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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지연이를 마트로 보낸 뒤 2주.
날씨가 풀릴 때까지 밖에 나가지 않기로 결심하고 벙커에만 처박혀 있다.
그러다 보니 결국 할 게 별로 없다.
탐지 숙련도 올리는 거랑 승희랑 노는 것.
승희를 뒤에서 끌어안고 가슴을 만진다.
그저 가슴만 만진다. 가슴과 젖꼭지만 집요하게 만진다.
"으응."
젖꼭지를 두어 번 만지작거리면 승희가 몸을 움찔하며 뒤튼다.
양손으로 하면 효과가 더 좋다.
움찔움찔하며 통통 튀듯 반응하는 그 모습이 상당히 즐겁다.
손끝으로 간지럽히고 살짝 꼬집고 잡고 약하게 비틀고 가볍게 잡아당긴다.
"아으응."
계속해서 나오는 신음.
어떤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좋아하는 모습이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얼굴.
입을 가슴에 가져가 입한 가득 물고 세게 빤다.
빨아들이는 나의 입안 쪽 깊숙이 승희의 젖꼭지가 들어오면 그걸 혀로 굴린다.
말랑말랑한 그 감촉을 즐기며 다른 손으로는 계속해서 다른 젖꼭지를 어루만지면, 승희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허리를 쭉 펴고 쾌감을 만끽한다.
"좋냐?"
다시 양손으로 젖꼭지를 만진다. 그리고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귓가에 속삭인다.
"좋냐고."
어찌할 줄 몰라 하며 잔뜩 몸을 웅크리는 승희. 그런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문다.
한 손을 내려서 클리쪽을 살짝살짝 건드리다가 다시 젖꼭지를 만진다.
잔뜩 애가 타서 몸을 비비 꼬는 승희.
그녀의 손이 내 자지를 찾아 더듬는다.
그리고 빨리 넣어달라는 듯 내 자지를 잡고 살살 흔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껏 승희를 애태우고 있는데 옆에 있던 무전기에서 소리가 났다.
[삐리릭- 저거 뭐죠? 불난 거 같은데요? 제법 큰데?]
[삐리릭- 그러게.]
불?
승희를 어루만지던 손을 멈추자 그녀도 뭔가 낌새를 느꼈는지 감고 있던 눈을 떠서 나를 바라본다.
알몸으로 뒹굴고 있던 우리는 잠시 그대로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아무 말이 없었다.
"에이…. 봐야겠네."
"으응? 나가려고?"
"어. 불은 직접 확인해야 해."
한껏 달아오르고 있었는데…. 정작 다른 게 타고 있었네.
대놓고 아쉬워하는 승희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왜! 왜 웃어?"
"다녀와서 또 해줄게."
"그…. 그런 거 아냐."
"왜? 바이브레이터라도 줄까?"
"됐어! 무슨 소리야 정말!"
귀여운 녀석.
나는 승희 방을 나선 뒤 문을 잠갔다.
아무리 사이가 좋다 하더라도 아직은 완전히 믿을 수 없으니까. 어쩌면 평생 못 믿을 수도 있고.
옷을 입고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섰다.
화재는 이벤트다.
물론 그게 집 근처에서 난 거라면 대환장의 파티가 되겠지만 조금 떨어져 있다면 훌륭한 이벤트가 된다.
커다란 화재는 주변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모두 튀어나오게 만든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인간들도 불러모은다. 그게 웃긴 점이지…. 불구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것.
불구경은 인류가 살아오면서 놓치지 않았던 유구한 전통의 구경거리였으니까.
마트에서 보였다고 하니 일단 마트 쪽으로 가봐야겠다. 조금 가보면 어느 쪽인지 보이겠지.
하지만 그리 멀리 갈 필요가 없었다.
조금만 더 가니 벙커와 마트 중간쯤, 4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타고 있는게 보였다.
“오…. 정말 제법 크네.”
전기가 무제한이기에 4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 가정에서는 사람이 없어도 전기기구들이 동작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 번씩 이렇게 불이 난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화재는 더 잦아지지 않을까?
제발 고압 변압기나 이런 게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아무리 전기가 무제한이라고 해도 집까지 들어오는 변압기 같은 게 잘못되어버리면 일대가 전부 정전이 돼버리니까.
그럼 우리는 석기시대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끔찍해지는 거지.
소방차 같은 게 있을 리 없기에 불은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4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활활 타는 모습은 무슨 올림픽 성화같았다.
게다가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은 한둘씩 옆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오메…. 이거 조금 규모가 크네.
예전에는 이렇게 불이 나면 사람들이 제법 많이 튀어나왔는데…. 지금은 비어버린 중동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다.
아무도 없는 빈 도시를 불사르고 있는 저 불을 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일단, 벙커나 마트까지는 피해가 없을 것 같다.
심해 봐야 블록을 통째로 태우고 말겠지. 어쨌든 나와는 무관한 일이 되었다.
말 그대로 버닝이벤트가 열렸으니 이제 내 실속을 채워야지.
불이 난 건물을 탐지 범위 끝에 맞추고 크게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이 추운 날 활활 타는 건물을 보러 나오는 멍청한 놈들을 찾기 위해서.
아무리 보이는 족족 잡아 죽였어도, 어딘가에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일단 불이 난 부분은 사람이 없는 곳인 것은 확실하다.
탐지에 걸리는 사람이 없다.
구경 온 사람은…. 나밖에 없나? 진짜 중동은 텅 빈 거야?
상황을 확인하러 온 녀석들이라도 있을 법했는데…. 진짜 아예 없네.
약간 허무한 생각이 든다.
물론 중동을 이렇게 만드는데 상당한 일조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결과를 보게 되니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끝판왕을 깨고 게임 엔딩을 본 게이머 같은 느낌이랄까.
근데 어차피 중동은 끝판왕이 아니다. 그저 한 지역일 뿐.
세상은 넓고 죽여야 할 인간은 많다. 그저 거리가 조금 멀어질 뿐이지.
3층 건물 옥상에서 추운 밤바람을 맞으며 문명이라는 땔감을 태우고 있는 거대한 캠프파이어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퍼엉 하는 소리가 났다.
뭐야…. 주유소라도 터졌나?
주유소에 남은 기름 같은 건 없을 텐데? 가스인가?
폭발로 인해 화염이 제법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는 대화재에 약간 마음이 불안해진다.
거리는 충분히 있지만…. 벙커에 피해는 없으려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리가 조금 있어서 별걱정을 안 했다가 폭발 한 번에 확 쫄보로 변했다.
웃기네 정말.
일단 본진도 있으니 크게 문제는 없지만…. 겨우 얻은 멀티를 잃는 건 속상하니까 그런거라고 혼자서 위안해 본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주변을 둘러보고 돌아가야겠다.
불이 꺼지려면 한참 걸릴 테니 그걸 계속 지켜보는 것은 의미가 없지.
그렇게 한 바퀴 더 돌고 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또 불이 나는 게 보였다.
엥? 저건 또 뭐야. 저기까지 번질 리가 없는데?
지금 불이 난 곳과 두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화염.
머릿속에서 한 단어가 떠올랐다.
방화.
이건 누가 일부러 불을 지른 거다. 물론 전기 제품 문제로 불이 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난리가 없다.
나는 불길이 난 곳으로 빠르게 향했다.
누굴까? 누가 불을 지르고 있을까?
탐지에 사람이 걸린다. 하나, 둘, 셋, 넷…. 일곱.
가슴이 쿵쿵 뛴다. 일곱 명…. 이건 혹시?
내 예상이 맞았다.
상동의 씹쌔끼들.
담배를 꼬나물고 킬킬거리고 웃으면서 휘발유 통을 들고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고 있다.
캬. 씨발 아주 미친 척을 제대로 하네.
휘발유 통을 들고 다니면서 담배를 피워?
저거 맞아? 저래도 돼?
아닐 텐데. 저 짓 하는 순간 분신자살 희망자 아니야?
게다가 왜 상동이 아니고 여기서 지랄인 건데? 제정신이야?
아 참…. 쟤들 제정신 아니지. 내가 실수했네.
저들은 확실히 탐지가 없다.
있었으면 나는 예전에 잡혀 죽었겠지. 벙커도 털렸을 테고.
그렇기에 나는 마음 놓고 그들을 쫓아다녔다.
남자 다섯, 여자 둘.
이렇게 발견한 이상 오늘 잡아 죽여야 한다.
다시 또 언제 발견할지 모르니까 할 수 있으면 오늘 해야 해.
저 새끼들을 죽여놔야 이 주변이 조금 더 평화로워질 거다.
게다가 세희년 일로 물어볼 것도 있고.
근데 일곱…. 많다.
석궁으로 선빵을 갈긴다고 해도 동시에 제압할 수 있는 인원은 다섯. 둘이 남는다. 쉬운 일이 아니야.
그래도 기회는 있을 거다. 평생 붙어서 사는 것은 아닐 테니까.
안되면 하나씩이라도 숫자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다 죽일 때까지 쫓아가야 한다.
탐지를 가지고 있는 불면증 환자와 무한의 숨바꼭질을 해보자고.
과연 마지막에 누가 웃을 수 있을까?
"생일 축하한다. 용호 이 개새끼야!"
"킥킥킥. 씨발 생일케이크랑 초가 없다고 불을 지르는 새끼가 어딨냐? 엉? 저게 초야? 그럼 빨리 불어 꺼 이 새끼야. 킥킥."
...와. 역시 씹쌔끼들 다운 대화구나.
아주 지랄 염병에 대해서는 이 분야 권위자 같네.
나도 조금 더 정진해서 저들을 넘어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는걸?
기름을 다 부었는지 빈 휘발유 통을 냅다 일행한테 던진다.
"아! 씹년아! 옷에 기름 튀잖아! 이 코트가 얼마인지는 알아?"
"조까 병신아. 추워죽겠는데 그런 병신같은 코트 입고 온 니가 븅신이지."
"아. 새끼. 뭐 아는 건 조또 없는 새끼가 꼭 저렇게 말하더라. 하. 됐다. 평생 패션에 신경을 써본 적이 있는 새끼여야 이런 대화를 하지."
"좇이나 까 잡수세요. 뷰웅신아. 니놈이 명품을 몸에 처바른다고 니가 명품이 되는 줄 알아?"
"아니지. 사산아 새끼야. 외모라도 안되면 포장이라도 잘해야지. 대가리 빠가새꺄. 니처럼 그렇게 빻았는데 포장지도 구리면 누가 좋아함?"
"쫌 그 주둥이 좀 닥쳐. 죽빵 날리기 전에."
"쳐봐. 븅신아. 칠 수는 있냐? 나 잡을 수 있긴 하고?"
"아오. 씨발 스킬도 지같은걸 골라서 존나 얄밉게 구네."
참으로 친근하게 서로 대화하는 녀석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 그리고 배려가 넘쳐 흐르는 모습.
주변에서 가만히 있는 거 보면 평소에도 저러고 노나보네.
더는 손에 든 게 없으니 방화는 끝난 건가? 그럼 이제 아지트로 돌아가려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한 녀석이 외쳤다.
“기름!”
그놈의 손에 휘발유 통이 하나 통째로 생겨서 잡혔고, 아까 생일이라는 놈에게 건네졌다.
"자. 다음 불 고고."
아…. 씹. 저게 기름 생성 스킬이구나.
조온나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방화에는 최적이네.
맨몸으로도 어지간한 면적은 혼자 태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그런 그들을 계속 따라가면서 지켜봤다.
대체 언제까지 저짓을 하나 보자.
결국, 그들은 새벽 내내 일곱 군데를 더 방화했고, 어디론가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독한새끼들. 그래. 이제 어디로 가나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