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232화 (23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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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투명화를 풀고 식당 앞으로 가니까 안쪽에서 초췌한 얼굴로 밖을 보던 녀석들이 나를 보더니 부랴부랴 몸을 일으킨다.

밤새 긴장해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모습.

밤새 사람을 죽인 나도 멀쩡한데…. 너무 나약한 거 아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를 중심으로 둥글게 물러나는 녀석들.

"여기 대표는 누구냐."

내가 물어보자 아무도 대답을 못 한다. 그러다가 아까 그 남자애를 하나둘씩 바라보는 녀석들.

하긴, 여기 대표가 어딨겠어. 다 같이 핍박받고 착취당하던 놈들인데.

"너 나와봐."

"네…."

기둥에 묶여있던 걸 구해준 녀석. 어정쩡하게 나온 녀석은 머쓱한 듯 고개를 긁적거린다.

저런 모습을 보면 그냥 전형적인 고딩인데.

"이름은?"

"예준요. 서예준."

"좋아. 예준아. 이제부턴 니가 여기 사람들의 대표야. 그리고 여기 캐슬은 이제 너희 거야."

놀라서 눈을 크게 뜨는 사람들.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게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다들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날 거야. 여기는 온전히 너희의 것이야. 그러니 알아서 잘 살아. 아. 만약 컴퍼니가 오면 그 녀석들에게 절대 반항하지 말고 순응해라."

"네?"

"그 녀석들이 너희를 죽이거나 하진 않을 거다. 너희한테 가혹하게 굴지도 않을 것이고. 그러니 잠시 순응해. 알아서 해결해줄 테니까."

"아…. 네. 알겠어요."

"잘해봐. 나는 간다."

"어? 저기…."

"왜?"

"궁금한 게 있는데…."

"말해봐."

"대체 왜 저희에게 이렇게 해주시는 건가요? 이유가 뭐예요?"

이유…. 이유. 그런 거 없다. 그냥 어린애들을 죽이기 싫었을 뿐이다.

굳이 구구절절하고 커다란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너. 스킬은 뭐지?"

"저요…. 저는 질병 치료…."

"네가 선택했나?"

"아뇨…. 아버지가 고르라고 했었죠."

"그래. 네 선택도 아니었고 지금 이 꼴이 된 것도 네 잘못은 아니지. 네 아버지는 어디 갔지?"

"돌아가셨어요…."

"결국, 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람은 다 책임도 못 지고 죽어버렸어. 억울하지 않냐?"

"그래도 아버지는 좋은 분이었어요! 끝까지 저를 감싸다가…."

"이 쓰레기 같은 세상에 남겨놓는 게 좋은 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말에 예준이는 약간 움찔하는 게 보였다.

본인도 알 거다.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니겠지. 자신을 구하고 죽어버린 아버지를 원망한 적이 없었을까? 아니…. 분명 있었을걸?

"그런 불합리한 결과로 억울하게 당하는 게 안타까워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일 뿐이야. 하지만 나는 네 아버지가 아니지. 두고두고 너를 지켜주지는 못해. 그러니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두번은 찾아오지 않는 우연."

"네…."

"암튼 잘 살아나가 봐. 간다."

그렇게 대답도 듣지 않고 투명화를 썼다.

내가 모습을 감추자 내가 있던 자리를 보면서 부러운 표정을 짓는 녀석.

부럽겠지. 특히 저렇게 어린 나이부터 스킬로 차별을 받았다면 좋은 스킬에 대한 갈망은 더 커질 테고.

하지만 이미 펜스가 있는 나에겐 여기는 이제 관심 밖의 장소일 뿐이다.

그저 간혹가다 한 번씩 와서 상태를 훑어보는 용?

여기는 말 그대로 식량창고다. 아무런 방어가 없는 식량창고.

게임으로 따지면 필드에 자원과 일꾼들이 방치되어있는 곳.

과연 힘 있는 놈들이 우연이라도 여기러 왔을 때 쟤들을 죽이려 들까? 아닐 거다.

미친 정신병자 새끼들이 아닌 이상 여기를 점거하려 들겠지. 나는 그것만 종종 확인하면 된다.

사람답게 굴며 공존하는 놈들이라면 지켜보고, 좆같이 구는 새끼들이라면 쳐 죽여버리고.

이제 여기도 대충 정리가 끝났으니 이제 세희랑 놀 시간이다.

근데 어디로 가지? 고민되네.

일단 세희에게 갔다. 카드를 찍고 안으로 들어가니 세희는 그저 문에 난 구멍을 노려보고 있었다.

거기로 안쪽을 들여다보는 나는 마치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해졌다.

"자위는 즐거웠어?"

내 목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는 세희.

나는 투명화를 풀고 카드를 찍어서 그대로 문을 열었다.

반사가 있는 걸 알아서 그런지 아무것도 못 하고 나를 노려보기만 하는 세희.

"즐거웠냐고 물어보잖아."

"너 뭐야! 나한테 왜 이래!?"

"뭐긴? 니가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 하는 권성현이지. 이래서 문제라니까. 남에게 피해를 줬던 놈들은 자기들이 했던 짓은 하나도 기억 못 하더라고. 당한 사람들은 평생을 고생하는데."

그래도 이년은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는 있는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아깝다. 한마디라도 더했으면 귀싸대기를 한 대 날리려고 했는데.

"자. 이제 나가자. 우리의 보금자리로 가야지."

"뭐?"

"내가 너를 위해 구해놓은 곳이란 말이야. 어쩌다 보니 이제야 데리고 갈 수 있게 됐네."

"미친놈…."

억지로 끌고 갈 수도 있지만, 지금은 너무 귀찮다.

게다가 나도 잠을 좀 자야 하니까. 슬슬 졸려 죽겠다고.

뒤로 물러나서 광역 스킬 무효화를 걸고 매혹을 걸었다.

나를 보고 웃는 세희. 으. 저 웃음은 볼 때마다 무서워.

그런 그녀에게 복도에 떨어져 있던 치파오 홀복을 던져주고 옷을 입으라고 시켰다.

음…. 성채 새끼.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놈이야. 이런 옷은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홀복 위에 롱패딩까지 입은 세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문제는 이 여자를 어떻게 데리고 가냐는 건데.

걸어가기엔 조금 멀다. 이 여자를 들고 날 수 있을까?

"안겨봐."

나에게 다가와 꼭 안기는 세희. 그런 그녀를 안고 비행을 썼다.

혹시 뭔가 문제가 있을까 싶었는데 비행은 스무스하게 잘 됐다.

다행이네. 그럼 내가 안고 갈 수 있기만 하면 비행은 문제없다는 소리잖아?

신체 능력 강화 덕분인지 세희 정도 들고 가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없으니까.

뭐…. 오래 안고 있으면 힘들 수도 있지만.

비행으로 컨테이너 벽을 넘어 다시 바닥에 내려오니 세희가 벌벌 떨고 있다.

생각해보니 롱패딩 안쪽은 맨몸이잖아? 춥긴 춥겠네.

"야. 너 여기 들어가라."

배낭에 매달아 놓았던 침낭을 풀어 세희를 집어넣었다.

침낭 입구까지 꽉 조여버리자 산 위에서 추위에 벌벌 떨면서 잠을 청하는 산악인 같은 모습이 된 세희.

나는 독개구리 하이바를 쓰고 세희를 안은 다음 비행을 시작했다.

너무 높게 날다가 실수로 놓쳐버리기라도 하면 세희는 세희였던 것이 되어버릴 테니 땅에서 조금 몸을 띄우고 도로 위를 날았다.

어휴. 빨리 스킬을 올려야지. 지금은 너무 느려.

그렇게 한참을 날아 익숙한 동네로 접어들었다.

중동. 본진 벙커가 있는 곳.

내가 다 잡아 죽인 탓에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지역.

무슨 고레벨 사냥터 같네. 죽음과 공허만 가득한 곳이라니.

오랜만에 찾아온 본진.

어차피 안에 공조는 잘 돌아가고 있어서 그런지 쾌적한 느낌이다.

내게는 아주 익숙한 곳. 그리고 그런 그곳에 세희를 데려오니 감회가 남다르다.

"좋지? 여길 너 때문에 구한 거라고."

"정말요?"

침낭에서 나와 롱패딩까지 벗은 세희는 신기한 듯 벙커를 살펴본다.

하하…. 그래. 거의 5년 전쯤. 세희와 이곳에 이렇게 둘이 들어오길 바라긴 했었지.

지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이리 와봐."

자물쇠가 달린 방으로 세희를 불렀다.

방안에 들어온 세희를 침대에 앉혔고, 수면을 썼다.

그대로 픽 쓰러지는 세희.

그런 여자를 말없이 잠시 바라봤다.

길고 긴 시간이었다. 이제야 완전히 내 수중에 들어온 장난감.

하고 싶은 게 많아. 천천히 즐겨봐야지.

테이프를 꺼냈다.

검증돼있는 방법부터 해봐야지.

홀복을 벗기고 알몸으로 만든 뒤 테이프로 다리를 M자로 묶었다.

팔도 묶고 입에도 테이프를 붙인다…. 자. 이제 됐고.

가만있자…. 내가 어디다 놨더라.

분명 여기 어디 놨었는데. 아. 여깄다.

많은 여자를 거친 바이브레이터.

스위치를 켜보니 윙윙거리며 여전히 그 위용을 자랑한다.

그리고 전동 딜도.

스위치를 켜보니 부웅부웅 거리며 위협적으로 떨리는 모습.

다시 이걸 쓰게 될 줄이야. 뭐, 이거만큼 좋은 게 없지.

아차. 이걸 쓰려면 속옷이라도 하나 입혀야 했는데. 빠진단 말이지.

어쩔 수 없지 뭐.

세희의 보지에 전동 딜도를 넣었다.

뻑뻑해서 잘 안 들어갔지만, 뭐 어떻게 넣을 수는 있었다.

고정이 안 되니 테이프로 빠지지 않게 허벅지에 감아 잘 붙여놨다. 이러면 빠지지는 않겠지.

그리고 양쪽 젖꼭지에도 바이브레이터 하나씩을 붙이고 테이프 칠을 했다.

자. 세팅 완료.

스위치를 켜자 방안에 오랜만에 진동 삼중창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희에게 광역 스킬 무효화를 썼다.

수면과 매혹이 전부 사라지며 번쩍 눈을 뜨는 세희.

"읍!!!읍읍읍읍!!!"

"좋지? 혼자 자위하는 것보단 이게 더 좋을 거야."

"읍읍읍읍!!!!"

"아. 너무 좋다고? 알았어. 그렇게 만족하는 모습 보니 기쁘네."

"읍!!!읍읍!!"

"부족하면 뒤에도 꽂아줄까?"

더는 읍읍거리지 않고 나를 무섭게 노려보는 세희.

음…. 아직 자기 처지를 이해 못하는 거 같아. 뭐, 괜찮아.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그럼 좋은 시간 되라고. 나는 한숨 자고 올 거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제야 아차 하는 표정이 된다.

저렇게 멍청한 여자가 아니었는데…. 내가 너무 과대평가했던 걸까?

그래도 나름 마녀라고 불리던 여잔데. 어쩌다가 저렇게 됐는지.

그대로 방 밖으로 나와 문을 닫고 잠갔다.

한동안 방의 주인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입주자가 생겼네.

문뜩 이 방에 있었던 여자들이 떠올랐지만, 이내 머리에서 지웠다.

이제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아닌데…. 생각해 봐야 뭐하겠어. 아. 지연이는 살아있구나. 죽은 사람 취급할뻔했네.

슬슬 나도 자야겠다.

잠을 자야 또 뭔가를 하지. 사람은 왜 이리 귀찮게 잠을 자야 하는 걸까?

잠을 안 잘 수 있다면 인류는 적어도 30퍼센트는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피곤하긴 피곤한가 보다. 병신 같은 생각을 처하는 거 보니까.

아무리 피곤해도 체력을 남길 수는 없지.

침대에 누워서 피로가 몰려올 때까지 비행을 썼다.

상당히 웃긴 경험이다.

누워서 비행 스킬을 쓴 다음 몸이 떠오르게 하면 누운 자세 그대로 몸을 떠오르게 할 수 있다.

무슨 마술 트릭 같네. 누운 자세로 몸을 띄우다니.

그렇게 남은 체력을 모두 쓰고 나서 죽을 것 같은 상태에서 나 자신에게 수면을 썼다.

씨발…. 이렇게 체력을 다 쥐어짰는데도 세 번이나 실패하네….

상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다.

이야. 어쩜 이렇게 상쾌하지? 정말…. 새로 태어난 느낌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마음속에 안고 있었던 근심거리 하나가 해결돼서 그런가? 역시 저 옆방에 있는 세희 때문이겠지?

시계를 보니 12시간이나 잠을 잤다.

어이구. 우리 세희 씨는 괜찮을까 몰라.

느긋하게 일어나 물을 한잔 마시고 반사를 킨 다음 방문을 열었다.

아직 웅웅거리는 진동 소리.

세희를 보니 아주 가관이었다.

사라지지 않았으니 죽은 건 아닐 텐데 침대 시트를 잔뜩 적셔놓은 상태로 그 위에서 기절한 듯 쓰러져있다.

으. 냄새. 오줌을 얼마나 싼 거야? 장난 아니네.

딜도와 바이브레이터의 스위치를 끈 다음 테이프를 제거하고 발로 세희를 흔들어 깨웠다.

한참을 흔들자 눈을 뜨는 세희. 그러더니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째려본다.

"어휴. 역시 하루 만에 뭔가 짠! 하고 바뀔 거라고 생각은 안 했어."

나는 발가락으로 세희의 다리 사이를 툭툭 건드렸다.

닿을 때마다 욱신거리는지 몸을 비트는 여자. 치우라는 듯 내 발을 밀어내지만, 힘이 하나도 없는지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

일단…. 뭘 먹이고 씻기고 해야겠네.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매혹을 걸었다.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떻든 내가 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되는 상태.

접시 하나를 가져와 바닥에 놓고 MRE하나를 데워서 접시에 부었다.

"먹어. 개처럼 입으로만."

충실한 한 마리 개가 된 세희는 침대에서 기어 내려와 바닥에 엎드려 접시에 코를 박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웃음이 나올만한 모습이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그럴 사람이 없네.

이사장 새끼랑 원장이 왜 매혹 가진 놈들끼리 모여서 그 지랄을 했는지 조금 이해가 간다.

자기들끼리만 보기 아까웠던 거지. 이런…. 이런게 이해 가는 거 보면 역시 나도 쓰레기가 맞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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