게 나를 보고 말하더니 자기 방으로 가서 뭔가를 들고 오는 안나.

"뭐야?"

안나가 내게 건네준 건 편지였다. 이런 건 어디서 났데?

"유정. 유정. 편지."

"알았어. 건네줄게."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는 안나.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토닥이는데 미나가 내 쪽으로 왔다.

"지금 나가요?"

"응. 다녀올게."

"아 참. 뭐 하나만요."

"응?"

"잠시만요. 해제!"

나에게 스킬을 쓰는 미나. 질병 해제를 쓰는 건가?

"어? 오빠는 오르네. 그…. 승희랑 세아, 저랑 안나에게는 이제 스킬을 써도 스킬 숙련이 안올라요."

"진짜? 잠깐만…. 그럼 너희 몸에는 더는 질병이 없는 건가?"

"그런가 봐요. 근데 오빠는 아직 되네요."

"아…. 이거 골치네. 영원히 오르는 게 아니었어? 너 숙련 몇이지?"

"고급 22프로요."

"으음…. 아직 4천 번 정도 남았네. 4천 번이라니. 젠장. 사람은 힘들고…. 결국 동물을 써야겠네."

"네?"

"동물도 질병은 있을 테니까. 굳이 사람에게 쓸 필요는 없잖아."

"아! 그러네요!"

"동물이라…. 근처에 있는 들개라도 잡아 와야 하나?"

"어…. 근데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요?"

"일단 숙련이 정체되는 것보단 나으니까. 어차피 수면 쓰면 되고. 아니면 닭이라도 몇 마리 받아오던가 해야겠네. 암튼 알았어."

"네. 다녀오세요."

"썽철. 다녀와. 유정. 꼭."

"응. 알았어. 근데 승희는 뭐하나?"

"지금 가요!!??"

호랑인가? 자기 이름 나오니까 바로 튀어나오네.

"어. 다녀올게."

"세아는요?"

"인사했어. 뭐 멀리 나가는 것도 아닌데. 금방 다녀올게."

"네에. 다녀와요."

"빨리 와요!"

그렇게 여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벙커를 나섰다.

기분 좋은 느낌. 민희도 좋지만, 그 여자는 뭐라고 해야 하나…. 좋은 동료? 그런 느낌이다.

반면에 벙커에 있는 여자들은 가족이라는 느낌이고.

모르겠다. 굳이 그런 거에 차별을 둘 필요는 없지. 좋으면 좋은 거잖아.

하이바와 침낭을 둘러쓰고 하늘로 솟구친다.

세희 년도 괴롭히러 가야 하는데…. 자유시간을 너무 많이 주네.

들렀다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좋은 기분을 망치고 싶진 않다.

지금의 나는 따듯함과 온화함에 둘러싸여 있으니까.

괜히 기분 잡치고 싶지 않다. 일단은 그냥 두자. 굶어 죽진 않을 테니.

빨리 물류센터의 일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자. 따듯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느낌의 내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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