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77화 (7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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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남자들의 표정은 제법 볼만했다.

인간의 본능과 도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 저딴 새끼들이 아직 머리에 도덕이 남아있다니. 정말 놀랄 일이네.

"아니, 진짜 하게 해준다니까? 얼마나 좋은 찬스야? 이 병신들아. 그렇게 오래 같이 다녔으면서 이년 하나 못 자빠뜨렸어? 으휴 병신 호구 새끼들."

"닥쳐! 씨발 새끼야!"

입이 트여있는 기름남이 사납게 외쳤다.

뭐야? 쟤는 또 왜 저렇게 오바해? 발작 포인트인가?

"뭐야. 아픈 데를 찔렸냐? 븅신같은 놈들. 하여간 호구 새끼들은 지들이 호구인지도 몰라요. 왜? 그렇게 옆에서 간도 쓸개도 빼주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지가 오픈될 줄 알았어? 근데 내가 먼저 먹어서 속상한 거야? 에구. 불쌍해라."

저들에게 말하는 거지만, 내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체 누가 누구보고 병신이라고 하는 것인지.

나는 여자의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진짜 궁금하다. 왜 안 건드리는 거야? 스킬에 당할까 봐? 스킬이 뭐라고? 기절? 그래서 못 건드린 거야? 야. 기름남. 니가 설명해봐라."

기름남은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나연이는 진영이 동생이다. 개새끼야."

"동생? 아…. 그러면 이해가 되지. 오빠가 있었구나? 자. 그럼 누가 진영이냐?"

내 질문에 아무도 반응이 없다. 아…. 이 새끼들 진짜 비협조적이네.

"아. 진짜 반응 좀 팍팍 해라. 존나 답답하네 개새끼들."

가슴을 괴롭힘당하고 있는 여자가 몸을 꿈틀거린다. 필사적으로 입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을 참고 있는 여자.

이건 정신력이나 의지만으로 참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니 어쩔 수 없다. 신음을 참고 있는 게 대단한 거지.

"진영이는 지금 없어. 씨발아."

"너. 꼬박꼬박 대답은 하면서 꼭 욕을 하나씩 붙인다? 한 번만 더해봐. 그게 니 마지막 유언이 될 테니까."

한번 엄포를 놓고 잠깐 생각했다.

손으로 가슴을 만지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이놈들 중 남자 두 명이 사라졌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아. 뒤진 남자 두 명 중의 하나가 진영이인가 뭔가 그 새끼인가 보구나?"

"오빠. 안 죽었어!"

"안 죽었어!"

여자와 기름남이 동시에 소리를 지른다.

아이 깜짝이야. 안 죽었으면 안 죽은 거지 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그럼? 어디 갔어? 미국에 돈 벌러 갔나? 말해봐."

나는 가슴을 만지던 손을 내려서 보지 속에 손가락을 넣었다.

"윽."

무자비하게 파고드는 손가락에 내 정액이 묻었지만, 상관하지 않고 여자의 질 속을 헤집는다.

"아윽…."

"대답하라니까? 응? 신음 말고 니 오빠 어디로 갔나 대답해보라고."

내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는 여자. 대답할 정신이 아니다.

나는 남자 놈 중에 한 놈을 바라보았다. 아마 저놈이 리더일 텐데.

여자의 몸에서 손가락을 빼고 리더 놈에게 다가갔다.

녀석의 옷에 내 손가락을 비벼 닦고 바라보며 기름남에게 물었다.

"이 새끼가 니들 리더지? 스킬 뭐야."

"...번개."

"번개? 버언개애? 하늘이 보이지 않으면 쓰지도 못하는 병신 스킬?"

그래도 혹시 모르니 테이프로 눈을 가리고 입에 있는 테이프를 뗐다.

"자. 이제부터 리더가 내가 물어보는 말에 대답을 해야 해. 안 그러면 니 친구들이 하나씩 죽을 거야."

다시 소파에 앉아 여자의 몸 안에 손가락을 넣었다.

"아윽! 하지 마! 씨발. 내가 니 장난감이야!?"

나는 다른 손으로 여자의 가슴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아아!!! 아퍼! 아프다고!"

"장난감? 존나 팔자 좋네. 넌 씨발 지금 아무것도 아냐. 장난감씩이나 되는 게 아니라고. 그냥 좇집이야 썅년아. 그러니까 좀 닥쳐. 니가 낼 수 있는 소리는 신음밖에 없어."

그러면서 손끝으로 질 안쪽을 문질렀고 가슴을 움켜잡았던 손으로 젖꼭지를 꼬집었다.

"아읏…."

"거봐. 듣기 좋네."

한 손은 끊임없이 여자를 괴롭히며 리더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좀 진짜 물어보고 싶은 것을 물어볼까.

"한참 전에 니들은 정종찬을 만나서 뭔가를 교환했어. 에코백이랑 캐리어. 그거 뭐야."

내 질문에 리더 놈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걸 네놈이 어떻게 아느냐는 듯한 표정.

테이프로 눈을 가려놨어도 표정이 다 드러난다.

"그리고 니들은 에코백에 알 수 없는 뭔가를 해놨어. 그건 뭐야?"

그때, CCTV 안에서 반짝이던 빛. 그건 뭔가 스킬을 쓸 때 나던 빛이었다. 이놈들 중 누군가가 에코백에 뭔가를 한 건 분명하다.

"그걸…. 어떻게 알지?"

"어떻게 알까? 짱구를 굴려봐."

"...세희 년이 보내서 온 건 아니군."

"그년이 나를 어떻게 보내 병신아. 물어보는 말에나 대답하라고. 한 번 더 헛소리하면 그때부터 하나씩 죽일 거야."

"어차피 우릴 다 죽일 거잖아."

"아. 헛소리하지 말라니까."

나는 담배를 하나 꺼내서 불을 붙였다.

"콜록콜록."

아오. 씨발. 이런 걸 뭐가 좋다고 피는 거야? 정말.

분명 누가 봐도 나는 담배를 처음 피우는 놈이다. 그런 내가 담배를 한 모금 빨자 다들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한 놈만 빼고.

"하지 마! 하지 마! 씨발 새끼야!"

얼굴에 휘발유가 부어졌던 기름남이 소리 지르자 다들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했다.

일그러지는 얼굴들.

"너! 이 씨발 뭔짓을 하려는거야?"

리더가 나를 보며 외쳤고, 나는 그대로 일어나 기름남에게 다가갔다.

너무 가까이는 말고 조금 떨어져서 손에 있는 담배를 모두에게 보여줬다.

"자. 이게 헛소리의 대가야."

"안돼!!!!!"

"뭐야!! 설마? 안돼! 상진아!"

담배가 기름남에게 날아갔고 기름남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담배는 기름남을 맞고 그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어처구니없게 담배를 바라보고 있는 씹쌔끼들.

"큭큭큭큭."

그러더니 웃고 있는 나를 바라본다.

"븅신들. 큭큭큭. 뭐? 영화처럼 화르륵! 하고 불이 붙을 줄 알았어? 큭큭큭."

나는 계속 웃었고 씹새끼들은 나를 보다가 불안한지 아직도 담뱃불을 보고 있다.

유증기가 쌓여있으면 모를까 저렇게 뿌려져 있는 휘발유는 담뱃불 정도로는 안 붙는다.

놀림당했다는 걸 알고 다들 나를 무섭게 노려봤고 나는 그런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담뱃불을 발로 비벼 껐다.

그리고 마체테로 기름남을 찍어 죽였다.

[13,148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뭐야! 무슨일이야! 상진아!? 상진아!"

눈이 가려져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불안한 느낌에 소리를 지르는 리더.

다른 이들도 눈을 부릅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거봐. 죽인다 그랬잖아. 방심하면 안 되지."

"개새끼야!!"

어차피 이놈들에게 뭔가를 듣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자신들이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입을 열 리가 없다.

내가 노리는 것은 여자 둘.

이런 상황에서도 여자들은 자신들이 죽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니까.

"자. 다시 물어볼게?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이랑 에코백에 해놓았던 거 말해봐."

"조까! 개새야!"

마체테를 한 번 더 휘둘렀다.

묶여있던 남자 하나가 또 죽었다.

[21,3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자. 하나 또 죽었다? 씨발. 다들 코인도 존나 많네. 하긴. 니들이 상동에 있는 사람들 존나게 죽여댔지?"

노려보는 시선에 두려움이 섞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대답할 리는 없다.

"자. 또 물어볼게? 니들이 교환했던 것, 그리고 에코백에 한 짓. 말해."

"퉤!"

리더는 침을 뱉었지만 내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니들은 니들 리더 때문에 죽는 거야. 알겠지?"

또 하나가 죽어서 빛이 되고 코인이 되었다.

[13,32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씨발. 부자되겠네.

"리더야. 말 안 할 거지?"

또 남자 하나가 죽었다.

[17,44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이로써 집안에는 리더와 여자 둘만 남았다.

리더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고, 피가 흐르고 있다.

"뭐하냐? 그러면 무슨 비련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알아? 넌 그냥 니 동료들 죽게 만든 병신이야. 그러니 너도 죽어라."

일부러 즉사시키지 않고 목을 적당히 내리쳤다.

목에 있는 대동맥을 찍으면 단번에 죽지 않고 서서히 출혈 과다로 죽게 된다.

바닥에 쓰러져 마지막까지도 나를 노려보던 리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렸다.

[23,983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자. 이제 숙녀분들만 남았네? 이제 각자 이야기 좀 할까?"

나는 먼저 소파에 있던 여자를 여자의 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테이프를 감았다. 절대 혼자서는 풀지 못하도록.

그리고 반사녀를 짊어지고 반사녀의 방으로 간 뒤 침대에 던졌다.

그리고 눈을 가리고 입에 붙은 테이프를 뗐다.

반사녀라고 했지만, 확인할 수 없으니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여자가 얼음 회오리나 번개 파동 같은 스킬일 리는 없다. 그랬다면 아까 몸싸움할 때 썼겠지.

그렇다고 해서 공격 스킬이 아닐 리도 없으니 일단은 이렇게 해만 해뒀다.

"자. 이제 우리도 좋은 시간을 보내자고."

"사…. 살려줘요."

"하는 거 봐서."

이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다.

남자들은 좇같은 상황에서도 자존심이 목숨보다 강한 경우가 많다.

비참하게 살아가느니 죽음을 택하겠다고 하는 놈들은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여자들은 조금 다르다.

자기 가족이나 자식이 아닌 이상 대부분이 자신의 목숨이 우선인 경우가 많지.

더럽고 거지같아도 살고 보는거다. 그리고 그 원한은 평생 잊지 않고.

가위로 여자의 옷을 전부 잘라서 벗겼다.

그리고 아까 기절녀와 마찬가지로 다리와 팔을 묶었다. 딱 보기 좋은 자세.

신경질적인 외모였지만, 몸은 나쁘지 않다.

어차피 남자는 가슴하고 보지만 달려있으면 섹스할 수 있으니까.

나이가 너무 많거나 과체중이거나 심각하게 외모에 문제가 있지 않은 한.

"대답해. 에코백에 들어있던 물건하고 캐리어에 들어있던 물건, 그리고 에코백에 무슨 짓을 했는지."

나는 반사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물어봤고 여자는 벌벌 떨면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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