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202화 (20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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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석 연휴 9월 9일과 10일은 각각 자정에 한편씩만 연재 됩니다!

11일 부터는 다시 연참 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늘 감사합니다! 달아주시는 댓글들, 모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되세요!

경영 악화

과장과 대리. 두 남자를 질질 끌어 각각 서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끌고 갔다.

"이보쇼. 어…. 과장님?"

나를 죽일 듯이 바라보는 남자. 하긴, 허벅지에 칼침을 놨는데 이런 반응이 당연하겠지.

"에헤이. 그렇게 보지는 말고. 내가 당신을 찌르고 싶어서 찔렀겠어? 부장님이 입을 안 여니까 그런 거잖아. 내 잘못이 아니라고. 댁네 부장 탓이라니까?"

일곱 살짜리 애한테도 먹힐까 말까 하는 소리를 찍찍해대는 나를 바라보는 과장.

"자. 그렇게 보지 말고 잘 들어봐. 내가 당신이랑 저 대리란 사람 둘 중의 하나는 살려줄 생각이거든? 거기에 추가로 저 여자 있지? 저기 벗고 있는 여자 말야. 저 여자랑도 하게 해줄게. 딱 시원하게 입 털고 그대로 여길 빠져나가서 새로운 삶을 사는 거야. 어때?"

말을 하면서도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어떤 병신새끼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겠어. 어차피 죽일 거 뻔히 아는데.

이 과장이라는 놈 역시 나를 죽일 것 같이 바라보던 눈에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 이거 참…. 이런 취급 받는 건 별로 맘에 안 드는데.

"싫지? 알았어. 그럼. 넌 됐고."

이번엔 대리에게 다가간다.

과장과는 다르게 이놈의 눈빛엔 두려움이 깃들어있다. 으음…. 그래?

"자…. 방금 과장이 나에게 말한 게 있는데 니가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나에게 알려주면 니가 살고 적으면 저 과장이 살아. 그러니까 둘 중에 말을 많이 한 한 사람만 산다는 거야. 게다가 그렇게 살아난 사람에겐 방금 그 여자 있지? 그 여자랑 하게 해줄 거야. 섹스도 하고, 여기서 살아서 도망갈 수도 있고. 얼마나 좋아? 솔직히 기절이랑 투명화 스킬을 가졌으면 어디 가서도 살 수 있잖아? 여기서 개죽음당할 필요가 없어. 어때. 생각 있어?"

어떤 병신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까 했는데…. 여기 병신이 있다.

이 대리라는 새끼…. 눈빛에 희망이 엿보인다. 하하. 설마 이런 등신 같은 소리를 믿는 거야?

"저 과장이란 놈. 어지간히 살고 싶은가 봐. 니 험담도 뭐라고뭐라고 하는데 차마 못듣겠더라. 너 저 과장이랑 사이 별로 안 좋지?"

내가 사회생활을 해본 적은 없어도 과장과 대리가 사이좋을 확률은 군대 있을 때가 좋았다는 사람의 확률과 비슷한 정도라고 알고 있다.

거의 없다는 이야기지.

내 말을 들은 대리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진다. 하. 이 새끼. 진짜 단순한 새끼네.

나는 여자가 있는 곳으로 와서 여자를 번쩍 들어 안고 대리의 앞으로 왔다.

눈앞에 있는 가슴에 시선을 빼앗기는 남자.

나는 그런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만지고 싶지 않아? 여기도 있는데."

내 손이 여자의 속옷 안으로 들어가자 대리의 눈이 커진다.

자는 여자의 안쪽에 손가락을 넣고 조금 움직이자 여자가 몸을 움찔했다,

그런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는 대리.

"자. 네 입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떼줄 거야. 기절이든 투명화든 쓰는 순간 너는 아웃이야. 네 입은 내 말에 대답하는 거랑 이 여자의 가슴을 빠는 것밖에 할 수가 없어. 알겠지?"

대답을 듣기도 전에 대리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버렸다.

정말로 떼줄지는 몰랐는지 깜짝 놀라는 모습.

"자. 빨아봐."

내 말을 듣자 내 얼굴과 여자의 가슴을 번갈아 바라보던 대리는 그대로 여자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마치 아기처럼 젖을 빠는 남자.

와…. 씨발. 역시 세상에 병신은 많구나. 이게 되네.

이 새끼는 정말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진짜 지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냐?

어디 조금 더 나가볼까?

"자. 움직이지 마. 네 테이프 뜯어주는 거니까. 움직이면 베인다."

이놈이 완력으로 나를 제압하기 전에 재울 자신이 있으니 한번 시도해본다.

이 정도는 해야 이놈도 희망을 품고 알고 있는 것을 순순히 말해주겠지?

내가 정말로 테이프를 끊어주자 자유로워진 팔과 다리를 바라보다가 나를 바라본다.

"자 물어볼 테니 대답해라. 대답을 잘 하면 넌 그대로 걸어나가는 거고, 시원찮으면 그냥 죽는 거야. 알겠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는 대리. 하. 진짜 부장이나 저 과장이란 놈은 이런 폐급새끼 데리고 다니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 여자는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대답할 때는 입만 있어도 되니까."

다시 여자를 바라보는 대리. 그러더니 두 손으로 여자의 가슴을 만진다.

"보자…. 저 부장의 스킬 이름 뭔지 아냐? 페이즈 아웃 맞아?"

"네…. 네. 맞아요. 그런 이름이었어요."

"거기에 대해 뭐 들은 거 있어?"

"어…. 어…. 아! 그 스킬을 쓸 때는 세상이 뿌옇게 보인다고 했어요…. 어…. 어…. 그리고…."

"괜찮아. 천천히 말해도 돼. 느긋하게 생각하고 말해. 그렇게 급할 거 없어."

손으로 가슴을 만지랴 생각하랴 정신이 없는 대리. 나이는 내 또래로 보이는데…. 어쩜 이렇게 병신같지?

"아! 스킬 쓰고 있을 때 우리 몸을 못 만진다고 했어요. 말도 안 들리고…. 벽도 뚫고 지나갈 수 있고…. 또…. 어…."

"잠깐. 벽을 뚫는다고?"

"네…. 분명히 그랬어요. 저도 봤고요. 스킬을 쓰고 다시 나타나니 유리 벽 너머에 있었어요."

잠깐만…. 이거 씨발 개 씹사기 스킬인 거 아냐? 탐지에도 안 걸리고 벽도 뚫어? 진짜 내가 생각하는 그런 스킬인가.

아스트랄계라고 말한 건 농담이었는데. 진짜 그런 스킬인 거야?

대리라는 놈의 말과 탐지를 벗어난다는 점, 그리고 스킬 이름을 보면 그게 맞는 거 같다.

말 그대로 이 세상을 벗어나는 스킬. 이 세상을 벗어났으니 당연히 사람이건 사물이건 만지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하…. 개사기잖아? 진짜 사기 스킬은 따로 있었네.

"좋아. 그리고…. 아.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라니까? 이 여자랑 섹스하고 싶어? 해. 상관없어."

내 말이 떨어지자 주섬주섬 자신의 물건을 꺼내는 대리.

급하게 여자의 음부에 자신의 물건을 억지로 쑤셔 넣는다.

"자. 할 건 하면서 계속 대답해라. 혹시 니네 부장 컴퍼니의 다른 놈들이랑 만나거나 한 적 있냐?"

"어…. 어…. 있었어요. 있었어. 지난달에 서울의 본사에 다녀온다고 했어요."

"본사? 강동구에 있다던?"

"네? 네. 맞아요. 맞아요. 강동구. 지난달에 다녀왔다고 했어요."

"너도 가봤어?"

"네. 가봤어요. 입사할 때 신입 연수하러…."

"지랄들을 하네 입사에…. 신입 연수에…. 어휴. 거기 위치는?"

"주소는 모르는데…."

"위치만 말해. 위치만."

"그…. 천호역. 천호역에서 내리면 있는 커다란 건물…. 백화점 대각선 맞은편에…."

"그래? 그럼 됐고…. 언제 또 본다는 말은 없었어?"

"1월에 업무 회의하러 간다고 하긴 했어요…. 허억…."

자는 여자의 몸에 물건을 쑤셔 박고 허리를 흔들고 있는 대리.

이 새끼는 확실히 정상이 아니야. 하란다고 진짜 하네.

"1월 언제?"

"허억…. 허억…. 언제인지까지는 정확하게 몰라요…. 허억."

여자는 잠결에도 느껴지는지 입에서 작게 신음을 낸다.

그리고 대리는 계속해서 발정 난 개새끼같이 허리를 흔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섹스할 수 있다는 게 진짜 신기하네. 미친 새끼.

"아! 부장의 스마트폰! 거기에 자기 일정 같은 걸 적어요!"

아주 술술 나오는구나. 정말 구제 불능이다. 진짜.

어디 보자…. 이제 대충 궁금한 건 다 물어본 거 같은데.

뭐 더 없나? 없지?

대리를 재웠다.

조금만 더 하면 쌀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싸지도 못하고 죽게 된다니.

대리가 쓰러지면서 여자의 위에 엎어지자 여자가 끄응 거리며 깨려 한다.

여자에게 다시 수면을 걸자 둘은 사이좋게 뒤엉켜 있게 됐다.

"룰룰루."

내가 흥얼거리면서 나오자 부장이 내 쪽을 바라본다.

나는 그런 부장의 가방을 뒤졌다. 얼래? 없네. 주머니에 있나?

바지 주머니에서 그의 스마트폰을 찾았다.

처음으로 부장의 표정에서 낭패감이 살짝 보였다.

"니 부하 새끼가 전부 다 말했네요. 훌륭하신 부장님아. 그러니 평소에 잘 좀 대해주지."

눈을 감는 부장. 어쩌겠어. 본인만 기개 있다고 되는 게 아닌걸.

높은 자리에 올라갔으면 책임을 져야지.

"어…. 패턴 뭐야?"

물어본다고 대답할 리가 없지. 다행히 지문인식이 등록돼있다.

부장의 손가락을 대고 지문인식을 하려니 손을 꽉 쥐고 필 생각을 안 한다.

"부장님. 손가락 잘라버린다?"

그렇게 말해놓고 살짝 자신이 없어졌다. 자른 손가락으로 지문인식을 해제할 수 있나?

안된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모르겠다. 일단 재우자.

부장이 잠들었고 손에 힘이 풀리자 잠금을 해제했다.

어차피 세아에게 들고 가도 바로 풀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 보고 싶으니 이러는 게 낫지.

아예 잠금 설정을 다 해제해버리고 부장의 조인트를 깠다.

다섯 번을 차이고서야 일어나는 부장.

잔뜩 찡그린 얼굴로 또 나를 노려본다.

"아. 그만 좀 노려봐. 그런다고 내 얼굴이 뚫리겠냐? 아니면 뭐 5분 이상 노려보면 눈에서 레이저라도 나가?"

썅. 노려보든지 말든지.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스마트폰을 뒤져본다.

스케쥴…. 달력…. 캘린더…. 뭐 이런 이름의 앱을 찾아보다 보니 하나 깔린 게 있었다.

"오. 찾았다. 어디 보자…. 1월 9일 본사. 오예."

부장은 다시 눈을 감았다. 어떤 심정일까? 정말 죽고 싶은 느낌이겠지?

"근데 아저씨는 왜 이리 컴퍼니에 이렇게 헌신적이야? 그냥 줄줄 불어버렸으면 됐을 텐데. 암튼 부장님 덕분에 컴퍼니는 망할 거야. 고마워. 그럼 이제 안녕."

"읍!!!"

부장도 잠들었다.

이제 하나씩 다 죽여야겠지? 아. 저기 과장이 하나 남았구나?

"과장님. 과장님아. 어이구. 우리 충직한 과장님. 대리도 불고 부장도 불었는데 우리 과장님만 끝까지 충직하게 절개를 지키셨네."

내가 뭐라고 조롱해도 끝까지 표정을 풀지 않는 과장.

이 컴퍼니라는 회사는…. 뭔데 이렇게 충성심이 높지? 이해를 못 하겠네.

과장을 재웠다. 절개를 지켰으니 죽을 때는 곱게 죽어야지.

전력을 다해 목을 내리쳤다.

한방에 빛이 된 과장.

[89,44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좋구나. 코인 대잔치야.

다음엔…. 부장?

[18,57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아…. 부장님은 스킬 배우고 코인이 얼마 안 남았나 보다. 쯧.

이번엔 대리와 여자. 빛이 되어버린 두 사람.

[49,9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24,0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여자를 빼앗긴 불쌍한 남자. 너도 안녕.

[151,723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잡혀놓고 아직도 살아있는 경박남.

고통 속에서도 나를 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상처가 얕았나? 질긴 목숨이네.

그리고 그마저 빛이 되었고 컴퍼니의 일원은 모두 죽어버렸다.

[112,7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개운한 마음에 탐지를 돌렸다.

아래층에 느껴지는 민희의 기척 말고는 깔끔해진 아울렛.

피비린내가 가득했던 라운지에는 이제 죽은 사람들의 소지품만 잔뜩 남게 됐다.

"딱히 챙길 건 없고. 그냥 가자."

어차피 부장의 스마트폰은 챙겼으니 이거면 됐지.

아래로 내려가니 소파에 앉아있는 민희가 나를 보더니 약간 슬픈 눈으로 물어본다.

"끝났어요?"

"응."

"뭔가 성과는 있어요?"

"응."

"그래요? 다행이네요."

나는 민희의 옆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어깨에 팔을 걸친 나는 그녀를 향해서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아니…. 그건 제가 그쪽에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 맘대로 해도 돼?"

"으음…. 그건 안 되겠네요."

"거봐. 그래서 물어본 거야."

"선택지라도 줘야죠."

"음…. 뭐 하나만 물어보자. 너. 기 쎄지?"

"그런 걸 어떻게 대놓고 물어보는 거예요? 어때 보이는데요?"

"쎄보여."

"진짜 무례한 남자네. 그거 알아요? 나 아직 그쪽 이름도 모르는 거?"

"말 안 했나? 이름이 뭐가 중요해."

"말해봐요. 몸을 그렇게 섞어놓고 이름도 모르는 건 조금 그렇네."

"성철. 권성철."

"성철. 흐음. 그래요. 그래서 내가 뭘 했으면 좋겠는데요."

"네 목적은 너한테 매혹 걸었던 남자를 찾는 거였지?"

"네…."

"컴퍼니에서는 별 정보를 못 얻었고?"

"네."

"그래서 정보를 더 얻기 위해서 그나마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는 컴퍼니에 계속 남아있는 거였고?"

"맞아요."

"그놈 이름은 뭐야? 나이나 마지막으로 봤던 곳. 알고 있는 거 다 말해봐."

"후우. 그래요. 도와준다고 했으니 말을 해야 알겠죠."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티를 팍팍 냈지만, 어쩔 수 없다. 덮어놓는다고 상처가 낫는 것은 아니잖아.

약을 발라 치료하던가 그게 안 된다면 상처를 도려내든지 불로 지지든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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