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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야?
위층은 가구와 침대, 주방용품, 가전제품들이 있는 층이었다.
아마도 여기가 생활공간인가 보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파티션 같은 거로 방처럼 나뉘어 있다.
그저 매장 구경을 하는 것처럼 느긋하게 한 바퀴 돌며 세 명을 다 재웠다.
자신들이 습격당할 것에 대해 대비도 경계도 아무것도 안 해 놓은 놈들.
이런 놈들을 볼 때마다 참 한심하다. 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있던 거야? 그저 운이 좋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너무 쉽게 제압당한 녀석들을 바라보는 세아가 허무한 표정을 짓는다.
고작 이런 놈들에게 그동안 마음 앓이를 했다는 게 억울한 것 같은 모습.
"마무리 지어야지? 근데…."
"네?"
"그냥 곱게 죽일 거야?"
"네에??"
"그냥 덜컥 죽이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냐고."
"그럼…. 뭘 어떻게 하면 돼요?"
나는 대답 대신 테이프를 꺼내 들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4년 경력 테이프 맛집의 솜씨를 보여줄 시간.
팔과 다리를 이쁘게 묶어놓고 입에 테이프 칠을 한 세 남자를 한곳에 모아놓으니 세아는 그저 황당한 듯 바라보고만 있다.
"이놈들이 사과한다고 해도 네게 별 위안이 되지도 않을 것이고, 괜히 쓸데없는 말 하면 마음에 상처만 생기니까 입은 열지 말자. 이대로 고통이랑 절망만 주고 죽이면 돼."
"고통이랑 절망?"
"그래. 잘 모르겠지? 대충 시범을 보여줄게."
전투화가 녀석들의 뺨에 차례차례 열렬한 만남을 가진다.
금세 일어난 남자 셋.
깨어난 남자들의 눈에 아직은 눈에 분노가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제 파악을 못 하다니 한심하네.
"니네 동료 네 명은 이미 죽었어. 큰 기대하지 마."
음. 이제 좀 보기 좋은 눈이 되었군.
절망이 깃들며 희망이 사라지는 눈빛. 눈의 총기가 급격하게 흐려지는 게 보일 정도.
"자. 니네들 세아 알지?"
앞으로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고 뒤쪽에 처져있던 세아의 어깨를 감싸며 남자들의 앞으로 나서게 했다.
남자들도 세아도 다 같이 당황한다. 뭐야 이 바보들은.
"세아야. 네가 당황하면 어떻게 해. 복수할 시간인데."
잠들어 있는 사람을 쳐 죽이는 것과 깨어있는 사람을 쳐 죽이는 것은 천지 차이다.
밀려오는 죄책감의 차원이 다르니까.
특히 실수로라도 상대의 눈과 마주쳤다면 아무리 대범하고 익숙한 이라도 며칠은 생각나게 되어있다.
어쩌면 제법 오래 생각날지도 모르고.
하지만 복수를 하는 이에겐 그보다 짜릿한 게 없지. 그 공포에 물든 눈빛이 마음에 쌓인 응어리를 단번에 씻어내 주니까.
마체테를 세아에게 건네주자 미약하게 손을 떨면서 받아든다.
"안 되겠어? 힘들겠으면 말하고."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지. 심한 자극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니까.
"아니에요. 할래요."
두 손으로 마체테를 꽉 움켜잡는 세아.
나는 그런 그녀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아까랑 같아. 목을 쳐. 대신 한 번에 안 죽여도 돼. 피가 튀어도 상관없어. 어차피 죽으면 다 사라져. 네 마음이 풀릴 때까지 해도 돼. 무리하진 말고."
잠시 주저하던 세아는 마체테를 위로 치켜들었다.
공포에 휩싸인 남자가 발버둥 쳐보지만, 꽁꽁 묶여 있기에 어떠한 반항도 할 수 없다.
목에 커다란 상처가 나며 피가 확 튀었다.
내 이야기를 들었어도 막상 피가 튀니 화들짝 놀라는 세아.
하지만 한이 서린 여자는 무섭다. 금방 피에 익숙해지고 두 번째, 세 번째 마체테를 찍는다.
남자가 사라지고 튀었던 피가 모두 사라졌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눈으로 다음 남자를 바라보는 세아.
조금 더 잔인하게 두번째 남자도 피를 뿌리고 죽었다.
빛과 함께 사라지는 피.
마지막 남자는 반쯤 실성한 표정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린다.
"죽어!"
세아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온 외침을 내뱉고 마체테를 휘둘렀다.
피. 피. 피. 그리고 빛.
탐지에 걸린 기척이 나와 세아만 남게 되었다.
졸지에 생각지도 못한 복수를 완료한 세아가 형언하기 힘든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
"후련해?"
댕그랑.
마체테를 떨군 세아. 부서질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힘없는 걸음으로 내게 다가온 세아가 내게 몸을 기댄다.
"조금…. 이러고 있어도 돼요?"
"남자는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아…. 진짜 잔말 말고 좀 입 다물고 있어요. 이러고 좀 있을게요. 기댈 데가 없으니 이러는 거 아니에요."
처음에 봤던 세아의 모습이 어느 정도 돌아온 거 같다.
걸걸한 말투와 성격. 게다가 츤츤거리는 모습까지.
그렇게 나에게 기대있던 세아가 가만히 입을 연다.
"뭐 때문에 나한테 이렇게 해주는 거예요?"
"어린 나이에 기억력이 그렇게 안 좋아서 되겠니? 네 스킬이 탐난다고 내가 몇 번을 이야기 한 거 같은데."
"진짜로…. 스킬뿐이에요? 다른 의도는 없어요?"
"뭐. 더 가지고 있는 거 있어?"
잠시 입술을 깨물고 말하길 주저하는 세아가 겨우 입을 연다.
"정말…. 몸이 목적이 아니에요?"
"싫다며?"
"네?"
"몸만 노리는 남자들이 싫다며. 그러니까 요구를 안 하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세아야."
내가 세아의 어깨를 잡고 눈을 마주치자 얼굴을 살짝 붉힌다.
매혹이 걸려있고 이렇게 붙어있으면 참을 수 없을 텐데…. 이 정도로 참고 있는 게 대단한 거지.
"어떤 남자도 너같이 귀엽고 이쁜 애의 몸을 원하지 않을 리는 없어. 나도 마찬가지고. 근데 네가 싫다니까 참는 거야."
"내가…. 귀엽고 이쁘다고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글쎄. 니가 너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그건 이미 증명 된 거 아니냐? 너랑 내가 죽인 이 백화점에 있던 놈들이 왜 너를 안 죽이고 살려뒀을까? 추하고 별 볼 일 없었으면 너는 이미 예전에 죽지 않았을까?"
"왜 말을 항상 그런 식으로…."
"니가 너무 피해의식에 찌들어 있는 거 같아서 그래. 충분히 사랑받고 살 수 있을 텐데 말이지. 가슴은 좀 작긴 하지만."
"안 작거든!"
"안 작거든?"
"...요!"
"에이. 아무리 그래도 말은 제대로 해야지. 네가 이쁘고 귀여운 거 맞는데 가슴이 작은 건 사실이라고."
매혹이 걸린 세아고 복수도 끝났다. 아마 이제 머릿속에 나랑 하고 싶은 생각만 잔뜩 들게 될 거다.
절대로 내가 먼저 손을 대진 않는다. 스스로 나에게 안아달라고 조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매혹이 풀리고 지금 일을 떠올렸을 때 위화감을 느끼지 않겠지.
"안 작다고요!"
"그래. 그럼. 그렇다고 치자."
"아! 진짜 안 작다니까!"
그러더니 자신의 후드티를 훌렁 벗어버린다.
안쪽에 입고 있는 스포츠 브라. 그냥 스포츠 브라도 아니고 육상선수들이 쓸법한 제품이다.
내가 미처 말릴 틈도 없이 그것마저 바로 벗어버리는 세아.
그리고 생각보다 큰 가슴이 튀어나왔다.
이게 뭐야…. 물리법칙을 무시할 정도 아냐? 어떻게 이 정도 가슴이 그렇게 압박되어 있었지?
"와…. 진짜네. 미안."
막 엄청나게 커다랗고 그런 건 아닌데 세아의 키와 체형을 생각하면 비율적으로 봤을 때 상당히 큰 편이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로리거유인가? 말도 안 되는 여자였네.
"더 성의있게 사과해! 왜 사람 말을 안 믿냐고!"
"야. 솔직히 그런 거로 꽁꽁 감춰뒀는데 이걸 누가 알아채?
"사과하라고."
"그래. 미안해.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네. 사과할게."
사과했는데도 아직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은 세아.
근데 진짜 사기네. 저 외모에 저 가슴이라니…. 취향에 따라서는 미나보다 인기 있을 타입이잖아.
"너…."
"왜 또 반말이야. 너라니."
"시끄러! 어떻게 부르던 내 맘이야!"
"그게 왜 니 맘이야? 내 맘이지."
"...그쪽은 왜 내 몸에 관심이 없어?"
"하아. 아까 말했잖아. 네가 싫다며? 싫어하는 사람한테 억지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할게."
"뭐?"
"...한다고."
"좀 크게 말해줄래? 혼자서 웅얼거리면 내가 알아들을 수 없어."
"그쪽은 예외로 해준다고!"
성질을 빼액하고 부리는 세아.
얼굴이 붉어진 채로 저런 말을 하다니…. 츤데레 로리 거유…. 맙소사.
"니 말은, 내가 네 몸에 관심을 보여도 된다는 말인 거지?"
"그런 거 굳이 확인하려 들지 마!"
매혹의 효과가 확실하게 돌고 있는 거 같다. 이제 이 정도면 되겠지.
명백하게 본인이 먼저 말을 꺼냈고, 나는 거기에 응답해줄 뿐이다. 이제 나는 정당방위라고.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세아의 가슴에 볼록하고 나와 있는 유두를 살짝 스쳤다.
손가락이 닿자 움찔하는 모습.
가슴 밑으로 팔짱을 끼고 있는 그녀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게 보인다.
이거 눈높이가 너무 차이 나서 내려다보기가 좀 그렇네.
나는 옆에 있는 침대에 앉았다.
아. 이제야 눈높이가 적당하네. 딱 좋아.
"가까이 와볼래?"
표정은 싫은 척해도 벌려져 있는 내 다리 안쪽까지 다가온다.
눈앞에 가득하게 된 츤데레 로리 거유의 가슴…. 씨발. 이건 좀 미친 듯이 꼴리네.
내 취향은 승희나 미나 같이 슬렌더라고 생각했는데. 내 안에도 이런 신사의 마음이 있을 줄이야.
아니지. 이건 취향 차이가 아니야. 이런 걸 싫어하는 놈은 그냥 남자가 아니지.
나는 적당한 위치에 있는 세아의 가슴, 그리고 젖꼭지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뭐…. 뭐 하려고 그래!"
내 숨결이 가슴에 닿자 질색하는 듯 말은 하지만 뒤로 물러나거나 피하진 않는다.
나는 혀를 내밀어 젖꼭지를 한번 핥았다.
"읏…."
세아의 생생한 반응이 이 상황을 너무나 즐겁게 만들어 준다.
그럼 이제부터 이 아이를 만족스러울 때까지 즐겨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