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72화 (172/703)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트레이닝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미나가 두번째 스킬을 얻는 거다.

다른 일도 많이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로는 그렇다.

일단 미나가 투명화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뭐든지 할 수 있어.

"자. 다들 이리 와봐."

내 말에 모두 모이는 여자들.

거실에 넷이서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사뭇 진지한 분위기.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하는 여자들.

"일단, 우리는 스킬 숙련을 올릴 거야. 미나의 질병 해제 마스터가 1차 목표고, 승희와 세아가 투명화를 마스터하는게 2차 목표."

"오빠는?"

승희의 물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물론, 나도 해야지. 어쨌든 가장 급한 건 미나야. 지금의 미나는 아무런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맨몸이나 마찬가지니까."

굳은 표정의 미나. 자신도 그걸 아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승희 코인 얼마 있지?"

"전 14만요."

"세아는?"

"난 17만 정도."

"미나는 없을 것이고."

"저…. 7천요. 어제…."

"아. 어제 코인 얻었지. 좋아. 알았어. 일단 너희의 코인은 다 가지고 있어. 정말 위험할 때 회복 포션을 먹는 건 상관없지만 어지간해서는 쓰지 마. 회복 포션도 필요하면 나한테 달라고 해. 음식 같은 건 절대 살 필요 없고. 알았지?"

셋 다 알았다고 대답하는 것을 듣고 나는 말을 계속 잇는다.

"나는 지금 56만 코인이 있어. 나는 이 대부분을 회복 포션 사는데 쓸 거야."

내 코인 양을 듣고 다들 질린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긴, 이건 다 살인의 증거다. 그만큼 사람들을 죽여왔다는 이야기니까.

"일단, 가장 급한 건 미나야. 회복 포션을 계속 먹으면서 질병 해제 스킬을 우리 셋에게 써. 전에 보니까 계속해서 숙련도가 올라가던데, 지금도 그러나?"

"한번 써볼게요."

미나가 우리 셋에게 한 번씩 질병 해제 스킬을 쓰더니 허공을 바라보며 말한다.

"네. 올라요."

"좋아. 그럼 지금부터 미나는 쉬지 말고 질병 해제를 써. 기왕이면 세 명에게 번갈아 가면서 골고루. 더는 못 쓸 것 같으면 그때 회복 포션을 먹어. 단, 회복 포션은 만능이 아니야. 여러 병 마시면 그때부턴 울렁거리고 어지럽고…. 암튼 지랄 같아 질 거야. 근데, 그것도 먹다 보면 늘어. 그러니까 정말 한계가 올 때까지 써. 지금부터 바로 시작."

"바로요?"

"어. 바로. 포션은 이 앞에 쌓아 놓을 테니까."

포션에 유통기한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설마 있겠어? 있어도 그리 짧지는 않을 거다.

일단 10만 코인 치, 50개를 앞에다 쌓아놨다. 어차피 20개만 먹어도 상태가 안 좋을 테지만.

"지금 숙련 몇이지?"

"저. 45퍼센트요."

"45퍼센트면…. 138번 쓰면 되나? 맞나 모르겠네. 어쨌든 포션 7병이네. 알았어. 어서 해."

미나는 질병 해제를 쓰기 시작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스킬 마스터가 쉬운 짓이 아니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알 수 없는 이유로 숙련도가 오른다는 사실이다.

그럼 결국 우리 몸에서 뭔가 안 좋은 게 고쳐지고 있다는 뜻이잖아? 그만큼 몸 안에 질병이 잔뜩 있다는 소리고.

생각해보면 무시무시하네. 사람은 누구나 다 이 정도로 질병을 안고 사는 건가?

"우리는?"

세아의 질문. 나는 그런 세아를 바라보고 말했다.

"자. 승희랑 세아 투명화 써봐."

두 여자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광역 스킬 무효화를 시전했다.

"어라?"

"어?"

좋아. 예상대로다. 투명도 풀어버릴 수 있어. 이건 예상했던 거다. 그리고 숙련도는…. 오케이.

스킬 한번을 썼는데 숙련이 두 개 분량이 올랐다. 혹시나 했는데 이렇게 되다니.

"방금 뭐한 거예요?"

"나 투명화 해제 안 했는데?"

"내가 지금 쓴 건 광역 스킬 무효화라는 스킬이야. 너희에게 준 종이에 적혀있었는데…. 봤어?"

"본 거…. 같기도 하고."

"에헤헤헤."

긴가민가한 세아와 그저 웃는 승희.

"생존에 꼭 필요한 것들이야. 외워야 해. 귀찮다고, 어렵다고 피하면 결국 그게 다 너희의 위험으로 돌아와. 항상 머리에 입력해있어야 하고 어떤 현상을 봤을 때 바로 파악을 할 수 있어야 하 한다고."

"알았어. 잔소리는…."

"네. 미안해요."

투덜거리는 세아를 흘겨보자 내 시선을 피한다.

하여간 저놈의 가시나를 그냥….

"어쨌든, 우리는 이걸 반복할 거야. 승희와 세아가 투명해지면, 나는 무효화를 쓴다. 누구 하나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와…. 살벌하네."

"윽. 그 정도로 해야 오빠처럼 되는 건가요."

"당연하지. 안 그러면 죽어."

내 말은 약간 섬찟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기에 투덜거리는 세아나 멋쩍게 웃고 있는 승희가 나를 조금 무섭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심지어 질병 해제를 쓰고 있던 미나도 내 눈치를 보는 모습.

뭐, 어쩔 수 없다. 스킬은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장난삼아, 여유롭게, 웃으면서 배우는 것들이 아니다.

처절하고 혹독하게 익혀야 살아남을 수 있는 거다.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해서.

그나저나…. 다행이다.

반사를 걸고 무효화를 걸면 스킬 숙련 올리는 속도가 반으로 줄어들어서 세월아 네월아 하고 회복 포션도 두 배로 먹을 뻔했는데.

투명 두 개를 지우면서 숙련 속도가 두 배로 올랐으니 결국은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네배로 오른 셈이다.

만약 미나가 투명이 생겼으면 여섯 배로 올릴 수도 있었을 텐데. 쩝. 그건 아쉽네.

어쨌든 네 배로 빨라진 것만 해도 큰 이득이다. 그렇게 써야 했던 포션들을 여자들에게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

코인이 상당히 절약되겠어. 정말 나이스한 일이야.

그렇게 우리의 스킬 수련이 시작됐다.

끊임없이 질병 해제를 쓰는 미나.

승희와 세아가 투명화됐을 때는 자신과 나에게 질병 해제를 쓰고 투명화가 풀리면 승희와 세아에게 쓴다.

그렇게 한참을 쓰고 포션을 마신다. 지금은 멀쩡한 데 조금만 있으면 맛이 가겠지?

세아와 승희가 투명화를 쓰면, 내가 무효화를 쓴다.

두 배로 오르는 숙련도. 너무 좋네. 쑥쑥 오르잖아.

앞에 쌓아둔 회복 포션이 빠르게 줄기 시작했다.

나는 스킬을 쓰면서 포션을 50개 더 사서 중앙에 쌓아놓았다.

이러면 일 인당 25개씩이니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힘들려나? 예전에 수련했을 때 몇 개까지 먹었더라? 모르겠다. 일단 해봐.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일단 미나는 멀쩡해 보이지 않는다.

"미나 너 몇 병 마셨어?"

"모르겠어요…. 스무 병…. 정도?"

"너 스킬은?"

"중급 질병 해제…. 32퍼센트요…."

어이구. 많이 올렸네? 한 스물 두세 병 마셨나보다. 대충 계산이 그러네.

"됐어. 그럼 가서 쉬어. 아마 더 마시면서 하기는 힘들 거야."

"네…. 으휴. 미안해요. 도저히 못 버티겠어요."

"아냐. 당연한 거야. 가서 누워. 가능하면 푹 자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미나. 한번 넘어질 뻔한 걸 내가 잡아줬다.

미나를 부축해서 방에 눕히자 그나마 조금 편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미나를 두고 나오려는데 미나가 내 손을 잡는다.

"왜?"

"아니에요."

얼굴이 창백해진 미나. 이러다가 투명해져서 사라져버릴 것 같다.

나는 그런 미나의 뺨을 한번 쓰다듬어주고 가볍게 키스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작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나.

"쉬어."

미나를 방에 두고 나왔다.

거실로 나오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승희와 세아.

"계속하자."

"미나 언니 이쁘죠?"

나에게 불쑥 물어보는 승희.

"이쁘냐고? 당연히 이쁘지."

"흐음…."

뭐야? 얘는 또 갑자기 왜 이래?

"아참."

나는 승희에게 키스했다.

깜짝 놀라면서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승희.

세아에게도 하려니 질겁을 하며 도망가려 그런다.

그런 세아의 허리를 잡아채 힘으로 끌고 와 강제로 입에다 키스했다.

피하지 못해 눈을 질끈 감고 키스를 당하더니 빼액 소리를 지르는 세아.

"무슨 짓이야! 갑자기!"

"방금 미나한테 키스해주고 왔거든. 그래서 너희들도 해준 건데?"

"우씨. 그런 것까지 일일이 공평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내 맘이야. 그래서. 승희 왜? 할 말 있어?"

아까와는 다르게 나를 보고 해맑게 웃는 승희.

"아니에요. 계속하죠."

나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 여자들은 뭐가 이리 복잡한 거야?

그냥 스킬을 쓰기만 하면 되는 미나와 다르게 우리는 투명화를 쓰고 그걸 내가 무효화시켜야 해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그래도 합이 맞게 되니 속도가 제법 빨라졌다.

결국, 마지막 포션을 들이켤 때쯤엔 승희와 세아도 거의 인사불성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나는? 멀쩡하네? 이 짓도 오래 하면 숙달되는 건가?

"아…. 죽겠다."

"어우. 방금 토할뻔했어."

"자. 막판 20번. 이것만 하고 쉬자."

"20번…. 어우. 진짜 죽겠는데."

"미치겠네. 이런 짓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고?"

"걱정마. 너희도 이게 일상이 될 거야. 우리 지금 겨우 코인 10만밖에 안 썼다고. 게다가 이제 포션 먹을 일은 없어. 후딱 하고 쉬자. 어서."

내 말에 승희는 아무런 말이 없고 세아는 나를 괴물 보듯이 바라본다.

"세아 넌 해봤으면서 왜 그렇게 엄살이야."

"어우…. 몰라. 싫어. 암튼 끔찍해."

"빨리 20번 하고 쉬자. 너넨 빨리 쉬어야겠다."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투명을 쓰는 두 여자. 나는 무효화를 썼고 다시 투명화를 쓴다.

마지막 20번을 모두 채우고 그대로 쓰러지는 승희. 그리고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세아.

"어휴. 넘어지겠다. 넘어지겠어."

그대로 세아를 번쩍 안아 들자 앙탈을 부리려고 하지만 힘이 없는지 무기력하게 팔다리만 허우적거린다.

"가만히 좀 있어. 떨어질라."

세아의 방, 침대에 눕혀주자 몸을 휙 뒤집으며 베개로 얼굴을 파묻는 세아.

나는 그런 세아를 보고 피식 웃은 뒤 밖으로 나왔다.

천장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짓는 승희.

나는 그런 승희도 공주님 안기로 안았다.

세아보다…. 조금 무겁나? 뭐, 키가 크니 무거운 게 당연한가?

"헤헤…. 얼굴이 두 개로 보인다아."

미치겠네. 술 먹었냐?

그런 승희도 침대에 눕혀줬다. 나를 보고 뭐라고 뭐라고 헛소리를 하지만, 혀가 꼬여서 뭐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나참. 재밌는 녀석. 끝까지 사람을 웃기네.

세 여자가 모두 뻗어버린 벙커.

매우 조용해졌다.

갑자기 이렇게 고요해지니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나저나…. 나는 왜 이리 멀쩡하지? 너무 멀쩡해서 이상할 정도인데.

잠자기엔 너무 상태가 멀쩡하고, 혼자 스킬 숙련도를 올리기엔 낭비가 심하다.

으음…. 할게 없네.

응? 미쳤나. 할 게 없기는. 넘치고 쌓인 게 할 일인데.

코인을 썼으니 충당해야지. 그리고 주변 정리도 하고.

나는 종이와 펜을 꺼내서 '나갔다 올 테니 문단속 잘해.'라고 쓴 뒤 거실에 있는 탁자에다가 올려놨다.

이러면 갑자기 없어졌다고 놀라진 않겠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