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불협화음
왜지?
왜 나오지 않지?
뭔가가 잘못됐다. 분명 스킬을 마스터 하면 다음 스킬을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없지? 이유가 뭐야. 뭔가가 다른 조건이 있는 거야?
아무리 스킬 창을 열어봐도 새로운 빈칸은 열려있지 않다.
그저 숙련도가 없어진 스킬 두 개만 덩그러니 있을 뿐.
포션을 많이 먹어서 더러워진 기분과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아 허무한 기분만 잔뜩 든다.
씨발…. 왜 나오지 않아? 왜? 뭐가 문제냐고.
설명이라도 나와 있던가…. 조건이 뭔지 알려라도 주던가….
코인을 10만 개나 쓰면서 올렸는데…. 이게 뭐냐고.
쾅쾅쾅!
"이년아! 빨리 나와!"
쾅쾅쾅!
"나오라고!"
짜증이 솟구쳤다.
미친 듯이 화가 난다. 왜 이 병신같은 새끼들은 일을 해도 이따위로….
쾅쾅쾅!
"씨이발…. 빨리 나와 이년아!"
아…. 저년들이 진짜.
쾅!
내가 밖으로 나가 여자방 문을 발로 걷어차자 문을 두드리려던 희주가 그대로 굳었다.
"야. 기절. 나와."
그리 크게 말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들렸을 것이다.
나연이는 바로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고 희주는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에 앉는다.
나연이를 재운 뒤 테이프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 왜…. 왜 또…."
"벗어."
변기에 앉아있는 희주는 불안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고 옷을 벗었다.
"팔."
무슨 짓을 당할지 알면서도 아무런 반항하지 못하고 팔을 내미는 희주.
그녀의 팔을 테이프로 감고 말없이 침대를 가리켰다.
"하아…."
희주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앉았고 나는 테이프 질 해놓은 팔을 몸에 붙이고 테이프 질을 또 했다.
"미안해…. 조용히 있을게. 제발…."
테이프를 이쁘게 뜯어 입을 막았다. 시끄러워 죽겠네.
다리를 접어 M자 모양으로 만들고 마저 테이프 질을 했다. 싫은 기색을 잔뜩 내며 약간 뻗댔지만, 눈을 한번 부라리니 몸에 힘을 뺀다.
희주의 테이프 질을 모두 마치고 나연이도 옷을 벗겨 똑같이 테이프 질을 한 뒤 희주의 옆에다 올려놨다.
전동 딜도와 바이브레이터 두 명분.
성인용품 가게 털어온 게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자고있는 나연이부터 딜도를 꼽고 바이브레이터를 가슴에 달았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측은하게 나를 바라보는 희주.
그런 그녀의 시선을 외면하고 딜도와 바이브레이터를 세팅한다.
스위치를 켜자 방안에 진동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네 개의 바이브레이터와 두 개의 전동 딜도.
나는 여자들을 한번 바라보고 방 밖으로 나간 뒤 문을 잠갔다.
내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운 나는 생각했다.
왜 세 번째 스킬이 열리지 않았을까?
물론 두번째 스킬을 마스터 한다고 세 번째 스킬이 열릴 거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 첫 번째 스킬을 마스터 했더니 두번째 스킬을 고를 수 있었다고!
무슨 조건이 더 있을까?
스킬에 관련된 것. 뭐가 있을까?
스킬 쓰는 사람을 만나는 것? 스킬 종류를 알아내는 것? 스킬을 당해보는 것?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야이 씨발! 개새끼들아! 뭘 쳐 만들려면 좀 설명 좀 쓰라고! 이 개 같은 새끼들아!"
소리를 친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는다.
화가 풀리지도 않고 갑자기 세 번째 스킬이 뿅 하고 나타나지도 않는다.
처참한 기분.
진정이 되지 않아서 나 자신에게 수면을 걸었다.
자야지. 자야 기분이 풀리지.
그렇게 나는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고 시계를 보니 9시간을 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9시간. 별로 안 잤네.
몸을 일으켜 여자들 방으로 갔다.
음? 진동 소리가 안 들린다. 뭐지?
문에 난 창으로 안을 보니 여자 둘은 그대로 묶여있었다.
입이 막혀있었으니 희주는 반사를 걸어두지 못했을 것이기에 둘 다 재웠다.
자물쇠를 풀고 안으로 들어가자 소변 냄새가 확 났다.
그리고 희주의 한쪽 가슴에 달린 바이브레이터만 가냘프게 웅웅거리고 있었다.
배터리들이 다했나 보네.
바이브레이터와 전동 딜도 들을 전부 회수하고 테이프를 모두 뜯었다.
그리고 방안에 식량을 채워놓고 다시 나와 문을 잠갔다.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한 뒤 벙커를 나섰다.
둘 다 꼴도 보기 싫어졌다. 거지 같은 년들.
세 번째 스킬이 나오지 않은 이상 계속 살려둬야 할 필요가 없기에 그냥 쳐 죽이고 싶었지만….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참았다.
씨발…. 뭐가 이쁘다고 살려놓냐. 에휴. 음식 아깝게.
다시 돌아가서 그냥 죽이고 싶은 마음이 몇 번이나 들었지만…. 그냥 멀티로 향했다.
가서 승희랑 뒹굴어야지. 그게 그나마 이 더러운 기분을 씻어 낼 수 있을 거야.
탐지가 100m로 늘었고, 시간도 17.5초가 아닌 20초로 늘었다.
완전 제멋대로네. 스킬 만든 새끼들 진짜…. 어휴 씨발.
75m든 100m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요한 도시. 나는 그런 침묵의 도시를 가로질러 목적지로 나아간다.
3월이 되었다.
아직 바람에 차가운 기운은 남아있지만, 그 끝은 확실히 뭉뚝해졌다.
외출 할 때도 파카가 아닌 후리스 정도로도 돌아다닐 만 해졌다.
가끔 꽃샘추위가 와서 존나 짜증 나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겨울보단 훨씬 나아졌다.
더운 것보단 추운 게 낫긴 하지만…. 그래도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게 제일 좋지.
조금만 더 지나면 밖에 나다니기 좋은 계절이 될 거다.
그럼 꼭 여자들을 알몸으로 만들고 밖에 나와야지.
그러려고 성인용품점을 털 때 초커 목걸이도 가져왔으니까.
일주일 중 6일은 승희와 함께 있고, 하루만 본진에서 두 여자와 있었다.
지난번에 화를 낸 이후 여자들은 아주 고분고분해졌다.
서로 싸우는 일도 줄었고, 아예 말 자체가 없어졌다.
내가 있을 때만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둘 사이에 대화가 줄어든 것 같았다…. 뭐 내 알 바 아니지.
세번째 스킬로 매혹을 얻어 여자들을 앞장세워 들어간다는 계획이 박살 났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뭐가 좋을까. 뭐 좋은 수가 없을까?
탐지 거리가 늘었으니 한번 다시 훑어보긴 해야 하는데…. 그럼 기존보다 조금 더 안쪽 상황을 알 수 있을 거다.
그럼 뭔가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역시 그렇겠지?
하지만 의욕이 서질 않네.
마냥 귀찮고, 번거롭고, 성가시다.
그냥 이러고 있을래. 승희 가슴이나 만지다가 꼴리면 섹스하고 같이 씻고 게임이나 할래.
그렇게 한껏 나태한 삶을 살며 한 달이 또 지났다.
이게 나태한 삶은 아니지.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삶이겠지.
살육도 없고 강간도 없고 약탈도 없다.
본진에 있는 두 여자는 이미 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 한달간 두 여자는 건드리지도 않았다.
희주는 잔뜩 불만인 모양이었지만 차마 내색하지는 못했고 나연이는 오히려 대놓고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슬슬 폐기해야겠어.
사람에게 폐기라는 말을 쓰는 게 우스웠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폐기라는 말이 이상하다면 도축이라는 말로 바꿔 쓸 수 있겠지.
너무 잔인한가…. 근데 그게 현실인걸.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 곰곰이 고민했다.
아무래도 지연이처럼 미끼로 쓰는 게 낫겠지? 적어도 그동안 준 밥값은 해야 하니까.
근데 나연이야 공격 스킬이 있으니 미끼 역할은 될 텐데…. 희주는 그게 되나?
모르겠네. 뭐…. 해보면 알겠지.
어디에 놔야 하나? 이 녀석들 아지트 근처로 풀어줘야 하나?
아지트에 풀어주고 어떤 녀석들이랑 만나는지 알아볼까?
그 원장이라는 녀석도 좀 궁금한데…. 프로포폴? 그걸 하면 어떤 느낌이지? 뭐라더라? 잠을 자고 일어나면 상쾌한 기분이라 그랬나?
근데 그거 유통기한은 괜찮은 거야? 아니지. 약 같은 거라면…. 아직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음식이야 원재료 공급이 힘들겠지만, 약 같은 것들은 원료 공급이 되면 공장 같은 거 돌릴 수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 어차피 관심도 없고 할 마음도 없으니.
아지트에 푸는 것보단 물류센터에 풀어주는 게 나을까?
아니지. 쟤들도 물류센터가 뭐 하는 곳인지는 알 테니까….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닌 거 같다.
으…. 골치아프네.
왜 이 씹쌔끼들은 세 번째 스킬을 안 주는 거야!
"아으으으으!!"
내가 갑자기 소리 지르니 승희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본다.
"오빠?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별거 아냐."
나는 벌거벗고 있는 승희를 끌어안았다.
폭신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니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진다.
쓸데없는 고민이나 잡생각을 한 방에 날려주는 가슴.
역시 남자는 여자의 가슴이면 뭐든지 해결이 된다니까.
"승희야."
"네?"
"너 힐 스킬 숙련도 몇이지?"
"저요? 고급에 21퍼센트요."
아직 멀었네…. 4,000번 정도 남은 건가. 물약을 먹지 않는 승희는 하루에 20번밖에 못쓰니까…. 200일은 더 있어야 하네.
"날마다 20번씩 쓰고 있지?"
"네. 자기 전에 쓰고 있죠."
숙련도를 위해서 자기 전에 자신의 다리에 상처를 내고 피로가 몰려올 때까지 스킬을 쓰고 있는 승희.
미리 좀 해놨으면 좋았을 것을…. 낭비한 시간이 너무 많았네.
아마 승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비슷할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에서 날마다 한계까지 스킬을 쓰면서 숙련도를 올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먹는 것, 자는 것, 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모험인 사람들에겐 말도 안 되는 이야기겠지.
"두번째 스킬로 공격 스킬 고른 다음 나 공격할 거야?"
"어…. 왜요?"
"그래야 나를 죽이고 내 코인을 얻은 다음 이 벙커를 손에 넣을 거 아냐."
"음…. 그리고요?"
"그리고요?"
"그럴 생각은 없지만, 만약 그렇게 했다고 쳐요. 그런 다음은요?"
"뭐가 그런 다음이야. 너는 벙커에서 귀찮을 일 없이 편안하게 살겠지."
"코인이 다 떨어지면요?"
"공격 스킬을 얻었으니 나가서 사람들을 죽이고 코인을 얻어야지."
"으…. 싫어요. 안 할래."
"왜?"
"제가 착하거나 위선자거나 뭐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저는 사람을 죽이는걸 못할 거 같아요."
"눈앞에 닥치면 하게 될걸? 니가 죽는 것보단 남을 죽이는 게 낫잖아."
"모르겠네요. 굳이 그러고 싶진 않은데."
"물렁물렁하구나. 니 가슴처럼."
나는 승희의 가슴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러자 승희가 나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리고 오빠를 죽이면…. 섹스할 사람이 없는데."
"남자는 밖에 나가면 많아."
"그 남자가 날 강간하고 죽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 일 당하고 싶진 않아요."
"강간은 나도 했는데."
"그건 됐어요. 아빠 죽인놈들 다죽이고 복수해줬으니 잊었어요."
승희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기에 그녀의 심장 소리가 다 들렸다.
평온하고 규칙적인 심장 소리.
적어도 지금 그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알았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너무 한 여자한테 빠지면 안 되는데.
그럼 나중에 배신당할 때 엄청나게 마음이 아플 텐데….
모르겠다. 나는 왜 벌써 배신당할 생각부터 하고 있는 건지.
부디 승희가 그런 일을 하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