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83화 (8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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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어디입니까! 다치셨다는 분은!"

빨간 조끼를 입은 남자들이 나연이와 희주랑 함께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카운터 뒤쪽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네 명을 바로 재웠다.

갑자기 네 명이 순식간에 쓰러지자 남은 두 명이 깜짝 놀랐지만, 그들 역시 순식간에 나연이의 기절로 쓰러진다.

"잘했어."

내가 칭찬하자 기뻐하는 표정을 짓는 나연.

저런 표정이라니…. 와 정말 익숙하지가 않다.

맨날 표독스럽거나 째려보는 표정만 봤었는데…. 저렇게 웃으니 겁나 이쁘네.

"나는?"

희주가 자기도 칭찬해달라는 듯 내게 다가와 앵긴다.

하…. 그 싹수없게 생겼던 얼굴이 이렇게 활짝 웃는다고? 미치겠네. 이게 매혹의 효과인가.

"그래. 희주도 잘했어."

"얘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무슨 소리야! 내 연기가 아니었으면 이 사람들이 왔겠어? 너 연기 정말 못해."

"너이씨!"

"뭐!? 내가 틀린말 했어?"

"그만…. 앞으로 한 번만 더 싸우면 둘 다 바로 버릴 거야."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미안. 안 그럴게…."

원래 성격이 이랬던 건가? 모르겠다.

일단 이놈들부터 정리하고 보자.

[3,843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2,78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4,887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4,624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3,980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6,408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가진 코인들이 그다지 형편없네. 왜 이리 가난한 거야?

하지만 상관없다. 코인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여섯이 한 번에 죽었으니 저들 전력의 20퍼센트가 순식간에 날아간 게 중요하지.

"이 녀석들이 안쪽에 이야기하고 나오든?"

"아니."

"입구 지키고 있던 두 명이랑 안에 있던 네 명이 나온 거야."

그렇다면 아직 전부 다 알려지지는 않았을 테고, 탐지를 해보니 안쪽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돌아간다거나 하진 않았다.

CCTV로 상황을 보고 있을 텐데, 반응이 없다고? 이놈들도 대충대충 사나?

"자. 희주. 이거 받아."

나는 희주에게 손도끼를 건네줬고 희주는 그걸 소중하다는 듯 품에 끌어안는다.

...미치겠네. 매혹 이거 너무 극단적인 거 아냐?

나연이 쟤는 왜 그걸 또 부러워 하고 있냐?

"나랑 나연이가 재우거나 기절시키면, 희주 너는 바로 목을 내려쳐. 네 힘으로 쉽지 않을 테니 있는 힘껏 내려쳐야 해. 죽을 때까지 두세 번씩 쳐. 알았어?"

"응!"

"그리고 반사는 썼어?"

"응. 아까."

"좋아. 그럼 희주가 앞장서고 나연이가 뒤에서 따라가. 그리고 보이는 족족 기절시켜. 나도 뒤따라 갈 테니까. 사람들이 있을 때는 죽이지 말고 정리되면 죽여."

"알았어!"

"나연이 너는 보이는 대로 바로바로 기절만 시키면 돼."

"응."

"가자."

희주가 앞장서고 나연이가 그 뒤를, 내가 가장 뒤에서서 우리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탐지로 위치를 보고 있는 내가 지시를 하면, 두 여자는 빠릿빠릿하게 말하는 대로 움직인다.

호감도가 높으니 지시를 받아들이는 속도도 빨라지는 거야? 신기하네 정말.

"앞에 코너, 세 명 온다."

"꺄아악! 살려주세요!"

내가 세 명이 온다고 하자마자 희주가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막 코너를 돈 세 명의 남자들은 자신들에게 달려와 안기는 희주를 보고 깜짝 놀라 정신이 팔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연이의 기절에 당해 쓰러진다.

뭐지…. 얘네 왜 이리 능숙해?

생각해보니 이 녀석들은 상동을 쓸어버린 일당이다.

물론 남자 놈들이랑 함께 했다지만, 얘들이 뒤에서 구경하고만 있지는 않았을 거다.

매혹이 얘들을 나에게만 맹목적으로 만드는 인형으로 만드는 게 아니고 원래 상태에서 호감도만 높이는 거라고 한다면 자기들이 했던 짬과 바이브가 어디로 사라질 리가 없다는 소리.

게다가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금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면…. 저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년들….

탐지를 돌리니 우리 위쪽에 네 명이 더 있고 다른 녀석들은 저 멀리에 있다.

서른 명 정도가 있다고 했으니 벌써 열둘을 털었다. 이거…. 대단한 거 아냐?

"2층으로 가자."

나연이와 희주는 움직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아마 번개 파동을 쓰는 지연이를 데리고 왔어도 이 정도 효과는 못 봤을 것이다.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모습과 그걸 가능하게 하는 기초 체력이 지연이와 아예 다른 모습.

생각보다 여길 제압하는 게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도 전부 다 전투원이 아닐 테고 모두 공격 스킬을 가진 것은 아닐 테니까.

"네 명이 이쪽으로 온다."

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CCTV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네 명이 우리 쪽으로 오는 게 느껴졌다.

역시 탐지는 개사기야. 이놈들이 탐지 스킬 가진 녀석을 방어에 썼으면 이 정도로 털리진 않았을 텐데.

아. 어차피 탐지는 피아구분이 안되니 수비로는 별로인가?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적이 침투하기 전에 발견해버리면 그만이니까.

"우릴 눈치챘어."

희주는 내 말을 들었어도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네 명과 마주치자 그대로 손도끼를 들고 남자 넷에게 달려들었다.

"희주야!?"

"슬로우!"

"감전!"

나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지만, 희주는 멀쩡했다.

아…. 반사를 저런 식으로 쓰는 거구나. 일부러 공격을 유도하는 거야?

남자 하나는 슬로우 모션처럼 몸이 느려졌고, 다른 하나는 그대로 몸에서 연기를 내며 쓰러졌다.

와…. 반사 개사기네? 저런 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그 사이 나연이가 남은 남자 둘과 자신의 슬로우에 반사 당해 허우적거리고 있는 남자를 그대로 기절시켰다.

순식간에 쓰러진 남자 넷.

희주는 그대로 달려들어 감전에 당한 남자의 목을 후려쳤다.

한방에 빛이 되어 사라지는 남자.

그리고 또 다른 기절해 있는 남자의 목을 손도끼로 후려치기 시작한다.

와…. 씨발. 개쩐다.

무슨 여전사네. 장난 아니잖아?

두번째 남자는 한 방에 죽이지 못해서 여러 번을 내리찍었고, 그 남자도 빛이 됐다.

이어서 세 번째, 네 번째 남자도 전부 멱을 따고선 내게 돌아와 해맑게 웃는 희주.

미치겠다. 얘들 생각보다 잘 싸우네….

게다가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반사가 생각보다 좋다.

저런 전투 방법을 생각 못한 것은 아닌데 저걸 실제로 유도하는 게 대단하다.

생각해보면, 얼음 회오리나 번개 파동같이 아군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스킬은 저렇게 무리 지어 있을 때는 바로 스킬을 쓸 수 없으니 전투에 썩 어울리지는 않는다.

결국은 단일 타겟을 삼는 스킬들 뿐인데, 그것들은 반사가 전부 횟수 제한 따위 없이 그대로 반사해버릴 수 있다.

만약 희주가 근력이나 체력만 받쳐주고 무기만 더 좋은 걸 쥐여준다면, 혼자 무쌍도 가능하다는 이야기.

나도…. 가능하겠는데?

반사를 항상 두르고 있으면 불의의 기습도 막을 수 있고 방금처럼 상대의 일부를 무력화 시킨 다음 싸울 수도 있다.

내가 반사가 있었다면 방금 같은 경우는 여섯 명 정도는 나 혼자 처리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니까.

...씨발? 다음엔 반사를 배워야 하나?

생각할수록 개사기인데?

이제야 대학교 기숙사의 아줌마가 그때까지 살아남은 게 이해가 갔다.

따지고 보면 상태 이상에 면역인 셈이잖아.

수면, 마비, 석화, 기절, 매혹, 슬로우, 침묵…. 전부 다 면역이네? 면역이 뭐야. 말 그대로 반사도 되는데.

만약 반사를 켜고 있었으면 세희년이 나에게 매혹을 썼을 때 매혹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 되겠지.

그럼…. 거의 무제한으로 매혹 상태를 만들 수 있다.

내가 반사를 켜놓기만 하면, 매혹 지속 시간이 끝나기 전에 강제로 쓰게 하면 되니까.

게다가 방금처럼 감전이나 번개 같은 것도 반사할 수 있을 테고.

뭐…. 무슨 잡다한 펀치나 킥이나 채찍이나 그런 스킬들은 타겟형이 아니니까 못한다 치더라도 그런 놈들은 붙기 전에 재워버리면 된다.

...무적이네?

내 안에서 반사의 평가가 급속도로 올랐다.

매혹을 마스터하면…. 반사를 골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했어?"

"칭찬해줘."

나연이와 희주는 머리 쓰다듬어 달라는 멍멍이처럼 내 앞에 와서 애교를 부린다.

하하. 이것 참. 뭔가 상황이 웃기네.

나는 그런 그녀들의 가슴에 손을 넣고 한 번씩 주물러줬다.

"으응."

"아잉,"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보다 몇 배는 좋았는지 그녀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 녀석들을 다 쓸어버리면 더 좋은 것을 포상으로 줄게."

내 말에 두 여자의 의욕이 충만해지는 게 보인다.

매혹…. 이것도 미친 스킬이네. 무슨 여자를 광전사로 만들어 놓네.

우리가 있던 쪽을 마저 탐색하니 이쪽은 별것 없었다.

남자들이 있었던 작은 휴식공간 하나, 탈의실 하나. 화장실…. CCTV가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이쪽은 아닌가 보다.

"이제 저쪽으로 가자."

물류센터다 보니 우리가 쓸어버린 곳과 반대편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사이에는 팔레트와 구루마에 담겨있는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있었다.

무수한 지게차와 사람들이 옮기던 물건들은 몇 년째 이곳에서 방치되어있었고, 그것들은 마치 하나의 숲처럼 되어있는 모습.

그 사이를 건너가며 나는 생각했다.

어쨌거나 이번 전투는 나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언제나 음습하게 숨어서 수면으로 착실히 사람들을 재우고 시작하던 내게 저런 식의 전투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좋은 기회랄까?

게다가 반사는…. 생각할수록 소름 돋았다.

반사라는 스킬은 아무리 생각해도 복수 스킬 사용자의 필수 스킬이다.

처음부터 반사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생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마 그래서 내가 반사 스킬을 가진 이들을 거의 못 본 것 같다.

물리 공격이나 논타겟팅 공격에 너무나 취약하니 첫 스킬을 반사로 가진 이들은 자신들을 보완해줄 무리가 없는 이상은 다 죽어버렸겠지.

게다가 24시간 항상 켜놓을 수도 없는 스킬이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켜놓을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알고 켜놓냐 이거지.

물론 나라면 밖에 나가는 순간 항상 켜놓겠지만, 그것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자신의 체력을 깎아서 쓰는 건데 함부로 막 쓰고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

좋은 건 좋은 거고…. 그걸 찍으려면 결국은 매혹을 또 마스터 해야겠지.

게다가 지금은 물류센터 정리가 우선이다. 이거에 집중하자.

굳이 내가 반사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반사를 가진 희주가 있으니 그녀를 활용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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