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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스킬
짜잔.
반사까지 마스터 했다.
세상을 이 꼴로 만든 놈들이 회복 포션을 먹고 스킬을 남발할 수 있는걸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해냈다. 구역질이 날 만큼 포션을 처먹고 결국은 해냈단 말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킬 목록을 열어본다.
대체 어떤 씹사기 스킬들이 있을까?
하나하나 대조해본 결과 열 가지 스킬이 추가 된 것을 확인했다.
먼저 공격 스킬 네 종류.
눈보라, 메테오, 우뢰 폭풍, 망자의 지대.
이름만 들어도 '와 씨발 개쩌는 광역 몰살 스킬'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스킬들.
이 새끼들은 확실히 대량학살을 유도하는 거 같다.
이전에도 광역 스킬이 잔뜩 생긴 거 같은데…. 아니 이러면 이전에 광역 스킬 찍은 사람이 뭐가 돼. 시너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니지…. 있을 수도 있잖아? 내가 모를 뿐이지.
어쨌든 크게 필요는 없지만…. 찍어보고 싶다.
대충 봐도 다 대마법사 급이 쓰는 스킬들이잖아. 각 속성 최고 등급의 스킬들 아냐?
이 미친 세상의 목적이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이 새끼들은 사람끼리 죽이는 것을 종용하고 있어. 그것도 화려하고 효율적으로.
존나 탐이 나지만…. 저건 투머치다. 모르겠다. 내가 중국이나 인도 사람이라면 저거 찍을지도?
아무 데나 갈기면 최소 몇백 명씩은 죽일 수 있을 테니까.
다음은 방어 계열로 보이는 데미지 감소.
정말…. 간단해 보이는 이름이지만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데미지 감소. 말 그대로 데미지를 감소시켜준다는 거잖아.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 얼마나 감소시킬지는 모르겠지만, 맞으면 뒤지는 스킬들을 저걸로 데미지를 감소한다면 개이득일거 같은데.
번개라던가 광역스킬 같은 것들.
맞고 죽느냐 안 죽느냐는 차이가 명확하다. 포션이 있으니까.
실수 한방에 끔살 날것을 저 스킬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개이득 아닐까?
그런 면에선 상당히 좋은 스킬처럼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안 맞는 게 최선이지.
그리고 다음 스킬. 방어인지 회복인지는 모르겠지만…. 체력 증가.
뭘까? 체력을 증가시킨다니. 스킬 이름으로 어떤 것인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모르겠다.
스킬을 쓰면 체력이 늘어나는 거야? 피통이 뻥튀기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아니면…. 패시브?
아직 스킬중에 패시브로 적용되는 스킬은 못 봤다. 근데 체력 증가 같은 건 패시브로 적용돼야 하는 거 아냐?
뭐가 됐든…. 체력 증가라니. 엄청 좋은 거 같은데.
어찌 됐든 이 세상은 게임처럼 스킬의 영향을 받고 있고 수치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체력은 정해진 수치가 있을 거다.
그런 체력을 늘려준다면…. 평상시에는 맞고 죽을 스킬도 맞고 안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아오. 씨발. 진짜 설명 좀 넣어놓지 개새끼들.
왜 스킬을 보고 이렇게 유추하고 있어야 하냐고. 씨바알.
됐어. 뭐든 좋아 보이긴 하는데 딱 이거다 싶은 느낌은 없다. 데미지 감소랑 마찬가지다.
맞지 않을 것을 상정해야지 맞고 버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다음은 설치류 스킬로 보이는 감시 트랩.
이건 뭐…. 스킬 이름이 모든 걸 다 말해주네.
말 그대로 CCTV 설치 기술인가? 근데 이것도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
설치해 놓고 회수하러 가야 하는지, 아니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건지, 어떤 모양으로 설치 되는지, 설치된 게 남에게 보이는지.
자세한 정보가 없으니 무조건 찍어보고 써봐야 한다는 건데….
상당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이것도 패스.
다음은 보조 계열 스킬들. 소환, 순간이동, 전송.
소환…. 그래 소환이다.
근데 뭘? 뭘 소환하냐고?
펫? 동료? 이계의 마물? 무기? 몸매 개쩌는 알몸의 여자?
하여간 뭔가를 소환하나 보다. 개늠들. 설명한 줄 없는 쓰레기 같은 놈들.
이 스킬 만든 새끼. 한 달 작업한 거 하드 뻑나서 작업물 다 날아가라. 개새끼야. 백업파일도 같이.
순간이동.
이건 그나마 알겠다. 이미 예전에 블링크가 나왔으니 이건 우리가 아는 그 텔레포트겠지?
하. 존나 탐난다. 순간이동이라니.
원하는 곳으로 슉하고 가는 거잖아. 거리 제한이 있으려나? 스킬 레벨 오를 때마다 늘어나고?
어쨌든…. 탐난다. 길바닥에서 시간 보내는 것만큼 무의미한 게 없는데.
예전이야 사냥감도 찾으면서 겸사겸사 이동했지만, 지금 같이 인구 밀도가 확 낮아진 시점에선 꼭 있어야 할 스킬인데.
고민될 정도네.
전송.
뭘? 뭘 전송해. 메시지? 물건? 사랑하는 마음? 어휴 존나 답답하네.
씨발 작업자 새끼. 하드 뻑나고 이어서 치질도 걸려라. 망할 새끼.
좋아 보이는 게 몇 가지 있었지만, 스킬 광역 무효화를 이길만한 스킬은 없어 보인다.
그럼 고민할 것 없지. 지른다.
['스킬 광역 무효화' 스킬을 배우는데 3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배우려고 골랐지. 씨이발. 내가 왜 골랐겠어? 엉?
예를 눌렀다. 스킬 창 아래에 생긴 스킬 광역 무효화.
나왔으니 써본다. 일단 반사를 걸고….
아. 잠깐만. 이거 쓰면 매혹도 풀리겠지? 내 예상이 맞는다면 그럴 텐데.
"잠깐 여기 있어."
내 말에 현주와 지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잠시 밖으로 나가 조금 거리를 벌렸다.
대충 50m는 넘게 온 거 같으니 이 정도면 영향이 없겠지.
근데 이거 어떻게 쓰는 거지? 내 기준으로 반경에 영향을 미치나? 아니면 원하는 지점에서 반경인가?
일단 하나하나 해보자. 시간은 많으니까.
"스킬 광역 무효화."
오오오오오.
반사가 꺼졌다.
오오오오오. 됐어. 이거면 일단 만족이야.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 되면 돼. 더는 상대방이 반사가 있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한민국만세다! 씨발. 이제 나를 막을 수 있는 놈은 아무도 없다.
좋아. 이제 다른 걸 실험해보자. 일단 발동어를 어디까지 축약시킬 수 있는지 부터….
한참을 실험해본 결과 '무효'라는 단어만으로도 스킬이 발동되는 것을 확인했다.
좋아 좋아. 이제 뭘 해보나.
현주와 지현이는 매혹이 걸려있어서 테스트하기가 조금 애매하다.
현주는…. 매혹이 풀리면 나를 폭사시킬 거다. 절대 매혹이 풀려선 안 된다.
지혜는 매혹이 풀리면 나에게 기절을 걸겠지? 그럼 자기가 기절 될 텐데.
아니다. 내 반사도 같이 지워지면? 그럼 내가 기절이네? 그럼 내가 죽네?
안 되겠다. 혼자서 테스트해보는 수밖에.
일단 알아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기준이 어디냐는 것.
나를 반경으로 나가는가, 아니면 내가 목표로 한곳의 반경으로 나가는가? 목표로 한곳 기준이라면, 그 거리는 얼만큼까지 가능한가?
둘째는 반경 거리.
최소 25m는 주겠지? 나름 광역인데?
일단 반사를 걸고 제법 먼 곳을 바라보고 스킬을 써봤다.
반사가 사라지지 않았다. 좋아. 내 기준으로 나가는 건 아니군. 내 기준으로 나가는 거였으면 무조건 내 반사는 풀렸어야 하니까.
줄자 없나? 줄자가 필요한데.
일단 대충 해보자. 정확한 반경은 나중에 알아보고.
먼 곳에서부터 서서히 바라보는 곳을 가까이하면서 스킬을 써봤다.
만약 내 반사가 풀린다면 그만큼이 반경이 되고 스킬 시전 가능 거리가 되겠지.
몇 번을 반복한 끝에 일단 시전 가능 범위가 20m 정도는 된다는 걸 알았다. 광역 범위는 그보다 더 작고. 한 15m?
정확하진 않지만 이 정도 거리면 그쯤 될것 같다. 이거면 충분하지. 결국, 수면이 걸리는 거리 정도만 되면 상대에게 걸려있는 스킬은 다 지울 수 있다는 거니까.
됐어. 이거면 충분해. 당장 바로 써먹을 수 있겠어.
몹시 만족스럽다. 무서울 게 없어진 기분.
상대가 광역 스킬로 나에게 공격을 하거나 가속화를 걸고 달려들지 않는 이상 내가 죽을 일은 없어졌다.
게다가 숨은 상태에서 내가 먼저 공격하게 된다면 현재로서는 상대가 막을 방도가 없다.
불면증이 아닌 이상 수면을 버틸 수가 없을 테니까.
당장이라도 이 넘치는 힘을 써보고 싶다.
중2로 돌아간 기분이야…. 큭큭. 나의 흑염룡이 꿈틀거리는군.
하지만 탐지는 고요하다.
잡히는 건 현주와 지혜뿐. 제길. 별수 없지. 잠자코 기다리는 수밖에.
다시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는 다.
간혹가다 탐지만 돌리고 그냥 죽은 듯이 앉아서 먹잇감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존나 심심하네. 씨발.
새벽 한 시쯤 됐을 때, 사람 네 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오오! 이건 내 거야! 내 먹잇감이야!
백마촌을 향해 곧바로 다가오는 놈들.
육안으로 네 녀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더 다가와라. 거리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대규모 무효화를 뿌리고 네 명에게 바로 수면을 건다.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남자 넷.
크…. 좋아. 몇백 번을 해온 짓이지만 이번만큼 깔끔한 기분이 없었다.
항거불능의 콤보. 내가 모르는 스킬이 있지 않은 이상 막을 방도가 없다.
밖으로 나가 신나는 기분으로 마체테를 휘둘렀다.
[7,427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8,666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1,529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7,423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대체 백마촌 화대가 코인 얼마치 식량이었길래 다들 기본적으로 이만큼씩 들고 있는 걸까?
한 5,000 정도 되나? 그쯤 되는 거 같다. 들어가는 놈들 중 그거 이하로 있던 놈들을 못 본 거 같다.
5,000이라. 생각보다 적지 않은 양이다.
하긴 뭐 그 정도야 사람 죽이면 금방금방 벌 수 있긴 하지만.
올 놈들이 더 왔으면 좋았겠지만 3시가 될 때까지 주변은 조용했다.
지난 일주일간 3시 넘어서 오는 놈들은 하나도 없었다. 하긴 올 거면 조금 더 일찍 왔겠지. 이렇게 늦게 올 이유가 없지.
자. 이제 그럼 비즈니스호텔을 치러 가보실까?
현주와 지혜를 앞장세우고 비즈니스호텔로 향한다.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 백마촌 녀석들이 전멸했는지 알고 있으려나?
내 생각엔 모를 것 같다. 알았다면 이미 호텔에 있던 놈들이 확인하러 왔겠지.
그래도 방심은 하지 않는다. 방심만큼 가장 위험한 게 없지.
가는 길, 스킬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스킬 조합이 완성되었으니 이제는 여기에 보완만 하면 된다.
가장 좋은 것은 투명화. 필요해 보이는 건 수납이랑 텔레포트.
근데 텔레포트가 있으면 수납은 필요 없는 거 아닌가? 텔레포트로 왔다 갔다 하면 되는 거 아냐?
모르겠다. 뭔가 제약이 있겠지. 어쨌든 둘 다 좋아 보이긴 해.
하지만 가장 완벽한 건 투명화다.
탐지 말고는 카운터가 없는 강력한 스킬. 생존에도 좋고 공격에도 좋다.
도주나 잠복에도 좋고 기습이나 침투에도 완벽하다. 그보다 더 좋은 스킬이 없지.
수납이나 텔레포트는 조금 더 고생하면 극복할 수 있잖아.
짐이야 들고 다니면 되고 텔레포트야 걸어 다니거나 전동 휠을 타고 다니면 된다.
당장 급한 스킬은 아니지.
하지만 투명화가 생기면 무쌍이 가능하다.
몇백 명이 모여있어도 탐지 스킬을 가진 이가 없다면 다 쓸어버릴 수 있다.
아니지 몇백 명이 모여있으면 탐지 스킬도 의미가 없지. 그 많은 인간 사이에서 기척을 구분할 수 없을 테니까.
역시 다음은 투명화인가.
문제는 이 스킬 광역 무효화가 스킬 숙련 올리기가 거지 같다는 건데….
게다가 스킬 레벨 올라가면 뭐가 달라지지? 그것도 알아봐야겠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비즈니스호텔에 도착했다.
안에서 느껴지는 기척 다섯 개.
이 새끼들은 모르는 게 틀림없어. 안 그러면 이렇게 평온할 리가 없으니까.
그럼…. 어디 한번 들어가 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