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247화 (24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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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공

뭐…. 그래. 강간. 할 수 있지. 이 좆같은 세상에서 안되는 게 어딨어.

하늘에서 천벌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누가 잡아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행동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제재가 없는 세상이잖아. 강간…. 그래 할 수 있지.

나도 살인할 수 있고.

광역 스킬 무효화와 수면이 들어갔고, 남자들이 그대로 쓰러졌다.

자신을 거칠게 범하던 남자가 돌 맞은 개구리처럼 쓰러지자 울부짖던 여자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다.

"우읍!!!우우읍..."

재갈이 물렸는데도 뭔가를 계속 웅얼거리는 여자.

어우. 시끄러. 귀찮으니 매혹 걸어야지.

매혹이 걸리자 그제야 조용해지는 여자.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주고 묶여있던 손도 풀어줬다.

"너. 스킬 뭐냐?"

"저는…. 기름 생성입니다."

"아 그래? 혹시 너 말고 더 잡혀 온 사람 더 있지? 두 명?"

"네? 네…. 그런 거 같아요."

일행은 아닌가? 암튼 뭐 대충 그럴 것 같은 상황이야.

탐지로 느껴지는 밑의 상황. 두 명이 붙어있는 저 기척은 그럼 저 밑에도 당하고 있다는 소리잖아.

여기 팀원들이 전부 남자일 때부터 느낌이 쎄하더라니. 쯧.

페이즈 아웃을 써야 하니 내가 함부로 죽일 수는 없다.

뭐, 죽이고 15분 기다리면 되긴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끌고 싶진 않다. 이럴 땐 뭐 방법이 있지.

여자의 매혹을 광역 스킬 무효화로 풀어주자 여자는 매혹으로 안정돼있던 마음이 다시 혼란스럽게 변한다.

"으…. 으으…."

"야. 진정하고. 이거나 받아."

"에!? 네?"

마체테를 내밀자 당황하는 여자.

"뭐가 네? 야. 니 손으로 복수하라고. 이놈들 죽일 수 있게 해줄게."

"아…."

어휴. 얼빠진 여자네. 기회를 줘도 이래.

"이걸로 목을 찍어. 여기. 보이지?"

내가 마체테로 쓰러진 남자들의 목을 가리키며 말했지만, 여자는 아직도 어리바리한 상태로 그저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됐다. 에휴…."

여자를 내버려 두고 남자들을 테이프 질 했다.

바로바로 못 죽이는 건 귀찮네. 어쩔 수 없지. 페이즈 아웃을 쓰려면 죽이는 건 한 번에 몰아서 해야 하니까.

탐지를 돌려보니 다른 놈 두 명은 바로 밑의 방이다. 그럼 뭐 간단하지.

페이즈 아웃을 써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묶어놓은 여자 하나를 남자 놈 하나가 신나게 범하고 있는 모습.

등 뒤에서 페이즈 아웃을 해제하고 바로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대부분 비슷한 반응이다. 아마 여자 입장에서는 남자가 복상사라도 하는 줄 알겠지.

귀찮으니 여자는 풀어주지 않고 남자만 테이프 질 하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여자는 놀란 얼굴로 눈만 굴린다.

그런 여자에게 윙크를 한번 해주고 다시 옆방으로 향했다.

페이즈 아웃. 벽을 건너고, 벽을 건넌다.

얼래? 여기 두 명은 그냥 남자 두 명이네. 여기는 떼씹이 아니고 순번제인가?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와 소파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는 남자.

옆방에서 페이즈 아웃을 해제하고 투명화와 반사를 걸었다. 그리고 무효화, 수면, 수면.

테이프를 꺼내서 적당히 감았다. 좋아 됐고,

호텔 방문을 열고 녀석들의 신발로 고여놨다. 페이즈 아웃을 못쓰게 되면 직접 걸어 올라와야 하니까.

이제…. 여기 층도 됐고.

이제 남은 건 밑에 네 명인데. 그럼 남자 셋에 여자 하나겠지?

또다시 페이즈 아웃. 바닥을 뚫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아오. 발목이야. 이거 조심해야겠네. 잘못해서 이 짓 하다가 발목이라도 접질리면 귀찮아져.

세 명이 모여 있는 곳에 여자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기는 안 하는 중이었다.

남자 세 놈은 노트북 하나를 보면서 뭔가 열심히 서로 이야기 하는 모습.

대체 뭘 그렇게 열심히 토론하는 거야? 근데 노트북 화면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단지 세상이 뿌옇게 돼서 그런 것만은 아닌거 같은데. 뭐, 상관없지. 알 바 아니잖아?

녀석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조용히 투명화와 반사를 썼다.

그리고 녀석들에게 뿌려지는 무효화와 수면. 자. 상황 끝. 아차. 여자부터 풀어줄걸.

에이 귀찮네. 이놈들 몸을 뒤져야 하잖아.

그렇게 해서 가까이 가는데 노트북 옆에 카드가 한 장 있다.

아…. 이건가? 다행이네. 녀석들 몸을 안 뒤져도 돼서.

노트북을 보니 야동이 재생되고 있었다.

여럿이서 여자 하나와 섹스하는 야동. 하…. 이 새끼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청각 교육하고 있던 거야?

븅신같은 새끼들. 어휴.

이제 정리 시간. 더는 페이즈 아웃을 안 써도 되니 마음껏 죽인다.

휘둘러지는 마체테. 터져 나오는 빛. 남자들 일곱은 그렇게 그들의 부장을 따라갔다.

일곱 명 잡고 52만 코인. 점점 코인 양이 감각이 없어진다. 이제는 몇십만씩 얻어도 덤덤한 느낌이라니.

그렇게 녀석들을 처리하고 여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잔뜩 피폐해진 여자 세 명. 그러나 그들이 불쌍하거나 안타깝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분명 강간당한 기억은 끔찍한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죽는 것과 비교하면…. 글쎄. 어느 게 더 낫다고 말하기가 좀 그렇네.

둘 다 끔찍한 거잖아.

어쨌든 나는 여자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너희들, 살 마음은 있냐? 세상이 지랄 같고 너희가 끔찍한 일을 당한 건 맞아. 그래도 이를 악물고 살 자신이 있냐고 물어보는 거야."

주춤거리는 세 여자. 하지만 눈빛들은 아직 죽지 않은 모습.

뭐, 이정도면 됐지. 뒷일은 알아서 해야지.

나는 상점에서 적당히 음식들을 사서 늘어놓았다.

코인을 잔뜩 벌었으니 할 수 있는 서비스.

"남양주에 가면 캐슬이라는 곳이 있어. 그리로 가라. 그럼 적어도 이 좆같은 세상에서 그나마 다리 뻗고 살 수 있으니까. 여기서 밤을 틈타 올림픽 대로로 쭉 가면 될 거야. 가다가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니까 너희들만 잘하면 그리 어렵지 않아. 알아서 해."

여자들은 나에게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나는 손을 저어 여자들의 입을 막았다.

"가고 안가고는 너희들의 자유야. 너희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럼 간다."

여자들에게 오지랖을 부리다가 15분이 지났으니 나에게 죽은 놈들은 없어졌겠지?

나는 바로 페이즈 아웃을 썼다. 음…. 역시 없네. 다행이야.

그렇게 호텔 벽을 뚫고 나갔고 나는 허공에 떠 있게 되었다. 자. 또 스릴있는 짓을 해볼 시간이야. 후우…. 할 수 있겠지? 한다?

페이즈 아웃을 해제했고, 바로 비행을 썼다.

해제하는 순간 떨어지는 느낌이 아찔했지만 바로 비행을 썼기에 더는 떨어지지 않았다.

후우…. 나같은 쫄보 새끼가 이런 짓도 하다니…. 역시 사람은 성장하는 거지. 크크크.

좋아. 이젠 남은 건 중랑. 그리고 캐슬. 캐슬은 약간 시간이 있으니 중랑 쪽부터 마저 해결하자.

공중에서 하이바를 쓰고 주섬주섬 침낭을 입으며 북쪽으로 향한다.

지상에 보이는 7호선 지하철역만 따라가면 되니 길 찾기는 편하다.

굳이 지도를 보지 않아도 되니 좋다. 공중에서 내가 보는 것 자체가 지도니까.

문제는 줌인하려면 내가 내려가야 한다는 점이 귀찮다는 거지.

그렇게 날아가 도착한 중랑구. 좋아. 이제 녀석들이 모인다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터미널. 터미널. 전에 서점 갔던데 그쪽이잖아? 아. 그때 잡았던 놈들 놔뒀으면 볼만했을 텐데.

아깝네. 서로 치고받고 하는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게 없는데.

터미널 옆에 있는 모텔이라 그랬지? 터미널은 찾기 쉬우니 상관없는데 모텔은 어떻게 찾나.

탐지 키고 열심히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나? 씨발. 지도 안 되는 건 정말 귀찮아.

근데 그런 걱정은 터미널에 도착하고 나서 바로 사라졌다.

지상에서 걸어가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했으니까.

정장을 입은 녀석들, 남자 셋에 여자 둘. 얼래? 여섯 명이어야 하는데 왜 하나가 없냐.

혹시 모르니 주변을 돌아 다른 한 명이 있나 살펴봤다. 음…. 없는데? 왜 없지?

모르겠다. 뭐, 여자가 있으니 물어보면 되겠지.

나는 그대로 그들이 가고 있는 방향 뒤로 빠르게 하강했다.

땅을 1미터 정도 남겨두고 부드럽게 멈춘 나는 그대로 무효화와 수면 세 번 매혹 두번을 썼다.

순식간에 상황 종료. 아. 아직 하나가 더 남았지.

투명화를 풀고 모습을 드러내며 여자들을 향해 말했다.

"야. 너네 한 명은 더 어디 갔어?"

나를 보고 상냥한 표정으로 말하는 한 여자.

"죽었습니다."

"엥? 죽었다고? 니네 팀장이 가기 전까진 여섯 아니었어?"

"네. 맞습니다."

"근데? 왜 죽었어?"

"저희가 죽였습니다."

단조로운 말투로 마치 개미를 밟아 죽였다는 듯 무심하게 말하는 여자.

"왜?"

"나대서요."

"캬아. 그래. 그렇다고? 근데 그렇게 막 죽여도 되는 거야?"

"괜찮습니다. 사고사는 흔한 일이니까요."

"어이구 지랄들을 하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 너희도 사고사다."

남자 세 놈을 죽이고 여자들도 재운 다음 바로 죽였다.

하. 역시 나만 씹새끼가 아니라니까. 다들 이정도는 평균으로 한단 말이지.

의외로 간단하게 일이 해결됐다. 코인도 34만이나 또 얻었고. 아. 홀가분하네.

보유 코인이 500만을 넘었다. 캬. 이걸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나지?

지금껏 얻어보지 못한 코인 양. 아. 빨리 벙커로 가서 포션으로 바꾸고 먹이고 싶다.

스킬 하나 마스터하는데 필요한 숙련이 6250번. 회복 포션 소로 계산하면 313개. 코인으로 계산하면 62만 정도.

스킬 여덟 개를 마스터 할 수 있는 양이다. 얼래. 이렇게 놓고 보니 생각보다 양이 적네.

하긴…. 사람이 넷이니 어쩔 수 없구나. 어휴. 더 빡쎄게 벌어야 하네. 500만 가지고 룰루랄라 할 상황이 아니었어.

게다가 스킬 배우는 코인은 넣지도 않았잖아. 어휴. 씨벌. 끔찍하다 끔찍해.

그냥 벙커의 넷은 평화롭게 살라고 하고 나만 성장하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하아. 정말….

모르겠다. 일단 뭐…. 내가 바로 스킬을 팍팍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내 스킬은 계속해서 올리고 여유분으로 올려주는 거지.

이제 컴퍼니에 남은 놈들은 캐슬에 남아있는 녀석들뿐이다.

거기는…. 일단 민희가 아는 녀석들이라고 했으니 활용할 생각을 해봐야겠지?

원래대로라면 캐슬은 무방비 상태로 미끼 역할을 시키려고 했지만, 녀석들을 살려놓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나름대로 쓸모 있는 놈들이잖아. 민희가 아는 녀석들이라고 했으니 써먹기도 편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거기 상무인지 나발인지를 치워야 할 텐데.

일단 그건 민희랑 한번 이야기해 보자. 뭐 좋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으니.

호텔까지 날아간 나는 민희가 있는 방으로 바로 날아갔다.

어디 보자…. 여기네. 투명화를 풀고 유리창을 퉁퉁 치자 내 모습을 본 민희가 놀라는 모습이 보인다.

뭐라고뭐라고 하는데 방음이 잘돼서 그런가 하나도 안 들린다. 어디 여기서도 한번 해볼까?

그렇게 뒤로 물러나려다가 잠시 몸을 멈췄다.

생각해보니 굳이 다이빙할 필요 없잖아? 상상력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데?

공중에서 페이즈 아웃을 쓰면서 바로 허공에 바닥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 역시 됐어. 이거지. 그래. 안될 리가 없어.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뿌연 세계에서 허공에 떠 있는 나의 모습. 그리고 나는 벽을 스르륵 통과했다.

갑자기 내가 사라지자 바깥을 계속해서 보고 있는 민희. 그대로 페이즈 아웃을 풀자 깜짝 놀라서 외친다.

"어머나!"

"짜잔."

"뭐에요? 어떻게 한 거예요?"

"비행과 페이즈 아웃의 조합이랄까?"

"세상에. 나는 그 스킬 안 배울래요."

"왜? 얼마나 유용한데."

"복잡한 건 질색이야. 나는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고요."

"의사면서 이상한 소리를 하네. 똑똑하기로 따지면 나보다 몇 배는 더 똑똑하겠구만."

"그거랑 이거랑은 달라요. 암튼…. 나는 못해. 상상도 안 되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일단 나랑 이야기 좀 하자."

"네? 뭔데요?"

알몸에 호텔 가운만 입고 있는 민희가 의자에 앉으며 다리를 꼰다.

활짝 드러난 맨다리와 호텔 가운에 살짝 가려져 있는 안쪽.

아…. 그러시면 또 내가 참을 수가 없는데…. 아냐. 인제 그만하자. 한두 번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아.

"이제 컴퍼니는 캐슬에 남은 놈들 밖에 남지 않았어.“

민희의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내가 말하자 민희는 한숨을 푹 쉬며 말한다.

"하아…. 진짜. 5년을 넘게 세를 불린 곳을 어떻게 그렇게 하루 만에 망하게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게. 인상 무상이네. 암튼, 그렇게 됐으니 이제 캐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고."

"한 대 피워도 되죠?"

"나랑 있을 때 굳이 일일이 물어보지 않아도 돼."

"그래도. 매너니까."

수납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바로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민희.

참…. 느낌 있단 말이지. 저런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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