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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91화 (9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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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탈것은 고렙의 필수품

하동은…. 뭔가 조금 이상했다.

내 기준으로 봤을 때는 이상한 동네다.

사람이 너무 많아.

마트를 넘어서 조금 더 하동 쪽으로 들어가니 여기 저기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진다.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기척이 잡히는 것 자체가 맘에 안 들었다.

어째서 사람이 이렇게 많지? 한 블록에 두세 명은 있는 것 같은데.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몰라서 일단 더 들어가는 것을 멈췄다.

미션 올 클리어를 하지 않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기분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는 느낌.

이걸 어쩐다.

그냥 지나가자니 찝찝하고 다 잡자니 귀찮다.

이게 정세희 그년을 잡는 길이라면 당연히 다 잡고 갈 텐데, 전혀 상관없는 일이란 말이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얼마나 있을지도 모른다.

으…. 미치겠네.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다 잡자.

어차피 세희 년에 대한 실마리고 뭐고 전혀 없다.

물류센터 주변을 깡그리 청소했지만 흔적은커녕 아무것도 발견한 게 없었으니 뭘 해볼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니 일단 눈에 보이는 것부터 처리하자.

공부하기 전에는 책상부터 치우는게 국룰이지.

탐지에 걸린 녀석 중에 가장 가까이 있는 녀석들부터 잡기로 했다.

일단…. 세명. 그리 멀지 않다. 가보자.

세 명의 남자.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긴장감 없이 시시덕거리며 길을 걷는 녀석들. 복장이 가벼운데? 떠돌이의 복장이 아니다.

뭐…. 내가 알 바 아니잖아?

아지트로 돌아가는 건지 아니면 쓸만한 물건을 음식으로 바꿔 가는 것인지 누구를 강간하고 온 건지 알게 뭐람.

그냥 쳐 죽이면 되는거지.

수면을 반사 당해도 내 위치가 드러나지 않을 곳에서 세 명에게 수면을 건다.

예전에는 뭣도 모르고 팡팡 수면을 썼는데. 그놈의 반사 때문에 귀찮아졌어.

알게 된 이상 주의를 안할 수가 없잖아.

[2,344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3,148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4,23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시시하네. 코인도 인생도.

이름도 스킬도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알 필요 없다. 그저 내 탐지 범위 안에서 삭제할 뿐.

다음 탐지를 돌린다. 저 멀리에 느껴지는 두 명.

감지 위치가 조금 높다? 2층? 3층?

위치가 느껴지는 곳은 모텔. 좋네 모텔. 지연이를 따라다니면서 모텔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았다.

대부분 카운터에 마스터키가 있다는 것을.

1층에 있는 카운터를 뒤지니 마스터키를 찾을 수 있었다. 이것까지 가져갔으면 손가락 빨면서 기다릴 뻔했어.

3층의 방문 앞에서 귀를 기울이니 물소리가 들린다. 탐지를 돌리니 입구 옆쪽에 있는 곳에서 두 명의 기척이 느껴진다.

같이 샤워하고 있나? 좋은 시간 보냈나 보네.

반사 스킬 가진 사람이 섹스하고 나와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반사를 걸어두고 있을 확률은?

그래서 그 반사 스킬로 내가 불면증을 뚫고 한방에 수면을 당할 확률은?

밖에 나다니는 녀석들이라면 반사를 켜고 있을지 몰라도, 나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방안에서 반사를 켜둘 리는 없을 거다.

뭐…. 그럴 확률을 뚫고 반사 당해서 내가 잠든다면…. 순순히 죽어주자. 씨발 그 정도 확률이면 길 가다가 벼락 맞을 확률이랑 비슷해 보이니까.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도 안에 있는 두 명은 내가 들어온 지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모텔 화장실의 대부분은 유리창이 큼지막하게 되어있다.

안에서 씻고 있는 것을 감상하라는 건지 뭔지는 몰라도 하여간 다들 그렇게 해놓는다.

참 좋은 곳이야. 모텔은.

알몸의 남녀는 화장실에서 섹스하다가 잠이 들었다.

남자의 알몸 따위는 1초도 더 보고 싶지 않아서 바로 쳐 죽였다.

[3,423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가난하군. 가난해.

어쩔 수 없지. 먹고살려면 코인을 쓸 수밖에 없으니까.

여자는…. 글쎄. 나름 나쁘진 않았는데 그렇게 탐이 날 정도는 아니다.

생긴 것도 몸매도 가슴도 평균 이상은 되는 것 같은데, 내 주변의 여자들에 비해서 그리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은 나연이와 희주랑 섹스를 실컷 하고 와서 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매혹을 걸고 여자를 깨운다.

아무리 섹스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슴을 만지는 것은 즐거운 일이야.

"아…."

부스스 일어나는 여자.

알몸임에도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나를 보고 생긋 웃는다.

음…. 이쁘네? 한번 해야 하나?

아니다. 정신 차려 등신아. 좇에 지배당하지 말아라. 쫌.

"너. 스킬이 뭐냐."

"저…. 마비요."

"몇 명 쓸 수 있어?"

"세 명요."

좋네. 맘에 들어.

"일어나. 밖으로 나가서 침대에 앉아."

여자는 조금의 반항도 없이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는다.

몸에서 떨어지는 물기 때문에 침대 시트가 젖고 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지.

"이 동네에 아는 사람 있어?"

"아뇨."

"여긴 왜 왔어?"

"그냥 돌아다니고 있어요. 먹을 거랑 사람들 찾아서."

"죽이게?"

"네."

"죽일만한 도구는 안 보이는데."

"제 일행이 태워죽였어요."

"태워죽여? 발화?"

"네."

"그렇군."

마비와 발화라니. 죽은 놈들은 조금 고통스러웠겠네.

"따라와. 신발은 신고."

나는 모텔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런 나를 알몸으로 따라오는 여자.

알몸에 신발을 신은 그 모습은 참 변태적이다. 바바리만 하나 입혔으면 딱이겠네.

모텔 1층으로 내려오면서 마스터키를 휙 하고 날려버렸다.

그리고 탐지를 돌린다. 멀리 즈음에서 느껴지는 사람 네 명의 기척.

좋네. 저기로 가자.

"가자."

군말 없이 나를 따라오는 여자.

날씨가 춥지 않아서 다행이야. 추웠으면 이런 좋은 광경을 볼 수 없었을 테니.

사람 네 명 근처로 가서 여자에게 말했다.

"저 앞쪽에 사람이 네 명 있을 거야. 가서 마비를 써. 자연스럽게 굴고."

"알았어요."

여자는 성큼성큼 네 명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나는 모두가 범위에 들어오는 곳으로 가서 몸을 숨겼다.

얼마 뒤 네 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 셋과 여자 하나.

손에는 잔뜩 뭔가를 들고 가고 있다.

"꺄아악! 살려줘요!"

알몸의 마비녀가 네 명에게 다가가자 남자들은 경계하면서도 시선을 돌리지 못한다.

이래서 남자들이란 어쩔 수 없다니까.

마비녀가 한 남자에게 쓰러지듯 안기자 남자는 얼굴에 황당함과 미소를 띠며 여자를 받는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들 세 명이 그대로 굳었다.

네 명 무리에 있던 여자는 그대로 깜짝 놀라 당황해하며 주변을 경계했지만 별 의미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내 수면에 잠이든 여자.

마비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의 무릎을 툭툭 턴다.

마치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한 모습.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나 잘했어요?"

"그래. 잘했어."

여자의 가슴을 한번 만져주며 젖꼭지를 살짝 꼬집어줬다.

얼굴을 붉히며 좋아하는 마비녀.

매혹 씨발…. 정말 끔찍한 스킬이야. 인간의 존엄성이 그대로 박살 나는 느낌.

쓰러진 남자들을 마체테로 찍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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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2,954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수면에 걸린 여자에게도 매혹을 건다.

음…. 평범하다. 평균 이상은 되지만, 평범하다.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화장을 안 해서 그런 것 같다.

하긴, 이런 빌어먹을 세상에서 화장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생각해보니 쌩얼이 기본이 된 세상이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살려둔 여자들은 다들 미모가 엄청난 편이었네.

아직 어려서 그런가?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자는 여자의 가슴을 만져서 깨운다.

길 한복판에서 알몸의 여자를 옆에 세워두고 쓰러진 여자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다니.

씨발 요지경이야 요지경.

마비녀에 비해 이 여자는 드럽게 안 일어난다.

가슴만으로는 무린가? 적당히 뺨을 두드려 깨웠다.

수면 스킬 마스터라 잠들어 버린 사람을 깨우기도 참 쉽지가 않아졌다.

"으음…."

한참을 흔들고 만져서 깨우자 이 여자 역시 일어나서 나를 보곤 환하게 웃는다.

으…. 공포야 공포. 아마 매혹은 익숙해지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

"스킬 뭐야."

할 일이 바쁘니 용건만 빠르게 넘어간다.

이것저것 전부 들어줄 필요는 없지.

"보호막이에요."

꽝! 아쉽다. 그래도 써먹을 만큼 써먹어야지.

"신발 빼고 다 벗어."

보호막녀 역시 마비녀 처럼 신발을 제외하고 알몸이 되었다.

"너희 아지트에 사람이 더 있나?"

"아니요."

"남자 놈 셋이랑 너만 함께 다닌 거야?"

"네."

"좋아. 따라와."

탐지를 돌린다. 느껴지는 기척이 없네. 그럼 소방서 쪽으로 가볼까?

길거리를 당당하게 걸어가는 나와 내 뒤를 따라오는 두 명의 알몸녀.

이 무슨 미친 상황인 걸까.

나도 참…. 제정신이 아니야.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네 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거 뭐 먹잇감 천지네. 하동은 참 좋은 곳이야.

네 명 근처까지 간 다음 마비녀와 보호막녀에게 말했다.

"저 앞에 네 명이 오고 있어. 가서 제압해. 수단과 방법을 쓰지 말고. 보호막 네가 먼저 달려들고, 마비 네가 스킬 써."

두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가 가리킨 곳으로 달려갔다.

"살려줘요! 사람 살려요!"

마비녀는 레퍼토리가 저것밖에 없나? 근데 사실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효율적으로 보이긴 한다.

벗은 여자가 살려달라고 하며 도망오는데 누가 그걸 냉정하게 바라보겠어?

보호막녀는 마비녀가 외치는 걸 보고 자신도 그걸 따라 외쳤다.

"살려줘요! 도와줘요!"

내 시야에 네 명의 모습이 보였다.

남자 네 명. 하지만 그들은 생각보다 능숙했다.

보호막녀가 반경에 들어오자 남자들 중의 하나가 스킬을 쓰는 것 같더니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보아하니 기절 같다. 아니, 수면인가? 둘이 그렇게 차이가 없어서…. 구별이 쉽진 않으니까.

당황한 마비녀가 한 명에게 기절을 썼지만, 본인도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음…. 쟤들은 그래도 기본은 돼 있네. 멍청한 놈들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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