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00화 (1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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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다 챙겼어?"

"네. 근데 막상 가려니까 무섭네요."

"그렇다고 안 갈 거 아니잖아."

"그쵸! 무섭긴 한데 가야죠!"

"근데 한가지 고백할 게 있어."

"뭐…. 뭐에요? 인제 와서? 뭔데요?"

"나 장롱면허야."

"으악! 그걸 이제 말해주면 어떻게 해요! 퇴각! 다들 모두 벙커로 돌아가라!"

호들갑 떨면서 장난치는 승희를 보니 미소가 절로 난다.

기름도 적당히 실었고, 갈 준비는 다 했다. 문제는 정말로 내가 거기까지 운전을 할 수 있느냐인데.

"어…. 그리고 또 문제는 네비가 안된다는 거야. 그래서 조금 헤맬 수도 있어. 그러니 길을 헤맨다고 옆에서 투덜거리면 안 된다?"

"으음…. 그건 어쩔 수 없죠. 네비 안되는 게 오빠 잘못도 아니고."

이날을 위해서 최신판 지도를 구해 억지로 머리에 지도를 때려 박았다.

뭐…. 최신판이라고 해도 4년 전이지만, 그 이후로 도로가 바뀐 건 없을 테니 최신판은 맞지.

암튼, 어떻게든 고속도로까지만 올리면 갈 수야 있을 거 같은데…. 잘 되려나.

"이제 가자."

"좋아요! 출발!"

뭐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모험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런 위험한 세상에서 자동차 소리를 요란하게 내면서 거리를 달리니 엄청난 일탈을 하는 기분이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큰 기대는 하지 마. 길이 성할 리도 없고 짧은 거리도 아니니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

"알았어요. 벌써 그렇게 저한테 변명하지 않아도 돼요. 혹시 못가더라도 실망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마요."

착한 녀석. 키스 갈기고 싶네.

나는 의외로 순조롭게 도심을 벗어나 외곽순환도로로 올라탔다.

중간중간에 탐지를 돌려보자 도로 가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역시 아직 사람이 제법 남아있기는 한가 보다.

의외로 탐지를 돌릴 때마다 한둘씩은 기척이 잡힌다. 우리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생각보다 도로는 멀쩡했다.

그리고 차가 도로를 막고 있거나 대규모 교통사고 흔적이나 뒤집힌 차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간혹 몇몇 차가 가드레일에 꼴아박혀 있기는 했지만, 그건 대충 짐작 가는 게 있다.

그 첫날. 70세 이상의 사람들이 증발했을 때.

아마도 차를 운전하고 있던 70대 이상이라면 그대로 사라졌을 거고 비어있는 차는 그대로 달려 어디든 들이박았겠지.

도로도 끊어지거나 무너지거나 뭐 그런 건 없었다.

아무리 인간이 관리를 안 했다고 해도 고작 4년 만에 도로가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할만한 것은 가다가 사고 흔적 같은 것을 밟고 타이어가 터지는 것.

그건 내가 뭘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렉카도 정비소도 아무것도 없다.

그런 상황만 없으면 큰 문제는 없겠지.

"우리 생각보다 잘 가는 거 아니에요?"

"그러게. 의외로 막힘없이 가네."

"오빠도 운전 잘하는데요? 장롱면허 아닌거 같은데?"

"속도가 느리잖아. 지금 70으로 가고 있다고."

"아. 그런가. 오랜만에 이렇게 빠른 걸 타서 속도 감각이 이상해졌나 봐요. 엄청 빠른 거 같은데 70이라니."

"천천히 가야지. 괜히 속도 냈다가 둘 다 코인 주머니 될 수는 없잖아."

"그쵸. 빨리 안 간다고 누가 독촉하는 것도 아니고. 근데 이 차는 어디서 났어요? 차 좋은데?"

아…. 이걸 승희한테 말해야 하나. 괜히 말했다가 기분 안 좋아지는 거 아냐?

"이거…. 영철이파 그놈 거야."

역시 내 말을 듣자 인상을 쓰는 승희.

"흥. 그 쓰레기 새끼. 꼴에 안 맞게 차는 좋은 거 타고 다녔네."

의외로 그냥 넘어가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건가.

느긋하게 움직이는 차는 양양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중간에 커다란 화물차 하나가 가드레일을 처박고 반 정도 바깥으로 삐져나가 있는 거 말고는 도로 자체에 차가 별로 없었다.

덕분에 운전하긴 편하다. 비어있는 도로를 운전해서 가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니까.

"좋다…. 이런 건 꿈도 못 꿨는데."

창문을 열고 팔을 창문에 기대어 바람을 맞는 승희.

영화 같은 모습을 기대했나 보지만 뜨거운 바깥바람에 얼마 못 가 창문을 다시 올린다.

"이렇게 한번 다녀오면 다음에는 더 쉽겠지?"

"그러게요. 뭐든 처음 해보는 게 어렵지."

그렇게 말하는 승희를 힐끔 보니 돌핀 팬츠를 입은 그녀의 허벅지가 하얗게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오른손을 뻗어 승희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운전 초보라면서 이래도 돼요?"

"해보고 싶었어."

그래도 치우라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손길을 느끼는 듯한 모습.

외제 차를 몰며 옆에 여자를 태우고 바다로 놀러 가는 나라니.

씨발. 이거 맞아? 다른 우주의 권성철 뭐 그런 거 아냐?

허벅지에서 손을 떼고 승희의 앞섶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잇! 운전하면서 별걸 다 하네!"

"가만있어봐. 움직이지 말고."

승희가 윗옷을 앞이 많이 파인 옷을 입고 있어서 손을 넣기는 편했다.

손 가득히 승희의 큰 가슴이 만져지자 이건 또 다른 기분이 들었다.

역시 가슴이 최고지. 씨발. 이러고 운전하라면 부산도 다녀올 수 있겠네.

"운전하면서 으응. 이러지 마요."

"그러면서도 느끼는 거야?"

"이익! 손 빼요! 빨리!"

"어어? 잡고 흔들지 마. 차 흔들린다?"

내가 일부러 핸들을 살짝 흔들자 차가 흔들리며 승희가 깜짝 놀란다.

"꺅! 뭐 하는 거예요! 운전 똑바로 해야죠!"

"네가 날 잡고 흔드니까 이렇잖아. 그러니 가만히 있어."

"으휴. 정말 머릿속에 야한 생각 밖에 안 들어있나 봐!"

"어? 네가 할 소리야?"

한 번 더 승희의 젖꼭지를 살짝 비틀자 승희는 '읏' 하며 짧게 신음을 낸다.

"이게 무슨 소리야?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는데."

"정말! 알았으니까 운전에 집중해요! 으이그."

승희의 친절한 협조 속에 차는 계속해서 동쪽으로 나아간다.

한참을 그렇게 가다가 승희는 나에게 작게 말했다.

"어…. 저 화장실 가고 싶은데."

"그래? 그럼 휴게소 가자. 조금 전에 휴게소 하나가 5킬로 남았다고 나오던데."

"5킬로면 몇 분 걸려요?"

"아무 문제 없으면 5분 안에 가겠지."

"5분…. 알겠어요."

"급해?"

"아뇨. 그런 건 아니고."

"근데 조금 더 걸릴지도 몰라. 휴게소에 누가 있는지 확인은 해야 하니까."

"알겠어요. 빨리 가기나 해요."

"그냥 여기서 멈춰서 길가에서 싸도 되잖아?"

"싫어요. 빨리 가기나 해요."

큰 거인가? 이런 거 물어보면 또 혼나겠지?

차는 금방 휴게소에 도착했다. 텅 비어있는 휴게소. 탐지를 돌렸지만,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왜 도착했는데 안 멈춰줘요? 나 급한데?"

"누가 있나 확인은 해야지."

부지가 꽤 넓기에 차를 탄 상태에서 탐지를 돌리고 적당히 둘러봤다.

대충 중간에 서서 탐지를 쓰니 휴게소 모든 범위를 탐지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없네. 같이 가자."

"네."

사람이 없는 휴게소는 상당히 황량했다.

인적이 없는 만큼 빠르게 자연에 정복당해버린 곳. 게다가 산 한복판에 있는 곳이니 더욱 그럴 거다.

화장실 안쪽은 벌레들의 천국이었다.

아…. 오래 못 있겠다. 심각하네.

승희는 이런 데서 어떻게 볼일을 볼 수 있으려나?

나야 작은 거니까 대충 싸면 되지만…. 여자들은 참 불편할 거야.

화장실에서 나오니 옆에 커다란 지도가 벽에 붙어있기에 우두커니 서서 지도를 바라봤다.

이제 삼 분의 일정도 온 거 같은데.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단 말이지?

고속도로를 타고 양양까지 가는 건 문제가 안 될 거다. 문제는 숙소다. 어디에서 쉬어야 하나.

생각해 놓은 건, 가봤던 리조트를 가는 거다. 거기 가면 멀쩡한 방 하나 정도는 있겠지.

가장 걱정되는 것은 거기에 누군가 있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일단 주변 정리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겠지. 귀찮게.

제발 아무도 없어라. 평화롭게 바다만 즐기고 갈 수 있도록.

"으으."

승희가 진저리를 치며 밖으로 나왔다.

"왜? 안쪽은 끔찍해?"

"...네. 지옥 같아요."

"어쩔 수 없잖아. 그럼 가자."

"네. 아. 아쉽다. 휴게소 하면 알감자인데."

"그러게. 소시지랑 맥반석 오징어도 없네."

"하아. 생각했더니 더 먹고 싶어졌어요."

"생각하지 말고 가자. 그런 건 이미 4년 전에 멸종했으니까."

"네."

다시 차를 타고 출발했다.

확실히 휴게소에서 아무런 음식을 못 먹은 건 상당히 아쉽다.

다시는 먹을 수 없는 음식들. 괜히 생각할수록 감질만 나네.

승희의 가슴을 만지며 한참을 더 운전해 가는데 승희가 말한다.

"그…. 계속 만질 거에요?"

"왜?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닌데…. 자꾸 느껴지니까…. 아프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승희. 아씨…. 그렇게 말하면 참을 수가 없잖아.

내가 갑자기 차를 세우자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승희.

"내려봐."

"네?"

"빨리."

영문도 모르고 차에서 내리는 승희.

원래는 밖에서 바로 하려고 했는데…. 너무 덥다. 빠르게 계획을 수정해서 뒷좌석 문을 열어 승희를 들어가게 했다.

"왜…. 꺅. 설마 진짜 여기서!? 으읍."

승희는 깜짝 놀라며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키스로 입을 막아버렸다.

그렇게 키스를 하며 급하게 승희의 바지를 벗긴다.

다소 좁긴 하지만 차가 커서 그런지 어찌어찌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오면서 계속 가슴을 자극해놔서 그런지 승희의 밑은 축축이 젖어있다.

힘겹게 바지를 벗고 바로 삽입을 하자 승희는 금세 달콤한 숨결을 토해낸다.

"아읏…. 갑자기 이렇게…. 읏."

"왜. 갑자기 넣어서 너무 좋아?"

내 짓궂은 말에 나를 흘겨보지만, 내가 깊숙하게 찔러 넣자 금세 눈을 감고 내 물건을 느낀다.

"하윽. 이…. 변태."

"차에서 하는 게 변태야? 이정도는 변태라고 할 수는 없지."

차에서는 처음이라 자세가 썩 편하지가 않다.

처음이라 한번 해보려고 한 거였으니 하는 거지 그다지 자주 하고 싶은 생각은 안들 정도.

그렇지만 장소가 어디든 승희의 안쪽은 따듯하고 좋다.

야한 신음과 말랑거리는 가슴도.

"아앙. 좋아…. 오빠. 너무 좋아."

불편한 자세지만 힘을 내서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자 승희의 신음이 점점 잦아진다.

가죽시트에 누워 잔뜩 흐트러져 있는 승희가 절정을 느끼는지 한껏 내 자지를 조인다.

덕분에 나도 허리를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고 내가 사정할 것 같으니 승희가 헐떡이며 힘겹게 말한다.

"밖에…. 안에 말고 밖에 싸줘."

그녀의 말에 절정에 오른 나는 자지를 빼서 그녀의 배에다가 한껏 사정했다.

승희의 하얀 배에 뿌려진 정액. 그렇게 차 뒷자리에서 누워 있는 승희는 상당히 야하다.

"하아, 하아. 왜 밖에다, 하라고 한 거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휴지를 찾아 배에 묻은 정액을 닦아준다.

"씻을 수가 없으니까…. 안에다 하면 흐른단 말이야."

아…. 차에서 하면 그게 문제네. 씻을 수가 없어.

이따가 휴게소 다시 들리면 그때 좀 씻어야겠네. 그때까지는 찝찝해도 그냥 가야지 뭐.

갑자기 삘 받아서 차를 멈추고 한 섹스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불편한 게 있긴 하지만, 뭐 그런 건 어쩔 수 없지.

날씨가 안 더웠다면 밖에서 했을 텐데. 그건 조금 아쉽고.

다시 각자 제자리에 앉아 차를 출발시켰다.

아무 말이 없는 승희. 나는 다시 승희의 가슴에 손을 넣었다.

"또…? 나 또 하고 싶어지면 또 세울 거야?"

"음…. 그럼 차도 세우고 다른 것도 세워야지."

"으이그 정말. 이러다가 바다는 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몇 번이나 세우려고."

승희의 말에 나는 큭큭거리며 웃었다. 이런 거에 까다롭지 않은 여자라 다행이야.

"아무렴 뭐 어떠냐. 늦게 간다고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긴 해…. 읏."

"느껴져도 참아. 바다에 갈 때까지 안 할 거야."

"그럼…. 안 만지면 되잖아."

"그건 안돼. 그럴 수는 없어."

"으휴. 정말…."

"왜? 자꾸 그러면 바이브레이터 꼽아놓고 간다?"

"에엑!? 그것도 가져왔어? 미쳤어. 정말."

"어어? 넣어달라는 거야?"

"안해! 하지 마! 그거 하면 힘들단 말이야. 지치고."

"알았어. 그러니 좀 가만히 있어. 운전하니까."

"진짜…. 변태야. 으음."

나는 그렇게 가끔 몸을 꿈틀거리는 승희를 계속 만지작거리며 동쪽을 향해 계속 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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