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88화 (18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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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지금 상황에서 탐지 범위에 건물로 다가오는 한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는데, 그게 나라면?

저쪽 탐지맨은 머리가 골치 아플 거다. 보냈던 두 명이 당했다고 생각하겠지?

그럼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무시할 수는 없을 거다. 자신들이 이미 공격받은 상태인데 그걸 무시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어떻게든 나와야 한다. 침입자는 단호하게 처리해야 하는 게 상책이다.

근데 이미 두 명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미적거린다? 그건 자신들이 병신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밖에 안 되지.

자. 반응을 보여줘. 너희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보여봐.

내가 생각하기엔 이런 상황은 저쪽의 탐지맨이 무조건 나와야 하는 게 맞다.

요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탐지맨이 나오지 않는다? 그건 아주 멍청한 짓이다.

무전기도 없는 놈들이니 탐지맨이 직접 나와서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과연, 탐지맨은 무거운 엉덩이를 이끌고 나올까?

뭉쳐있던 상주 인원들이 모두 움직인다. 하지만 탐지맨으로 보이는 놈은 움직이지 않는 거 같다.

멍청이들. 한심한 놈들.

남은 인원들을 모두 보내서 수적 우위라도 얻을 셈인가?

제 딴에는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응이라고 내놓은 거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 다르다.

이건 저놈들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수.

상대가 어떤 녀석인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들의 전력을 모두 노출하는 병신같은 짓으로 밖에 안보인다.

모른 척하고 계속 건물 쪽으로 다가갔다.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는 안된다. 녀석들을 끌어당겨야 하니 튀어나온 녀석들을 보고 도망쳐야 한다.

상주 인원이 모두 나오는 이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곧 눈앞에 뛰쳐나오는 녀석들이 보였다.

여자가 두 명 더 있다고 했으니 그럼 지금 나오는 10명 중에 두 명은 여자일 거고.

눈에 보이는 녀석은 넷. 기척으로는 열. 그럼 투명화는 여섯.

여자는 안 보인다. 여자들은 다 투명화가 있나 보네. 이거 좋은데?

뭐가 됐든 한 번에 전멸시킬 수 있는 숫자다. 멍청한 놈들. 대체 무슨 깡으로….

푸슉

어? 씨발…. 뭐지? 허벅지에 뭐가 박혔다. '확' 하고 허벅지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돌조각. 작은 돌조각이 허벅지에 박혀있다.

씨발…. 이게 뭔지 안다. 예전에 오피스텔 지하에서 봤었지. 아마도 암석 탄환.

작은 돌을 총알처럼 쏘는 스킬. 아…. 씨발. 방심했네. 이런 건 예상 못 했어.

범위가 장난이 아니잖아? 비록 위력은 약하지만, 머리나 눈 같은데 맞았으면 좇될뻔했다.

근데 왜 허벅지를 맞췄지? 기동력을 줄이려고? 아니면 머리를 노렸는데 허벅지에 맞은 건가?

뭐가 됐든 잘 됐다. 어차피 물러나야 했는데 이러면 자연스럽게 물러날 수 있겠어.

윤서가 있는 쪽으로 끌어 들어야 하니까. 회복 포션을 마시면서 절뚝거리며 뒤로 도망갔다.

그런 나를 향해 미친 듯이 쫓아오는 녀석들. 아마 거의다 잡았다고 생각했겠지?

다행히 가속화는 없다. 그건 잔뜩 대비하고 있었는데 다행이야. 이러면 한결 수월해진다.

내가 지금 상태에서 가장 무서운 건 물리력으로 나를 찍어누르는 녀석들이다.

방금 암석 탄환도 그런류다. 반사가 통하지 않는 스킬. 상당히 위험하다.

거리가 좁혀졌다. 이제 슬슬 저놈들의 스킬 범위에 내가 들어올 거다.

나는 절뚝거리며 도망가다가 표정 연기를 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절망적인 나의 표정을 보자 녀석들의 표정이 자신만만해진다.

한 녀석이 스킬을 쓰는 거 같았다. 그리고 녀석은 그대로 쓰러졌다.

아마도 기절 같은데…. 불쌍한 녀석.

따라오는 녀석들이 급하게 속도를 줄인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 갑자기 공격한 놈이 쓰러졌으니.

똑똑한 녀석들이라면 반사를 생각했을 수도 있을 거다. 그리고 그걸 깨달았다면 막막한 기분이 들것이다.

반사 스킬을 가진 사람은 아예 공격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암석 탄환 같은 논타겟팅 스킬을 가진 녀석들은 다르다. 마음껏 공격할 수 있다.

자세를 잡고 스킬을 쓰려는 두 명.

하나는 암석 탄환일 거고, 다른 하나는? 뭘까?

하지만 아쉽게도 그건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왜냐면 저놈들이 스킬을 쓸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은 나도 반격을 할 수 있는 거리라는 거니까.

게다가 나는 바로 앞에 윤서를 지나쳐왔다. 저놈들은 윤서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는 소리다.

"기절시켜!"

광역 스킬 무효화를 쓰며 외쳤다.

순식간에 드러난 아홉 명의 녀석들.

갑자기 모습이 드러나자 당황하는 놈들. 투명화가 없던 세 명은 그대로 기절했다.

그리고 모습이 드러난 여섯 명. 네 명이 동시에 잠들었고 여자 둘은 그대로 매혹당했다.

순식간에 상황 종료.

나에게 매혹당한 두 명의 여자들은 그대로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본다.

방금까진 나를 공격하기 위해 뛰어온 그녀들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저 백마탄 왕자님을 발견한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을 뿐.

"둘 다 이리와. 윤서도 은신 풀고 이리 나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덟 명의 남자들. 불쌍한 녀석들이다. 나름 자신들이 강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이렇게 순식간에 당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겠지. 한심한 놈들.

멍청한 상관 덕분에 그들의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

이런 험난한 세상에서 누군가를 믿은 너희가 잘못인 거야.

그 믿은 놈이 병신인 것도 문제였고.

"너. 이름이랑 나이. 스킬. 말해봐."

매혹당한 여자 하나를 가리키고 물었다.

그러면서 남자 하나를 내리찍었다. 아까 암석 탄환 쏜 새끼. 당연히 이놈부터 죽여야지.

[24,823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스킬을 여러 개 가질 수 있는걸 아는 녀석들은 대체로 코인이 많다. 어찌 됐든 모아야 하니까.

근데 이놈은 적은 편이네. 아까워.

"최지원이에요. 스물다섯. 투명화랑 광선이에요."

"광선? 뭐지? 써봐."

"어디에요?"

"여기 이놈에다가. 그걸로 사람 죽일 수 있나?"

"네. 쓸게요."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서 내 바로 앞에 쓰러진 남자를 가리킨 지원이 스킬을 쓰자 손가락에서 레이저 같은 게 나와서 남자에게 쏘아졌다. 어? 이거…. 언젠가 본 적이 있는데. 뭐 이딴 스킬도 있냐고 어처구니없어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심장에 레이저가 쏘아진 남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빛이 되어서 사라졌다.

[54,325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오…. 나름 짭짤한 코인. 근데 뭐야 이 스킬은…. 존나 애매한데?

죽이긴 했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 4초? 5초? 한참을 지진 거 같은데.

"너. 방금 스킬 한번 쓴 거냐?"

"네."

"그거 한번 쓰면 계속 나가는 거야?"

"아뇨. 10초 지속합니다."

"그거 스킬 마스터야?"

"네?"

"그거 숙련도 다 올린 거냐고."

"아. 네. 맞습니다."

"근데…. 그걸로 사람을 어떻게 죽이지? 죽이는데 그렇게 오래 걸려서야."

"보통은 눈을 먼저 공격한 다음 목이나 심장을 노립니다."

"아…. 그런가."

그렇다 하더라도 별로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 등에다 문신 새길 때는 좋겠네.

저런 스킬로 잘도 살아남았구나. 나름 대단한 여자네.

"그거 좋은 점이 뭐야?"

"좋은 점이요. 음…. 나무나 철판을 자를 수 있다는 것?"

"어? 그래? 그게 된다고?"

"네. 나무는 제법 두꺼워도 한 번에 자를 수 있고 철판은 한번에는 힘들어도 연속해서 쓰면 어느 정도까지는 자를 수 있습니다."

아…. 그건 좀 괜찮네. 기절이나 감전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잖아.

다른 오브젝트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니. 쓰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유용하다. 예를 들면….

"그걸로 자물쇠 같은 건 자르는 데 얼마나 걸리지?"

"그 정도는 금방 자릅니다."

그래. 이런 거. 장단이 확실히 있네. 굳이 가지고 싶은 마음은 안 들지만.

다른 남자 하나를 또 내려찍었다.

[31,428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대박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 만 단위의 코인이 들어오니 기분이 좋다.

골고루 나눠 먹느라 코인 먹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 정도 모아놓았으면 훌륭한 거지.

다음 남자 근처로 다가가며 다른 여자에게 물었다.

"너도. 이름이랑 나이. 스킬."

[121,449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오오. 대박. 드디어 여섯 자리 코인이 나왔다.

행복한 기분이야. 보물상자를 여러 개 까는 느낌.

전원 듀얼 스킬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예상한 결과긴 했지만, 생각한 것과 직접 마주친 것은 느낌이 다르다.

배가 든든한 기분.

"한송이. 31세. 투명이랑 발화에요."

"발화? 이름만 들어도 뭔지 알겠네. 사람에게 써지나?"

"네."

"이놈에게 써봐."

"네."

내가 가리키는 남자에게 스킬을 쓰는 송이.

기절해있던 남자가 그대로 불타올랐다.

"으아아아아악!"

기절이 깨면서 몸을 데굴데굴 구르던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이 되었다.

[34,884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으음…. 좋긴한데 이것도 미묘하네.

즉사가 아니라니. 게다가 기껏 기절 시켜놓은 것도 깨우네.

게다가 지금은 그냥 맨땅바닥이라 다행이지 실내에선 함부로 쓰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일단 확인할 것은 다 확인했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남은 세 명의 남자를 빠르게 찍어 죽였다.

셋이 합쳐서 6만5천 코인. 이놈들을 처리하고 거의 37만을 넘게 벌었다.

대박이야. 이거 정말 이쪽으로 오길 잘했어.

게다가 더 대박인 건 아직 사람이 많이 남았다는 거다.

탐지맨, 그리고 상급자라는 놈. 게다가 쉬고 있는 놈들까지.

이걸 다 죽이면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다.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올 거 같은데?

그리고 또, 이 여자들의 코인도 있다. 얼마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겠네.

"윤서? 너 코인 얼마 있지?"

"11만 2413요."

휘유. 대박이네.

"거기 너희 둘은?"

"4만 8235요."

"9만 5423요."

저 셋만 합쳐도 25만이다. 이대로 접고 돌아가도 될 정도네.

탐지로 살펴보니 안쪽은 난리가 났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기척들. 아마 여기서 기척이 꺼지는 걸 봤겠지. 이제부턴 난전이다. 그리고 난전에서 가장 유리한 건 나다.

나는 나만 안 죽으면 되는 거니까.

"거기 발화. 이름이 뭐라고?"

"한송이요."

31살이라고 그랬던가? 스타일이 좋은 여자다. 묘하게 매력이 있어 보이는 여자. 눈 밑에 점 때문인가?

아마 남자들 어지간히 잡아먹은 느낌이야. 색기가 느껴지네.

"가서 건물에 불 질러. 되나?"

"네."

"활활 타오르게 건물에 잔뜩 불 질러버려. 충분히 탈 때까지 스킬 계속 쓰고. 필요하면 회복 포션 먹어."

"회복 포션…. 이요?"

"어."

"회복 포션을 왜 먹어요?"

"설마. 회복 포션을 먹으면 스킬을 더 쓸 수 있는걸 모르는 거야?"

"헉…. 그런가요?"

"진짜요?"

"몰랐어요…."

다른 두 여자도 반응이 비슷하다. 뭐지? 이 속 빈 강정들은? 정말 그걸 몰랐다고?

하긴…. 회복 포션은 어지간해선 먹을 일이 없긴 하다. 게다가 개당 2,000코인은 만만치 않은 가격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도 아예 모를 리는 없다. 누군가는 알았을 텐데…. 그럼 서로 정보 교류 같은 건 잘 안 한다는 건가?

엉망진창이네. 겉보기만 조직력이 좋아 보이는 거였어. 그냥 필요 때문에 모인 운 좋은 녀석들이었을 뿐이야.

"암튼, 가서 불 질러. 그리고 너희 둘은 불이 나면 안에서 놈들이 뛰쳐나올 만한 곳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보이는 족족 잡아 죽여.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가봐."

광선녀의 스킬로 방을 하나씩 따고 들어가도 되겠지만, 귀찮다.

그냥 한꺼번에 뛰쳐나오게 하는 게 낫지.

어디 한번 당해봐라. 특히 탐지맨 새끼. 언제까지 거기서 처박혀있을지 지켜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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