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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
여자 셋을 수면으로 재워놓고 번갈아 가면서 매혹을 건다.
지겹고 번거로운 짓이지만, 스킬을 올리려면 어쩔 수 없다.
매혹이 걸린 상대에게 매혹을 다시 걸어봐야 숙련도는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귀찮은 짓을 해야 한다.
두 명에게 걸린 상태에서 새로운 여자에게 걸면 숙련도는 오르고 먼저 걸린 여자의 매혹이 풀리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매혹 고급에서 마스터를 찍으려면 여자가 넷 필요하다.
벌써 유지비를 생각하면 현기증이 날 정도.
나야 MRE가 있으니 크게 걱정은 안 하지만…. 정세희 이년은 대체 어떻게 유지를 하는 걸까?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고 있는지.
네 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감당이 안 돼서 포션을 겁나서 들이켜야 할 텐데.
이런 삶이 유지가 된다고? 정말로? 코인 유지는 가능하고? 아니…. 그보다 물약 중독 같은 건 없으려나?
마지막 매혹을 걸고 고급 매혹이 됐다.
후아. 2주간의 허튼짓이 끝났다.
코인을 얼마나 쓴 거야 젠장. 시간을 들여서 올려야 하는 걸 포션으로 코인 깡을 해댔으니 어쩔 수 없지 뭐.
원래 과금 유저들의 숙명 아니겠어? 페이 투 윈은 이 세상의 정석이라고.
매혹이 고급이 되니 지속시간이 한 시간이 됐다.
씨발. 30만 코인 스킬 답네. 이거 너무 밸붕인데?
20분에서 30분이 되더니 한 시간으로 늘어난다고? 그럼 마스터하면 얼마가 되는 거야? 두 시간 되나?
매혹도 고급을 찍었으니 이제 한숨 자고 쓸만한 여자를 하나 잡아 와야겠다.
마음 같아서는 물류센터에 있는 기절 스킬이 있는 미래를 데려오고 싶지만…. 됐다. 걔는 거기서 행복하게 살라고 하자.
소모품으로 쓰기는 아까운 아이니까.
기절과 마비는 있으니 감전 같은 스킬을 가진 여자가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아니면 기절이나 감전이 더 있어도 좋지.
뭐가 됐든 많은 숫자를 커버할 수 있으니까.
어쨌든 보호막은 필요가 없다. 스킬을 쓰기 위해 데려왔으니 더는 필요가 없어.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일단 한숨 자야겠다.
지금은 자야 해. 너무 힘들다.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꼬박 12시간이 흘렀다.
늘 하던 대로 수면 시간을 체크해놓고 여자들이 있는 방으로 갔다.
세 명이 있기엔 너무 작은 방.
어쩔 수 없긴 한데,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는 한다.
흡사 가축 같은 삶이잖아. 인권 따위는 전혀 없는 불쌍한 여자들.
...내가 이렇게 해놓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제일 쓰레기 같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방법이 없다. 나는 이 여자들을 믿을 자신이 없어. 그리고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방법이 없다.
보안과 삶의 퀄리티를 따진다면 당연히 보안이 우선이니까.
게다가 얘들을 평생 두고 살 것도 아니고.
의외인 건 마비녀는 나에게 그다지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름은 이정아. 23세. 자신의 남자친구를 죽였는데도 시큰둥한 반응.
하지만 민지의 경우가 있었으니 방심하고 싶진 않다. 여자의 마음을 전부 이해하는 것은 포기했으니까.
그리고 더 의외인 건 보호막녀다.
나에 대한 적대감이 엄청나고 이 방에 갇혀 있는 것도 끔찍하게 싫어한다.
이래서 여자를 이해할 수 없다니까. 신경 쓰지 않는 게 정답이야.
그래서 보호막녀는 죽였다.
어차피 매혹을 고급으로 찍은 이상 더는 필요가 없다.
웃긴 건 코인을 2만 정도를 들고 있었다. 정말…. 알 수 없는 세상이야. 스킬이 보호막인데 어떻게 2만이나 들고 있던 건지 원.
이래서 사람은 겉으로 모든 걸 알 수는 없다니까?
한명을 비웠으니 다른 한명을 더 구해야겠지?
나는 나연이와 정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바로 마트로 향했다.
"너희 입을 것 좀 골라라. 필요한 것도 챙기고."
"알았어!"
"응!"
매혹된 상태와 안된 상태의 갭이 너무 커서 볼 때마다 다른 사람들 같다.
근데 오래 있으면 저 갭이 줄어든다는 게 문제지.
희주가 그랬다. 희주는 매혹이 풀려도 나에게 점점 호의적으로 변하는 게 보일 정도였으니까.
그게 무서워서 죽였는지도 모른다. 변명 같겠지만.
지금 매혹 상태도 내가 싫어하니까 서로에 대해서 적대하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거다.
나에 대한 호감이 최대인 만큼, 나에 대해서 호감을 보이는 다른 여자에게 질투심도 최대로 늘어난다.
그러니 매혹은 미친 스킬이라는 거야.
얀데레 양산 스킬이라고.
효과가 좋은 만큼 남용하면 부작용 또한 심각한 스킬이다.
세희 그년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세희 년의 주변 남자들이 서로 칼부림해서 서로 다 죽였거나 서로 힘을 합쳐서 세희를 어딘가에 가둬 놓고 육변기로 쓰고 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매혹에 걸린 이들은 건 사람에 대해 맹목적인 애정을 가지게 된다.
거짓으로 만들어진 만큼 쉽게 변질되고 넘쳐버릴 수 있는 애정.
물론 세희 년이 그렇게 멍청할 것 같지는 않지만, 까딱 잘못하면 바로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 그러니까 코빼기라도 보여라. 썅년아. 얼굴 좀 보자.
"짠! 어때? 나 이쁘나?"
한참 후에 나연이가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내게 다가와 물었다.
민나시에 짧은 바지, 겉에 걸친 얇은 카디건?
뭐, 어쨌든 본바탕은 이쁜 여자라 저렇게 꾸며 놓으니 보기 좋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아도 옷을 챙겨 입고 왔다.
블라우스에 주름치마. 저렇게 입으니 훨씬 보기 좋네.
역시 알몸으로 다니게 만든 내가 변태 새끼였구나?
"다 됐어?"
"응."
"다됐어!"
"그럼 가자."
사람 찾아 죽이러 가면서 이쁘게 차려입는 것도 웃기네.
뭐 어때. 피도 안 튀는데.
세희를 찾으면 바로 쳐들어갈 수 있게 준비를 마쳐 놔야 한다.
원하는 스킬은 기절, 감전, 마비. 아니면 수면이나 투명화.
그런 스킬을 가진 여자가 흔할 리는 없지만…. 찾아봐야지 뭐.
하동을 다 뒤져도 나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물류센터의 미래를 데리고 가는 수밖에.
아예 작정하고 하동에 있는 녀석들을 지울 생각으로 도는 거라서 꼼꼼하게 구획 별로 돌기 시작했다.
탐지의 범위가 반경 100m라 가능한 짓. 반경이 작았으면 엄청 돌았겠지.
"저기 꽤 많다. 인원은…. 여덟."
숫자가 많을수록 여자가 끼어있을 확률이 높지. 맘에 들어.
기척이 나는 곳 근처까지 가보니 그곳은 커다란 주택가였다.
땅값이 비싼 곳이라 한 필지에 집 두 채씩 있는 주택들.
탐색으로 느껴지는 기척을 보니 두 건물을 다 같이 쓰는 것 같다. 안쪽이 이어져 있나? 그럼 진짜 좋은 집이네.
일단 나연이와 정아를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지나가게 했다.
저놈들이 멍청한 새끼들이 아니라면 선공이든 제압이든 설득이든 뭐라도 하겠지.
나연이와 정아가 건물 앞을 지나가고 다음 블록에서 꺾자 건물 안쪽에서 기척이 움직인다.
그리고 튀어나오는 다섯 명의 남자들.
꼴을 보아하니 설득하러 가는 꼴은 아니다. 다섯이라. 한번 놔둬 볼까? 어떻게 하나?
나연이와 정아에게 블록에서 꺾으면 숨어있으라고 말했으니 먼저 선빵을 당하진 않을 테지.
다섯 정도면 둘이서 바로 무력화시킬 수 있을 테고.
어차피 이쁘장한 여자를 바로 쳐 죽이는 건 나 같은 미친놈이나 하는 짓이지 발정 난 사내새끼들이 그럴 리는 없다.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죽으면…. 아까운 거지 뭐.
나는 다섯을 둘에게 맡기고 문이 열린 김에 안을 정리하러 들어갔다.
2층에서 느껴지는 세 명의 기척.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올라가니 방 안쪽에서 남자가 헐떡이는 소리가 들린다.
아하. 좋은 일 하시고 계시네.
문을 꽉 안 닫고 섹스를 하는 세 연놈 덕분에 문틈 사이로 세 명의 모습이 보였다.
하나는 윗 입에, 하나는 아랫 입에.
여자 하나를 두고 신나게 박고 있는 두 남자. 아하. 여자가 부족한데 괜찮은 여자가 둘이나 지나가니 좇 빠지게 튀어나간 거구나?
셋을 모두 재웠다.
그리고 탐지를 돌렸더니 근처에서 느껴지는 일곱의 기척 중 둘만 움직이고 다섯은 꼼짝 않고 있다.
벌써 제압했나 보네.
이래서 사람은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어야 해.
좋은 스킬 + 매복은 필승 전략이다.
스킬 상성이 더럽지 않은 이상 무조건 이길 수밖에 없어.
남자는 일단 쳐 죽였다.
벗고 있는 모습을 더 보고 있다간 토가 나올 것 같아서.
[8,409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1,90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오…. 생각보다 코인이 많다.
어지간히 죽이고 다니던 놈들인가 봐. 코인이 제법 되네?
그리고 여자…. 어디서 많이 보던 여자인데.
얼굴도 존나 이쁘고 가슴도 제법 크고 몸매도 개쩐다.
뭐지? 뭘까? 잘 모르겠다. 일단 맘에 든다. 이정도 외모면 스킬이 담배 생성이라고 해도 데리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당연히 매혹을 걸었다.
어디서 이런 여자가 나왔을까? 소름 끼치네. 이 세상이 페이 투 윈 가챠게임이라면 이 여자는 SSS급 여자일 거야.
재워놨으니 일단은 밖으로 나와 나연이와 정아가 있는 곳으로 가니 남자 다섯이 그대로 뻗어있었다.
그리고 칭찬을 바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두 여자.
"잘했어. 둘 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고양이처럼 내게 비빈다.
음…. 좋긴 하네. 아무리 가짜로 만들어진 관계라도 가끔 이런 건 괜찮은 거 같아.
다섯을 모두 쳐 죽이니 코인이 12만 정도가 나왔다.
와. 씨발. 뭐 하는 새끼들이지?
이 주변에 기척이 없는 건 다 이 녀석들 작품인가?
"나연아. 정아야."
"응?"
"왜?"
"이리 와봐."
나는 2층으로 가서 아직 자는 여자를 보여주고 물었다.
"얘 누군지 아냐?"
"어….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음, 어디서 봤지?"
곰곰이 생각하는 두 여자. 얘들도 이렇게 생각하는 거 보니 확실히 유명한 애 같긴 한데.
"아! 페어리나인!"
"페어리나인! 송미나!"
"응? 페어리나인? 걸그룹?"
그래. 그러고 보니 맞는 거 같다. 화장을 안 해서 못 알아봤는데. 이럴 수가. 걸그룹이라니. 그것도 내가 알 정도로 유명한.
"근데 걸그룹이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왜 벗고 있어?"
나연이와 정아는 지금 매혹에 걸린 상태라 그런지 본능적으로 이 여자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하긴 안 그럴 리가 없지. 이정도 여자애가 흔한 건 아니니까.
대놓고 뭐라고 하지는 못하고 흠을 찾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모습.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서로 간의 험담 금지야."
"응…. 알았어."
"응."
정말 피곤한 여자들이야. 매혹이라 말 한마디로 정리가 돼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관리할 엄두도 안 났을 거다.
그나저나…. 걸그룹이라니. 씨발. 이런 횡재가 다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