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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채굴
"어? 왜 문을 열어주는 거지…?"
"괜한 의문 가지지 말고 들어와."
마치 내 집처럼 자연스럽게 들어간 나는 집 안쪽을 살펴봤다.
현주의 폭발에 베란다 샷시가 박살이 나서 찬바람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는 거실.
문을 열어준 여자는 추운지 몸을 움츠리면서도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옷 입고 와. 나갈 준비해."
그렇게 지시하고 잠시 기다리니 여자는 패딩을 입고 나온다.
나랑 비슷한 나이 같은데 감금되어있었다거나 하진 않아 보인다. 뭐 상관없지. 그런 여자도 있고 이런 여자도 있는 거잖아.
"이름이랑 스킬 말해봐."
"김지혜요. 스킬은 기절이에요."
오. 기절이라니. 좋네. 역시 살아남아 있는 이유가 있다니까.
"고급 기절?"
"네? 네. 맞아요. 고급 기절."
"3명에게 기절 쓸 수 있는 거 맞지?"
"네,"
잠깐 나연이가 생각났지만…. 금방 잊었다. 죽어버린 여자들을 일일이 기억해주기엔 내가 그렇게 센치한 사람이 아니니까.
"따라와. 나가자."
여자 둘은 잠자코 나를 따라 왔다.
아직 자정도 되지 않은 시각. 밤은 기니까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아무리 사람들이 적어졌다고 해도 뒤져보면 나온다.
그러니 구석구석 열심히 찾아봐야지.
"우리 어디 가요? 목적지가 있는 거에요?"
지혜는 넉살 좋게 내 곁에 붙으며 마치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물어본다.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 나도 모르게 대답해줬다.
"사람들 찾으러. 잡아 죽이려고."
"아. 사람들 찾는거에요? 그럼 나 알고 있는 사람들 있는데."
"어? 사람들 찾는 거였어? 나도 알고 있는 데 있어. 사람들 모여있는 곳."
두 여자의 말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여자들을 바라봤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이 녀석들도 분명 거래를 하거나 교류를 하는 놈들이 있었을 텐데.
그래. 그런 놈들을 고구마 줄기 캐듯 싹 쓸어버리면 되는 거 아냐? 굳이 이렇게 헤맬 필요 없었잖아?
이래서 멍청하면 안 돼. 머리가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니까.
"따라와."
날이 추우니 길바닥에서 이야기할 수는 없기에 멀쩡해 보이는 가게를 하나 골라 들어갔다.
밖에 본단 낫지만 썰렁한 건물 안쪽. 지혜는 능숙하게 가게 안쪽을 둘러보더니 히터를 찾아서 켰다.
그리고 뭔가를 더 뒤적거리더니 내게 말했다.
"커피 마실래요?"
"커피?"
"네. 커피 믹스지만."
"먹어도 되나? 유통기한 그런거 없어?"
"네. 당연하죠. 동결건조 분말에 밀봉이라 괜찮아요. 저는 날마다 몇 잔씩 마시고 살고 있는 걸요?"
"줘봐."
"그쪽도 마실래요? 타줄게요."
"그래. 주면 먹지."
지혜는 참 특이한 여자다. 붙임성이 좋다고 해야 하나?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쉽게 한다.
나 같은 놈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인싸 계열이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다고.
커피를 타서 나와 현주 앞에 한 잔씩 내려놓은 지혜는 자신의 커피를 들고 내 옆에 앉는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애인인 줄 알았다.
"맞은편으로 가서 앉아."
내가 냉랭하게 말하자 작게 '쳇'이라고 내뱉으며 맞은편 현주 옆에 앉는 지혜.
"알고 있는 거 다 이야기해봐. 지혜부터."
"사람이면 다 되는 거예요?"
"어. 누구든."
"음….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네 명이 한팀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희랑은 그냥 서로 마주치면 인사만 하고 안부만 물어보는 놈들. 그리고 남자 여섯으로 이뤄져 있는 팀도 하나 있어요. 근데 그놈들은 조금 거칠어서…. 서로 안 건든다고 해야 하나? 그런 놈들 있고요. 아. 그리고 백마촌."
"백마촌? 뭐야 그건."
"이름만 들어도 알 거 같지 않아요? 빡촌이죠. 성매매하는 곳."
"빡촌…. 그런 단어를 스스럼없이 쓰는구나."
"같이 있던 놈들이 맨날 써대서…."
"암튼. 빡촌이라니…. 잘도 그런 걸 하고 있네. 아직 안 망한 게 신기하네."
"여자는 귀하잖아요. 함부로 죽일 수가 없으니까."
자기도 이쁘장한 여자면서 저런 이야기를 잘도 말하는 지혜.
저 정도 되니까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았겠지?
그리고 백마촌이라…. 대충 뭔지 알 것 같다.
중동에도 지하상가에서 그렇게 했었으니까. 그때 봤던 그 백인 여자가 생각난다.
근데 이름이 백마촌이면…. 거기도 외국 여자가 있는 건가?
"더 있어?"
"일단 그 정도만 알고 있어요. 뜨내기들이랑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은 많이 줄어서."
"특징들 알고 있는 거 있어?"
"제가 말한 사람들요?"
"응."
"음…. 네 명이 움직이는 팀은 투명화가 두 명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함부로 못 건들고 서로 구역을 나눈 거고요. 남자 여섯인 쪽은 좀 위험한 놈들이에요. 기절도 있고 감전도 있고 막 차를 번쩍 드는 놈도 있고…."
기절에 감전? 차를 번쩍 들면 괴력? 그놈들 아까 쓸었던 걔들인가? 하긴. 같은 지역에서 그렇게 스킬이 중복되면 그 녀석들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된다. 남자 여섯이면 숫자도 맞고.
그럼 여섯 명 거기는 신경 안 써도 되네. 이미 세상에 없으니까.
"백마촌인지 거기는?"
"그건…. 저는 잘 몰라요. 이야기만 듣고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어서."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다음 현주."
"어…. 나도 백마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거긴 나름 이쪽에선 유명한 곳이라."
"너도 거길 알아? 더 아는 거 있어?"
"아니. 나도 있다는 것만 알아. 여자가 그런 델 갈 필요가 없잖아."
그건 그렇네.
남자들이야 좇에 머리가 지배당했으니 가겠지만…. 여자들은 가면 오히려 눈깔 뒤집힌 남자들한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니까.
"또."
"음. 캠프라는 곳이 있어."
"캠프?"
"응. 스카우트 제의가 와서 한번 가본 적 있는데 사람이 매우 많은 곳이야. 몇 명인지도 잘 모를 정도로. 일단 내가 본 것만 해도 열댓 명은 넘었으니까. 근데…. 거긴 좀 꺼림칙해. 약간 사이비 느낌도 나고."
"사이비? 아직 그런 게 남아있나?"
"완전히 사이비는 아니고 그런 비슷한 거라는 거지. 어쨌든 찝찝한 곳이었어. 다들 표정이 너무 해맑게 밝다고 해야 하나?"
"그거야 가보면 알겠지."
"엑? 간다고? 거길?"
"왜? 문제 있어?"
"아니…. 별로 가고 싶지 않아서."
"내가 간다고 해도?"
"으…. 네가 가면 가긴 해야지. 근데 좀 그런데."
매혹은 개인의 호불호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야말로 절대적인 복종. 하라면 할 수밖에 없지.
"더 없어?"
"일단 알고 있는 건 그 정도…."
"그래? 그럼 알았어. 지혜 앞장서. 그 남자 네 명인 쪽부터 가자."
"저 걔들 사는 정확한 위치는 모르는데요."
"그 구역이라는 곳까지만 안내해."
지혜가 앞장섰고 나와 현주가 그 뒤를 따른다.
그녀가 말한 곳은 그리 먼 곳이 아니었기에 금방 도착했고 나는 탐지를 돌리며 무작정 걸었다.
"위치를 알고 있는 거예요?"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아니, 너무 당당하게 앞장서길래요."
"돌아다니다 보면 튀어나오겠지."
탐지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찾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지.
한 시간 정도를 빙빙 돌다가 결국 찾아냈다.
1층이 음식점인 4층짜리 빌라. 탐지로 기척을 살펴보니 전 층을 다 쓰는 것 같다.
2층에 두 명, 3층에 두 명, 4층에 두 명의 기척이 느껴진다.
"왜 여섯이지?"
"네?"
"아냐. 혼잣말."
뭐,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나? 잡아놓은 여자라도 있겠지.
여자 하나 안 잡아놓은 놈들이 오히려 병신 아닌가? 능력이 없거나 생각이 짧은 놈들이지.
예전 같으면 귀찮게 침투하고 그런 걸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쪽엔 현주가 있으니까.
"현주. 여기서 보이는 창문들 다 터트려."
"응."
펑! 펑! 펑!
말을 마치기 무섭게 창문이 하나씩 터져 나갔다.
아마 안에서 자고 있던 놈들은 혼비백산하겠지?
"지혜 너는 저기 입구로 사람 나오면 보이는 족족 기절시켜."
"저 세 명 밖에 안 되는 거 알고 있는 거죠?"
"어. 세 명만 기절시켜."
그렇게 잠깐 기다리고 있자 안쪽에 있던 놈들이 한데 모여 1층으로 내려오는 게 탐지로 느껴졌다.
뭉쳐서 나오면 더 위험할 텐데?
나는 현주에게 말했다.
"저놈들 뭉쳐서 우르르 나오면 그냥 바로 터트려버려."
"응."
아마도 사람에게 습격당했다는 생각은 못하는 거 같다.
하긴 건물 안에 있다가 이 정도 폭발을 느끼면 미사일이나 폭탄 같은 게 터진다고 생각하지 사람이 공격한다고 생각하겠어?
그 와중에도 옷은 걸치고 튀어나온 남자 넷.
현주의 폭발에 그대로 빚덩이가 되었다.
폭발 스킬…. 생각보다 좋네? 화끈하잖아?
좀 요란해서 그렇지 시원시원하고 깔끔하다. 지금껏 내가 해왔던 방식이 상당히 좀스럽다고 생각될 정도.
"여기 있어."
지혜와 현주에게 기다리라고 말하고 입구로 가서 코인 주머니를 먹었다.
[6,459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5,8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8,118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8,54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남자놈들은 끝났고, 지금 4층에 두 명 있는 저 기척은 아마 여자들이겠지?
새끼들. 여자들은 놔두고 지들만 빠져나오네. 급하면 죽이고 코인이라도 먹고 가야 하는 거 아냐?
폭발의 좋은 점은 터지기만 할 뿐 불이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창문들이 모두 터져버려서 찬바람이 들이치고 있는 집안.
4층으로 올라가니 다락방에 여자 둘이 있었다.
반사가 있으니 예전처럼 몸을 사릴 필요는 없다.
공포에 떨며 나를 바라보는 여자 두 명.
수면을 한 번씩 걸어보니 제대로 수면이 걸렸다.
반사는 없다. 아휴 귀찮아. 빨리 스킬 광역 무효화를 찍고 싶다.
매번 수면으로 반사를 검증해야 하는 이 귀찮음을 빨리 끝내고 싶다.
여자들에게 매혹을 걸고 창문으로 가서 지혜와 현주에게 외쳤다.
"안에 들어와 있어!"
추운데 밖에 있게 할 필요는 없지.
여자들을 흔들어 깨웠다.
이렇게 잡혀있는 여자들은 어느 정도 젊고 이쁜 여자들인 경우가 많기에 깨우는 일이 번거롭지 않다는 게 좋다.
적당히 가슴을 주무르면 되니까.
브라와 팬티만 입고 있는 여자들을 감상하며 양손으로 한 여자씩 잡고 흔든다.
살짝 나온 아랫배가 귀여운 여자와 가슴이 조금 작은 여자.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이쁜 편이지. 만질 수 있을 정도는 되니까.
보기 짜증 나는 외모였으면 손도 안 대고 이미 죽였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