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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센터
닭을 들고 집으로 향하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일단 옷에 묻은 돼지 냄새가 너무 지독하다.
세탁한다고 냄새가 지워지려나? 모르겠네.
많은 사람을 죽이고 여자들을 사지에 몰아넣은 뒤 죽게 만든 다음 닭 세 마리를 받아들고 훈훈함을 느낀다.
이 무슨 버라이어티한 하루 일정인지…. 내가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이게 과연 맞는 걸까?
아니 틀리면 어떻게 할 건데…. 나는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게 아니다.
이 안 좋은 세상은 이미 일방통행의 외길이다. 선택지 따위는 없는 세상.
돌아가지도 멈추지도 못한다.
끝까지 가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이런 세상을 살면서 뭐가 옳고 뭐가 틀린 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을 이렇게 만든 새끼들도 대답을 못 해줄 텐데…. 내가 고민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 유독 길다.
8월도 다 지나갔다. 아직 더위는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조금만 있으면 이 더위도 수그러들겠지.
그러다 보면 찬바람이 날것이고 겨울이 올 거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면 어느새 문득 또 한해를 살아남았다고 좋아하겠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짓밟고 살아남은 목숨인데…. 살아있다고 좋아해도 되려나.
아니, 이것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당연히 좋아해야지. 살아남았다고 슬퍼해야 하나? 그건 아니지.
뻔뻔하게, 그리고 당돌하게 끝까지 살아남는 거다.
내가 아끼는 사람, 내가 곁에 두고 싶은 사람만 남겨놓고 모두 쳐 죽이면서 평화를 만들어 내는 거다.
시체가 사라지니 피 웅덩이와 시체로 쌓아 올린 평화라는 표현은 못 쓰겠지만 말이지.
사실 인간의 역사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닌가? 맘에 안 드는 놈들 쥐어패고, 필요하면 짓밟고 약탈하고 죽이는 것.
그건 인류가 지성을 얻기 시작한 다음부터 끊임없이 행해오던 일이다.
내가 특별하거나 특출나는 것은 아니란 말이지.
그저 지금이 그때와는 다르게 도덕심이 옅고 사회적인 제제가 없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내 행동과 삶은 그리 손가락질당할 일이 아니라는 거다.
그 누구보다 본능에 충실하게 잘살고 있는 거잖아?
이야…. 나도 참 궤변과 개소리에 점점 재능이 느는 거 같아.
이걸 이렇게 포장하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벙커 근처에 도착했다.
탐지에 걸린 승희의 기척이 느껴지자 반가운 마음이 든다.
내 삶에서 승희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커지는 만큼 걱정이 앞선다.
승희를 잃으면, 그녀가 없어지게 된다면 과연 나는 이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안돼. 이런 생각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해.
꼭 이런 생각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고. 그러니 안돼.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자.
승희는 아무 일 없을 거다. 이대로 평생 세상이 완전히 멸망할 때까지 사이좋게….
안돼. 이건 더 위험해. 아주 위험한 클리셰야. 아예 언급을 말자. 그냥 스리슬쩍 언급하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자.
특별히 희망도 절망도 없이 소소한 즐거움을 나누며 그냥 그렇게 살자.
그게 최고야. 그거면 충분해.
"왔어요? 으악! 이게 무슨 냄새야!? 똥 쌌어요?"
"얘는 무슨 말을…."
"아니 그게 아니면 이게 대체 무슨 냄새에요! 우욱…. 누가 보면 임신한 줄 알겠네.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예요!"
"나도 알아. 이거나 받아."
나는 닭이 든 보냉백을 승희에게 건네줬다.
한 손으로 코를 막고 보냉백을 받아든 승희.
"이게 뭐예요?"
승희는 얄밉게 뒤로 세 걸음 정도 물러나서 보냉백을 열어본다.
나는 돼지 오물이 묻은 옷들을 훌훌 벗어 세탁기에 넣고 세제를 넣은 뒤 바로 돌려버렸다.
"오오오! 닭!? 생닭!? 이거 어디서 났어요?"
"물류센터에서 줬어."
바로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가자 승희가 쫄래쫄래 쫓아와 신나는지 계속 말을 건다.
"우와. 닭이라니! 고기라니! 근데 이거 어떻게 해 먹죠? 뭐 생각하고 있는 거 있어요?"
"글쎄."
옷을 벗어도 몸에서 돼지 냄새가 나는 거 같다. 샴푸나 보디샴푸는 얼마든지 있으니 잔뜩 짜내어 몸을 박박 씻어낸다.
근데 이것도 유통기한 있지 않나? 이미 지난 거 같은데…. 뭐 이상한 거 같지는 않아서 쓰고는 있다만. 아직 피부가 씹창나거나 하진 않았으니 써도 되긴 하겠지?
"그래요? 그럼 내 맘대로 요리해봐도 돼요? 오오. 무엇을 하지? 기름…. 기름이 있으면 후라이드 치킨을 할 수 있는데! 역시 닭은 치킨이지. 맙소사 치킨이라니. 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네."
정말 신났는지 샤워하는 내 곁에서 계속해서 재잘거린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참을 수가 없다.
샤워를 마치고 머리와 몸의 물기를 닦아 낸 뒤 승희 앞에 섰다.
"치킨 괜찮죠? 후라이드 치킨! 그럼 나가서 기름을 구해 와야 하는데…. 어머나. 오빠. 이거 왜 그래요?"
잔뜩 발기해 있는 내 물건을 가리키며 승희의 표정이 오묘해진다.
그런 승희의 허리를 감아채고 바로 키스를 했다. 단순한 입맞춤이 아닌 진한 키스.
내 행동에 당황한 승희지만 금세 몸에 힘이 풀린다.
마치 드라마처럼 손에 들고 있던 보냉백을 툭 하고 놓치는 그녀.
긴 키스가 끝나자 한껏 녹은 표정의 승희가 더듬거리며 말한다.
"아니…. 왜…. 갑자기 이렇게…."
뭐라고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 그대로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고 침대로 향한다.
"밖에서 뭘 하고 왔길래 갑자기 이래요!"
앙탈하듯 투정하는 승희.
"그래서.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닌데…."
키스만으로 아래가 촉촉하게 변한 여자가 싫어할 리가 없지.
애무도 좋고 가슴도 좋고 다 좋지만, 오늘은 모두 생략하고 바로 자지를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갑자기 넣으면 아픈……. 히윽. 왜…. 왜 이리 커!"
"나도 왜 그런지 모르지. 끝나고 직접 물어봐."
예열의 시간도 없이 바로 강렬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승희의 몸은 그런 나의 물건을 충실하게 받아준다. 찡그린 얼굴이 급격히 절정이 찾아오는 듯 황홀한 표정으로 변한다.
"하흑…. 이 오빠 오늘 왜 이래. 으읏. 아응."
몸이 들썩일 정도로 강하게 느끼는 승희는 허리가 들어 올려질 정도로 격하게 반응한다.
그런 모습은 나를 더 자극하고 더 격렬한 허리 움직임을 하게 해준다.
다른 체위나 섹스 방법을 모르는 게 아쉽다.
씨발. 내가 섹스 전문가도 아니니 어쩔 수 없지. 그저 평소에 하던 것보다 더 격렬하게 하는 수밖에.
그래도 단지 허리를 흔드는 것만으로 여자를 절정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워서 해도 될것 같다.
이 짓도 젊으니까 가능하지…. 나이 들면 점점 힘들어지겠지? 슬슬 더 섹스를 잘하는 방법 같은 것을 연구해 봐야겠어.
너무 좋은지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절정에 허우적거리는 승희의 안쪽에 사정한다.
매번 하는 똑같은 섹스라 단조로울 법하지만 늘 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다.
승희도 거기에 불평불만이 없다는 것도 다행이고.
하긴 내가 봐온 바로는 여자들은 그냥 정상위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한다.
오히려 섹스 전과 후의 애무나 분위기에 더 민감하지 체위에 대해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을 하진 않는 것 같다.
해봐야…. 후배위 정도? 뒤로 삽입 당하는 게 더 잘 느껴진다고 하니까.
승희의 옆에 누워 급하게 절정에 도달해 아직 식지 않은 몸을 어루만져준다.
내 손길이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모습은 언제 봐도 즐겁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몇 번이고 짓궂게 만져주면 계속해서 움찔거린다. 귀엽고 야한 모습이야.
"우씨…. 갑자기 이렇게 냅다 하는 게 어딨어요! 응!? 말해봐요. 왜 그랬는지."
"좋았으면 됐지. 왜 따져.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라니까?"
나는 자지에 힘을 한번 줬다.
껄떡하는 자지를 보며 승희가 꺄르르 하고 웃는다.
"저기요. 분신 씨. 대답해봐요. 왜 그랬어요? 왜 그렇게 급했어요?"
손끝으로 내 자지를 톡톡 치며 말을 거는 승희.
두어 번 정도 더 껄떡거리자 큭큭 거리며 웃는 승희가 다시 말을 한다.
"왜 대답을 안 해요? 분신 씨? 말해봐요. 대답 안 하면 잡아먹어 버릴 거에요?"
알몸의 승희가 엉덩이를 내 쪽으로 향한 채 음부를 훤히 내놓고 말을 하는 게 너무 귀엽다.
손으로 음부를 살짝 찌르자 '끼앗' 하며 놀라는 승희.
"이이…. 잡아먹을 거야!"
그러더니 내 자지를 입 한가득 물어버린다.
아이고 미치겠네. 어쩜 저렇게 이쁘지.
자신의 몸에 들어갔다 나온 자지를 정성껏 핥고 빨아주는 승희를 보며 나 역시 그녀의 안쪽에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음음음!! 푸하. 안돼요! 나만 할 거야!"
자신의 손으로 내 손을 치운 승희는 다시 내 물건을 잡고 귀두부터 핥기 시작한다.
이번엔 가슴으로 손을 가져가니 아무 말이 없다.
가슴을 만지는 내 손길을 느끼면서 계속 내 물건을 가지고 장난치는 승희.
그래. 내가 필요한 것은 오직 승희 하나뿐이다.
미나도 좋지. 좋지만 그녀는 아직 이르다.
맨날 밥만 먹고 살 수 없으니 가끔 먹는 라면 같은 여자.
얼마나 관계가 깊어질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저 호기심과 기분전환을 위한 여자일 뿐이다.
물류센터. 그리고 거기에 있는 여자들.
미나와 크게 다를 것 없다.
삶에 있어 단조로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
나 혼자 세상을 살기엔 부족한 게 너무 많으니 마음 편하게 물자를 보급받을 수 있는 곳일 뿐이다.
그리고 오늘처럼 뜻밖의 수확이 나오는 랜덤 박스 같은 곳이지.
그들이 조금 더 번성하면 그동안 쉽게 얻지 못했던 것들을 더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돼지고기라던가 삼겹살이라던가 목살이라던가…. 암튼 그런 것들.
게다가 거기 여자들은 매혹 스킬의 숙련도 올리는 용으로 쓰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승희 하나고 승희만 있으면 이 빌어먹을 세상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거다.
아…. 젠장. 이런 생각 자꾸 하면 안 되는데.
하여간 머리가 나쁘니 자꾸 플래그를 세우려 들잖아.
그런 거 없어. 없을 거야. 없어야 해.
아무 일 없도록 꼭꼭 숨겨두고 보듬고 아끼며 살아갈 거야.
안한다고 하면서 자꾸 이런 생각 하지 말아야 하는데 계속하고 쳐 자빠져 있네.
어휴. 병신. 나쁜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