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84화 (8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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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희주야."

"응?"

"반사 풀어봐."

"해제."

희주와 나연이의 매혹을 리필하고 나니 가슴이 뻐근하다.

"다시 반사 써."

"응. 반사."

웃긴다. 응. 반사라니. 초딩이냐?

상점에서 회복 포션을 하나 사서 반정도는 내가 마시고 희주와 나연이를 불렀다.

"응?"

"왜?"

포션을 한 모금 입에 물고 그대로 나연이와 키스했다.

그대로 입에 있는 포션을 넘겨주자 나연이는 황홀하다는 듯 포션을 꿀꺽 삼킨다.

"나…. 나도! 나도!"

남은 포션을 입에 머금고 희주에게도 키스하며 넘겨주자 그녀 역시 맛있다는 듯 삼켰다.

...왠지 두 사람의 눈빛이 무서운데.

"가자."

움직임이 아까보다 더 나아진 느낌이다. 내 느낌…. 맞지?

"앞에 다섯 온다."

말하기가 무섭게 희주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뭐야…. 진짜 광전사 같잖아. 무서워.

"죽어!"

한 남자가 파이프를 들고 희주를 내리치려다가 나연이의 기절을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다른 남자 역시 이글거리는 주먹을 희주에게 내리치려다 기절했고, 그 사이 뒤에 셋에 둘은 나의 수면에 당해 쓰러졌다.

남은 하나는 꼼짝 않고 그 자리에서 굳어있다. 마비인가? 아무래도 마비가 반사 당한 거 같은데.

희주는 그대로 마비남에게 달려가 손도끼로 목과 어깨 사이를 찍었다.

콰직 하는 불길한 소리가 들리며 남자가 마비된 상태 그대로 넘어졌고, 희주는 그런 남자의 목을 마저 찍었다.

이건 뭐…. 엄청나네. 반사와 즉시 발동 CC두명이 붙으니 완전 다 씹어먹네.

희주는 쓰러진 인간들을 다 찍어 죽이고는 나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와! 코인이 10만을 넘었어!"

돌입 이후에 쓰러진 녀석들은 희주가 다 찍어 죽였으니 그럴 만하지.

그래도 열두 명 죽이고 10만을 넘겼으면 제법 많이 먹었네. 원래 가지고 있던 코인이 많았나?

"나연아. 넌 코인 얼마 있어?"

"나? 3만2천 정도."

제법 되네. 하긴 쟤들은 코인 쓸 일이 거의 없었겠지.

근데…. 물류센터 녀석들이 너무 약하다.

아무리 이쪽에 탐지가 있더라도 이건 너무 하다. 어떻게 이렇게 허접하지?

내가 알기로 물류센터는 근방에서 난다긴다하는 놈들이 잔뜩 모인 곳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건 너무 심각한 거 아냐?

탐지를 돌리니 남은 인원들이 한곳에 모두 모여있었다.

숫자는…. 겹쳐있어서 정확하진 않은데 열둘? 열셋? 잠깐…. 지금 우리가 잡은 게 몇 명이지?

처음에 여섯 잡았고, 다음에 셋, 그리고 넷, 방금 다섯. 열여덟.

얼추 숫자는 맞네.

슬슬 다가가는데 녀석들의 배치가 조금 신기했다.

중앙에 잔뜩 사람들이 모여있고, 왼쪽과 오른쪽 2층에 한 놈씩 있다.

구조를 보아하니…. 매복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희주야."

"응?"

"이 앞으로 가면 사람들이 모여있어. 아마 여기 남은 마지막 인원일 거야. 들어가서 바로 싸우지 말고 거리를 벌리고 말로 시간을 끌어. 음…. 그래. 정세희. 정세희에 관해서 물어봐. 별명이 마녀야. 그년을 죽이는 게 목적이라고 말해. 가능하면 도발도 하고."

"응."

"나연아. 넌 무기를 안 들고 있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기절을 시켜. 거리가 안 되면 무리하진 말고 희주에게 덤벼드는 녀석들부터 기절시키고. 알겠지?"

"알았어."

"그리고 둘 다 잘 들어. 쟤들은 CCTV로 우리 싸우는 것을 봤을 수 있어. 아니. 봤다고 생각하는 게 낫지. 근데 모두 본 것은 아닐 테니 정확하게 너희 능력은 모를 거야. 하지만 너희 능력을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주의해. 알겠지?"

"응."

"응. 근데…. 어디 가게?"

"어. 이 위에 양쪽에 매복해있는 놈 두 명이 있어. 나는 그놈들을 처리하고 올 거야."

"알았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2층으로 올라갔다.

역시 탐지가 가장 사기다. 아마 탐지가 없었으면 이렇게 쭉쭉 밀고 들어올 수도 없고 매복이 있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겠지.

내가 2층으로 향하자 희주가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여기 다 모여있었구나!"

...저 무슨 당당함인가.

원래 저런 성격이었던 거야? 내가 희주를 오래 본 것은 아니지만 저런 성격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는데.

"네 년들은 뭐야!?"

빨간 조끼들의 리더인듯한 남자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희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모든 시선이 희주에게 몰리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2층에 있는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2층에 매복을 했다는 건 원거리 공격 스킬이라는 뜻이겠지? 아니면 CC스킬을 가지고 있던가.

반사인 녀석을 여기다 뒀을 리는 없겠지.

"너희 동료 반이 죽었는데 거기서 그렇게 나 죽여줍쇼 하고 우르르 뭉쳐서 벌벌 떨고 있는 거야?"

"닥쳐! 씨발 년아!"

대체 평소에 어떤 삶을 살았길래 저런 대사가 저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야?

참 신기한 여자야.

그런 희주에게 감탄하며 2층에 숨어있던 녀석의 등을 바라봤다. 으. 저놈의 빨간 조끼.

나는 바로 놈을 재웠다.

자신이 숨어있는 것을 들킬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 한 녀석은 맥없이 재워졌다. 불쌍한 놈.

죽이기엔…. 좀 그렇지? 빛나는 게 보일 텐데.

그렇다고 수면을 하나 버리기엔 아까운데. 일단 위에 다른 놈을 하나 더 잡고 생각해 봐야겠다.

2층에서 내려다보니 창고 같은 곳 앞에 모여있는 빨간 조끼들이 훤하게 보였다.

숫자가 열 명. 위에 두 명까지 총 열두 명. 딱 삼십? 아닌데? 아까 열셋 아니었나?

탐지를 써보니 기척은 열셋이다. 아. 저기 한 놈이 더 있구나.

아마도 투명화인 거 같다. 눈으로는 안 보이는데 탐지로 기척은 잡힌다.

밑의 인원은 남자가 여섯, 여자가 넷. 성별을 알 수 없는 투명 하나.

여자는 두 명만 젊고 이쁜 편이고 나머지 둘은 나이가 조금 있는 여자 하나, 덩치가 조금 있는 여자 하나.

누굴 살려놔야 할지 바로 정해졌네. 불쌍하게도.

"뭐 하나만 물어보자. 제대로 대답하면 너희 다 살려줄게."

희주의 뻔뻔한 말에 리더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희주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미 자신들 그룹의 반 수가 죽었으니까.

아무 말도 없는 리더. 희주는 계속해서 말했다.

"정세희. 그 마녀 년에 대해서 말해. 그럼 살려주마."

"그년을 왜 여기에서 찾아! 그년이나 네년이나 아주 미친년들이 골고루 지랄을 하네! 진짜!"

"그 썅년 잡아 죽여준다고! 그러니까 아는 걸 말해!"

희주가 시간을 끌어주는 동안 2층에 숨은 다른 놈을 발견하고 재웠다.

자, 이제 2층은 정리됐는데.

남아있는 놈들은 열하나. 얼추 될것 같긴 한데…. 일단 리더 놈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봐야지.

뭐…. 도움 되는 말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닥쳐! 잡아 죽여도 우리가 잡아 죽인다! 네 년들부터 먼저 죽이고! 민성아!"

호기롭게 민성이란 놈을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 내가 재운 2층 놈들 중의 하나가 민성인가?

리더가 당황한 표정이 되는 것을 보며 내가 외쳤다.

"희주! 나연! 가!"

희주가 도끼를 들고 달렸고 나연이도 달려가 스킬을 쓰자 남자 세 명이 그대로 쓰러졌다.

갑자기 주변의 남자들이 쓰러지자 리더가 상당히 당황해 했다.

이제 밑에 있는 놈 중 남은 건 여덟. 나는 일단 투명화를 쓰고 있는 놈을 재우고 희주를 향해 달려가는 남자 하나를 재웠다.

희주를 덮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대로 잠들어버린 남자.

남은 것은 리더와 다른 남자 하나, 그리고 여자 넷.

눈앞에 재웠던 놈을 마체테로 찍어 죽이고 바로 리더를 재웠다.

[3,11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여자들은 당황하며 비명만 질러대는 상황에서 리더가 쓰러지자 남은 남자가 자신을 덮친 남자를 밀어내며 일어나는 희주에게 외쳤다.

"기절!"

하필이면 그걸 희주에게 쓰냐. 안됐다.

그대로 기절이 반사 당해 쓰러지는 남자.

순식간에 모든 남자가 쓰러지고 여자 넷만 남았다.

희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덮친 남자의 목을 내려찍었다.

남자는 빛이 되어 사라졌고 희주는 남아있는 여자들을 보며 씨익 웃는다.

공격 스킬이 아닌 듯 꼼짝도 못 하는 여자 넷. 자신들을 바라보는 희주를 그저 두려운 듯이 바라보고 있다.

무섭다 무서워. 저렇게 차이가 나네.

경험과 실전, 독기와 매혹의 힘이 이 정도로 차이가 날줄이야.

나는 아까 2층에 재워놨던 남아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사정없이 목을 찍었다.

[2,644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2층을 마무리한 나는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갔다.

희주만으로도 겁이 나는데 칼을 든 남자가 하나 더 나타나니 여자들의 표정이 참담하게 일그러진다.

"희주야."

"응?"

나는 일단 투명화를 쓰고 있는 녀석부터 찍어 죽였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고 죽어버린 알 수 없는 사람.

혹시 다빈이는 아니겠지?

[3,658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여자들은 내가 투명화한 누군가를 죽인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쓰러진 녀석들 다 죽여. 리더는 남겨 놓고."

내 말을 충실하게 따르는 희주는 쓰러져 있는 남자들을 하나씩 죽이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비명이 더 커졌고, 나는 그런 여자들에게 다가갔다.

"닥쳐. 제일 시끄러운 년부터 죽인다."

어느새 내 뒤로 다가온 나연이. 나는 그녀에게 테이프를 건네주며 말했다.

"저 리더 좀 테이프 질 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알지?"

내 말에 나연이는 피식하고 웃는다.

나에게 잔뜩 당해본 그녀여서 그런지 리더를 테이프질 하는 솜씨가 제법 그럴듯하다.

어느새 리더만 남기고 모든 남자를 다 죽이고 온 희주.

피 같은 게 남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마 피가 남았으면 희주는 잔뜩 피 칠갑을 하고 있었겠지.

희주와 나연이를 보다가 벌벌 떨고 있는 여자 넷을 보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

옆에서 동료들이 죽어가는데도 덤빌 생각도 없이 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모습.

한심하다 못해 혐오스러울 지경이다.

어떻게 자신들의 목숨이 달렸는데도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가 있지?

어쨌거나 상황은 모두 정리됐다. 이제는 정보를 캐낼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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