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91화 (19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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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스킬

화요일 아침.

사흘을 내리 스킬 숙련을 올리고 드디어 광역 스킬 무효화를 마스터 했다.

내가 마스터 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그대로 쓰러지는 승희와 세아.

둘 다 맨정신이 아니다. 거의 만취한 것 같은 모습.

나도 약간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니 저 둘은 아주 죽을 것 같은 상태겠지.

"고생했어 둘 다."

"우욱…. 으…. 토하고 싶은데 나오는 것도 없고…."

"아…. 돈다 돌아. 꺄하하. 천장이 돌아! 그래도 끝났어! 끝났다고!"

승희는 상태가 진짜 안 좋은가 보다. 세아는 완전 맛이 갔네.

나는 몸을 일으켜 둘을 각자의 침대에 옮겨줬다.

침대에 눕혔는데도 힘들어하는 승희와 헛소리를 계속하는 세아에게 그냥 수면을 걸어줬다.

좀 자면 나아지겠지. 어이구. 수고했다.

거실로 다시 나와 소파에 풀썩 앉자 미나와 안나가 내 양쪽 옆에 앉는다.

"고생했어요."

"고생은 뭐. 나는 익숙하니까 괜찮아."

"그럼 이제 바로 스킬 또 올리는 거예요?"

"응. 일단 뭐 있나 보고."

"알겠어요. 안에 들어가서 편히 누워서 봐요. 힘들 텐데."

"알겠어. 아이고. 이 짓도 점점 힘들긴 하네."

내 방으로 들어와 편하게 침대에 누웠다.

자. 이제 두근두근 스킬 창을 열어볼 시간이야. 대체 무슨 스킬이 새로 생겼을까?

스킬을 적어둔 종이를 꺼낸 다음 스킬 창을 열어본다.

그리고 하나하나 대조해가면서 추가된 스킬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한 개의 공격 스킬과 분류를 어디로 해야 할지 모르는 스킬 하나. 네 개의 보조 스킬과 세 개의 제작 스킬을 확인했다.

먼저 공격 스킬인 공간 절단.

정말 알기 쉬운 이름이다. 문제는 단순한 이름 덕분에 뭐 어떤 스킬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

공간 절단이라니. 공간을 절단한다는 소리인 건 나도 알겠다. 근데 무슨 공간을 어떻게 절단한다는 거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뒤에 배울 수 있는 스킬이면 제법 엄청난 스킬일 텐데.

스킬 만든 씨발 새끼들은 정말 맞아야 해. 어떻게 매번 스킬 배울 때마다 이 소리가 나오게 만드냐.

다음 스킬은 신체 능력 증가.

지난번엔 체력 증가 스킬이 있더니 이번엔 신체 능력 증가 스킬이 있다.

신체 능력이라니. 너무 광범위하다.

시력이나 근력도 신체 능력이고 순발력이나 도약력도 다 신체 능력이잖아.

대체 신체 능력의 범위가 어디까지냐고. 이 씨발…. 어휴 욕도 지겹네. 이젠.

다음은 보조 스킬. 사물 되돌리기.

사물 되돌리기라니. 어디로 되돌린다는 거야?

원래 있던 곳으로? 아니면 처음 상태로?

모르겠다. 어렴풋하게 짐작은 가는데 확신을 할 수가 없다.

에휴…. 늘어나는 건 한숨뿐이네.

다음 스킬은 복구.

음…. 이것도 모르겠다. 고치는 스킬? 뭘 고치지? 오래 써서 망가진 가전제품?

아니면 씹창나버린 내 인성?

망가져 버린 내 인생?

너무 설명이 없어. 단어만 보고 스킬을 유추하는 것만큼 멍청한 일이 없다.

단어의 뜻을 알고 있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효과와 실제 효과가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물질 변이.

이것도 주어와 목적어가 없다.

'무엇을'. '어떻게' 변이시킨다는 설명이 아예 없잖아.

됐어. 모르는 거, 나와 있지 않은 거로 시간을 낭비하는 건 지겹다. 넘어가자. 패스.

통신.

으.. 이것도 뭔가 고민된다.

세상이 망한 지금은 스마트 폰 같은 원거리 통신이 안되는 시대다.

무전기 같은 단거리 통신은 사용할 수 있지만, 부피도 부피고 거리와 장애물에 제약이 너무 심하다.

이것도 엄청나게 좋아 보이는데…. 통신이라는 단어를 다른 곳에서 쓰는 게 없잖아?

게임에서 길드 채팅이나 귓속말 같은 느낌일까?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스킬이려나?

근데…. 이걸 쓰려면 상대도 이 스킬이 있어야 하나?

대체 왜 스킬 볼 때마다 이런 추측이나 하고 있어야 하는 건데! 왜!

아무튼…. 보조 마법은 이렇게 있고.

다음은 제작 스킬.

엄청난 스킬이 튀어나왔다.

회복 포션 제작과 지속 회복 체력 포션.

제일 싼 것도 개당 2,000코인 하는 회복 포션을 제작할 수 있다고? 게다가 지속 회복 체력 포션?

와…. 믿기지가 않네. 씨발. 말이 되나?

아마 뭔가 차이가 있을 거다. 포션 효능이 덜하거나 페널티가 있는 게 분명하다.

안 그러면 말이 안 된다. 체력을 써서 스킬을 쓰는데 체력을 채워주는 회복 포션을 만드는 게 말이 되냐….

보통 스킬은 스무 번 정도 쓰면 죽을 만큼 힘들어진다. 그리고 회복 포션을 먹으면 그 체력이 다 회복되고.

그럼, 말이 안된다. 무한으로 체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건데.

그럴 리가 없다. 뭔가 제한이 있을 거야. 세상에 무한 동력은 없다. 이런 게 가능하도록 만들어 졌을 리가 없어.

내가 스킬 만든 놈의 상급자고 만약 스킬 만든 놈이 이런 스킬을 만들어서 가져온다면 나는 그 새끼 대가리를 반쯤 깨버릴 거다.

분명 뭐가 안 좋은 점이 있을 거야. 끔찍한 함정이.

마지막 스킬은 더 어처구니가 없다.

무려 스크롤 제작.

스크롤. 판타지 소설을 읽어봤다면 익숙한 아이템이다.

주로 마법 같은 것을 스크롤에 넣어서 마법을 쓰지 못하는 자들도 찢기만 하면 발동시킬 수 있는 아이템.

여기는 스킬을 쓰니까 스킬을 스크롤로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쓸 수 있게 한다는 느낌 같은데….

이것도 밸런스 붕괴 스킬이다. 분명 뭔가 제약이 있거나 페널티가 있을 게 분명하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이 스킬 제작자 놈은 절대 신뢰를 할 수 없다.

밸런스고 뭐고 개똥망인 놈들. 멍청한 새끼들.

일단 이정도.

뭔가 그럴듯한 스킬들은 잔뜩 나오는데 설명이 없으니 찍어볼 엄두가 안 난다.

어떻게 숙련 올린 스킬들인데…. 아무거나 막 찍어보겠어.

단순한 호기심으로 스킬을 고르기엔 대가가 너무 크다.

좋아 보이긴 하지만…. 당장은 굳이 찍을만한 게 없기도 하고.

일단은 계획대로 투명화를 선택했다.

지금 내가 당장 필요한 건 나 자신의 생존과 안전한 사냥이다.

생활의 편의 같은 건 얼마든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은 사냥을 오래 하면 결국 언젠가는 찍을 수 있는 스킬들.

지금 당장 쓸모 있는 스킬을 먼저 올릴 필요가 있다.

['투명화' 스킬을 배우는데 2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당연히 예를 눌렀다.

스킬 목록 맨 밑에 생긴 투명화 스킬.

후후후…. 나도 이제 투명인간이다! 그럼 바로 써봐야지.

"투명."

변하는 건 없었다. 그저 내 눈에 내 몸이 안 보이게 됐을 뿐.

와…. 이거 느낌 이상하다. 분명히 내가 있는데…. 없다.

내 몸이 깔고 있는 침대의 시트 접힌 것을 볼 수 있다니. 이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뇌가 약간 맛이 가는 느낌? 근데 웃긴 건 금방 적응을 하게 된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생물인가보다. 생각보다 금세 익숙해지는데?

지속시간은 20분. 투명화의 차이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

단지 지속시간만 늘어나는 건가? 스킬이 오를수록 뭔가 업그레이드 되는 게 있어야 할 텐데?

딸랑 지속시간만 늘어나면 무슨 의미가 있어…. 분명 뭐가 있을 거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투명화…. 투명화. 뭐가 있지?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것들?

한참을 생각한 끝에 뭔가를 발견했다.

들고 있는 물건.

분명 무기 같은 것들도 쓰는 사람이 인지하고 있으면 함께 투명해졌었다.

한번 테스트해 봐야겠지.

먼저 마체테.

사람을 죽이려면 무기가 필요하다. 가장 손에 익은 마체테가 함께 투명화되는지 확인해본다.

투명화를 해체하고 마체테를 잡은 뒤 다시 투명화를 쓰자 마체테도 투명해졌다.

이건 뭐 예전에 봤으니 그리 새로운 건 아니고.

문제는 이게 날이 안 보여서 약간 감이 안 잡힌다는 거다.

그래도 수없이 들고 휘두른 마체테라 크게 문제없이 목표한 것을 향해 휘두를 수 있다.

됐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다음에 스킬이 오르면 물건 크기를 조금씩 키워봐야겠다. 어디까지 함께 투명화가 되는지.

투명화를 배웠으니 테스트를 해봐야지.

나는 투명화를 풀고 양말을 신었다. 그리고 다시 투명화를 썼다.

음…. 좋아. 양말도 같이 투명해졌고…. 이제 발걸음 소리가 안 나겠지?

맨발바닥이 바닥에 닿으면서 나는 소리를 감춘 나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거실 가운데 앉아서 낱말 공부를 하고 있는 안나.

다 큰 여자가 아동용 낱말 카드를 보면서 삐뚤빼뚤하게 글씨를 쓰고 있는 모습이 웃긴다.

아이가 몸만 뻥튀기된 것 같은 느낌.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안나가 내 쪽을 쓱 바라봤고 나는 순간 깜짝 놀라서 숨 쉬는 것마저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글씨를 쓰는 안나.

아오…. 깜짝이야. 설마 내 기척을 눈치챈 건가? 아…. 탐지를 썼나? 아닌데? 안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입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저렇게 공부를 하다가 탐지를 쓴다고? 음…. 모르겠다. 그냥 내 숨소리 같은 게 들린 건가?

일단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조용히 몸을 움직였다.

내 목적지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주방.

그곳에 가니 미나가 식재료 선반을 정리하고 있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살금살금 몰래 다가가 그녀의 뒤에 섰다.

"어흥."

미나의 귓가에 작게 말하며 옷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꺅!!!!"

깜짝 놀랐는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주저앉는 미나.

오히려 내가 더 놀랐기에 나는 허둥지둥하며 미나를 안심시켰다.

"미나야. 나야. 나. 놀라지 마."

"에에? 아휴…. 진짜 놀랐잖아요. 근데 뭐예요? 투명화 배운 거예요?"

"응. 미안해. 놀라게 해서."

"아이참…. 정말….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네."

그렇게 미나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안나가 주방으로 다가와 미나에게 말했다.

"미나? 비명?"

"아…. 괜찮아. 안나. 넘어졌어. 괜찮아."

"아파?"

"아냐. 괜찮아. 오케이. 오케이."

안나는 미나를 조금 더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자. 일어나."

나는 미나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누가 옆에서 봤으면 미나 혼자서 기괴한 포즈로 쓰윽 일어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잠깐…. 지금 나는 투명인간 상태잖아?

그리고 방금 안나의 반응으로 봐서는 내가 여기 있는 건 모르는 거 같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났다.

투명인간이 되었지만, 갈 수 있는 여탕은 이 세상에 없어졌다.

다만…. 투명인간은 그것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예를 들면…. 이런 거.

다시 한번 미나의 옷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이참…. 왜 이래요."

"조용히 해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안나에게 들키지 않게."

그렇게 속삭이면서 미나의 가슴을 만지고 꼭지를 살짝 만졌다.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스킨쉽을 한 적이 없기에 잠자코 내 손길을 음미하는 미나.

그 모습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서 조금씩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투명인간이 된 나의 모습은 나에게도 보이지 않으니까.

이거…. 엄청 꼴리는데?

미나를 뒤에서 안고 있는 상태에서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앗…."

깜짝 놀랐는지 미나가 작게 소리를 냈지만, 내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손을 움직여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까슬한 음모를 지나 내 손끝이 미나의 음부에 닿았다.

"음…."

내가 하고 있지만…. 이 상황이 너무 맘에 든다.

투명인간에게 당하고 있는 전직 아이돌이라니…. 이 상황이 안 좋을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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