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230화 (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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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머리에 헐벗은 여자 몸만 떠올리던 사내새끼.

분명 아직 어린애인데 사회에서는 그런 애새끼한테 성인이라는 딱지를 붙여줬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간 대학교. 많은 것이 새로워 보였다. 정말 내가 성인이 된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 봤던 정세희. 세상에서 가장 이쁜 여자처럼 생각됐었던 여자.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 내 어깨에 살짝 손이 닿았을 때, 공강 시간에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MT 갔을 때 술에 취해 발그레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내 뺨을 만졌던 그 모습.

언젠간 술자리에서 자꾸 선배 하나가 집적댄다고 나에게 톡을 보냈었을 때 한걸음에 달려가자 내게 지어줬던 미소.

여자에 대한 면역이 없던 그 시절, 세희는 존재 자체가 자극이었다.

전공 책보다 세희를 더 많이 쳐다봤을 정도니까.

하지만 과에서 세희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누구와 모텔에서 나왔다더라, 누구랑 사귄다더라, 양다리를 걸친다더라….

인맥 관계가 넓지 않은 내 귀에도 그런 소문이 들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런 건 안 믿었다.

원래 이쁜 여자들은 그런 소문이 많이 났으니까. 주변에서 시기하는 여자들이 많잖아.

본인은 그런 거 신경 안 쓴다고 담담하게 말하기도 했었고.

돈에 대한 소문도 들렸다.

이 남자 저 남자들에게 돈을 빌리고 다닌다고.

그 소문을 들었을 때는 나도 살짝 철렁하긴 했다. 어머니 수술비 이야기를 했을 때 알바로 모아뒀던 100만 원을 빌려준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결국 그것도 귀를 닫았다.

수술비를 빌리는데 난 소문이 와전됐을 거라고 믿었다.

콩깍지는…. 생각보다 위험하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고 싶은 대로만 사람을 바라보게 돼 있다.

세상이 망했을 때 내 첫 살인 역시 세희를 위해서였으니까.

그녀가 웃어준다면 살인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었지.

망해버린 세상과 미쳐버린 사람들, 그리고 콩깍지.

남자가 눈에 뭐가 씌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모습.

내가 이년의 마수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망하고 수면 스킬을 고른 후 불면증에서 벗어나 즐거웠던 그때.

세희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줘야 한다고 착각하며 살았던 그때.

내가 벙커를 구한 이유도 솔직히 말하면 세희를 위해서였다.

세희의 주변에서 알랑거리던 남자들, 내가 봤을 때는 그 녀석들은 실속이 없었다.

그저 겉만 번지르르하고 세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멍청한 놈들로 보였으니까.

나는 그런 녀석들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옆에서 달콤한 말만 해대는 놈들과는 다르다고, 나는 네게 필요한 것들을 줄 수 있다고.

그렇게 벙커 제작회사를 가서 고객들의 주소가 적혀있던 명단을 가져온 날.

그날 정세희와 정종찬, 그리고 화학과 동기들은 자신들 주변에 있던 남자들을 모두 죽였다.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이 매혹으로 낚아온 남자들이 죽는 모습을 바라보고 웃고 있던 여자.

그리고 그 앞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살인을 하고 있던 정종찬.

"몇 명 없는데…. 없는 녀석들은 어떻게 하지? 찾아가서 죽여야 하나?"

"냅둬. 어차피 쓸모도 없는 놈들이야. 가만 놔둬도 죽을 텐데 뭐하러 신경 써? 그나저나 빨리 가자 시간 없어."

그때 했던 말들…. 토시 하나 안 틀리고 기억한다.

그래. 그게 내 위치였다. 굳이 찾아 죽일 필요도 없는…. 그런 놈.

하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병신 호구 새끼였네.

어쨌든 그런 세희가 지금 내 앞에서 그때와 같이 웃고 있다.

다소 빛바랜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모습으로.

"일어나봐."

매혹에 걸려있기에 충실하게 내 말을 듣는 세희.

지난 몇 년간 고민했던 것들은 그런 거였다.

천천히 복수해야 하는데…. 만나자마자 죽여버리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굉장히 하찮은 느낌. 이런 거로 고민하고 신경 썼다는 게 아까울 정도.

"너, 스킬은 뭐 있지?"

"매혹이랑 반사."

하찮다. 정말 하찮다. 무슨 짓을 해도 이젠 내게 위협이 되지 않는 여자.

"옷. 벗어."

성채 새끼…. 미적 감각은 확실히 있었어.

치파오라니. 어디서 이런 걸 구해서 입힌 거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치파오의 모습을 한 홀복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내가 말하자 바로 옷을 벗어버리고 알몸이 된 세희.

"따라와."

좁은 방에서 나와 복도로 나갔다.

방안은 좁아서 광역 스킬 무효화를 쓸 수가 없다. 아니. 쓸 수는 있어도 나까지 전부 풀린다.

매혹 스킬 가지고 있는 여자 앞에서 반사가 꺼지게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세희만 범위에 닿게 광역 스킬 무효화를 썼다.

머리 위에 있던 시간이 사라지고 웃고 있던 세희의 표정이 바로 일그러진다.

"너! 너! 뭐야!?"

"뭐긴 뭐야. 니가 아는 '권성현'이지."

"이런 씨발!!!"

"옛날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고생이 많았나 봐. 상당히 추해졌구나?"

"다…. 닥쳐!"

그런 거다.

어렸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금박 반짝이 스티커가 지금 봤을 땐 그저 조잡한 종이 쪼가리인걸 깨닫는 기분.

물론 세희는 그 정도로 조잡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예전만큼 반짝거리진 않는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세희.

이 여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죽이는 건 선택지에 없다. 매혹 스킬 마스터를 함부로 죽일 수는 없지.

컴퍼니 녀석들에게 정보 캐려면 이 여자는 꼭 있어야 한다.

질문이 잘못됐었네.

이 여자를 어떻게 가지고 놀면 좋을까?

새로 생긴 장난감. 비록 새것은 아니지만 가지고 싶던 장난감이니 해보고 싶었던 건 다 해봐야지?

세희의 목을 잡고 그대로 벽에 밀어붙였다.

쾅!

"어억…."

내 팔을 붙잡고 바둥거리며 몸부림치는 세희.

숨이 막히는 듯 캑캑거리지만 숨을 못 쉴 정도로 세게 잡진 않았다.

엄살과 과잉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여자.

보통 이러면 주변에서 오구오구 해줬으니까.

그래 이 여자의 손에 가시라도 하나 박히면 주변에서 난리가 났었지.

"너도 매혹은 질리게 써봤으니까 잘 알겠지? 매혹당해도 당했을 때 기억은 생생하잖아. 그치?"

"큭…. 놔…. 이…. 새끼…."

"시끄러워."

세희의 배에 주먹을 날렸다.

"커억."

으음…. 여자를 죽여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폭력을 행사한 적은 거의 없는 거 같은데.

섹스할 때 엉덩이 때려본 게 다라고.

통증에 말도 못 꺼내고 컥컥거리는 여자.

음…. 별로 뒷맛이 깔끔하지는 않다. 자극적이긴 한데 즐겁다는 느낌은 안 드네.

여기사가 올 때까지 아직 시간은 꽤 남았으니 세희와 놀 시간은 충분하겠지?

"니가 자초한 짓이야. 매혹에 걸린 상태로 니가 무슨 짓을 하게 되는지 잘 봐둬."

그렇게 세희에게 매혹을 걸었다.

배에 느껴지는 통증에도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여자.

정말…. 매혹이라는 스킬은 끔찍해.

쓰면서도 항상 드는 생각이다. 너무나 유용하고 잔인하다.

세희의 목을 놔줬고 콜록거리던 여자는 나를 보며 우두커니 서 있다.

"음…. 뭐부터 해볼까?"

생각해놓은 건 많았는데 계절이 안 맞네.

왜 겨울에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 했을까?

일단 아쉬운 대로 여기서라도 해야지.

"개처럼 기어."

바로 엎드리는 세희. 그리고 엉금엉금 앞으로 기기 시작했다.

무릎을 딛고 앞으로 갈 때마다 벌어지며 보이는 적나라한 음부.

야하다기보다는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건 찍어놔야겠어. 바로 스마트 폰을 꺼내서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짖어. 개새끼는 짖어야지?"

"왈왈! 왈왈!"

웃기다. 그리고 슬퍼졌다.

왜 슬프지? 왜 기쁘지가 않지?

그토록 바라던 순간인데. 왜 속시원하게 즐거운 느낌이 안 날까?

"다리를 들고 오줌 싸 봐. 개새끼라면 제대로 해야지? 안 그래?"

벽에 다가가 다리를 드는 세희.

한참을 그렇게 있더니 쪼르르 하고 오줌을 싸기 시작한다.

더럽고 추하면서도 야한 모습. 하하…. 진짜….

그렇게 오줌싸는 모습까지 찍고 촬영을 끝냈다.

그리고 광역 스킬 무효화로 매혹을 풀어버렸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세희.

나는 동영상을 재생시키고 소리를 최대로 킨 다음 화면을 그녀 쪽으로 향했다.

왈왈 짓는 목소리에서 오줌을 싸는 소리까지.

영상은 작아서 안보이려나?

"이…. 개새끼가!!"

바로 내게 달려드는 세희.

하지만 일반 여자의 힘으로 나를 어쩔 수는 없다.

내가 신체 능력 증가 패시브가 없었어도 나를 이길 수 없었을 텐데, 스킬이 있는 지금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저 툭 하고 밀었을 뿐인데 세희는 뒤로 나동그라졌다.

"개새끼는 너고. 봐봐. 여기 영상도 있네."

다시 한번 재생하자 악에 받친 여자가 다시 내게 달려든다.

내 손에 든 스마트 폰을 뺏으려고 갖은 지랄을 떨지만…. 의미 없는 몸짓이지.

나는 스마트 폰을 주머니에 넣고 세희의 두 팔을 머리 위로 휘어잡아 벽으로 밀었다.

꼼짝없이 사로잡힌 여자. 이제는 발로 나를 차기 시작한다.

"작작해라."

한 번 더 배빵을 놓으니 힘이 쭉 빠지는 듯 발로 차던 걸 멈춘다.

고통을 느끼면서도 나를 노려보는 세희. 안타깝지만 눈빛만으로는 뭐 할 수 있는 게 없어.

"니 사고방식으론 예전에 저질렀던 짓의 대가라는 생각은 죽어도 못하겠지?"

한 손으로 두 팔을 꽉 잡은 채 다른 손으로 가슴을 움켜잡았다.

제법 세게 잡아서 그런지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

그렇게 만져보고 싶던 가슴인데. 이렇게 만지게 되네. 이젠 아무 의미도 없는데.

"여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과연 흥분할까?"

젖꼭지를 잡자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한 번 더 나를 발로 차려 했지만, 내가 주먹을 쥐자 움찔하며 발을 멈춘다.

"차보지 그랬어. 네 발차기 한대당 배빵 한대야. 한 열 번 정도 차보지그래?"

이를 악물고 경멸하는 표정. 으음. 맘에 드는 표정이야. 그래. 그 정도 독기는 있어야지.

다시 손가락으로 젖꼭지를 잡았다.

방금까지 있던 일이 무색하게 부드럽게 꼭지를 만지작거렸다.

예상외의 내 손길에 살짝 움찔하는 세희.

그러더니 자신이 움찔했다는 것에 자존심 상하는 표정이 된다.

"왜? 좋았어?"

"닥쳐!"

"아직 안 좋아? 알았어. 기다려봐."

확실히 신체 능력 증가 스킬이 좋긴 좋은가보다.

한 손으로 두 팔을 잡고 있는데 아예 꼼짝도 못 하는 모습.

이거…. 근력 운동을 해야겠네. 역시 남자는 힘이지.

아예 입으로 가슴을 빨면서 다른 손으로 꼭지를 만졌다.

고개를 바둥거리며 반항하지만 그래 봐야 지 머리만 어지럽지.

"하지 마! 씨발! 하지 말라고! 개새끼야!!"

느껴지는 게 싫은지 비명을 계속 지른다.

아오. 귀아파. 테이프로 입을 막아야 하나?

놔두자. 놔두면 지가 목 아파서 그만두겠지.

양쪽 꼭지에 느껴지는 감각이 강해질수록 말에서 욕의 비중이 늘어난다.

조금만 더 하면 말에 욕밖에 안 남겠는데?

내가 가슴에서 입과 손을 떼자 그제야 씩씩거리며 입을 다문다.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나 보지?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음부. 이런 상황에서도 젖을 수 밖에 없는 불쌍한 몸.

그 사이로 손가락을 쑥 집어넣었다.

"흑…. 개새끼야! 빼! 빼라고!"

거참 시끄럽네. 언제까지 계속 이럴 수 있나 보자.

손가락을 깊숙하게 쑤셔 넣었다.

난폭한 내 손짓에 어쩔 수 없이 허리가 들리는 세희.

"오. 이봐라. 역시 몸은 솔직하네."

"씨발 새끼! 개새끼! 쓰레기 같은 새끼!"

봐봐. 욕만 하게 되잖아. 역시 나는 예언가가 아닐까?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렸다.

안쪽을 헤집을수록 많아지는 애액.

그런 손가락을 빼서 세희의 얼굴 앞에 가져다 댔다.

"봐봐. 이게 네 아래쪽의 상황이야. 그렇게 좋은 거야?"

"닥쳐! 개새끼야!"

나는 그런 세희의 아래에 다시 손가락을 넣었다.

다시 한번 허리가 움찔거렸고 그런 자신의 모습이 끔찍한 듯 인상을 쓴다.

"몸에 힘 좀 빼라. 즐기라고. 반항하지 말고."

"큭…."

느껴지는 게 강해지니 욕할 기운도 없나 보다. 이를 악물고 참고 있는 모습.

그렇게 어디까지 참을 수 있나 계속해서 만지고 있는데 탐지에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뭐지? 여기사인가? 생각보다 일찍 오네?

세희에게 매혹을 걸었다.

"아흣…."

매혹에 걸리자마자 환하게 웃다가 바로 신음을 내뱉는 세희.

참…. 이런 극적인 변화라니…. 끔찍해 정말.

"너. 거기에서 자위하고 있어."

세희에게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얼마 있지 않아 여기사의 모습이 보였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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