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86화 (18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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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한번 사냥 나가서 며칠을 돌아도 허탕 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렇게 시작부터 쏠쏠한 수확을 얻으면 기분이 좋다.

축구 경기랑 비슷하다. 전반전 시작하자마자 한 골 넣고 시작하는 기분이랄까?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진짜 며칠 동안 허탕 치고 빈손으로 돌아갈 때면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더럽다.

참나…. 사람을 못 죽였다고 기분이 더럽다니. 생각할수록 웃기네.

무작정 중랑천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마침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리가 하나 있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도로라서 그나마 좀 낫다. 아까는 너무 탁 트였었어. 주변에서 다 보일 정도로.

게다가 여기는 폭도 조금 좁다. 그런 다리를 전동 휠을 타고 후딱 지나갔다.

자…. 이제 북쪽으로 올라가 볼까? 와보고 나니 이쪽은 예전에 와본 적이 있다.

이 옆에 있는 산. 여기에 무슨 계곡이었는데. 와본 기억이 난다. 뭐…. 시간이 꽤 돼서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도 그 모양과 분위기로 기억하는 거지 상세한 것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동네가 상당히 바뀐 건 알 수 있다.

알게 뭐야. 사람이 없으면 관심 끈다. 내가 필요한 건 사람이고 코인이다.

쓸데없는 추억 같은 것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의 기척은 여전히 없다. 조금 더 있으면 좋을 텐데.

조금 더 가니 지하철 종점이 보였다. 그리고 보이는 차량기지. 음…. 저길 가로질러야 하나? 돌아서 갈 수 있는 길이 있나?

표지판을 보니 좌회전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리고 워터파크의 이름이 적혀있다.

아. 다행이네. 이쪽으로 가면 되겠어.

길을 따라 계속 간다. 좌회전을 하니 멀리에 워터파크 지붕이 보인다.

자…. 이제 어떻게 하나.

문제는 아까 반대편에서 본 거와 다르게 건물과 산 사이에 또 주차장이 있다는 거다.

결국, 밝을 때 들어가는 건 무리인가? 조금 더 가까이 가봐야겠다. 어떻게든 몸을 숨기고 가까이 갈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근처로 갔더니 음식점이 하나 있길래 거기에다 충전해 놨다. 문이 열려있으니 다행이야. 엄한 유리 또 깰뻔했잖아.

그렇게 음식점에서 나오려는데 워터파크로 또 버스가 들어온다.

뭐야. 뭐 휴게소야? 되게 많이 왔다 갔다 하네? 원래 저런 곳이야?

웃긴 건 이번엔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아까 내렸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 아까 내린 사람들이었다.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와서, 다시 다른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뭐지? 이해가 안 가는데? 생각해보자. 뭐가 있을까?

조금 생각해보니 짐작 가는 게 있었다.

여기는 캐슬이 아닌거다. 이놈들이 컴퍼니 역할을 하는 거라면 딱 맞는다.

사람을 모으고 그 모은 사람들을 어디론가 알선하는 그런 곳.

강제로 사람들을 끌고 가는 게 아닌 거로 봐선 그게 가장 그럴듯하다.

끼니를 해결하기도 힘들고 스킬도 공격 스킬이 아닌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캐슬 같은 곳에 의탁하는….

그거라면 이해가 간다. 죽는 것보단 어딘가에서 살아남는 게 나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캐슬 같은 곳도 저런 사람들의 대우를 개차반같이 하지는 않겠지. 아니…. 일단 들어오면 끝인가? 뭐 그럴 수도 있고.

어쨌든 달콤한 말로 꼬드기겠지. 착취하든 감금을 하든 그건 그 후의 일이고.

버스는 사람들을 태우고 북쪽으로 향했다.

북쪽? 음…. 북쪽에도 캐슬 같은 곳이 있나 보지? 캐슬이 있는 남양주로 가려면 북쪽으로 갈 이유가 없다. 남쪽으로 내려갔어야지.

그런 곳들이 제법 있다고 했으니 북쪽에 그런 비슷한 곳이 있다고 봐야 하는 게 맞을 거다.

그래…. 대충 이해가 됐다.

그럼 이놈들을 쳐 죽이는 게 맞나? 놔뒀다가 북쪽 어딘가에 있는 캐슬같은 곳을 먼저 털어버리는 게 나으려나?

음…. 아니다. 여길 먼저 치고 정보를 알아두는 게 낫겠다.

어차피 그놈들이 여기 하나 무너졌다고 어마 무서라 하면서 통째로 이사 가지는 않을 테니까.

일단 여기는 박살 낸다. 그건 상관없겠지.

밖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워터파크 쪽으로 향했다.

최대한 나무를 엄폐물 삼아 근처까지 다가갔다.

좋아…. 이정도면 이제 건물이 탐지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

하나둘씩 느껴지는 기척. 제법 많다. 이게 다 몇 명이야?

최소 30명은 돼 보인다. 너무 많은데? 그리고 왜 이리 잔뜩 모여있어?

10명 정도는 한곳에 모여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규칙적인 배열로 흩어져 있는 거 보면 객실인가보다. 각자 방안에 하나씩 있는 건가?

음…. 두명이 같이 있는 곳도 있네. 2인 1실인가? 아니면 섹스 중?

그렇게 탐지로 기척을 확인하는데 안쪽에서 두 명이 바깥으로 나온다.

똑바로 내 쪽으로 다가오는 두 명의 기척. 근데 육안으로는 보이는 게 없다.

투명화 두 명? 게다가 나를 향해 똑바로 오고 있다고?

하…. 탐지도 있다 이거냐?

귀찮네. 걸렸다는 거잖아? 쉽게 볼 녀석들이 아니다. 조직적인 데다가 갖출 것도 다 갖췄다.

투명화 두 명…. 저 중에 탐지가 있을까? 뭐…. 확인해보면 되지.

아까 음식점이 있던 곳으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따라오면 투명화에 탐지 듀얼 스킬이고, 안 따라오면 탐지는 건물 안에 있는 거겠지?

어디 지켜보자. 어떻게 하는지. 기왕이면 탐지 있는 놈이 왔으면 좋을 텐데.

문제는 내가 온 게 들켰다는 거다. 저 정도 조직력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면 이미 보고가 됐을 것이고 거기에 대한 방비가 있을 텐데.

고작 한 명으로 비상을 걸지는 않겠지만, 내가 어딘가의 척후조일 경우를 대비해서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긴장을 놓지는 않을 거다.

골때리네. 역시 믿을 만한 건 매혹밖에 없나.

투명화 두 명은 다행히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

일단 탐지와 투명화 듀얼은 아닌거고…. 이제 저놈들을 어쩐다?

녀석들은 흩어지거나 돌아가지 않고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내가 타이밍이 기막히게 빠졌으니 저들도 내가 탐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운이 좋았다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음. 뭐가 됐든 파악 당하는 것은 기분이 나쁘다. 일단 저 둘을 처리해보자. 그럼 한 놈씩 더 튀어나오겠지.

어차피 저런 조직력에 탐지까지 가지고 있는 놈들이라면 일거에 소탕하는 건 이미 물 건너갔다.

장기전을 하면서 하나씩 무너뜨려야겠지. 어차피 속 터지는 건 방어하는 쪽일 테니까.

네 명까지는 내가 질 리가 없다. 내 위치를 파악하고 순식간에 다가와 물리적으로 타격을 주는 게 아닌 이상 나를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쉽게 내 약점을 드러내지도 않을 테니 저들의 피해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차곡차곡 누적될 거다.

폼으로 스킬 다섯 개를 마스터한게 아니다. 녀석들이 나 같은 놈들과 전투경험이 많다면 모를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 스킬 다섯 개인 녀석이 그리 많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그런 놈이 이런 캠프 같은 곳을 집적거릴 이유도 없고.

천천히 투명화 두 명에게 다가갔다.

탐지가 없다면 투명화가 없더라도 작정하고 몰래 다가가는 걸 알아차릴 놈은 거의 없다.

반경에 녀석들이 들어왔고, 무효화와 수면을 썼다.

은신이 풀리고 잠들어버린 둘. 나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오…. 이게 웬 횡재람. 한 놈은 남자고 하나는 여자다. 그것도 젊은 여자. 나랑 비슷한 나이로 보인다.

뭐가 됐든 여자는 바로 나의 전력이 된다. 그것도 투명화라면 굉장히 유용하지. 젊은 여자면 거부감도 적고.

일단 이 위치면…. 아까 탐지에 걸린 위치다. 탐지 스킬을 가지고 있는 놈이라면 세 명이 모여있는 것을 보고 있을 거다.

일단 남자 놈은 바로 죽였다. 살려둘 필요가 없지. 여자가 있는데.

[41,98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엑? 4만? 뭐야. 이놈 왜 이리 많아.

이거…. 물어볼게 많겠는걸? 여자에게 매혹을 걸고 자세히 바라봤다.

나름 이쁘장하네. 가슴도 크고. 인기 많게 생긴 타입이다. 화장을 안 했는데도 이정도면 훌륭하지.

옷 안에 손을 넣어서 가슴을 만진다. 음. 좋군. 어떤 상황이든 가슴을 만지는 건 좋은 일이다.

말랑말랑한 느낌. 좀 춥겠네.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잖아. 뭐…. 추우면 알아서 빨리 깨겠지.

"으음…."

슬슬 일어나는 거 같아서 슬쩍 손을 빼고 옷을 정돈해줬다.

자기가 왜 쓰러지는지도 모르고 일어나는 여자. 나를 보고도 어떠한 의문을 가지지 않고 환하게 웃는다.

매혹에 걸린 이들의 공통적인 모습. 왜 저렇게 환하게 웃는 것인지…. 무섭게.

뭘 먼저 물어봐야 하지? 물어볼 게 너무 많네.

"스킬이 뭐냐?"

"전 투명화랑 기절요."

"두 개야?"

"네."

오…. 땡잡았다. 투명화에 기절이라니. 이거 완전 대박이네.

"너랑 같이 왔던 남자도 스킬 두 개였냐?"

"네. 투명화랑 감전이요."

이것 봐라…. 이런 고급인력들을 막 탐색 보낸다고? 대단한데?

"너희가 캠프 맞냐?"

"네. 맞습니다."

"총인원은?"

"최종 보고 때 기준으로 상시 상주 인원 12명, 탐색 인원 30명. 총합 42명입니다."

"42명? 되게 많네? 그럼 지금 남아있는 사람은?"

"정확하게 파악을 못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말하는 게 상당히 각이 잡혔다. 특이하네. 규율이 심한 곳인가?

어쨌든 빠릿빠릿하고 나름 똑똑해 보인다.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 같은 느낌.

투명화에 기절이라니. 흔하지 않은 인재잖아. 얼마든지 마음껏 조종할 수 있는 고성능 병기 같은 느낌.

"이름이랑 나이는?"

"한윤서. 스물일곱이에요."

"좋아. 윤서. 저기 안에 주변 인간 탐지 스킬 있는 녀석 있지?"

"네."

"몇 명?"

"한 명요."

"한 명? 음. 만약 들어가서 그 녀석 죽이고 돌아올 수 있어?"

"불가능합니다. 현철씨는 최우선 보호 대상으로 되어있어서 쉽게 접근하기도 힘들어요."

"그 탐지 스킬 있는 녀석 이름이 현철이야?"

"네."

"그럼 경호는? 몇 명?"

"따로 경호하지는 않아요. 다만 저희가 들어가기 힘든 곳에 있어서 접근할 수가 없어요."

음…. 상당히 잘 짜여 있다. 제법 신경 쓴 흔적들이 보인달까. 그럼…. 또 뭘 물어보나.

근데 이러고 있으니 춥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

"따라와."

"네."

윤서를 데리고 아까 전동 휠을 충전해 놓은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따로 난방이 틀어있지 않는데도 건물 안에 들어온 것만으로 훈훈한 느낌이 든다.

있는 대로 난방을 다 키고 의자에 앉았다.

"앉아."

"네."

내 맞은편에 앉은 윤서. 음…. 굳이 맞은편에 앉게 할 필요 없지?

어차피 입만 열려있으면 되잖아?

또 발정 나서 달려드는 게 무섭다고는 하지만…. 그건 그 날파리녀가 약간 미친년이라 그랬다고 생각하자.

"거기 말고 여기 앉아."

내 무릎을 탁탁 치자 생긋 웃더니 냉큼 와서 앉는다.

두 손을 옷 안으로 집어넣자 차갑고 말랑말랑한 가슴이 만져진다. 그리고 솟아올라 딱딱해진 유두도.

그런 유두를 살짝 꼬집자 몸을 약간 비튼다.

"좋냐?"

"네…. 흐읏."

"물어볼 게 많으니 이러고 이야기하자. 괜찮지?"

"네에."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달콤함.

그리고 내 손 때문에 따듯해지는 가슴.

또 다른 녀석들이 오기 전에 빨리 알아둘 건 알아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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