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93화 (19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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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아까 미나와 못했던 것 때문에 성욕은 최고조로 올라와 있다.

게다가 지금도 양옆 음식점에는 여자들이 있다.

서로 방해하지 않고 쉰다고 했으니 오진 않겠지만 모르는 일이다. 갑자기 올 수도 있지.

그런 스릴이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송이 역시 매혹 때문인지 애액을 뚝뚝 흘리고 있고.

더 기다릴 필요 없는 나는 그대로 물건을 삽입했다. 끝까지 저항 없이 쑤욱 들어가는 안쪽.

"하아…."

신음은 내지 못하고 뜨거운 숨결만 내뱉는 송이.

상당히 육감적인 몸이다. 적당하게 붙은 살집은 거슬리기는커녕 눈을 즐겁게 한다.

그리고 내 몸이 닿을 때마다 평소에는 듣기 힘들었던 소리를 들려준다.

퍽 퍽 퍽

왜 영어에서 F 워드를 쓰는지 알 거 같은 소리. 진짜 퍽퍽 소리가 나네.

승희나 미나, 세아, 안나에게 하는 것처럼 정성을 들이거나 부드럽게 할 필요가 없기에 마음껏 허리를 움직인다.

거칠고 격렬한 섹스. 그래. 기왕 할 거면 이런 것도 해볼까?

송이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대로 당기자 턱이 한껏 들린다.

음...뭐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네. 하지만 확실히 자극적이긴 하다.

확실히 우위에 선 수컷이 암컷을 탐하고 있는 느낌.

상호동의하에 서로에게 맞춰주며 하는 인간의 섹스가 아닌 발정 난 수컷과 암컷의 교미.

그래. 이건 교미다. 동물의 짝짓기.

한쪽 손으로는 벽을 짚으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가슴을 만지며 젖꼭지를 애무하는 송이.

머리채를 잡고 박아대고 있는데도 저런 모습이라니….

상당히 음탕한 모습이다. 이 여자는 진짜 섹스를 즐기는 여자야.

순간 머릿속에 날파리녀가 잠깐 스쳤다.

썅년. 이미 죽은 년인데 왜 자꾸 떠오르고 지랄이야.

그 때문에 살짝 자지의 발기가 풀릴 뻔했다. 무서운 년. 이렇게 뇌리에 PTSD를 처박아버리다니.

그래도 다행히 자극이 훨씬 강해서 발기가 풀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욕구가 잔뜩 쌓여있고 눈앞에는 젤리처럼 흔들리는 엉덩이가 있으니까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는다.

시원하게 사정할 때까지 발기가 풀리는 불상사가 일어나게 둘 수는 없지.

그리고 날파리년이 준 교훈은 나름 쓸만하다.

매혹을 걸었을 때의 부작용을 치명적이지 않게 미리 예방 접종한 셈이니까.

조심하면 되지. 암. 내가 조심하면 된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돼.

그렇게 딴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조임이 확 느껴졌다.

어우. 잡생각이 싹 날아갈 정도의 조임. 굉장한 느낌이다. 이 정도로 느껴진 적이 없었는데.

흔히 남자들이 말하는 명기가 이런 여자를 보고 말하나 보다. 강렬한 쾌감. 그 몇 초를 더 못 버티고 급하게 절정이 올라온다.

급하게 자지를 빼내어 엉덩이에 사정했다.

고작 사흘 참았을 뿐인데 엄청나게 싸버렸네.

그렇게 정액투성이가 된 송이의 엉덩이는 상당히 외설스럽다. 근데 보기에만 그렇지 만지고 싶진 않다.

나는 왜 내 정액이 더럽다는 생각이 들까? 나만 그런가?

"후우…."

아직 팔팔한 나의 물건. 하지만 계속하고 싶지는 않다.

솔직한 마음으론 아직 여자가 둘이나 더 남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이 여자가 명기라고 해도 일단 맛은 다 봐야 하잖아?

한 번씩 다 해보고 나서 더 하면 모를까.

송이는 만족한 듯 숨을 몰아 내쉬고 있지만, 약간 아쉬운 듯한 표정이다.

또 했으면 하는 표정. 순간 거기에 넘어가 그대로 다시 넣을 뻔했다.

안되지. 안돼.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줄 수는 없잖아? 좀 애가 타야 쓸데없는 생각도 안 들 거고.

주방에서 앞치마를 하나 들고 와 송이의 엉덩이를 닦아주고 아무 데나 던져버렸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지 자신의 속옷을 다시 입고 원피스를 정돈하는 송이.

아직 나는 투명화를 쓰고 있기에 여자는 나를 못 본다.

덕분에 나는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살펴봤다.

눈 밑의 점. 저게 조금 사기인 거 같다.

저 점이 없다면 약간 흔한 얼굴처럼 보일 텐데. 점 하나로 분위기가 확 달라진단 말이지?

평범한 얼굴에서 상당히 야한 얼굴로. 그래서 매력점이라고 부르겠지만.

"가서 다른 여자들 다 데리고 와."

"네."

나가기 전에 다시 한번 자신의 상태를 살피는 송이. 음…. 나름 치밀하네?

그런 송이에게 광역 스킬 무효화를 썼다.

매혹이 걸렸는지도 몰랐던 그녀는 이제 매혹이 풀렸을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이 음란하다고 생각할까?

내가 매혹을 건 것을 알았다면 모를까 몰랐다면 마음속으로 상당히 고민하고 있겠지.

아니면 속으로 매혹을 의심하고 있을지도? 저 여자가 매혹을 겪어봤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겠네.

의자에 앉아 투명화를 풀고 기다리자 여자들 넷이 음식점 안으로 들어왔다.

혹시라도 다짜고짜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지만, 그럴 기색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긴장을 풀 수는 없다. 빈틈을 노리고 공격할지도 모르니까.

그냥 넷 다 매혹을 걸어버리면 속 편하겠지만…. 일단 매혹은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걸지 않을 생각이다.

기껏 약속했는데 인제 와서 매혹을 걸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게다가 이들을 매혹 없이 부릴 수 있어야 활용할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난다.

동산인지 나발인지에도 공격 스킬을 가진 여자는 있을 거잖아?

네 명보단 여덟 명으로 싸우는 게 더 유리한 건 당연하겠지.

물론…. 매혹에 안 걸린 네 명이 배신만 하지 않는다면.

"잘들 지냈나 보네? 브리핑을 좀 해볼까? 다들 앉아."

자연스러운 하대. 나이나 예전의 지위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강한 사람이 윗사람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게다가 이곳은 물류 센터와는 조금 다른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이다.

나없이도 돌아가는 형태의 구조. 그러려면 지금부터 기틀을 확실하게 닦아야 한다.

네 여자가 자리에 앉고 나는 윤서를 바라보고 물었다.

"내가 없던 사흘 동안의 일은 대충 들었어. 버스 세 대를 더 잡고 두 대는 못 잡았다고. 혹시 그 버스 두 대가 갈만한 곳이 있나?"

"아마도 바로 동산으로 갔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안에 사람들이 타고 있었어요. 원래대로라면 여기에 내려놓고 동산에서 버스가 와야 했지만, 캠프의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을 봤으면 그들이 갈만한 곳은 동산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여기 문제가 생겼을 때 접선지나 비상대피소 같은 곳은 없나?"

"네. 그런 것은 들은 적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음…. 그러고 보니 나도 비상 접선지 같은 것을 안정해놨었네.

돌아가면 말해놔야겠다. 멀티가 됐든 달천동이 됐든 정해놔야지. 그래야 혹시나 만일의 사태에도 뿔뿔이 흩어지는 꼴은 안 보지.

"그래…. 동산. 결국은 거기네. 동산 가본 사람?"

윤서와 지원, 송이는 그저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고 정현이만 작게 손을 들며 말했다.

"전 가봤습니다."

"외부 인원이라 가본 거겠지?"

"네. 맞아요."

"여기서 거리는?"

"그리 멀지는 않아요…. 10분에서 15분이면 갑니다."

"그래? 대충 걸어서 한 시간 거리겠네…. 더 멀 수도 있고. 동산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봐."

정현이는 뭐부터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지만, 바로 말하기 시작했다.

"저도 맞이방까지 밖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요. 동산에는 맞이방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보통 저희 같은 사람들이 인원을 충원해 올 때 들어가는 곳이에요. 거기를 지키고 있는 인원도 10명 정도는 되고요…. 음…. 아. 맞다. 함정이 있으니 정해진 곳 외에는 함부로 가면 안됩니다."

"함정? 어떤 함정?"

"제가 봤던 건 그거였어요. 구덩이. 구덩이에 뾰족한 것들이 바닥에 깔린 거요."

"구덩이? 함정이란 게 그런 함정을 말하는 거였어?"

"네. 그거 말고도 전기가 돌고 있는 철조망이 주변을 두르고 있고…. 더 자세한 건 모르겠네요."

"그래. 계속해봐."

으음…. 상당히 귀찮은 곳이구나? 그런 구조를 본격적으로 아는 사람이 방어 체계를 구축해놨으면 상당히 귀찮다.

특히 전기. 모를 때는 마냥 무섭지만 아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유용하다.

게다가 지금은 전기도 무제한이라 전기가 통하는 철조망 같은 것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씨발…. 비행이라도 배워야 하나?

근데 나만 비행으로 넘어가는 것도 웃기잖아. 생각 좀 더 해봐야겠네.

"그리고…. 동산은 투명화 스킬에 상당히 예민해요. 그래서 투명화에 대한 대비 같은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 몰래 들어가는 것은 힘들 거로 생각해요."

"투명화 대비가 있다고? 어떤 거?"

"동산에서 외부로 나가는 길은 맞이방이 있는 곳이 유일한데요…. 물론 뭐 관계자들이 갈 수 있는 길이 따로 있긴 한 거 같지만, 그건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맞이방에서 동산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바닥이 모래밭으로 되어있어요."

"모래밭? 아…."

발자국. 모래밭을 지나가면 발자국이 남게 되어있다. 아무리 투명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발자국을 아예 안 찍고 들어가기는 힘들겠지.

"그리고 보안검색대도 있고요."

"그럴듯해 보이는 건 다 있구나. 또?"

"집행부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투명화를 쓰고 있는 사람도 위치를 알 수 있다고 해요."

음…. 탐지. 탐지가 있구나. 하. 골치아픈 놈들이네. 기껏 투명화를 배워놨더니 왜 하필이면 투명화에 진심인 놈들이야. 귀찮게.

"그게 다야?"

"일단 제가 아는 건요."

"인원은? 알고 있는 거 있어?"

"아뇨…. 동산에 몇 명이 있는지는 동산 안에 있는 사람도 정확하게 모를걸요? 수뇌부 정도만 알 거 같은데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래? 음…. 알았어."

예상보다 치밀한 놈들이다.

투명화에 매혹이면 적당히 들어간 다음 내부에서 뒤집어엎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방어를 치밀하게 하고 있다는 거잖아? 완전 귀찮네.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아니다. 동산도 그렇고 캐슬도 그렇고 언젠가는 다 잡아 죽여야 하는 놈들이다.

물론 피하면서 살면 얼마든지 살 수 있겠지만…. 그럼 결국 불리해지는 것은 나다.

개나 소나 스킬 숙련이 올라서 여러가지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게 평준화 돼버리면 상당히 귀찮아진다.

아직 그리 많지 않을 때 주변을 확실히 밟아놔야 나중이 편해지지.

하아…. 뭐가 됐든 빡쎄네.

게다가 그렇다고 이 여자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이 여자들은 내가 뭔가 뾰족한 수가 있어서 호언장담하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일단, 지금 중요한 건 캠프에 붙은 불이 완전히 꺼지는 거야. 저기 불이 완전히 꺼지면, 코인을 전부 회수하고 동산을 공략하러 갈 거니까. 그러니 지금은 그 전에 쉰다는 생각으로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아. 버스는 총 여섯대가 다인가?"

"네. 맞아요. 네 대는 잡았고 두 대는 못 잡았죠."

정현이는 자기가 거기 타고 있었으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정말 서로 사이가 개판이였나 보네. 복수라던가 분노 같은 감정이 전혀 없는 거 보면.

그래도 모르니 계속 지켜보긴 해야지.

"혹시 버스 말고 따로 올 녀석들이 있나?"

"그것까진 잘…."

아무래도 정현이는 외부 인원이었어서 그런지 그런걸 잘 모르는 눈치다.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 아는 게 없어 보인다.

없나? 없으면 말고.

"나는 아마 사흘 뒤에나 다시 오게 될 거야. 그때까지 불이 꺼졌으면 좋겠지만…. 안 꺼졌으면 할 수 없지. 또 사흘을 기다리는 수밖에. 아무튼, 그때까지 자유롭게 있어도 좋아. 대신 적어도 한 사람은 여기 남아있어. 순번을 정하든 가위바위보를 하든 적어도 한 명은 여기 있어야 해. 그리고 자유롭게 준비 같은 게 필요한 사람은 꼭 남은 사람에게 자신의 행적과 복귀 시간을 미리 말해주고. 만약 그게 지켜지지 않는다면, 뜻을 같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어. 그 말은 다음에 또 만나게 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죽인다는 뜻이야. 알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네 여자. 어느 정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봤지만 크게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어. 사흘 뒤에 다시 보자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원이 나를 보고 급하게 말한다.

"혹시…."

"응?"

"사흘 뒤에 온다고요?"

"응. 왜?"

"그럼…. 잠시 다녀올 곳이 있는데 다녀와도 될까요?"

"그러던지. 내가 다시 올 때까지만 돌아오면 돼."

"네. 그리고…. 혹시 저기 안에서 코인 주울 수 있는 거 먼저 주워도 되나요?"

신기한 여자네.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니가 왜 그래야 하는지 타당한 이유를 말해준다면."

"하아."

내 말에 한숨을 푹 내쉬는 지원.

그러더니 결국 마음을 먹은 듯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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