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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촌
한참을 만지고 있으니 한 여자가 일어나려는지 몸을 꿈틀거린다.
뒤로 물러나 서서 기다리니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여자.
"옆에 깨워."
시키는 대로 옆의 여자도 깨웠고 두 여자는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스킬 뭐야."
항상 이렇게 물어볼 때마다 가챠 뽑기를 하는 기분이다.
무슨 스킬을 가지고 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
"비행이요."
"투명화예요."
애매한 스킬들이네. 스킬들이 이 모양이라 묶어놓지도 않았나 보다.
도주에는 좋은 스킬들이지만 잡히면 답이 없는 스킬들. 그러니 이런 다락방에 갇혀서 꼼짝도 못 하고 있는 거겠지.
안타깝지만 꽝이야. 비행은 좀 끌리긴 하는데 물류 센터에 보내기엔 너무 귀찮다.
다시 두 명을 재웠다.
그리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줬다. 빛이 되어 사라지는 두 명의 여자.
[4,427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3,5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2층으로 내려갔는데 현주와 지혜가 없었다.
뭐지? 들어와 있으라고 말했는데? 탐지를 돌려보니 밑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1층에 내려가서 보니 치킨집이었던 곳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
안에 들어와 있는 건 맞네. 깜짝 놀랐잖아.
현주는 상당히 지쳐있어 보였다.
하긴 폭발을 그렇게 써댔으니 지칠 만도 하지.
나야 회복 포션을 마시지만, 저들은 그러는 게 아니니까 결국은 잠을 재워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재우냐는 건데.
백마촌인지 나발인지로 쳐들어가려면 나도 좀 쉬어둬야 한다. 그렇다고 둘을 본진으로 끌고 가고 싶진 않다.
묶어놓고 재우면 되긴 하는데 그럼 푹 쉬지도 못할 거 아냐. 내일도 펑펑 써대야 하는 데 불편하게 재울 수는 없지.
게다가 뒤처리를 내가 해야 하니 본진은 싫다. 똥오줌 치우는 건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쪽잠을 자면서 2시간마다 매혹을 리필 해야 하나? 아…. 정말 피곤하네. 진짜.
일단 집을 나섰다. 어쩌겠어. 그렇게라도 자게 해야지.
하루 정도 안 잔다고 죽는 건 아니니까. 일단은 저들의 회복이 우선이다.
그냥 포션 줄까…. 포션 주고 지금 밀어버리러 가볼까?
일단 가보자. 가서 한번 상황을 보고 생각하자. 굳이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지.
"백마촌 위치는 알아?"
"네. 가본 적은 없어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나도. 대충만 알아…."
"앞장서. 가보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근처에 가면 탐지에 뭐가 걸리겠지. 그럼 그 녀석들 따라가면 될 거고.
현주와 지혜를 앞장세우고 백마촌을 향해 갔다.
그런데 현주가 지쳐서 조금씩 힘겨워한다. 내가 가자고 했으니 거절은 못 하고 무리해서 움직이는 모습.
어쩔 수 없이 탐지를 돌리면서 간간이 먹는 포션을 반만 마시고 남은 반을 현주에게 줬다.
내가 마시던 걸 주자 기뻐하면서 포션을 한 번에 마시는 현주.
웃긴 건 지혜가 그걸 부러워한다는 거다.
진짜 끔찍한 스킬이야. 매혹은.
"이 근처라고 알고 있는데."
하동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
어딘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대충 남쪽인 거 같긴 한데.
술집, 모텔, 룸살롱, 건물마다 하나씩 있는 마사지 가게.
유흥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마시고 싸고 자는데 특화되어있는 곳.
나름 환락의 거리였던 곳이었을 텐데 지금은 그저 사람이 하나도 없는 텅 빈 거리일 뿐이다.
"이 근처라고?"
"아마…. 맞을 거예요. 이 동네에 유흥가는 여기 밖에 없으니까."
"맞을 거야. 나도 그렇게 알고 있어."
"그래? 그럼 어딘가 있겠지."
골목들을 조금 걸어보니 여기 있는 게 맞는 거 같다.
골목 끝쪽 외진 곳.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어디론가 이동하는 세 명의 기척.
"지혜. 저 앞쪽에 사람 세 명 있어. 가서 기절시켜."
"네."
소리를 죽이고 빠르게 걸어가는 지혜.
나와 현주는 그런 그녀를 쫓아갔다.
골목 코너들 돌면 지혜와 세 명이 마주칠 거다. 약간 떨어져서 지켜본다.
모습을 드러낸 남자 세 명. 지혜를 보고 어? 하고 놀란다.
그리고 끝. 그대로 기절해버린다. 기절도 나랑 마찬가지지. 상대가 반사 스킬이 아니라면 마주치는 순간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는 강력한 스킬.
"잘했어."
칭찬을 해주자 좋아하는 지혜.
이번에는 현주가 그 모습을 보고 부러워한다.
남자 둘을 바로 죽여버렸다. 질문에 대답하는 건 하나만 있어도 되니까.
[9,87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8,5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아마도 돈 대신 식료품을 받을 테고 그 양이 적진 않을 거다.
이놈들은 식료품을 들고 있지 않으니 가서 코인으로 사서 줄 생각이었겠지?
그래서인지 코인이 제법 됐다. 이거…. 백마촌을 터는 것 보다 기다렸다가 여기 오는 놈들을 터는 게 훨씬 수익이 좋을 거 같은데?
하긴 백마촌에서 장사 하는 놈들을 털어봐야 식료품만 잔뜩 있지 코인은 그다지 별로 없을 거 같다.
오히려 이렇게 여자들을 사 먹으러 오는 놈들이 코인이 많겠지.
그래. 차라리 이게 낫겠네. 한 며칠 죽치고 앉아서 오는 놈들을 싹 정리 하는 게 훨씬 낫겠어.
남자 한 놈을 테이프로 감고 눈을 막았다.
"이 녀석 깨우고 백마촌 위치 물어봐. 스킬이랑."
현주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지혜와 함께 뒤로 조금 물러났다.
혹시나 얼음 회오리나 번개 파동이면 위험하잖아? 내가 직접 물어볼 필요는 없지.
현주는 터프하게 싸대기를 몇 번 날리더니 남자가 깨어나자 조곤조곤 질문한다.
입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는 남자.
그러자 현주는 또 뺨을 때리고 이번엔 발로 차기까지 한다. 어우씨. 자세가 아주 안정적이야. 왕년에 많이 해본 솜씨 같아?
결국, 순순히 대답하는 남자. 어휴. 저걸 또 순순히 말하네.
"저기 앞으로 쭉 가면 나온다는데? 스킬은 감전이래."
"그래?"
어차피 얼음 회오리나 번개 파동이었으면 이미 썼을 거다.
본인이 죽겠는데 친구고 나발이고 있겠냐고. 일단 쓰고 봤겠지.
그래도 내가 직접 물어보고 싶진 않다. 굳이 일 잘하는 부하가 있는데 내가 귀찮을 필요는 없지.
"백마촌 여는 시간이랑 요일, 규모 거기 상주 인원…. 이런 거 다 물어봐. 아는 데로 전부다."
"응."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하게 말하는 현주에게 남자가 순순히 다 대답한다.
뭐지? 사실 듀얼 스킬이고 매혹이라도 있나? 갑자기 불안해지는데?
"알아왔어. 백마촌은…."
"현주야."
"응?"
"너 스킬 하나지?"
"무슨 소리야? 스킬 하나지가 뭐야?"
"너 스킬 폭발 하나만 있는 거 맞냐고."
"스킬이 폭발 하나만 있지 뭐 다른 것도 있어?"
"근데 쟤는 왜 저렇게 줄줄 대답해? 쟤 병신이래?"
"음…. 그건 모르겠고. 다 말해주네? 그냥 셋 중 가장 많이 정보를 말해준 사람은 살려주고 한번 해준다고 하니까 말하는데?"
"그걸 믿는다고?"
"대충 믿게 했지. 말빨로."
"하. 어이가 없네. 말빨로 그게 돼? 저런 상황에서?"
"되네? 근데 어쩌겠어. 저런 상황인데. 살 방법이 그거밖에 없잖아?"
요즘 자꾸 조까라 거리면서 입 다무는 놈들만 만나서 그런가 저런 놈들이 조금 신기하다.
진짜 살려줄 거라고 믿는 건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거야? 모르겠네.
"암튼. 말해봐."
"어지간해선 날마다 열고 시간은 밤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한데. 안에 누가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모른다고 하고."
"그래? 됐어 그럼."
남자에게 다가가 재우고 바로 죽였다.
멍청한 놈. 물론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참 멍청한 놈이야.
[8,55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여자랑 떡 치려고 신나게 모아온 코인을 헌납하고 빛이 되어 사라진 남자.
어쩌겠니. 이게 니 팔자인걸.
"가자."
앞으로 쭉 가면 된다고? 그럼 가본다.
현주랑 지혜를 앞세우고 앞으로 쭉 걸었다.
정말 한참을 더 가자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진다.
위치는 지하. 점점 더 많아지는 기척. 이것 봐라? 생각보다 많은데?
"이리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기척에 느껴지는 사람들을 세어봤다.
뭉쳐있는 기척들 때문에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안돼도 스물은 넘는다.
참 용감하네. 저들은 서로에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나?
예전 지하상가 때도 그랬지만, 나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삐끗하는 순간 죽는 건데 어떻게 타인에게 내 목숨을 맡길 수 있는 거지?
정말 알 수가 없어.
"조금 더 가까이 가야겠다."
"응."
"네."
오늘부터 백마촌은 영업 불가다. 근처로 오는 손님들을 다 죽여버릴 생각이니까.
그리고 손님이 아무도 없는 날이 오면 그날이 백마촌의 폐업일이 될 거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랬던 건지는 모르지만 입구에 사람이 나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입구 근처에서 약간 떨어진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 맘편히 기다릴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가만히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알아서 먹잇감이 찾아오는 거잖아?
내가 또 이런 건 잘하지. 내 전공이라고.
예전 지하상가 때는 혼자여서 심심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가슴…. 아니 현주랑 지혜가 있으니까.
현주는 인조 가슴이니 됐고, 지혜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가슴을 만졌다.
따듯하고 말랑거리는 가슴.
기다리는데 이것보다 좋은 게 어딨어.
그런 나와 지혜를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현주.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현주에게는 캠프라는 곳으로 가는 길과 거기에서 본 것, 아는 것에 대해 쓰라고 펜과 종이를 던져줬다.
시키니 군말 없이 하긴 하지만, 계속해서 힐끔힐끔 내 쪽을 바라본다.
누가 보고 있는데 계속 가슴을 만지고 있으니 기분이 오묘하다.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더 자극적이기도 한 느낌.
이상한 거에 취미가 생길 것 같은 기분이야.
"아앙…. 왜 계속 가슴만…."
지혜가 들뜬 숨결을 내뱉으며 작게 중얼거린다.
하긴 계속 가슴만 만지며 애태우면 이런 반응이 당연하겠지.
하지만 이렇게 애태우는 것도 나름 즐겁다.
굳이 자지를 넣고 흔들지 않아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거든.
위에서 이러고 있어도 밑에서 아무 반응이 없는 거 보면 백마촌 안에 있는 녀석 중엔 탐지는 없다고 봐도 되겠지?
그래도 긴장을 풀면 안 된다.
뭔가 믿는 게 있으니까 이런 장사를 하는 거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것 일 테니까.
어느새 현주는 나와 지혜를 보면서 아래쪽에 손을 넣고 있다.
미친년. 자위하는 거야?
어지간히 밝히는 여잔가 보다. 다른 여자가 가슴이 만져지며 가는 걸 보고 자위하는 여자라니.
정말 대단하네.
그런 현주를 딱히 저지하거나 하진 않았다. 뭐 본인이 즐기겠다는데 어때.
누가 보든 말든 여자의 가슴을 만지는 나.
가슴이 만져지며 흥분하는 여자.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위하는 여자.
정상인이 하나도 없네. 미치겠다 정말.
탐지에 사람의 기척이 잡혔다.
숫자는 둘. 백마촌의 손님이겠지만 이제는 우리의 손님이다.
우리는 손님을 하이재킹하는 이 시대의 미친 새끼들.
"사람 온다. 숫자는 두 명. 가자."
내가 그렇게 말하고 손을 빼자 지혜가 엄청나게 아쉬운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한창 자신을 위로하던 현주 역시 인상을 썼다.
어떤 놈들인지 몰라도 불쌍하다.
좋은 시간을 가지고 있던 여자들이 화나면 상당히 무서울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