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79화 (7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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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협화음

상동의 씹쌔끼들 까지 털어버린 이후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물론 그 씹쌔끼들중 두 명은 내 본진에 있지만.

민지의 방이었다가 지연이의 방이 됐었던 방은 지금은 두 여자의 방이 되었다.

25세에 기절 스킬을 가진 김나연.

24세에 반사 스킬을 가진 서희주.

그다지 크지 않은 방에서 두 여자는 얇은 네글리제 하나씩만 입고 갇혀 있다.

그래도 두 명이니 좀 낫겠지. 지연이는 그 방에서 혼자 있었다고.

그리 오래 있진 않았지만.

본진과 멀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세 여자를 데리고 사는 건 생각보다 복잡했다.

아무 때나 원하는 여자를 골라 먹을 수 있다는 건 좋지만 의외로 피곤한 부분이 있다.

승희는…. 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승희는 요즘 한껏 자신이 애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군다.

자신을 믿어달라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한 그녀의 행동이 가끔 수상할 때도 있지만 큰 위협이 될 게 없으니 그다지 걱정은 안 한다.

날붙이 같은 거로 나를 한 방에 죽이지 않는 이상 내가 그녀에게 죽을 리는 없으니까.

그렇기에 멀티에서는 승희와 상당히 자유롭게 지낸다.

같이 바람을 쐬기도 하고 가볍게 산책까지 할 정도.

그게 다 도망가기 위한 포석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쩝. 모르겠다.

과연 도망갈 수 있을지. 도망가면 살아갈 방법은 있을지.

승희와 섹스를 하고 침대에 함께 누워 속삭이는 건 상당히 즐겁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만지고, 그녀는 그 손길을 느끼면서 마트에서 무전으로 했던 이야기들을 한다.

"그거 알아요? 마트에선 요즘 닭을 키운 데요."

"닭?"

"네. 성장 스킬이 있나 봐요. 그걸로 닭을 급속 성장 시킨 데요. 그래서 달걀도 얻고 닭도 늘리고 그러고 있데요. 지금 벌써 열두 마리라던데요?"

"닭…. 그건 또 어디서 구했대."

"승규 아저씨가 구해왔나 봐요. 그 아저씨가 사냥을 잘하는지 이것저것 잡아 온대요. 개도 네 마리나 된다던데요?"

"...넌 한 번도 보지도 못한 사람을 그렇게 친하게 부르냐."

"글쎄요. 계속 듣고 있다 보니 마치 같이 있는 느낌이랄까요?"

"흠."

"근데…. 읏. 아이참. 살살해요."

"왜? 흥분돼?"

"방금 해놓고선!"

"난 그냥 만지는 것뿐이야."

"암튼, 근데 원래는 개가 다섯 마리였는데 한 마리가 사라졌나 봐요. 죽은 것은 아닌 거 같은데 목줄이 끊겨 있었대요."

"그래?"

"네. 그래서 주변에 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으응. 읏. 아잇! 정말!"

"안 되겠다. 엎드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한 번씩은 더 하게 된다.

엎드린 승희의 엉덩이를 꽉 잡고 허리를 흔들다가 야한 신음을 들으며 두번째 사정을 하면, 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그날은 기분 좋게 잠이 들 수 있다.

물론, 수면을 써야 잘 수 있는 것은 변함없지만.

승희는 게임기가 있는 데다가, 내가 커다란 티비를 하나 구해와서 내가 없어도 자기 나름대로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종일 게임하다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섹스하고 싶으면 섹스하고.

음식도 넉넉하고 목숨도 안전하다. 게다가 내가 있을 때는 밖에 산책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생각해보니 엄청 좋네?

이 병신같은 세상에서 저렇게 팔자 좋게 있을 수가 있나?

문제는 본진 한 방에 넣어 놓은 두 여자다.

희주와 나연. 두 여자는 뭐랄까…. 좀 냉랭하다.

쾌락에 눈떠버린 반사녀…. 희주는 나에 대해서 그다지 적대적인 편이 아니다.

뭐랄까. 씹쌔끼들은 살기 위해서 같이 다녔던 동료 정도? 그다지 애착이나 복수 이런 생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승희처럼 이 삶을 맘에 들어 하는 기색이다.

다만 문제는 김나연. 기절녀다.

나에 대해 상당히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스킬도 스킬이라 문에 난 창에서 그녀를 지켜보다가 기절도 한번 당했었다.

물론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바이브레이터에 전동 딜도 6시간 형에 처하긴 했지만, 그녀가 골치 아픈 것은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나연이는 희주에게도 짜증을 부렸다.

희주가 나에게 굴복했다고 생각하는지, 오만가지에 대해서 트집을 잡고 서로 말다툼을 했다.

아마 희주가 반사가 아니었다면 나연이에게 어지간히 당했겠지.

둘은 기회를 봐가면서 공방을 펼쳤다.

24시간 내내 반사를 켜놓을 수 없는 희주와 반사가 켜있을 때 기절을 쓰면 오히려 자신이 당해버리는 나연.

둘 사이의 심리전은 어마어마했다.

알아본 바로는 반사는 지속시간이 1시간이었다.

그 말은 결국 희주는 종일 모든 체력을 반사를 쓰는데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연이 역시 자신이 반사로 기절을 몇 번 당한 이후 신중해지긴 했지만, 공방의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기에 그 유리함을 포기하진 않았다.

하…. 피곤하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승희를 아파트나 마트로 보내고 여자 둘을 본진과 멀티로 나누고 싶었지만, 승희가 한사코 거부했다. 하긴. 나라도 가기 싫겠네.

희주와 나연이를 저대로 놓자니 괜히 신경 쓰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자니 머리가 아프다.

무엇보다 가장 짜증 나는 건 반사가 상시로 켜있는 희주는 수면을 걸 수가 없다는 거다.

희주와 나연이랑 섹스하러 들어가려면 굉장히 절차가 복잡하다.

문에 난 창으로 나연이를 재우고 들어가서 자진해서 손을 내미는 희주의 팔을 묶은 뒤, 나연의 입을 막고 팔을 묶는다.

이게 무슨 병신 같은 짓인지 모르겠다.

재우지 않은 여자가 방 안에 있는데 문을 열 때마다 스릴이 넘친다.

그래서 그런지 점점 그 둘 방에 들어가는 게 귀찮아졌다.

왜 이 지랄을 하면서 저 둘을 데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

몇 주를 그렇게 그녀들을 지켜보면서 둘 다 쳐 죽이는 게 속 편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을 한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지 못한 건, 희주와 나연이가 나름대로 섹스하는 맛이 있어서다.

빌어먹을…. 그놈의 떡정.

처리하려면 빨리 해야 하는데.

게다가 탐지가 고급 80퍼센트인 것도 한몫했다.

고급에서 숙련도를 다 올리려면 이론상 5천 번을 쓰면 된다.

80퍼센트를 채웠으니 앞으로 남은 건 천 번.

20번에 2천 코인이니 앞으로 10만 코인만 더 쓰면 세 번째 스킬이 나올 거다.

그러면 세 번째 스킬로 매혹을 찍고 여자들을 앞세워 그대로 물류 센터로 돌진해야지.

죽으면 어쩔 수 없고, 살면…. 죽을 때까지 돌진시키는 거지.

앞으로 천 번.

한 번에 15초. 천 번이면 15,000초. 250분. 4시간 10분.

달린다. 두번째 스킬 마스터를 위해서. 코인 지랄이 가능한 자만이 쓸 수 있는 방법.

연거푸 스킬을 쓰고 가슴이 뻐근할 때 포션을 먹는 짓은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 공부를 하면서 타우린과 카페인으로 각성제를 만들어 목구멍에 들이 부을 때의 느낌.

시험은 그렇게 한다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스킬은 다르다. 쓰면 쓸수록 차곡차곡 숙련도가 쌓인다.

이 얼마나 합리적인 시스템이냐고.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는 게.

2시간쯤 지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포션이 체력을 제대로 못 채워주는 기분이야.

당장 마스터를 못 한다고 누가 뒤에서 쫓아오는 거 아니니…. 오늘은 그만해야겠다.

알 수 없는 거대한 발에 몸이 짓눌리는 기분이다.

끔찍하고, 매스껍고, 어지럽다.

자야겠다.

나는 자야 해. 지금이라면 세 번 안에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아.

아득해지는 기분으로 나에게 수면을 쓴 나는 다행히 두번 만에 잠이 들 수 있었다.

잠에서 깨니 밖이 시끄러웠다.

문을 두 개나 뚫고 내 귀에까지 들리는 여자들의 싸우는 소리.

시계를 보니 12시간은 잤다.

이렇게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생존 시간을 늘리는군.

조용히 밖으로 나와 여자들 방문 앞에 쭈그려 앉았다.

여자들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날카롭게 들린다.

"너는 배알도 없니? 그냥 남자 자지면 다 좋아?"

"당연하지. 너는 안 좋니? 너도 자지에 박히면서 은근히 좋아하던데!?"

"야! 내가 언제! 그리고 너 왜 은근슬쩍 반말하냐?"

"지랄하네. 이 상황에서도 언니 소리 듣고 싶은 거냐? 뭐 나은 게 있어야 언니 대접을 하지!"

"하. 너 진짜 재수 없는 애였구나?"

"지랄. 재수 없는 건 네 쪽이겠지. 제 오빠 친구들이라 못 건드릴 거 뻔히 알면서도 노출 있는 옷 입고 몸뚱이 살랑살랑 흔들고 다녔으면서."

"뭐!? 이년이!?"

캬…. 정말 지랄 같은 장면이다.

씨발. 내가 저 꼬라지 보기 싫어서라도 빨리 매혹을 찍어야지.

지금까지는 서로 틱틱거리거나 아예 무시하는 쪽이었는데, 왜 오늘은 저렇게 싸우고 지랄인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할렘이니 뭐니 이런 건 다 남자들의 판타지 같다.

여자는 둘 이상 붙여놓으면 안 돼. 그것도 저렇게 드센 년들은 더더욱 안되고.

나연이를 재워버리면 조용해지겠지만, 그럼 자는 나연이한테 희주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그냥 놔뒀다.

"아!! 안 놔!? 야!"

"썅! 니가 먼저 놔! 이년이!?"

힐끗 창 너머로 안을 보니 서로 머리채를 잡고 싸우고 있었다.

얼씨구. 지랄 염병을 하네.

정말…. 들어가서 그냥 다 쳐 죽여버리고 싶다.

후우…. 참자. 얼마 남지 않았어.

지금 쳐 죽이면 여태까지 참았던 게 물거품 되잖아. 그러니 조금만 참자.

나이는 희주가 한 살 적어도 싸움이라던가 완력은 더 세기에 나연이가 밀려 넘어졌다.

씩씩거리던 그녀는 달려들 것처럼 하더니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고, 문을 잠갔다.

"야! 뭐야! 안 나와!?"

쾅쾅쾅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소리 지르는 희주.

웃기는 상황이 됐다.

한쪽은 화장실을 못 쓰고, 한쪽은 밥이 없다.

과연…. 이 싸움은 누가 이길까?

단기간에 결착이 나지 않을 테니 나는 탐지나 마저 올리기 위해 컵라면 물을 받아 모니터 룸으로 향했다.

평화롭게 돌아가는 카메라 속 과거와 시끄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설익은 컵라면 맛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어우러진다.

참…. 지랄같은 상황이네.

승희 보고 싶다.

빨리 탐지 다 찍고 매혹을 올리고 테스트해본 다음 승희한테 가야겠어.

가서 승희의 가슴을 만지며 따듯한 체온을 느끼고 싶다.

이런 살풍경한 분위기는 내 정신건강에 좋지 않아.

그렇게 카메라를 확인한 나는 방으로 돌아왔고, 두어 시간이 좀 지난 다음 결국 탐지를 마스터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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