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27화 (12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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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왜 기척 느껴지는 게 둘밖에 없지? 넷이어야 하는데?

기척 두 개는 꼼짝도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조금 더 뛰어가니 바닥에 쓰러진 두 명이 보였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느껴지는 두 명의 기척.

저깄구나. 정종찬 개새끼야.

바닥에서 뒷머리를 잡고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두 명을 그대로 재웠다.

이런 잔챙이들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빠르게 마체테로 찍어 죽인다.

[7,984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9,236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넌 여기 근처에 숨어 있어."

나에게 매혹된 이 대리. 이름이 은미라고 했던가? 아무튼, 여자에게 숨어 있으라 지시하고 빠르게 이동한다.

남은 기척 둘. 아마도 정종찬과 투명화 아저씨.

둘은 있던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몸을 숨기고 가까이 다가가니 정종찬의 목소리가 들린다.

"씨발. 덤벼! 씨발!"

어디서 주웠는지 손에 파이프 같은 것을 하나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다.

투명화를 쓰고 있는 아저씨는 탐지에 느껴지는 기색으로 봐선 정종찬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 같다.

상대가 보이지 않으면 번개를 쓸 수 없다.

그리고 상대가 접근을 못 하게 하면 투명화도 소용없다.

어쩌다 보니 대치하고 있는 둘.

"씨발! 왜 나를 공격하는데! 최 과장 개새끼야!"

투명화 아저씨가 최 과장인가? 어쨌든 최 과장은 대답해서 위치를 노출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확실히 승기를 잡아 제압한 다음 하나하나 따지고 싶겠지.

정종찬은 최 과장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에 그저 위협적으로 주변에 파이프를 휘두를 뿐이다.

멍청한 새끼. 내가 끝내주마. 번개같은 쓰레기 스킬을 고른 네놈의 최후다.

몸을 숨기고 수면을 걸었다.

근데…. 왜 안 자?

쓰러 져야 하는데 멀쩡하다. 스킬이 나간거 맞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저 새끼도 불면증이야? 그런 소리는 들어본 적 없는데. 없던 불면증이라도 생긴거야?

그때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들었다.

반사.

저 새끼 스킬이 두 개 구나.

그제야 모든 게 한 번에 이해가 갔다.

반사를 배웠다면…. 더는 정세희 그년의 노예가 아니겠지.

멋모르고 정세희가 매혹을 쓰는 순간 단숨에 그동안의 관계가 역전됐을 거다.

음흉한 새끼. 치밀한 새끼. 게다가 대가리도 잘 돌아가는 새끼.

스킬을 마스터 하고 두 번째 스킬을 고를 수 있었을 때 얼마나 환호성을 지르고 싶었을까?

정세희 그년도 허술한 편은 아니었을 텐데. 정종찬 저 새끼가 조금 더 영악했던 거지.

그럼...정세희 그년은 스킬을 아직도 마스터를 못 했나? 이해가 안 가는데?

아무튼, 그건 그거고. 반사를 배웠다니…. 막막함이 밀려온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정종찬 저 새끼를 잡을 방법이 없다.

거리는 벌리고 있지만, 저놈의 눈에 띄는 순간 번개를 맞을 거다.

접근전은 절대 불가능한 상황.

유일한 방법은 석궁.

한방에 도망갈 수 없는 부상을 입혀야 한다. 그러면 저 최 과장이라는 놈이 알아서 제압해주겠지.

연사 속도를 생각해 봤을 때 한발, 아니면 두 발 안에 맞춰야 하는데…. 가능할까?

실패한다면 내가 상당히 위험해진다. 내 존재를 알아버리는 순간 저놈은 어떻게든 내게 붙으려 할 거다.

그럼 목숨이 위험해지는 것은 내가 되겠지. 번개는 감전과 다르게 맞으면 그냥 바로 죽으니까. 그냥 짜릿짜릿한 수준이 아니다. 회복 포션이고 뭐고 그냥 타죽는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되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스킬이 두 개일까? 혹시 세 개 네 개 되는 게 아닐까?

석궁의 볼트를 막을 수 있는 스킬이 뭐가 있지? 보호막? 그건 석궁은 막을 수 있겠지만 저놈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면 최 과장의 공격을 무서워 할 리가 없지.

금속화? 그것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저놈은 방어 스킬은 없다.

근데…. 반사가 석궁도 막아주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논 타겟팅 스킬은 반사해주지만, 물리적인 공격까지 막아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이고 실험해 본 적이 없으니 확신을 할 수가 없다.

머릿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격렬한 토론을 벌어진다.

이대로 지켜보는 것과 석궁을 쏘는 것.

안전하게 갈 것이냐? 모험을 할 것이냐?

하지만 어차피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쫄보의 승리. 모험은 하지 않는다.

안전제일 주의. 내 목숨을 소중하게 보존하는 것이 목표지 정종찬을 쳐 죽이는 게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굳이 저놈을 잡자고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놓치는 게 미친 듯이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크억!"

정종찬이 등짝에 무언가를 얻어맞고 그대로 몸을 꺾었다.

나도 모르게 석궁을 강하게 움켜잡았지만 정종찬이 더 빨랐다. 몸을 날리듯 자신을 공격한 최 과장을 움켜잡는다.

"씨발 새끼…. 잡았다. 번개!"

마른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졌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누군가가 번개에 직격당했다.

댕그랑.

금속 재질의 무언가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빛이 나더니 코인 주머니가 나타난다.

"허억. 허억. 씨발. 좇같은 새끼. 아오. 이게 무슨 꼴이야 씨발."

정종찬은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기며 엉망이 된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한다.

개새끼. 저러는 모습도 존나 간지나네. 화보 찍냐? 씨발 새끼야?

"아…. 씨발. 이게 뭐야. 좇같네. 이 미친 새끼는 왜 갑자기 나한테 덤벼들고 지랄인 거야?"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는 녀석.

그러더니 갑자기 눈 깜짝할 사이에 모습이 사라졌다.

뭐지? 씨발? 방금 뭐였어?

투명화인가 싶어서 탐지를 돌려보니 엄청난 속도로 기척 하나가 움직이며 동사무소 쪽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주변을 빠르게 돌아보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하…. 이거 오늘 많이 놀라네.

스킬이 두 개가 아니고 세 개였어? 게다가 방금 건 뭐야? 설마 그건가? 가속화?

대략 게임에서 헤이스트 같은 스킬인가보다. 자신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능력.

지금 속도로 봐선 엄청난 속도였다. 맨눈으로는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속도.

어이가 없어진 나는 일단 탐지가 끊이지 않게 유지하며 조용히 자리에 있었다.

미친 새끼네 저거.

번개에 반사에 가속화? 조합 씨발…. 존나 잘 짰네.

바깥이면 무적이라고 볼 수 있는 번개, 타겟형 스킬들을 완벽히 방어하고 역으로 되돌려 줄 수 있는 반사, 게다가 가속화.

생각해보니 가속화 저것도 존나 사기네. 논 타겟형 스킬들을 모두 피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

번개의 약점이 하늘이 보이지 않는 실내니까 실내에서 덮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안 통할 거다.

저 속도를 무슨 수로 막아…. 무리다. 말도 안 되는 스킬이야.

왜 저런 스킬이 가격이 30만이 아니지? 이해가 안 가네 정말.

생각할수록 막막함과 무력함이 느껴진다.

씨발놈. 진짜 좇같은 새끼.

세상이 망하기 전까지는 잘나갔다 치더라도 지금은 내가 우위일 줄 알았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우위일 줄 알았다. 걸리기만 하면 그대로 내 앞에 무릎 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다.

빌어먹을 새끼. 또 그렇게 나보다 우위에 있겠다고? 개 씨발 놈 새끼.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스킬이 저 세 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네 개일지 다섯 개일지 모른다. 씨발 새끼. 좇같은 새끼. 염병할 거지 같은 새끼.

세상이 망한 뒤 처음으로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 들었다.

저 새끼를 어떻게 공략하지?

지금 상태로는 저놈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실외에서는 마주치는 순간 내가 죽는다.

실내라고 다를 게 없다. 저놈이 손에 아무거나 들고 가속화 상태에서 휘둘러도 내 대가리가 깨지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저 새끼가 탐지가 없다는 거다.

탐지가 있었으면 지금 내가 숨 쉬고 있을 리가 없지.

이미 코인 주머니가 되었을 거고 정종찬 개새끼는 갑자기 생긴 79만 코인을 보며 껄껄 웃었을거야.

저걸 어떻게 이기지? 저놈을 어떻게 잡아?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아니 아주 불가능 한 건 아니다.

반사가 꺼졌을 때 재우는 방법, 그거 딱 한 가지밖에 없다.

탐지가 있으니 녀석이 잠들었을 때 다가가서 수면을 거는 수밖에 없다.

근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 정도 방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그럼 무슨 스킬이 필요하지…?

최 과장 그 남자처럼 투명화? 근데 이건 확실한 상성은 아니다.

서로 대치할 뿐이지 저놈을 잡을 방법은 없다.

게다가 최 과장도 결국은 죽었잖아? 빌어먹을.

반사. 역시 반사밖에 없다.

반사를 배워서 번개를 유도하면, 반사에 튕겨서 지가 죽겠지?

근데 번개가 반사되긴 하나? 씨발…. 이걸 테스트해볼 수도 없고….

결국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만큼 복수 스킬 보유자에게 반사는 무적의 방패다.

어떻게든 방심하고 있는 틈을 찌를 수밖에 없어.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정종찬 놈이 튀어나와서 머리를 후려칠까 봐.

한 시간 정도를 제자리에서 탐지만 강박적으로 돌리며 가만히 있었다.

탐지에 걸리는 은미 때문에 자꾸 깜짝깜짝 놀라는 것도 웃긴다.

병신. 쪼다 같은 쫄보 새끼. 한심한 놈. 머저리. 등신. 쓰레기 새끼.

정종찬 그놈이 완전히 이곳을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잔뜩 지친 몸으로 겨우 회복 포션을 하나 마시고 은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내가 시킨 대로 꼼짝 않고 숨어 있는 여자.

"따라와."

여자를 데리고 본진으로 향했다.

지금은 일단 몸을 숨기는 게 우선이다. 체력도 정신도 너덜너덜한 기분이야.

탐지가 없으니 일단 숨기만 하면 안전해진다. 그러니 빨리 돌아가야 해.

본진으로 돌아와 벙커문을 닫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정신이 좀 돌아오며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논 앞에 있는 여자. 일단…. 들어야 할 건 들어야지.

은미를 방에 들어가라고 하고 말했다.

"벗어."

자신의 정장을 벗어 차곡차곡 개 놓고 옆에 놓는 은미.

그냥저냥 평범한 여자다.

이쁜 축에 들지도 모르겠지만 미나나 승희, 세아와 함께 있던 나에겐 그냥 평범한 여자로 밖에 안 보인다.

"진동파는 어떤 스킬이지?"

"원하는 위치에 진동을 줄 수 있어요. 사람, 사물, 바닥이나 허공 아무 데나 다 가능해요."

다소곳하게 침대에 앉아 내 질문에 대답하는 은미.

"그걸로 사람은 어떻게 공격해?"

"보통 머리 부분에 진동을 주면 어지러움을 느끼며 쓰러져요. 강하게 하면 뇌를 직접 흔들어서 기절이나 손상도 줄 수 있고요."

뭐야. 이것도 스킬 좋네. 역시 이름만 보고는 모르는구나.

"진동이라…. 뭐 그런 거야? 특정 진동파를 내서 주파수 공진을 일으키고…. 그런 거?"

"그런 건…. 어려워서 잘 모르겠어요."

가능할 거 같은데…. 스킬 가진 사람이 멍청해서 활용을 다 못하는구나.

이래서 사람은 머리가 좋아야 하는 거야.

자기 스킬이 뭔지, 어떻게 쓰는지 정도는 연구해야지.

너무 피곤해서 일단은 쉬고 싶은데 일단 들어야 할 건 들어놔야 한다.

막말로 이 여자가 자살이라도 하면 안 되니까.

근데…. 뭐부터 물어봐야 하나. 물어볼 게 너무 많아서 막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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