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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악화
"남은 세 명은 김 부장하고 김 대리, 박 과장. 셋은 거의 같이 다녀요."
"어휴. 그놈의 회사놀이…. 안 부끄럽나?"
내가 말하자 민희의 얼굴이 약간 민망한 표정으로 변한다.
"거봐. 너도 부끄럽지? 저걸 어떻게 버텼냐? 정말."
"어…. 어쩔 수 없었어요. 내가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 지금이라도 해방 돼서 좋겠네."
"어? 이게 무슨 말이에요?"
여자가 놀란 표정으로 민희를 바라본다. 아. 어차피 죽을 여자에게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은데.
"몰라도 돼."
"히잉."
매혹에 걸려있으니 내 말 한마디면 눌러 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무전기만 아니면 이렇게 번거로울 필요 없는데. 쩝.
시간을 보니 5시 50분. 슬슬 나타날 때 아닌가?
"그 김 부장이라는 녀석은 보통 늦는 편인가?"
"아뇨. 그런 사람은 아니죠."
"맞아요. 그 아저씨 매번 투덜거려도 할 건 하잖아요. 괜히 부장이 아니라니까요."
그래.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방금 부장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컴퍼니는 능력 위주로 돌아가는 조직. 부장 정도면 어지간한 능구렁이가 아니겠지.
"부장 스킬은?"
"기절, 탐지, 반사요."
"아. 이번에 하나 더 배웠다고 했는데?"
"뭐? 진짜야?"
"네. 저번에 무전기에서 들었어요."
"뭔지는 말 안 하고?"
"네."
제길, 진작 물어봤어야 했는데.
네 번째 스킬에는 광역 스킬 무효화가 있다. 그리고 스킬 사용 불가지대도.
또 뭐였지? 파티? 아. 그래 파티랑 블링크랑 또 하나 있었는데. 잠깐 확인해 봐야겠다.
그렇게 배낭에 있는 종이를 꺼내려는데 탐지에 기척이 걸렸다.
숫자는 둘. 음? 왜 둘밖에 없지?
"셋이 같이 다닌다고 안 했나?"
"네? 네. 보통 셋이 같이 다니죠."
"뭐지?"
일단 종이부터 봐야 한다. 네 번째에 뭐가 있었는지.
화염 지대, 서리 폭발, 썬더 필드, 늪지대 생성…. 이런 건 필요 없다. 그리고…. 아. 페이즈 아웃.
으음…. 일단 주의할 것은 스킬 광역 무효화랑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다른 것도 주의는 해야겠지만 솔직히 무슨 스킬인지 모르잖아.
무효화랑 불가는 상당히 골치 아프다.
물론 무효화는 내가 먼저 쓰면 되긴 하지만…. 스킬 사용 불가 지대는 어떻게 구동되는지도 모르는 데다가 정확한 효과도 모른다.
썼을 때 걸려있던 스킬들도 다 풀려버리면 골치 아파진다. 일단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여자는 매혹이 걸려있잖아.
무효화든 불가 지대든 이 여자의 매혹이 풀리면 안 된다.
아씨…. 뭔 네 번째 스킬 찍은 놈이 있어. 짜증 나게.
하…. 어쩌지? 인제 와서 뭔가를 돌이킬 방법은 없다. 일단 지금 오는 두 명은 잡고 나서 생각하는 수밖에.
제발 저 두 명이 부장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가까워지는 두 명의 기척. 제발 아니어라. 제발.
"민희."
"네?"
"지금 들어오는 두 명 중에 부장이 없으면 보고 있던 책을 덮어."
"알았어요."
내가 왜 그러는지는 몰라도 별말 없이 대답하는 민희.
기척은 거의 앞까지 다가왔다. 이제 저기 모퉁이만 돌면….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들어오는 두 남자.
그리고 민희가 책을 덮었다.
나이스. 나는 바로 무효화를 쓰고 수면을 걸었다. 걸었는데…. 뭐야!? 왜 세명이야!?
쓰러지는 두 남자 사이에 중년의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엇!?"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게 되자 놀라는 중년남.
나는 반사적으로 수면을 한 번 더 걸었다.
놀란 표정 그대로 천천히 쓰러지는 중년남.
뭐지? 씨발? 왜 세명이야? 탐지에 걸린 건 두 명이었는데?
"방금…. 투명화였나요? 부장이 갑자기 나타났는데?"
"아냐…. 투명화가 아냐. 투명화는 탐지에 걸려. 이놈은 탐지에 걸리지 않았어."
나는 바로 민희의 옆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도 재웠다.
이제 이 여자는 필요 없으니까 굳이 깨워 놓을 필요는 없지.
"뭐지…. 씨발? 탐지에 안 걸린다고?"
날파리년과 찰리. 민희를 제외하고 제압된 여섯 명.
일단 컴퍼니 놈들은 다 끝냈다. 생각보다 쉽게 제압했지만, 마지막이 찝찝했다.
이 부장 놈. 탐지를 피했다. 그리고 그건 이놈의 네 번째 스킬이 분명하다. 그리고…. 가장 의심되는 것은 페이즈 아웃.
모습도 보이지 않고 탐지에도 걸리지 않는다니…. 씨발 이게 말이 되냐고. 이럴 거면 투명화를 왜 배운 건데.
일단 남자 둘과 부장을 테이프 칠 했다.
이제부터는 정보를 뽑아낼 시간. 물론 순순히 입을 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아…. 매혹 있는 여자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정보 얻기 쉽게 하자고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건 좀 그래.
만약 배우게 한다면 승희나 미나, 세아 정도? 안나는 아직 한국말이 서투르니 쉽지 않을테니.
그녀들에게는 매혹당하더라도 상관없지.
이제는 그녀들이 나를 이용하거나 죽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하니까.
하지만 내가 두려운 건 그녀들에게 내가 매혹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발각되는 거다.
그래서 그녀들에게 매혹을 배우게 하기 싫은 거고.
"민희."
"네."
"지금부턴 그다지 즐겁지 않은 장면들이 나올 건데, 볼 거야? 개인적으로는 자리를 피하는 걸 권하고 싶은데."
"대체 무엇을 하려고요."
"고문과 협박, 사기와 협잡. 더없이 추한 모습들의 향연."
"만약 보겠다면요?"
"글쎄. 나에 대해서 역겨워질지도?"
"하아. 그렇게 말하니 볼 용기가 안 나네요. 알겠어요. 가구 매장에 있을게요."
"잘 생각했어."
민희가 나가고 남자들을 전부 바닥에 눕혀놨다.
그리고 부장이란 녀석의 입을 막고 눈을 열어준 뒤 조인트를 발로 깠다.
오랜만에 하는 짓이네. 매혹을 배운 뒤론 이런 짓 한 적이 거의 없었던 거 같은데.
딱 네 대째에 부장은 일어났다.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뜬 부장.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더니 암담한 눈빛이 된다.
"아저씨도 컴퍼니의 부장씩이나 되면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겠지?"
나를 노려보는 남자. 온갖 감정이 뒤섞여 있는 복잡한 눈빛.
"일단, 나는 아저씨가 내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그래서 이게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해.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해보는 거야."
협조적인 모습을 보일 거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 않았기에 부장이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에 대해서 실망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가 내 말에 대답하려고 하겠어.
"아, 그리고 뭐가 됐든 허튼짓은 하지 마. 만약 그러면 댁의 부하들이 하나씩 죽을 거야. 뭐…. 죽든지 말든지 신경이나 쓰겠느냐마는."
정말 의미 없는 짓이다. 시간 낭비고 내 감정 낭비다.
확실한 대가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이건 뭐 답이 없지.
"아저씨가 배운 네 번째 스킬. 페이즈 아웃 맞아?"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나는 마체테를 들어서 맨 처음 잡았던 경박한 남자의 허벅지를 찍었다.
"읍!!!!!!"
"아저씨가 대답하지 않아서 이렇게 되는 거야. 아저씨 덕분에 이 불쌍한 남자는 피를 줄줄 흘리면서 고통 속에 출혈 과다로 죽겠지."
살려준다거나 하는 조건은 먹힐 리가 없다.
그걸 누가 믿겠냐고. 믿을 리가 없지.
그렇기에 빠르고 편한 죽음으로 흥정을 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조건.
"내 스킬은 수면이야. 그래서 잠자는 상태에서 고통 없이 한 번에 죽여줄 수 있어. 참고하라고. 자. 다시 한번 물어볼게? 아저씨 배운 스킬 페이즈 아웃 맞아?"
여전히 노려보기만 하는 남자.
귀찮다. 정말.
"부하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 부장님이구나? 그럼 혹시 평소에 맘에 안 들었던 사람 있어? 얘? 아니면 얘?"
마체테로 남자들을 하나하나 가리킨다.
부장은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럼 뭐…. 아무나 골라야지.
부장과 함께 들어왔던 남자 하나의 허벅지를 찍었다.
"읍!!!읍읍!!!!"
"이런. 깊게 들어갔네. 이놈은 좀 아프겠다."
다시 부장을 보고 질문한다.
"계속 대답하지 마. 알았지? 페이즈 아웃 맞아?"
고집이 있는 남자야. 그래 이 정도는 돼야지.
부장과 함께 온 또 다른 남자의 허벅지도 찔렀다.
방안에 가득해진 피비린내. 어우. 매슥거려.
"어디 보자…. 다음에는 이 남자인데. 어차피 대답을 안 할 거란 말이지?"
나는 잠들어있는 여자를 깨웠다.
아직 매혹이 걸려있는 여자. 내가 흔들어 깨우니 부스스 일어나 나를 향해 방긋 웃는다.
"너, 이 남자랑 무슨 사이야?"
같이 들어온 사이니…. 그냥 동료는 아닐 거라고 생각되는데. 과연?
"애인 사이요."
"그래? 잘됐네."
나는 남자를 깨웠다.
조인트 세방에 일어나는 남자. 묶여있는 자신의 모습과 피 흘리고 있는 동료들, 그리고 내 손이 여자의 어깨에 친근하게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며 눈에 불꽃이 인다.
"쟤랑 애인 사이라고?"
"네."
"음. 그럼 나랑 쟤랑 누가 더 좋냐?"
"그야…. 당연히 그쪽이죠."
"그렇지?"
"네. 당연하죠."
남자의 표정이 어처구니없다는 모습으로 바뀐다.
그러더니 뭔가를 알아챈 듯 다시 나를 노려보는 눈빛이 된다.
음...얘도 매혹을 아는구나?
"윗옷. 벗어볼래?"
"네."
부장과 남자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나는 이십만 번 정도는 죽었겠지?
나는 여자의 브라끈을 풀고 벗겼다. 부장은 차마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남자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나를 노려본다.
"이쁜 가슴이네."
내 말에 여자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린다.
"거기 남자야. 잘 알아둬. 니 여자가 지금 이렇게 된 건 부장이 내 질문에 대답을 안 해서 그래. 참 잔인한 사람이지? 자기 신념을 지키려고 부하들의 안위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안 쓰는 사람이잖아. 니 옆에 남자들 허벅지 보이니? 다 저 아저씨가 대답을 안 해서 저렇게 된 거야. 지금도 피를 철철 흘리면서 고통 속에 몸부림치면서 죽어가고 있는 게 다 니네 잘난 부장님 덕분이라는 거지."
남자는 부장을 한번 바라보더니 나를 다시 노려본다.
음. 안 먹히나? 제법 냉정하시네? 과연 계속 그런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남자의 눈에 테이프 칠을 했다.
시야가 가려지자 얼굴을 마구 흔드는 남자.
그런다고 테이프가 떨어졌으면 임마. 테이프 만든 회사는 진작에 도산했겠다. 새끼야.
"이제부터 나는 니네 부장한테 질문을 할 거야. 근데 질문에 대답을 안 하잖아? 그럼 난 이 여자 옷을 하나씩 벗길 거야. 니네 부장은 신념을 지키려는 척하면서 부하의 알몸을 보려는 거지. 얼마나 파렴치하니?"
그렇게 말하고 나는 부장에게 다가갔다.
여자의 가슴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있는 부장.
"부장님아. 부장님 네 번째 스킬 페이즈 아웃 맞아요?"
계속해서 눈을 꽉 감고 아무런 반응이 없는 부장.
"아. 속옷이 보고 싶으시구나? 그럼 보여드려야지. 야. 바지 벗어."
정장 바지를 벗는 여자.
무슨 상황인지 볼 수 없는 남자는 계속해서 몸부림친다.
"부장님? 진짜 대답 안 할 거예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는 부장.
하…. 이러면 글렀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어.
어차피 죽을 거 한마디도 안 하겠다고 버티면 내가 쓸 방법이 없다.
대가가 있어야 거래가 되는 법인데 이 남자에겐 그런게 없다.
무슨 수를 써도 정보를 얻기는 힘들다는 소리.
쩝. 아쉽지만 이런 촌극은 그만두는 수밖에.
마체테로 부장의 허벅지 양쪽을 찔렀다.
비명 하나 지르지 않는 부장. 이야…. 독종이다. 독종이야.
회복 포션을 하나 사서 반 정도 마시고 부장과 함께 온 남자 두 명의 허벅지에 반반씩 뿌려줬다.
급격하게 아물기 시작하는 상처.
"이 남자 두 명 스킬 뭐 뭐인지 아나?"
"김 대리는 기절이랑 투명화고 박 과장은 마비랑 반사에요."
"그래? 알았어."
일단 여자를 재웠다.
부장은 죽어도 대답을 안 하겠지만 부하들은 다를 수 있겠지.
한번 해보자. 해보고 안되면 그냥 깔끔하게 다 죽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