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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07화 (10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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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센터

세 여자는 밭쪽으로 걸어갔다.

밝은 대낮에 축구장을 가로지르는 세 여자.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다.

밭에서 일하던 남자 둘과 돼지들에게 밥을 주던 남자 하나가 세 여자를 바라본다.

쌍안경으로 바라보니 약간 어이없어하는 표정이다. 그리고 이게 웬 떡이냐 싶은 표정.

그래. 나연이랑 정아는 그래도 평균 이상은 하는 외모다. 한나 저 여자도 평균은 되고.

밭일하던 남자 하나가 다른 남자에게 뭐라고 하니 다른 남자는 건물 안쪽으로 황급히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남자 둘은 여자들 쪽으로 조금 걸어 나왔다.

나연이와 두 여자는 그 남자와 약간 거리를 벌리고 멈춰섰다.

왜 섰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남자가 뭐라고 말을 한다. 아. 대화 중이구나.

근데 저 남자들도 정말 병신들이네. 간격을 잴 줄 모르나?

저 거리는 이미 기절이나 마비의 범위다. 어떻게 무방비하게 상대를 범위 안쪽에 들일 수가 있지?

좇이 대가리를 지배해서 그래.

아마 머릿속에서는 이미 여자들을 밑에 깔아 놓고 허리를 흔들고 있을 테지.

밭일하던 남자는 웃고 있었다.

나연이가 뭐라고 말을 했길래 저렇게 대가리에 구멍 난 것처럼 허허 웃고 있을까?

남자가 손짓했고, 여자들은 그런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

나연이는 남자를 따라가면서 건물을 힐끗 바라봤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남자 둘은 풀썩 쓰러졌다.

아마도 건물의 사각을 보고 공격한 것 같다.

치밀한 여자. 다른 여자들에 비해 전투경험이 월등하고 똑똑하다.

대낮인데도 남자 둘이 빛으로 변하는 모습은 똑똑하게 보였다.

그렇게 두 명을 처리한 세 여자는 몸을 숨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까 올라갔던 남자와 다른 남자 두 명이 아래로 내려왔다.

주변을 둘러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던 밭남자. 뒤에 따라온 두 명은 그런 밭남자에게 뭐라고 투덜거리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남자 셋이 여자들이 숨은 쪽을 바라본다. 슬금슬금 그쪽으로 걸어가는 남자 셋.

하지만 그 세 명도 건물의 사각을 넘어서자마자 바로 쓰러졌다.

재빨리 나와서 세 남자를 처리하는 나연.

아주 자연스럽고 능숙한 솜씨다. 조금의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는 물 흐르는 듯한 처리.

저래 봬도 상동을 말끔하게 정리한 여자다. 물론 혼자 한 것은 아니지만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것은 아니니까.

순식간에 남자 다섯을 처리했다.

과연, 이제는 어떻게 할 거지? 더는 다른 사람을 끌고 나올 사람이 없는데?

"꺄악! 살려줘요! 안돼! 하지 마! 저리 가! 도와줘요!"

정아가 비명을 질렀다.

마치 남자들에게 강간당하는 듯한 목소리.

처음 만나서 알몸으로 다른 남자들에게 달려들 때도 저랬지. 저 방법을 한두 번 써본 솜씨가 아니야.

효과는 확실했는지 안쪽에서 남자 둘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다른 쪽에서 남자가 셋이 더 나왔다.

갑자기 여자의 비명이 들리니 무슨 일인가 하고 급하게 나온 거겠지.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두 명은 마비당하고 세 명은 기절했다.

한나가 재빨리 남자 셋 쪽으로 뛰어가 도끼질을 했고, 정아도 남자 두 명 쪽으로 가서 도끼질을 한다.

빛이 다섯 번 반짝이고 남자들은 사라졌다.

벌써 열 명. 순식간이다. 방심을 유발하는 여자라는 이점과 즉발 제압기의 조합은 무시무시하다.

자신들은 얼마든지 상대를 죽일 수 있지만, 상대는 자신을 함부로 죽일 수가 없다.

죽은 여자는 사라지니까. 죽이면 섹스를 할 수 없으니까.

그 한 끗 차이. 그게 강력함이다.

그리고 그런 강력함을 알고 영리하게 써먹을 줄 아는 배짱…. 그게 무서운거다.

세 여자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물류센터의 경험을 봤을 때 저들 셋이면 반사나 탐지 스킬이 없는 이상 저 안쪽을 제압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물론 그때는 반사를 가지고 있던 희주가 있었지만...아주 큰 차이는 없겠지.

아마 나를 신경 쓸 여력 따위는 없을 거다.

나는 최대한 눈에 안 띄는 곳을 찾아 빠르게 건물 쪽으로 다가갔다.

누가 봤더라도 나에겐 탐지가 있다.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

체육센터 건물까지 뛰어가 벽에 바짝 붙어 가쁜 숨을 진정시켰다.

탐지에는 많은 사람의 기척이 걸려서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안 된다.

일단 1층에 세 명 모여있는 기척이 나연이와 정아, 한나인거 같은데…. 바로 그 앞에 다섯 명의 인원이 모여있다.

일단 저들은 걱정이 되지 않는다. 다섯 명 정도야…. 순식간이겠지.

어차피 이런 건물의 CCTV는 작동이 안 된다고 했으니 마음 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 최상층인 4층으로 올라가 기척에 걸리는 세 명 쪽으로 이동했다.

아직 자신들이 있는 곳에 침입자가 들어온 걸 모르는지 움직이지 않는 세 명.

3층과 2층에 있는 사람들은 1층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 세 명은 꼼짝도 안 한다.

왜 안 움직이지? 교대 인원인가? 쉬는 중인가?

조용히 움직이지 않는 세 명이 있는 방 쪽으로 가니 뭔지 알 것 같았다.

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뻔하지…. 감금해 놓은 여자네.

웃긴 건 문 옆에 열쇠로 보이는 게 걸려있었다. 누구 하나가 관리하는 게 아니고 그냥 잠가놓고 언제든지 쓸 수 있는 건가?

자물쇠를 열어 문을 아주 조금만 열고 문틈으로 바라보니 안쪽에 알몸의 여자 셋이 이쪽을 두려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씨발, 근데 왜 묶지도 않고 그냥 넣어 놓은 거야. 스킬이 공격 스킬이 아닌가?

지금은 매혹을 쓸 수가 없으니 이 여자들을 뭘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일단 다시 문을 닫고 자물쇠로 잠갔다.

여자들 처리는 나중에 하자. 지금은 이들이 급한 게 아니야.

어느새 2층과 3층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1층으로 내려갔다.

숫자는…. 씨발 몇 명이야? 하여간 아직 많다. 그리고 세 명이 건물 바깥쪽으로 나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창가로 가서 그쪽을 바라보자 나연이와 정아, 한나가 바깥으로 전력을 다해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쫓는 남자들, 나는 서둘러 1층으로 내려갔다.

1층 계단 바로 위에서 잠시 멈추자 밑으로 마지막 남은 남자들이 뛰어나가고 있었다.

반사가 없길 바라며 숨어서 네 명을 재웠다.

다행이야. 반사는 없네. 빠르게 잠든 네명을 마체테로 찍어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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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들. 드럽게 가난하네.

바깥을 살펴보니 바닥에 여섯 명이 쓰러져 있었고, 나연이와 정아, 한나는 보호막 안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그런 그녀들을 둘러싸고 있는 남자 여섯.

남자 하나의 주먹이 붉게 빛나더니 보호막을 내리쳤지만, 보호막은 꿈쩍도 안 한다.

"관둬라. 허억. 허억. 그걸 거로 보호막 안 깨져. 아오. 씨발년들. 후우. 숨차네. 우리는 이년들 체력 바닥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아오. 씨. 그냥 죽이면 안 돼요? 번개 세 번이면 되는데?"

"안돼. 새끼야. 이년들 때문에 죽은 애들이 몇인데? 이년들은 보지가 걸레가 될 때까지 괴롭혀야 해."

"아, 이걸 언제까지 기다려요? 그러다가 이 두 년이 체력 돌아와서 또 기절이나 마비시키면요?"

"기절이나 마비로는 안 죽잖아. 어차피 그럼 뒤에 쓰러져 있는 애들 일어나니까 상관없어. 이년들은 그대로 잡는다."

"미치겠네! 정말. 형님은 분하지도 않아요? 좋아요. 그럼 이 보호막 년 하나만 죽입시다. 이년만 죽이면 보호막 없어질 거 아뇨? 다른 두 년 체력 돌아오기 전에 후딱 잡읍시다."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저들 쪽으로 다가가 거리를 좁혔다. 스킬이 닿을 거리까지 몸을 바닥에 붙이고 조용히 나아갔다.

저 남자가 한나에게 번개를 쓰기 전에 재워야 한다.

내 존재가 들키더라도 일단 저 대치 상태를 유지 시켜야 해.

번개남이 내 수면을 맞고 쓰러졌다.

갑자기 번개남이 쓰러지자 깜짝 놀라서 내 쪽을 살피는 녀석들.

바로 세 녀석을 더 재우고 나는 바로 외쳤다.

"한나! 자는 놈들 죽여!"

내 말을 들은 한나가 바로 보호막을 풀고 잠든 남자 하나에 도끼를 찍었다.

빛이 되어 사라지는 남자.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남자 하나가 바로 한나에게 달려들었고 남은 남자 하나가 나를 바라보며 외쳤다.

"파이어 볼!"

어휴. 병신 같은 스킬로 지랄을 한다.

나는 재빨리 옆으로 뛰었고 내가 옆으로 뛴 이후에 불덩이 하나가 내가 있던 자리로 날아와 바닥에 부딪치며 불길을 만들고 사라졌다.

다시 한번 스킬을 외치는 남자, 피하려고 다시 옆으로 뛰려는데 내 눈에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들어왔다.

스킬을 많이 써서 꼼짝도 못하고 있던 나연이와 정아가 파이어볼을 쓰려는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대체 왜? 아...씨발 매혹! 안그래도 되는데! 그냥 피하면 되는데! 아니면 재워도 되고!

파이어볼을 만들었던 남자를 나연이와 정아가 동시에 덮쳐서 넘어뜨렸고 파이어볼이 그 자리에서 폭발했다.

"꺄악!"

"꺄아아악! 뜨거워!"

"아아악! 물! 물!!!"

불길이 두 여자와 남자의 몸에서 타올랐다.

나는 재빨리 뛰어가서 파이어볼을 쓴 남자를 찍어 죽였다.

그리고 쓰러진 한나를 두고 내쪽으로 달려드는 남자의 목에 마체테를 박아넣었다.

두 남자가 빛이 되어 사라지고 코인이 들어왔지만, 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나연아! 정아야!"

가슴 어림이 불에 타서 괴로워하는 두 여자.

정아는 커헉 하는 외침과 함께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나연이도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켁켁 거린다.

나는 서둘러 회복 포션을 사서 나연이의 가슴에 뿌려봤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

먹어야 하나? 먹여야 하나?

하나를 더 사서 입에 머금고 나연이의 입에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녀는 혀로 내 입에서 넘어가는 포션을 밀어냈다.

"왜! 뭐 하는 거야!"

"커헉…. 병…. 신. 나…. 쁜 새끼."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희미한 웃음을 띠는 나연은 힘겹게 한마디를 한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내가 뭘 어떻게 할 것 없이…. 나연이도 빛이 되었다.

"하…. 씨발…."

머리속에 허무함과 당혹스러움이 가득해졌다.

이 미친 여자는 왜 포션을 안 받아 먹은 거야? 그걸 먹었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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