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40화 (1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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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촌

백마촌은 상당히 유명한 곳이었나보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하루에 적게는 네다섯. 많게는 스무 명까지도 왔다.

일반 빡촌이었으면 이 정도까진 아니었을 거다. 아마 진짜 백마라는 게 유명세에 큰 일조를 했겠지?

그때 투명 번개 말고는 그리 대단한 놈들은 없었다.

다 찌끄레기들. 운이 좋아 지금까지 살아남았던 놈들.

주변의 인간들을 잡아먹으면서 하루를 연명하다가 여유가 나면 한 번씩 와서 백마를 타고 허리를 흔들고 가는 녀석들.

시시하고 보잘것없는 인생.

당장 죽어도 누구 하나 울어줄 사람 없는 현실에 남겨진 얼룩들.

어…. 내이야기인가? 내가 말해놓고도 조금 찔리네.

그래도 나는 울어줄 사람 하나는 있다. 아니 둘. 어쩌면 셋 그 이상.

적어도 내가 죽으면 승희는 나를 위해 울어주지 않을까? 그렇겠지? 그렇다고 믿고 싶다.

나흘 정도가 지났을 때 백마촌에서도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거 같았다.

손님이 하루 정도는 아무도 안 올 수 있다.

이틀 정도면 지독하게 일진이 안 좋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근데 그게 사흘 동안 지속한다면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할 거다.

그렇게 나흘째부터 백마촌에서 남자 놈들이 나와서 주변을 훑기 시작했다.

어차피 탐지로 모든 게 파악이 가능한 나는 그때마다 꼭꼭 숨었기에 놈들이 우리를 찾는 건 불가능했고 놈들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도로 안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아예 한 명만 빼놓고 일곱 명이 밖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현주 지금 코인 얼마나 있지?"

"나. 15만 정도? 상세하게 말해야 해?"

"됐어. 지혜는?"

"전 7만 정도요."

현주가 7만 5천 정도를 더 벌었고 지혜가 5만 5천 정도를 더 벌었으니 둘이 합쳐서 13만. 내가 20만 정도 더 벌었으니 토탈 33만.

굉장히 짭짤하다. 백마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다.

이곳을 찾는 놈들이 그리 자주자주 오진 않을 거다.

길면 보름이나 한 달에 한 번 오는 놈들도 분명 있을 텐데…. 그런 놈들까지 싹 잡아 죽이면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

하지만 백마촌 놈들이 나와서 돌아다니는 게 너무 성가시다.

결국, 이짓을 계속하려면 놈들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소린데.

백마촌이 없어져도 여기로 오는 놈들은 계속 사냥할 수 있으니까.

손님들은 백마촌이 전멸했는지 모르잖아? 살아서 돌아간 놈들이 없으니 알 리가 없다.

좋아. 쓸어버리자. 신변에 위협을 감지한 거위를 도축해야 할 시간이 왔다.

"가자."

안에 있던 놈들이 뿔뿔이 흩어져 나와 있을 때, 지금이 기회다.

물론 뭉쳐있어도 현주의 폭발 한방이면 되지만 흩어져있으면 더 잡아먹기 쉽다.

저놈들은 무슨 깡으로 저렇게 흩어질까? 믿는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닌거 같은데.

일단 한 놈. 근처에 있는 녀석.

가볍게 지혜의 기절로 잡아 제압한다.

지혜가 내가 준 손도끼로 마무리를 하고 코인을 먹는다.

"얼마 들어왔어?"

"꽤 많은데요? 만오천 정도."

"그래? 짭짤하네."

내가 백마촌을 운영한다면 틈틈이 뜨내기나 만만한 놈들은 안에서 쓱싹 잡아먹었을 거다.

손님들과 친해지고 난 뒤 정보를 캐서 뒤탈이 없는 놈들이라면 잡아먹어도 되잖아? 자기들 짓이란 것만 들키지 않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런 짓을 4년 넘게 해왔고 틈틈이 그 지랄을 해댔다면 그런 부가 수입도 쏠쏠하게 챙겼겠지.

다른 녀석들도 저 정도로 가지고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한가지 거슬리는 것은 이놈들이 무전기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내가 알기론 무전기는 하나가 사라진다고 알아채는 방법은 없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XXX 이상무.' 이런 식으로 계속 무전을 친다면 금세 이상이 있다는 걸 눈치채겠지만 말이지.

그런 확인을 얼마 만에 한 번씩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전에 빨리 잡아 족쳐버려야지.

두번째 놈 역시 기절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반사 말고는 기절에 대항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이쪽은 반사라 해도 현주의 폭발이 있다.

그냥 터트려 죽여버리면 된다. 뭐…. 소리가 조금 크게 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이번에는?"

"2만 2천요."

"이야. 이놈들 때깔 좋네."

감탄하고 있을 시간 없다. 빠르게 다음 놈을 찾아 나선다.

셋째 놈은 8천 코인을 내뱉고 죽었다.

지혜가 코인을 회수할 때쯤 갑자기 남은 놈들이 백마촌 쪽으로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걸렸나보다. 입구 쪽으로 가자."

모여도 크게 두려울 게 없지. 어차피 나와 있는 건 네 명. 기절, 수면, 폭발 셋 중 맘에 드는 거로 마음껏 골라 죽일 수 있다.

음식점에 숨어서 지켜보니 네 녀석이 뭉쳐서 급하게 백마촌으로 돌아온다.

"현주야. 날려버려."

콰앙!

현주가 바로 폭발을 날렸다.

네 명이 동시에 폭사해야 했는데…. 안 죽었다.

뭐지?

흙먼지가 지나가고 반투명한 막에 둘러싸인 네 명의 남자가 보인다.

설마 보호막? 와. 보호막이 폭발을 막아?

지금껏 보호막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한 걸 본적이 몇 번 없어서 폭발을 막았다는 게 나름 인상 깊었다.

신기하네. 개똥도 약에 쓰일 때가 있다는 게 이럴 때 쓰는 건가.

하지만 개똥은 개똥일 뿐이다.

나의 수면과 지혜의 기절에 사이좋게 두 명 두 명씩 쓰러지는 녀석들.

지혜는 차분하게 네 명의 목숨을 거뒀다.

여자가 손도끼로 한 번에 죽이는 게 쉽진 않을 텐데…. 생각보다 잘하네.

"와…. 넷이 합쳐서 7만 정도 되네요. 보유 코인이 17만이 넘었어요."

"그래? 알았어."

현주에게 15만, 지혜에게 17만.

이 정도면 뭐 충분하네. 30만을 넘겼잖아? 딱 좋네.

"백마촌으로 들어가자."

밖에서 나는 폭발 소리가 들렸을지 모르겠지만 안에는 남자 하나와 여자 여덟밖에 없다.

과연 여자들이 공격 스킬이 있을까? 공격 스킬을 가지고 있는데도 매춘을 하고 있는 건 상상이 안 간다.

그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였는데 스킬이 공격 스킬이면서도 매춘을 한다는 건…. 어지간한 변태년 아닌가?

말 그대로 섹스가 좋아서 천직으로 여기는….

"안에 들어가면 그냥 보이는 대로 다 죽여."

"폭발 써?"

"위험하려나?"

"아무래도 지하니까…. 좀 그렇지?"

"그래? 그럼 일단 지혜한테 손도끼 받아서 네가 죽여. 지혜는 보이는 족족 기절 걸고."

"응."

"네."

여자 둘을 앞세워 백마촌 안으로 들어간다.

삭막한 입구, 불이 켜져 있는데도 밝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 전등.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한 남자가 손톱을 손질하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 인사한다.

"어서 오세…. 뭐야!"

불쌍하게도 유언치고는 상당히 허무했다.

일주일 만에 손님이 왔는가 했는데 그게 불청객이었다니. 불쌍한 놈.

그래도 낌새는 빨라서 뭔가 해보려 했던 거 같은데 조금 늦었다.

세상은 조금 늦은 자를 배려해주지 않는다.

0.01초라도 빠른 사람을 위해 손을 들어주는 게 현실이잖아? 늦은 놈은 죽어야지.

현주의 인정사정없는 손도끼 질이 기절한 남자의 목에 떨어진다.

남자는 빛으로 변했고 코인은 현주에게 빨려 들어간다.

이제 남은 건 외국인 여자 여덟 명.

백마…. 좋지. 좋은데 크게 관심이 없다.

백인 여자에 대한 환상이 크게 없다. 나는 야동도 일본 것만 봤으니까.

말도 안 통하는 여자는 그저 귀찮을 뿐이다. 살려두면 피곤해.

"가서. 다 죽여."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비명이 들린다.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다.

대충 안 돼, 살려줘, 뭐 그런 뜻인 거 같은데…. 관심 없다.

괜히 동정심만 생기지.

덜컥 보고 이쁘거나 맘에 들면 데리고 가기도 어렵잖아. 뒷감당도 힘든데.

무엇보다 여자들이 백마촌 남자들이랑 시시덕거리며 관계가 좋아보였던게 가장 컸다.

이미 겪을 만큼 겪었잖아? 틀어진 관계에서 시작하면 무슨 짓을 해도 그걸 바로잡을 수는 없다.

백마촌 녀석들에게 동조했던 여자들이 내가 구해준다고 나에게 고마워할까? 글쎄. 아닐 거 같은데.

"다했어."

"다했어요."

"어때? 수익은?"

사람을 죽여놓고 코인을 얼마 벌었나 물어보는 게 참 웃기다.

"지금 17만 코인 있네. 아까 입구에 있던 남자가 좀 많이 나왔고…. 여기 여자들은 뭐 없던데? 여덟 명 다 합쳐도 만이 안 넘어."

"그래? 사람은 죽인 적 없나 보지. 지혜는 아까 그대로?"

"네. 저도 17만 정도 돼요. 아까 이후로 먹은 거 없으니까."

"그래? 알았어. 그럼 여기도 다 털었고…. 어? 또 누가 온다."

백마촌은 사라졌지만 사라진 것은 우리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모르겠다. 이놈들이 무전기를 가지고 있었으니 비즈니스호텔에 있던 놈들에게 전해졌으려나?

거기까지는 기본으로 거리가 닿을 거 같긴 한데.

그럼 지금 오는 저놈들은 손님인가? 아니면 호텔에 있던 놈들인가?

뭐가 됐든 맞이해드려야지. 훌륭한 코인 주머니들인데.

"네 명이 이리로 오고 있으니까 저것들도 처리하자. 밖으로 가자."

"응."

"네."

아직 거리가 있으니 지금 밖으로 나가도 눈에 띄진 않을 거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 계속 있었던 음식점으로 숨었다.

어디 누가 오나 한번 볼까?

음…. 딱 봐도 손님이다. 불쌍한 놈들. 조금만 욕망을 눌렀어도 살 수 있었을 텐데.

별다른 변수나 반전 없이 가볍게 제압된 녀석들.

어지간히 큰 실수가 아닌 이상 이런 놈들에게 덜미를 잡힐 일은 없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

현주와 지혜는 이미 적당히 코인을 먹였으니 더 먹일 필요는 없다.

마체테를 들어서 직접 네 명의 목을 딴다.

[7,90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9,8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8,45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6,974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와. 6,974 코인?

이새끼 이거 맞춘 건가?

상점 품목 중엔 2코인짜리 작은 사탕이 있다.

왜 있는지 알 수 없는 진짜 작은 사탕.

그걸로 사서 맞추면 할 수는 있는데…. 코인 낭비야. 아무 의미 없는 짓이다.

그래도 6974는 좀 웃기네. 이새끼 남들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냐? 게임처럼 스샷을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불쌍한 놈들을 마저 처리했으니 이제는 호텔로 가야지.

기왕 처리한 거 마저 다 정리해야 하잖아?

혹시 모르니 일단 3시 정도까진 기다리기로 했다.

오는 손님들은 다 잡아먹어야지. 하나라도 흘리면 아까우니까.

코인이 넉넉해졌으니 스킬을 숙련하는데 박차를 가한다.

일주일 동안 짬짬이 올린 끝에 반사는 94퍼센트 정도가 되었다.

남은 건 반사 300번 정도. 포션 15개만 먹으면 되겠네.

아직 3시가 되려면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그 전에 마스터는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자. 그럼 쿼드로플 마스터를 향해 포션을 먹어 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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