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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100화를 맞이했습니다.
더 노력해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다
"바다다!!!!"
"바다다!!!! 꺄아아!!!"
나와 승희는 어린애처럼 모래사장을 뛰어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풍덩!
이 순간 만큼은 세상이 멸망했든 어쨌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뜨거운 여름, 시원한 바다. 그리고 승희.
이것만으로도 살아있다는 보람이 느껴진다.
아무 의미 없이 물을 뿌리고 첨벙거려도 즐겁다.
승희 역시 자신이 원하던 바다에 와서 그런지 한껏 신나게 수영 비슷한 몸짓을 해댄다.
"푸하하. 너 수영 진짜 못하는구나?"
"이잇! 오빠도 잘 못 하면서요!"
"아닌데? 나는 잘하는데?"
보란 듯이 승희의 앞에서 자유형으로 수영을 하며 약 올리자 나에게 달려들어 끌어안고 그대로 물속으로 밀어 넣는다.
"푸하! 야이! 물먹을 뻔했잖아!"
"콜록. 콜록. 케헥."
자기가 잡아끌고 들어가 놓고 왜 자기가 물을 먹은 거야?
"괜찮아? 푸하하. 그러니까 조심해야지."
"으에에. 아오. 짜!! 에푸. 푸. 페에."
본바탕이 이쁜 애라 그런지 뭘 하든 하는 짓 자체가 귀엽다.
계속 헛구역질을 하는 승희를 데리고 물가로 나와 등을 두드려준다.
한참을 콜록거리던 승희는 눈이 빨개진 채로 겨우 진정된 듯 눈을 비빈다.
"잠깐만 있어 봐. 파라솔 좀 가져오자."
"으…. 같이 가요. 혼자 두고 가지 마요."
"괜찮아. 이 근처에는 아무도 없어. 아까 다 확인했으니까."
우리가 온 곳은 양양의 낙산 해수욕장.
여기는 해수욕장 주변이 모두 도로로 돼 있어서 차를 타고 탐지를 돌리기 편했다.
몇 바퀴를 돌아보고 들어온 거라 사람 걱정은 안 해도 될 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주기적으로 탐지는 돌리고 있다.
"그래도 같이 가요. 혼자 두지 마요."
"그래. 알았어."
"그리고 가는 김에 수영복도 갈아입고…."
"그냥 벗지그래? 알몸으로?"
"싫어요! 일단 수영복 입고!"
"아. 그럼 수영복 입었다가 이따 벗는다고?"
"아이 진짜! 완전 변태야 정말!"
이 세상에서 내가 이렇게 장난을 치고 짓궂게 구는 것은 승희가 유일하다.
이 아가씨는 자기가 그렇게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까?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 뭐가 됐든 크게 상관없다.
승희가 알든 말든 나에게 소중한 것은 변함이 없으니까.
편의점 앞에 있는 테이블에서 파라솔을 뽑아 해변으로 가져왔다.
큼지막한 파라솔이라 제법 큰 그늘이 생긴다. 좋네. 맘에 들어.
우리는 그 밑에 앉아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았다.
"꿈을 꾸는 거 같아요. 진짜 바다라니."
"그러게. 나도 내가 운전해서 왔지만, 아직 실감이 안 나네."
"이런 거…. 전부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그러면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이 순간만으로도 승희와 이곳에 온 보람이 있다.
이 암울한 세상에서 이토록 빛나는 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마치 기적과도 같은 일이니까.
"바다는…."
"응?"
"바다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거 같아요."
"맞아. 나도 그런 생각 하고 있었어."
"신기하죠?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지겹지가 않으니."
"그러게. 승희 너 같네."
내 말에 승희가 어깨에서 머리를 떼더니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어우…. 닭살…."
"하. 칭찬을 해줘도 이런 반응이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농담이에요. 히히. 고마워요."
다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승희.
모래 위에 바닥을 짚고 있는 내 손위로 승희의 손이 겹쳐온다.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앉아서 바다를 봤다.
"이제 수영복 입으러 갈래요."
"차 문 열려있어."
"같이 가요. 나 혼자는 무서워."
"그래. 그럼."
승희와 나는 손을 잡고 차로 향했다.
차 문을 열자 그사이 달궈진 차 안에서 뜨거운 공기가 '확' 하고 밀려온다.
"으악. 여길 어떻게 들어가!"
"기다려봐. 시동 걸고 에어컨 좀 켜놓을게. 이대로 들어가면 쪄죽겠다."
"그러게요. 하필이면 차도 시커먼 차라."
나는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킨 다음 다시 나왔다.
잠깐 들어갔다가 나왔는데도 금세 땀이 날 정도로 차 안의 열기가 엄청났다.
"근데 우리 저녁은 뭐 먹어요?"
"글쎄. 원래 이런 데 오면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어야 하지만…. 그런 게 어딨어. 통조림이랑 라면이나 먹어야지."
"히잉. 삼겹살. 말만 들어도 군침 도네. 그런 걸 다시 먹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글쎄…. 돼지라…. 사람들이 키우던 돼지가 야생으로 나갔을 테니 그걸 잡으면 고기는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근데 도축을 못 하잖아."
"그렇네요. 근데 야생 돼지가 있어요?"
"설마 없겠어? 동물들의 생존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있으면 좋겠다…. 도축을 깔끔하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 어떻게든 삼겹살 부위만 건지면 되는 거 아니에요?"
"글쎄…. 자신은 없네. 칼 같은 것도 없고."
"그…. 항상 들고 다니는 칼 있잖아요?"
"마체테?"
"마체테? 그걸 마체테라 그래요?"
"응. 정글도라고도 하지. 그건 풀이나 잔가지 쳐내는 용이야. 돼지를 도축할 만큼 날카롭지도 않고."
"아…. 아무 칼로나 안 되는 거예요?"
"당연하지. 그렇게 쉽게 되겠어?"
"힝. 그냥 포기하는 게 낫겠다."
"언젠간 기회가 되겠지. 이제 좀 시원해졌을 거야. 들어가 봐."
차 문을 연 승희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차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을 보고 싶었지만, 선팅이 짙게 돼 있어서 자세히 보이질 않는다.
쩝. 뭐 굳이 훔쳐보지 않아도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까.
"짜잔!"
수영복을 입고 나온 승희.
가슴과 아래쪽 딱 가릴 것만 가린 자주색 비키니.
가슴이 크고 몸매가 좋은 승희가 그런 걸 입고 있으니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다.
"이야…."
"어때요. 좀 괜찮아요?"
머리도 위로 묶고 선글라스까지 낀 승희의 모습은 섹시함과 싱그러움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것 같다.
"너무 좋은데? 완전 맘에 드네."
"흐음. 조금 더 그럴듯한 말로 칭찬해 줄래요? 딱 와닿지 않잖아요."
"뭘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데."
“제가 듣고 만족스러울 만한 표현을 해보라고요."
"음…."
나는 승희의 손을 잡고 내 아랫도리에 가져다 댔다.
"이정도야. 당장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
잔뜩 발기된 내 물건을 만진 승희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
"어휴. 정말 머릿속에 그런 생각밖에 없어요?"
"이거면 최고의 칭찬 아냐? 말로 아무리 해도 아무 의미가 없어. 몸은 정직한 거라고."
"하여간…. 짐승이야."
그러면서 내 팔짱을 끼는 승희.
어휴 가시나. 내심 좋아할 거면서 아닌 척하기는.
아무도 없는 해수욕장과 수영복을 입은 승희의 조합은 참 좋은 거 같다.
마치 개인 섬의 시크릿 비치 같은 느낌이다.
혹시 몰라서 틈틈이 탐지를 돌리고 있지만, 잡히는 기척은 없다.
어차피 탁 트인 바다에 해변이라 저 멀리서 보고 있으면 답이 없지만…. 그런 걱정은 그냥 관뒀다.
볼 테면 보라지. 부럽기만 하겠지. 지들이 뭘 어쩌겠어.
꼬우면 와보던가. 다 잡아 죽여줄 테니까.
튜브나 물 위에 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좋았겠는데. 다음에 올 때는 그런 것도 꼭 챙겨야겠다.
어린아이처럼 모래성을 만들고 모래찜질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바다를 한껏 만끽한다.
스킬중에 음료 생성이라고 있을 텐데.
그 스킬이 갑자기 간절해졌다.
이 상황에서 시원한 콜라나 사이다 한 모금만 해도 세상 부러울 게 없을 텐데.
한참을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근처에 아무 건물이나 들어가 몸을 씻었다.
마음 같아서는 해변에서 승희를 전부 벗기고 섹스를 하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덥고 바닥도 뜨겁고 무엇보다 모래가 거슬린다.
아무리 각을 재봐도 즐거운 섹스는 못할 것 같아서 관뒀다.
AV나 망가에서 봤던 해변에서 하는 놈들은…. 정말 대단한 거였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지 원….
그래도 완전히 포기는 안 했다. 바다에 왔으니 꼭 시도는 해봐야지.
몸에 묻은 바닷물을 모두 씻어내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나와 승희는 다시 차를 타고 움직였다.
바다에서 노는 것도 좋지만 숙소를 구해야 하니까.
나는 미리 생각해 놨던 대형 리조트로 차를 몰았다.
제발 부디 거기에 아무도 없어라.
즐거운 기분을 망치지 말아줘.
리조트에 도착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는 괜찮았다.
하지만 승희는 약간 겁이 나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여기…. 괜찮아요?"
"이정도면 깔끔하지. 식물이 번진 것 말고는 다들 멀쩡하잖아?"
"그런가요…. 얼핏 보기엔 리조트인지 정글인지 구별이 안 되네요."
리조트 방을 생각하고 왔는데 여기에도 호텔이 있었다.
"오. 호텔이 있어. 저쪽으로 가자."
다행히 리조트 안쪽을 차로 돌며 탐색을 돌렸는데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하긴 누가 여기까지 와서 살겠어. 식량을 구할 방법이 전혀 없는데.
초창기에는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 오래 있기는 쉽지 않았을 테지.
호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로비에 있는 프런트 데스크로 향했다.
"어디 보자…. 디럭스 스위트하고 프레지덴셜. 이게 이름이 가장 그럴듯해 보이지? 어느 게 더 좋은 방일까?"
"뭘 고민해요. 거기 있는 카드 다 가지고 가봐요. 하나씩 다 들어가 보면 되죠."
"아. 그렇네. 너 천재 아니니?"
"후후. 제가 또 좀 똑똑하긴 하죠."
일단 보이는 카드는 전부 챙기고 데스크 안쪽에 있는 서랍을 다 열어봤다.
"뭐 찾아요?"
"응? 마스터키."
"네? 마스터키요?"
"응. 혹시 모르니까. 마스터키는 찾아야지."
"흐음…. 어떻게 생긴 건데요?"
"나도 몰라. 근데 보통 키랑 비슷하게 생겼을 거야. 마스터라고도 쓰여 있을 테고."
한참을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다.
역시 일반 모텔하고 같지는 않나….
"없네요…."
"어쩔 수 없지. 그냥 가자."
"괜찮아요? 그냥 가도?"
"뭐….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방법이 없으니까."
지금껏 양양에 도착해서 사람의 기척을 아예 느끼지 못했으니 이 도시에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해가 지면 한 바퀴 돌아보기는 해야지.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가 밤중에 침입할 수도 있으니까.
승희와 키를 가지고 하나씩 열어보며 호텔에서 가장 좋은 방을 찾아봤다.
결국,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방을 찾고 안에 들어갔다.
"와. 방 좋다. 우와! 저거 봐요! 여기 전용 해변이 있나 봐요!"
"어. 그러네. 내일은 저기서 놀면 되겠다."
"와. 이런 곳도 있구나. 진짜 좋네."
방안은 먼지가 조금 쌓여있긴 했어도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아무래도 전기가 돌고 있는 게 크다. 환풍기 같은 게 항상 켜있을 테니 덕분에 먼지가 많이 쌓이지는 않았겠지.
"이쁘다."
전망이 탁 트인 바다를 보고 감탄하는 승희.
"너도."
승희가 이번에도 닭살이니 이런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그저 나를 보고 씨익 웃어준다.
하여간 가시나…. 지 마음대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