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98화 (9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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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

"더럽다니?"

내 반문에 미나는 고개를 떨구고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아시잖아요…. 그…. 새끼들한테 당한…."

목소리에 물기가 잔뜩 머금어져 있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모습.

나와 나이 차이는 크게 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성장이 멈춰버린 소녀 같은 이 아가씨는 자신의 결함에 대해 힘겹게 말을 꺼낸다.

잠깐의 정적.

내가 말을 하지 않자 그녀는 답답함을 느끼는지 젖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는 너를 더럽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하지만…. 저에게 전혀 손을 대지 않으시잖아요. 제가…. 더러워서 그런 거…. 아니에요?"

미나는 몸에서 말을 짜내는 듯이 뱉어냈다.

차마 여자로서 이야기하기 힘든 말. 그런 자신의 치부를 전부 알고 있는 사람에게 토로하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 손이 닿자 그녀는 흠칫하며 손을 빼려 했지만, 내가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네게 함부로 손을 대지 않은 것은…. 너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야. 결코, 너를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너같이 아름다운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나같이 피범벅인 사람이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하고 있고."

내 말에 미나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떨어졌다.

마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눈물.

뽀얀 살결의 볼을 타고 흐르는 그녀의 눈물은 마치 유리로 만들어진 세공품 같다.

"소중…. 하다고요?"

"그래. 그렇지 않다면 내가 어째서 너를 이렇게 대하겠어. 이 망해버린 세상에서 호감을 느끼지 않은 사람에게 이렇게 대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정말…. 내가 더럽다고 생각하거나…. 싫은 게 아니죠?"

"내가 네게 마음이 없었다면, 그날 그 저택에서 다른 남자들과 함께 너도 죽였겠지."

입에 발린 말치고는 몹시 거칠고 투박했지만, 오히려 그게 미나에게 와닿았나 보다.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물을 닦아낸 미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다리를 뻗고 소파에 기대앉아있는 내게 다가와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타 앉았다.

나보다 약간 높은 눈높이가 된 그녀.

"내게 마음이 있다는 말…. 믿어도 돼요?"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홀릴 것 같은 눈동자. 오랫동안 탁해지고 흐려졌던 눈동자가 지금은 그 어느 것보다 반짝이며 빛난다.

"그래."

미나는 두 손으로 내 볼을 감싸더니 그대로 내게 키스했다.

입술에 닿은 그 느낌은 마치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먼저 다가와 해주는 키스라니.

비록 매혹으로 쌓아 올린 호감이지만, 결국은 매혹이 없이도 이런 관계를 만들어 냈다.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과.

미나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는다. 거부감 없이 내 혀를 받아들이는 그녀.

혀가 얽히고 키스가 격정적으로 변한다.

내 목을 감싸 안고 있는 미나와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는 나.

잠깐의 짧고 강렬한 키스 후 잠시 서로의 입술이 떨어졌다.

타액이 서로의 입술 사이에서 가는 실처럼 늘어지다가 끊어졌고 나는 미나의 윗옷과 브라를 벗겼다.

커다란 가슴. 파란색 핏줄이 도드라져 보일 만큼 하얀 피부.

미나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가슴에 입을 가져다 댔다.

작은 열매같이 앙증맞게 달린 그녀의 핑크빛 유두.

볼록 솟아오른 그 젖꼭지를 혀로 핥으며 가슴을 빨았다.

"하아악."

숨을 들이 삼키며 그녀의 상체가 치켜 올라간다.

한 손으로는 미나의 등을 받치며 다른 손으로 가슴을 만져준다.

"아으응."

미나는 내 머리를 끌어안으며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올린다.

조금 더 세게 빨아달라는 듯 내 머리를 더 끌어안으며 자신의 가슴에 밀착시키는 그녀.

입안에 가득 들어오는 말랑이는 가슴의 감촉, 혀를 굴릴 때마다 느껴지는 젖꼭지.

그렇게 한참 가슴을 맛보다가 그대로 미나를 안아 들고 일어났다.

걸그룹이였어서 그런지 몸이 가볍다.

그대로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바지와 팬티를 바로 벗겼다.

"아…."

미나는 부끄러운지 다리를 오므리며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가린다.

나는 바지와 속옷을 모두 벗고 오므린 다리를 그대로 벌렸다.

"부…. 부끄러워요."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허벅지 안쪽을 입술로 깨물었다.

"더러워요…. 안 씻었는데…."

"너는 더럽지 않다니까."

그녀의 손을 치우고 음부에 얼굴을 파묻었다.

"히윽."

클리토리스에 내 혀가 닿자 깜짝 놀란 미나의 아랫배가 떨린다.

"으읏…."

내 혀는 그녀의 음부를 골고루 핥고 맛보았고, 혀가 움직일 때마다 미나는 다채로운 신음을 내뱉는다.

"기분이 이상…. 해요."

뭐라고 말하든 내 혀는 집요하게 그녀의 음부를 구석구석 노닌다.

이런 경험은 없는 듯 침대보를 꽉 움켜잡고 몸을 꿈틀거리는 미나.

애액이 흘러넘치는 것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들었고 내 자지를 보지에 가져가 귀두를 살짝 집어넣었다.

"사…. 살살."

"몸에 힘을 빼도 돼. 긴장 풀고."

그녀의 요청에 따라 젖어있는 보지로 천천히 자지를 밀어 넣었다.

좁은 질 속을 가르며 들어가는 나의 물건.

좁고 구불구불한 안쪽을 헤집는 느낌만으로도 귀두에 오는 자극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진다.

"아아…."

그동안 여러 남자에게 마구잡이로 당했을 그녀는 이렇게 부드러운 삽입은 익숙하지 않은지 파르르 몸을 떨며 자신의 몸속에 들어온 나의 물건을 느낀다.

미나는 섹스를 해본 적이 없다. 그녀가 당한 것은 강간이고 고문이었고 폭행이었기에 제대로 된 섹스가 아니다.

나는 그런 미나에게 섹스는 즐겁고 황홀하다는 것을 알려줄 의무가 있다.

그간 괴로움만 가득했던 그녀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여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쾌락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자지를 넣은 상태에서 과격하지 않게 조금씩만 움직였다.

미세한 움직임에도 몸을 움찔거리는 미나.

거칠게 하는 것은 의미 없다. 섬세한 움직임과 자극으로 그녀를 뭉근하게 달아오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나의 의도가 먹혔는지 미나는 몸 안쪽에서 피어오르는 쾌감을 받아들이며 귀여운 신음을 내뱉는다.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자 내 팔을 강하게 움켜잡는다.

그런 그녀의 손이 내 팔을 잡는 강도로 그녀가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가 전달된다.

천천히 안쪽으로 밀고 들어갈 때는 내 팔을 하도 꽉 잡아서 손에 자국이 날 정도.

자신의 몸에 남자의 물건이 들어오는데 쾌감을 느끼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지 어찌할 줄 몰라하는 미나.

"으으읏. 하아…. 아읏…. 좋아…."

쾌감을 느끼고 있다면 그 느낌을 배가시켜줄 때다.

조금씩 움직이는 속도를 올리자 신음을 내는 게 그만큼 씩 빨라진다.

"하읏. 아앗. 흐읍. 으응."

뭉근하게 달아오르던 불꽃이 조금씩 거세지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커지는 불꽃은 이성과 의식을 잡아먹으며 거세게 불길이 커진다.

"앗. 윽. 읏. 으읏."

커지는 쾌락과 빨라지는 신음.

미나는 손에 잡힌 베개를 꽉 쥐며 꼭 끌어안는다.

절정에 몸부림치는 그녀를 보며 나 역시 전력을 내서 그녀를 만족하게 해준다.

부디 이 섹스로 그녀가 온전히 즐거움을 찾아냈으면 좋으련만.

그녀의 안쪽 깊숙한 곳에 사정하자 미나는 베개를 꽉 잡고 있던 손이 힘이 풀리며 스르륵 침대로 떨어졌다.

나는 처음 느끼는듯한 여운을 맞이하는 그녀의 가슴을 정성껏 어루만져 준다.

다시 베개를 움켜쥐더니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미나.

"왜 그래. 예쁜 얼굴을 보여줘야지."

"부끄러워요…."

"부끄럽기는. 사랑스럽기만 한걸."

베개를 치우자 그녀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가 있는 게 보인다.

가슴을 어루만지며 그대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해줬다.

마치 소녀 같은 그녀의 모습. 정말로 사랑스럽다.

뺨을 어루만지며 그녀의 옆에 눕자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바짝 안겨 온다.

"좋았어요…."

"다행이야. 좋았다니."

"이런 걸 하면서 기분이 좋아질 줄 몰랐어요."

내 가슴에 손가락 끝으로 낙서를 하듯 빙빙 돌리는 미나.

"앞으로는 이것보다 더 기분 좋게 해줄게."

내 말에 얼굴을 붉히는 그녀를 꼭 끌어안아 줬다.

진심으로 행복한 듯 다소곳하게 내 품에 바짝 안겨 오는 미나.

아직 두번 정도는 더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이정도로 멈추기로 했다.

굳이 많이 할 필요도, 격렬하게 할 필요도 없다.

그녀에게 말했던 것처럼 조금씩 그 즐거움을 알려주면 되는 거니까.

"피곤하지? 조금 자둬."

내 말에 미나가 잠이 들어버렸다.

뭐야. 이런 단어로도 스킬이 발동한다고? 이것 참….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기왕 잠이 들었으니 이대로 자게 놔둬야겠다.

쾌감과 만족감에 취해서 좋은 꿈을 꿀 수 있다면 좋을텐데.

미나는 불행한 시기가 있었던 만큼 그 공백을 행복함을 채워주고 싶다.

비록 매혹으로 쌓아 올린 거짓 호감이지만, 그것이 진짜가 되어버린 지금은 과정 같은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지금 느끼고 있는 행복을 유지 시켜주고 더 발전시켜 주는 데만 전념하면 되는 거야.

나도 그녀 곁에서 잠들고 싶지만, 그건 성격상 불가능하다.

누군가에게 자는 모습을 노출하다니…. 그건 자신이 없다.

승희에게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인데…. 물론 미나가 나를 해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무리다.

어차피 잠이야 이틀 정도는 안 자도 되니 그냥 그녀 옆에서 있기로 했다.

미나의 머리를 살짝 들어 팔베개를 해주고 눈을 감는다.

잠이 올 리 없지만, 자는 척이라도 해봐야지.

누워서 오늘 있던 일에 대해 생각했다.

이로써 내 실험은 제대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매혹이 만들어 내는 강제적인 인간관계.

물론 어느 정도는 인과관계가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것만 주의하면 이 방법은 앞으로도 어디서든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더 여자를 늘릴 자신은 없지만, 더 필요해질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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