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92화 (9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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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탈것은 고렙의 필수품

"흐흐. 야. 이게 무슨 일이냐? 갑자기 벗은 여자가 둘이나 튀어나오고. 땡잡았네."

"등신아. 상황파악 못 하냐? 제성이 이거 마비된 거 같은데 긴장해라. 내가 기절 안 시켰으면 너희도 제성이 꼴 날뻔했어."

"뭘 긴장해. 상황 정리됐잖아?"

"되기는 개뿔이! 이 여자 둘만 있을 리가 없잖아? 분명 일행이 더 있을 거야! 그러니 긴장 좀 하라고!"

"아이씨…. 네가 하는 말이니 듣기는 하겠다만…."

그렇게 말하더니 놈들 중 하나는 서서히 몸이 투명해졌고 하나는 몸이 살짝 떠올랐다.

"주변 돌아보고 올게."

투명, 비행, 기절 이렇게 세 개인가. 한 놈은 마비 돼 있으니 신경 쓸 필요 없지.

그나저나 비행 스킬은 처음 봤다.

부드럽게 날아서 하늘을 돌아보는 모습. 속도가 제법 빠르다.

음…. 멋있는데? 완전 부럽네.

너무 눈에 잘 띄는 것이 문제긴 한데 그래도 굉장히 좋아 보인다.

투명화를 쓰고 비행까지 쓴다면 뭐…. 무서울 게 없어 보이는데?

탐지가 있더라도 워낙 휙휙 움직여서 이게 뭘까 싶을 것 같다.

점점 좋아 보이는 스킬이 많아지네…. 아니지 비행이랑 투명화는 예전부터 좋아 보이긴 했지.

스킬 구경은 이만하면 됐고, 저 녀석들을 정리해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시간 아깝게.

투명남이랑 똘똘이가 쓰러졌고, 비행남에게도 수면을 걸었다.

공중에서 그대로 떨어지는 남자.

쿵!

땅에 떨어지고 잠시 꿈틀하다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불쌍한 녀석. 바로 즉사 안 한 거 보면 끔찍한 고통을 느끼고 죽었겠지.

마비 돼 있는 놈이랑 다른 두 놈까지 바로 뒤따라 보내줄게. 외롭게 가지는 않을 거야.

[12,423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4,3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9,847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4,826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대체로 코인이 많긴 한데…. 코인 평균이 생각보다 낮다.

이래서야 두번째 스킬 찍을 수 있는 놈들이 있을 수 있긴 한 거야? 30만은커녕 10만 이상 가진 놈들도 없는데?

내가 대단하다기보단, 이런 녀석들이 잔챙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렇게 여럿이서 무리 지어 다니는 놈들이 코인이 많을 수가 없긴 하지. 유지비 수준이 다른데.

두번째 스킬을 얻기 위해서는 생계유지 수준으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정말 미친놈처럼 쳐 죽여야 가능한 일. 대놓고 미친놈이 되어야 해.

"야. 일어나."

여자 둘을 깨웠지만 쉽게 일어나질 않는다. 기절은 이래서 싫어. 깨우기가 힘들어.

나야 불면증 때문에 수면을 골랐다고는 하지만 불면증이 아닐 때 수면과 기절, 마비 세 개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라도 기절을 고를 것 같다.

게임에서도 수면은 한 대 맞으면 바로 풀리는 쓰레기 CC중에 하나니까.

기절은 기절 되어있는 동안 18콤보를 꼽아도 꼼짝 못 하잖아? 당연히 기절이 좋겠지.

여자들이 일어나는 걸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그냥 처리하고 갈까….

번거롭긴 한데 재밌긴 하다. 나중을 위해서 이렇게 미리 연습해 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기왕이면 보호막녀는 빨리 처분하고 다른 공격 스킬로 구하고 싶네. 그래야 제대로 된 연습을 해보지.

...이거 완전 포X몬이잖아? 가라! 마비녀! 3단 마비!

인권과 존엄성이 박살 난 세상답다…. 씨발.

탐지를 돌려도 일단 잡히는 것은 없다. 아까 마트 근처 부분에선 몇 명이 더 잡혔는데 이쪽은 없다.

일단은 전동 휠을 구하는 게 우선이니 돌아가서 처리하거나 할 생각은 없다. 운이 좋았어. 녀석들아.

시간이 됐는지 여자들이 부스스 일어난다.

머리가 아픈 듯 잔뜩 찡그렸다가도 나를 보고는 웃으며 안긴다.

"괜찮아? 그러니까 둘 다 조심해.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따듯한 말 한마디에 여자들의 사기가 다시 풀로 차오르며 나를 보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죽으라고 떠민 사람에게 저런 표정이라니. 어휴.

다시 알몸의 여자 둘을 거느리고 목표한 소방서로 향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쪽은 탐지에 걸리는 사람이 없다.

그래. 기왕이면 나오지 마라. 나라고 사람 죽이는 게 즐겁겠냐? 살기 위해 죽이는 거지.

한참을 걸어서 소방서 근처까지 왔다.

한산한 거리. 조용한 주변.

소방서에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없다. 소방서면 아지트로 삼기 좋지 않나? 별로인가?

마트에서 만났던 녀석이 말한 자전거 가게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정말 전동 휠 판매장도 있었다.

올. 진짜 있네. 그냥 무작정 찾아 헤맸으면 이렇게 빨리 찾아내지는 못했겠지?

매장으로 들어가니 의외로 전동 휠은 많이 남아있었다.

옆 가게 자전거는 남아있는 자전거가 별로 없던데…. 역시 자전거에는 인정사정없는 나라야.

다양한 제품이 있어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뭐 타봤어야 알지. 그래도 외발로 되어있는 것은 썩 내키지 않아서 일단 치워놓고 바퀴 두 개 있는 것부터 살펴봤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 귀찮게.

근데 이거 얼마나 오래 탈 수 있지? 아. 여기 쓰여 있네. 주행거리…. 15km에서 20km? 그렇게 길진 않네.

최고 속도…. 시속 15킬로? 어디 보자. 내가 걷는 게 대충 시속 4킬로라 치면 3배는 빠르게 가겠네.

좋네. 나쁘지 않아. 근데 한 개로는 조금 힘들겠다. 충전시간이 2시간? 두 개를 번갈아 가면서 타야겠네.

근데 생각보다 무겁다. 한 10킬로그램은 되는 거 같아.

아. 수납 스킬 찍고 싶다.

수납이 있으면 전동 휠을 넣어놨다가 다시 타는 것도 가능하겠지?

큰일이야 정말. 얻고 싶은 스킬들이 너무 많아.

근데 수납 스킬 같은 건 숙련도를 어떻게 올리지? 그냥 열었다 닫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럼 숙련도 올리기는 겁나 쉬울 것 같은데.

일단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전동 휠 중 맘에 드는 걸 골랐다. 기왕이면 여러 개 가져가서 여기저기 충전시켜놔야지.

그래야 막상 타야 하는데 배터리 없어서 충전하고 있는 꼴을 안 보지.

근데 너무 무겁다.

한 개는 타고 가고 한 개는 들고 간다 쳐도 나머지가 문제네.

어쩔 수 없다. 얘네들한테도 하나씩 타라고 하고 하나씩 들게 해야겠다.

당장 타야 하니 전동 휠 세 개를 꺼내서 충전을 시작했다.

충전시간이 두 시간이라 했으니 두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뭘하지?

벗은 여자 둘을 놓고 뭘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지금은 섹스할 상태가 아니다.

무엇보다 밝은 대낮에 홀딱 벗고 있는 여자는 생각보다 꼴리지가 않는다.

역시 여자를 벗기는 게 꼴리지…. 대놓고 저렇게 까놓고 다니면 별로 안 당긴단 말이지.

충전되는 동안 주변을 살짝 돌아봤다.

하동공원. 소방서. 주변의 상가 건물…. 그다지 사람들이 살만한 곳은 아니라 그런지 이쪽엔 사람이 없다.

그러다가 상가 건물에 다X소를 발견했다.

오. 마침 잘됐다. 이것저것 필요한 게 많았는데.

안에 들어가서 바구니를 들고 이것저것 보이는 것을 집어 담았다.

막상 없어도 되지만 혹해 보이는 물건들이 잔뜩 있는 곳.

물건들은 많이 털려있지만, 그래도 규모가 큰 곳이라 그런가? 물건은 제법 있었다.

하지만 결국 쇼핑은 30분도 안 걸린다.

돈 걱정을 안 해도 되기에 마음껏 살 수 있지만, 남자의 쇼핑이란 이렇지 뭐.

막상 공짜라고 해도 가지고 돌아가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결국 가져가는 물건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나중에 사자고 미루는 모습…. 만약 차가 있었으면 이렇게 소극적으로 고르진 않았겠지?

다시 전동 휠 충전해 놓은 곳으로 오니 충전은 이제 반 정도 돼 있었다.

이정도면 돌아갈 수는 있을 것 같으니 그만 돌아가야겠다.

전동 휠 세 대의 충전기를 배낭에 쑤셔 넣고 전동 휠 하나 새것을 짊어졌다.

마비녀와 보호막녀도 한 개씩 들게 한 뒤 셋이 전동 휠을 타고 도로를 달린다.

아무리 봐도 미친것 같다.

알몸으로 전동 휠을 타고 나를 따르는 두 여자를 보면 진짜 세상이 미친것 같다는 게 확실하게 체감된다.

아니, 미친 건 나겠지. 내가 시킨 거니까.

생각보다 조용하고 속도도 빨라서 참 맘에 든다.

진작 이러고 다닐걸. 이게 다 탐지 덕분이지. 탐지가 없었으면 이런 미친 짓은 할 생각을 엄두도 안 냈을 테니까.

도로를 타고 와서 그런가? 주변에 기척이 없다.

멀리에서 지켜보는 놈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지켜본다고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만약 더 멀리에서 우리를 쌍안경 같은 거로 보는 놈이 있었으면, 아마 기가 찼을 거야.

건드리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질 것 같은데.

본진에 도착해서 엉망이 된 저택에 휠을 충전해 놨다.

굳이 벙커 안으로 집어넣을 필요는 없으니까 여기에 충전해 놓으면 되겠지.

아무리 봄이라지만 알몸으로 전동 휠을 타고 와서 그런지 여자 둘은 조금 떨고 있었다.

설마 감기라도 걸리려나? 그러면 귀찮은데.

안되면 뭐 물류센터로 데리고 가지 뭐. 거기 가면 질병 해제는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두 명의 매혹을 리필하고 벙커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이제 고민을 조금 해야 한다.

희주의 처리를 할 시간.

반사는 분명 괜찮은 스킬이고, 희주는 사람 죽인 경험이 많아서 좋긴 하지만 반사는 상당히 번거롭다.

매번 너무 번거로워. 일일이 반사가 걸려있는지 확인하기도 귀찮고 까딱 잘못하다간 내가 매혹당해서 망할 수도 있다.

새로 여자를 구해왔으니 이제는 희주를 처리해야 한다. 코인도 잔뜩 가지고 있으니 갑자기 반사를 마스터 해서 두번째 스킬을 이상한 걸 찍을 수도 있기도 하고.

방안의 나연이를 재웠다.

갑자기 나연이가 잠들자 깜짝 놀라며 반사를 키는 희주.

봐봐. 저런 상태가 되면 내가 쟤한테 뭘 할 수가 없어.

자물쇠를 열고 문을 열었다.

"잡아."

마비녀와 보호막녀가 희주에게 빠르게 다가가 양쪽에서 팔을 잡았다.

희주는 갑자기 벌어진 일에 몸부림을 치며 사납게 외친다.

"뭐야! 씨발! 갑자기 왜! 이 여자들은 뭐야!?"

나는 그대로 달려가 희주의 배를 발로 찼다.

"커억."

전투화 발로 차이면 아프지. 정신이 번쩍 들 만큼.

희주가 앞으로 꼬꾸라지자 마비녀와 보호막녀가 팔을 붙잡고 겨우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한다.

움직이는 사람을 죽여 본 적은 없는데…. 뭐 비슷하겠지.

마체테로 희주의 목을 찍었다.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피.

어차피 사라질 피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물러나."

여자 둘은 뒤로 물러섰고 나는 희주에게 다가가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고생했어. 잘 가."

그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없애 주기 위해 목을 한 번 더 내리쳤다.

희주는 빛이 되어 사라졌고, 내 몸과 방에 잔뜩 튀었던 피 역시 그대로 사라졌다.

[117,84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코인을 획득함으로 희주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는 모두 사라졌다.

그렇다고 딱히 슬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죽었어야 할 여자가 조금 더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일 뿐이니까.

왠지 조금 피곤하다.

나는 방을 나와 문을 잠그고 여자들에게 말했다.

"쟤 깨워봐."

여자 둘이 한참을 흔들자 나연이가 부스스 일어난다.

그리고 눈앞의 여자 둘을 보며 깜짝 놀란다.

"뭐야!? 이것들은!? 희주는 어디 갔어!?"

"너희 이 방안에서 서로에게 스킬 쓰는 거 보이면, 그대로 죽일 테니 부탁인데 제발 얌전히 있어라. 알겠지?"

"야! 희주 어디 갔냐고!?"

나는 나연이를 무시하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굳이 장기 말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귀찮아.

지금은 그러고 싶은 기분이 아니야. 그냥 잠을 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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