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85화 (18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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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전동 휠을 타고 한바퀴 돈다.

그러면서 약간 걱정이 들었다. 바로 앞에 캠프라는 저렇게 큰 세력이 있는데 과연 여기에 사람이 있을까?

그거야 돌아보면 알겠지. 저놈들이 탐지가 있으면 모를까, 숨어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찾아낼 방법도 없을테니.

이쪽 동네는 서울에서 북쪽으로 가는 길을 따라 발전한 동네라 돌아보기가 편했다.

좌우로 폭이 좁고 위아래로 길쭉한 동네. 탐색하긴 참 좋다. 그래서 다 도는데 그렇게 많이 걸리지 않았다.

없다.

하나도 없다. 마치 내가 살던 중동이나 상동 쪽으로 보는거 같다.

기척에 걸리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마치 유령도시 같다. 귀찮네. 이렇게 하나도 없을 줄이야.

이렇게 된 이상 둘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남쪽의 서울로 가느냐, 아니면 북쪽의 의정부로 가느냐.

어차피 해가지면 다시 돌아와야하니 아주 멀리 갈 수 는 없다. 둘중하나를 골라야하는데...

결정할 시간도 없다. 느낌으로 가자.

남쪽으로 향했다.

남쪽으로 가서 아무것도 없으면 아예 중랑천을 건너서 다시 캠프쪽으로 올라오기로.

그렇게 하면 밑을 다 돌고 왔는데 별거 없어도 바로 캠프로 갈 수 있잖아.

밤이 아니어도 산쪽으로 갈 수 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밤에는 야트막한 동산도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밤의 산은 정말...거지같다. 물론 지금은 산 정상을 가거나 그런건 아니니 크게 상관은 없겠지만, 뭐가 됐든 산은 싫다.

가자. 일단 남쪽으로 가자. 뭐라도 있겠지. 설마 서울 북쪽일대를 전부 쓸어버리진 않았을거 아냐.

길을 타고 남쪽으로 계속해서 내려간다. 큰 산 사이에 좁게 형성된 동네. 길만 따라가도 되니까 탐지하기가 편하다.

하지만 사람은 없다. 으음...예상 밖이네. 이렇게 사람이 없을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저 멀리에서 사람이 보였다.

드디어! 사람을 찾았다. 탐지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먼거리. 다행히 저쪽에선 내가 안보였나보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몸을 숨기며 사람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길. 조금 들어가니 사람의 기척이 여기저기서 잡혔다.

와. 나이스. 이쪽으로 와보길 잘했네.

큰길만 쭈욱 훑고 갔으면 절대 못잡았을 거다. 운이 좋네...아주 좋아.

여기도 지난번의 아파트처럼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건가? 그렇기엔 방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보이는데.

일단 아까 밖에 보였던 사람쪽으로 향한다. 밖에 나와있는 녀석들을 공략하는게 쉽고 빠르니까.

근데...아파트들 모양이 특이하다. 네모모양이네. 상당히 옛날 아파트인가보다. 요즘엔 이런식으로 잘 안짓지.

그리고 그 네모 모양 아파트 안쪽이 전부 비닐하우스로 되어있다. 와. 여기도 물류센터 같은 짓을 하고 있네.

대신 여기가 좀 더 본격적이다.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는 모습이라고 해야하나?

아까 보였던 사람도 이쪽으로 들어갔으니 아마 여기 관계자겠지?

근데...진입하기가 조금 힘들다.

아파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방어벽이 되어있고 그 사이사이는 컨테이너와 이것저것으로 막혀있다.

하나의 요새같은 모습. 상당히 멋지다. 누군지 몰라도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다.

만약 믿을 만한 사람들이랑 욕심없이 지내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자생이 가능한 구조.

전기와 물이 무제한이라 가능한 짓이겠지만...어찌보면 물류센터의 최종 진화형이 이런 모습일테지.

왠지 부수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곧 접었다.

나하나에도 전멸하는 곳이라면 여기도 그냥 지금까지 운이 좋았을 뿐인 곳이다.

세상에는 나보다 강한 놈들이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내가 잡아먹지 않으면 결국 그런놈들에게 양보하는 꼴이겠지.

탐지가 있는지가 중요한데. 있으면 지금쯤 튀어나와야할텐데 아직 안나온다.

없나? 없으면 끝이지. 빨리 끝내자. 굳이 시간끌만큼 내가 여유로운건 아니니까.

주변을 빙빙 돌았다. 약점을 찾기 위해, 그리고 방심하는 녀석들을 찾기 위해.

주기적으로 침략을 당하거나 많이 시달린 녀석들이면 방심이 좀 덜할텐데 한참을 평화롭게 살았으면 많이 헤이해져있을거다.

게다가 지금은 겨울. 나돌아 다니는 사람이 극히 드문 기간.

아마 그리 빠듯하게 경계를 하지는 않을 거다. 그래...저놈들 같이.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손을 잡고 아파트 밖으로 슬쩍 나왔다.

누가봐도 별로 떳떳한 관계는 아닌것 처럼 보인다. 그렇게 어디론가 향하는 두사람.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 날잡아잡수라고 저렇게 튀어나오는데 저걸 가만히 놔두는건 죄악과 마찬가지다.

아파트 앞 교회로 슬그머니 들어가는 두사람. 익숙한 모습이 한두번 해보는 솜씨가 아니다.

탐지로 살펴보니 바로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다. 마음이 급한가? 그렇겠지. 그러니 저렇게 서두르겠지.

그들을 따라서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기척을 따라 들어가니 목사실이라고 되어있는 곳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잉. 간지러."

지랄났네. 신났구만 아주.

다행히 문은 꽉 닫혀있지 않았다.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 상황.

그렇다면 질질 끌 필요가 없지. 어차피 지들끼리 물고빨고 있을테니까.

조용히 문을 열어 바로 보이는 두 남녀에게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레깅스를 반쯤 내리고 있는 여자와 자지를 덜렁거리고 있는 남자.

들어온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넣으려는거야? 이미 여기까지 오면서 잔뜩 발정이 난거야?

대단하다...정말. 오죽 급했으면.

여자는 30대 중반 정도 되보이는 여자였다.

그냥 흔한 여자. 아무런 특색도 매력도 없다.

지난번 날파리녀 때문에 매혹을 걸기가 약간 두려워지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조심하는 수 밖에.

적당히 거리를 둬야지.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잖아.

남자는 그냥 죽였다. 남자놈의 자지를 계속 보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다. 더럽게.

[4,50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됐고...다음은 여자. 여자에게 매혹을 걸고 깨웠다.

부스스 일어나는 여자. 허튼 소리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친다.

"옷부터 입어."

느릿느릿 옷을 입으면서도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약간 무섭다.

씨발...이거 무서워서 매혹 걸겠나. PTSD 오는 느낌이네.

여자의 스킬은 기름 생성이었다. 아쉽네. 쓸모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쓸모 없진 않다. 이여자는 저 댐을 무너뜨릴 작은 균열이 될테니까.

여자에게 정보를 불게 한다. 매혹은 거짓도 숨김도 못하는 자백제 같은 거라 술술 아는데로 말한다.

딱히 특별할건 없다. 스물 두명이 모여서 살고 탐지도 없고 뭐...그렇다.

굳이 더 알아야 할 것들은 없지.

안에 있는 여자는 총 아홉명. 그중에 공격 스킬을 가진 여자가 둘 있다고 했다.

나는 가서 여자들을 데려오라고 했다.

아무나 좋으니까 최대 4명까지 데려오라고 시키자 여자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아파트로 향했다.

조금 뒤에 여자가 다른 여자 세명을 데리고 왔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교회로 오자 어리둥절한 여자들.

30대로 보이는 여자 둘과 40대로 보이는 여자 하나. 아...40대에게 매혹을 거는건 정말 싫은데.

끔찍한 기분이야. 아줌마가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습은...정말로 호러다.

아쉽게도 공격 스킬을 가진 여자는 없었다. 매혹이 걸린 네명의 여자를 시켜 이번엔 아무나 남자를 4명까지 데리고 오라고 했다.

정말 간단한 일이다. 가만히 앉아서 한 공동체가 박살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남자 네명이 왔고 바로 재워졌다. 무효화를 쓰면 매혹도 풀리기에 빠르게 다시걸어야하는게 불편하다.

회복 포션을 하나 마시면서 여자들을 다시 보냈다.

이번엔 아무나 네명까지 데려오라고 시킨뒤 남자들을 처리한다.

[7,423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0,66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9,21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4,200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총 스물 두명이랬지. 남자 열셋에 여자 아홉.

남자 다섯이 죽었으니 남은건 남자 여덟, 여자 아홉. 그중 여자 넷은 수중에 있으니 금방 끝나겠지?

다음엔 남자 둘에 여자 둘이 왔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왔길래 40대 아줌마를 재우고 젋은 여자로 바꿨다.

여자들이 또 갔고 남은 사람들을 죽였다. 또 데려오고 또 죽였다.

마지막에는 여자들과 함께 아파트 안으로가서 최후의 남자 하나를 직접 찾아갔다.

50대 아저씨. 보이자마자 재우고 바로 죽였다. 매혹에 걸려있는 여자들, 바로 재우고 죽였다.

불과 두시간도 안되서 스물 두명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코인이 다합쳐서 11만 정도. 쏠쏠한 수확이다. 성공적인 사냥이라고 봐야지.

비닐하우스 안. 추운 밖과는 다르게 이 안쪽은 더운 여름같은 온도다.

전기 걱정을 안해도 되니 가능한 비닐하우스. 푸르게 자라있는 벼들이 신기하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벼농사가 가능하다니. 이것 참 충격적이네.

벼는 원래 물을 엄청 먹는 식물이다. 아마 물도 무제한으로 쓸 수 있으니 가능한 짓이겠지?

죽어버린 스물 두명은 이미 기억에서 지워졌다. 내가 관심 있는건 이 비닐하우스다.

승규에게 이걸 보여주고 싶은데. 언제 한번 데리고 와봐야겠어.

쌓여있는 쌀들과 비닐하우스 1/4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밭에서 자라고 있는 작물들.

이대로 두면 누가 가져갈까? 뭐...가져갈 수도 있겠지. 적어도 당분간은 음식 걱정은 안할 수 있겠네.

아니면 아무도 돌보지 않아 그대로 다 죽어버릴 수도 있고.

캠프를 정리하고 돌아가면서 물류센터를 들려야겠네. 언제 정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벼들이나 작물들은 어떻게 못한다고 하지만 여기 쌓인 쌀들은 상당한 양이니 버려둘 수는 없잖아.

됐다. 이제 슬슬 이동하자. 여기 계속 있다간 쪄죽겠네.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흘러 기분이 나쁘다. 밖으로 나오니 차가운공기가 바로 땀을 식혀준다.

상쾌한 기분. 사람을 잔뜩 죽여놓고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꼼꼼하게 둘러보면 이런 곳들을 제법 찾을 수 있을것 같은데.

지상에서 찾는것은 한계가 있다.

하늘...그래 그 날파리녀 처럼 하늘을 날면 참 좋을텐데.

이놈의 스킬은 점점 배울게 많아진다. 투명화 다음은 비행? 그래. 비행이 있으면 전동 휠도 필요 없지.

사냥도 더 빨라질거고.

아. 모르겠다. 일단 하나씩 하자. 또 무슨 스킬이 나올지 알고 이런걸 미리 정하냐.

분명 기가막힌 스킬들이 또나올텐데.

아까 세워둔 전동 휠을 찾아 올라탔다.

이제 중랑천을 건너보자. 건너서 캠프 쪽으로 가자. 빨리 끝내야지. 할게 너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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