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4화 (6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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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랄랄라 랄랄라 라라라라라랄랄라."

너무 즐거워서 노래가 나올 지경이다.

알몸으로 벗겨놓은 여자를 침대 위에 올려놓고 성인용품을 만지작거리는 남자라니.

게다가 흥얼거리기까지 하고.

누가 보면 완전히 변태 새끼라고 해도 할 말이 없네. 뭐 괜찮아…. 반경 75m 안에는 나랑 이 여자밖에 없으니까.

성인용품점에서 가져온 물품들을 여자가 누워있는 침대 앞에 우르르 쏟았다.

일단 입을 먼저 막아야지?

개구기. 와 씨발. 이걸 쓴다고 하니 갑자기 AV 느낌이 확 나네.

야동 볼 때도 이거 나오는 건 다 걸렀는데. 내가 쓰게 될 줄이야.

근데 이거 쓰면 정말 말을 못 하나?

나는 내 입에 걸고 말을 해봤다.

"아라. 아라. 아라. 엉개. 엉개. 엉개."

쓰읍…. 일단 수면 시간이 초기화되진 않았으니 스킬은 안 나간다는 건데.

좀 애매하네. '자라'도 안됐으니 '번개'는 당연히 안될 것 같다.

근데 잘 모르겠다. 내가 살살 껴서 그런가. 일단 채워보자.

와…. 개구기 찬거 봐라. 씨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놓을까.

존나 본격적이네.

다음은 팔. 구속구…. 이거 튼튼한가?

"끄으으응. 합! 합!"

내 힘으로 안 풀리면 저 여자가 풀지는 못할 것 같은데.

일단 채워보자. 채워보면 알겠지.

나는 여자의 양쪽 팔에 구속구를 채워서 양쪽 끝 침대 프레임에 걸었다.

오…. 시벌. 당장 야동 한편 찍어도 되겠네.

다리를 M자로 해놓고 발목에 구속구를 채운 뒤 허벅지를 한 바퀴 돌려서 구속구에 고정했다.

굳이 테이프 질을 하지 않아도 보지를 훤히 드러내놓은 M자 다리가 됐다.

문명의 이기란…. 훌륭하네 정말로.

고맙습니다. 음지에서 일하시는 장인 여러분들.

덕분에 테이프를 상당히 아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속구랑 이런 것들이 풀린다 하여도 입만 안 떨어지면 되니까 일단은 써본다.

망가지거나 풀리면 바로 재우면 되니까.

그리고 어차피 당분간은 가까이 붙을 생각도 없고.

이제 흉흉하게 생긴 이 전동 딜도를 쓸 차례인가.

오…. 지쟈스. 이거…. 괜찮은 거 맞지?

이게 정말 들어간다고? 진짜로?

내 자지 옆에 나란히 대봤다.

음…. 평균 이상은 된다고 생각했던 내 자지인데…. 왜소해 보인다.

남자의 자존심이 깎이는 느낌도 나고.

안 되겠어. 이건 너무 비도덕적이야. 음, 이딴 짓을 하는 내가 비도덕을 운운하는 게 코미디긴 하지만.

조금 작은…. 그래도 내 거보단 큰 딜도를 집었다.

그래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을 거 같아. 저 초거근딜도보단 낫네.

스위치를 제일 세게 올려봤다.

부으으으으으응

오우…. 이런거 만드는 놈들은 정도라는 게 없나? 테스트는 해보고 출시 하는 거지?

이런 게 몸 안에 들어와서 이 정도 세기로 떨린다고?

씨발…. 누가 나한테 이런 거 쓴다고 하면 난 바로 비밀을 불겠어.

우리 기지는 북쪽 산 중턱에 있다! 씨발놈들아!

근데…. 이걸 끼워놓으면 유지가 되나? 아주 많이 떨리면서 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은 느낌인데.

내가 써볼 수도 없고…. 어우 생각만으로도 불쾌하네. 꺼져 씨발.

일단 꼽아 보자. 빠지면 팬티를 입히고 그 안에다 넣어놔야지. 그럼 안 빠지겠지.

자…. 그럼 딜도 까진 됐고.

바이브레이터가 많이 있는데. 젖꼭지에 붙여볼까?

음…. 야동에서 본 거 같은데. 물론 이런 장난감 가지고 지랄하는 것들도 바로 스킵해버리긴 했지만.

해보자. 반응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생생한 후기를 들어볼 수 있겠지.

아 말을 못하는구나.

나중에 들어보지뭐.

양쪽 가슴 젖꼭지에 바이브레이터 작은 걸 하나씩 테이프로 붙였다.

떨어지지 말라고 이쁘게 X자로 테이프 질을 해줬다. 이 정도면 안 떨어지겠지.

그리고 딜도.

아까 가져온 것 중에 러브젤도 있었는데…. 뭐야. 이거 상태가 왜 이래.

러브젤도 유통기한이 있나? 음…. 일단 이건 좀 그렇다. 쓰지 말아야지.

대신 귀여운 보습 로션을 드리겠습니다.

보습 로션을 적당히 짜서 딜도에 발랐다.

아. 현타가 온다. 딜도에 이런 거나 바르고 있고.

촉촉해진 딜도를 여자의 보지에 넣었다.

쑥쑥 잘도 들어가네. 좋아 이제 준비는 끝났으니까….

아차. 혹시라도 여자 스킬이 나가면 이거 장난감들 다 망가지는 거 아냐? 좀 멀리 떨어트려 놔야겠다.

침대 위에 늘어놨던 장난감들을 다시 봉지에 담아 멀리 던져놨다.

자…. 이제 진짜 켜보자.

가슴에 붙은 바이브레이터 스위치를 올리고 딜도의 스위치도 올렸다.

브으으응

브으으응

부우우우우우우웅

진동의 삼중창.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수면 시간이 5분 남았는데 과연 깰까?

"으으으으."

깼다. 그리고.

"으으으으!으으으! 으!"

캬…. 확실한 효과.

나를 무섭게 노려보며 소리 지르는 여자.

"어개! 어개! 어개! 어개애!!!"

"번개?"

“이 이아 애이아!!"

"정답! 이 시발 새끼야!"

"아아아아아!!!!"

"아...이건 모르겠다. 그냥 소리지른거지?"

존나게 열 받을 거다.

앞에서 미친 듯이 깐족거리는 나 때문에 복장이 터질 지경이겠지?

게다가 여자들 성감대 부동의 원투를 쓰리 멀티 히트로 공략당하고 있으니 죽을 맛일 거고.

다행히 번개 파동은 못 쓰나 보다. 계속 어개어개 거리네.

전동 딜도는 다행히 빠지지 않고 잘 꽂혀 있다.

아니, 자신이 침대에 누르며 계속 눌러주고 있다고 해야 하나. 암튼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아! 애애이야!"

"왜? 너무 좋아? 괜히 힘 빼지마. 꽤 오래 그러고 있어야 하니까."

끝까지 나를 노려보고 있는 여자. 대체 저 독기 어린 눈빛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지켜보는 게 심심해질 때쯤 화장대 옆에 있는 가방이 보였다.

오…. 명품가방. 뒤져보면 당연히 명품 지갑이 있겠지?

역시! 있군.

세상이 이 꼬라지 났을 때 명품매장은 비교적 일찍 털렸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평소에 가지지 못했을 것들을 가진다는 심리? 그런 것 때문에?

물론 아직도 난 이해를 못 하고 있지만….

차라리 나는 명품보단 총포상을 털고 싶었다. 주변에 없어서 못 털었을 뿐.

암튼 신분증을 꺼내봤다. 홍지연. 24세. 동갑이었구나.

"이제야 이름을 알았네? 반가워 지연아?"

나를 노려보고 있지만, 정신이 조금 다른 데로 간 것처럼 보인다.

홍콩 가고 있나? 갈 곳이 거기 밖에 없는데?

그리고 조금 더 있으니 아예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지연아! 정신 차려! 지연아! 힘내!"

혼신의 힘을 다해 이죽거렸지만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도 자기와의 싸움을 시작하고 있는 거 같아 보이는데.

내가 있으면 오기를 부리느라 더 참으려 들겠지? 자리를 조금 피해 줄까?

거실로 나왔다. 집 구경이나 해야지.

방이 네 개. 화장실이 세 개. 와. 미쳤네. 뭐지? 거실이 두 개네? 몇 평이지? 한 80평 되나?

이런 데서 살면 진짜 살맛 나겠네. 근데 이거 집 청소는 다 할 수는 있는 거야?

당연히 사람 쓰겠지? 안 그러면 종일 청소만 하다가 끝나겠는데.

투명 듀오와 지연이는 집을 치우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나 보다.

자신들이 다니던 루트 말고는 오랫동안 청소한 흔적이 별로 없다.

투명 듀오의 짐으로 보이는 게 몇 개 있긴 한데…. 그다지 쓸만한 것은 없다. 대체 어떤 삶들을 살았던 거니?

집을 돌아보다가 슬쩍 지연이가 어떤지 살펴봤다.

눈을 꼭 감고 고개가 하늘로 들려있다. 느끼고 있나? 그럼 한창 즐기시게 놔둬야지.

음…. 할거면 본진으로 데려가서 할 걸 그랬다. 생각보다 오래 걸릴 거 같은데.

모르겠다. 일단 한 두세 시간 굴려보고 생각하자.

근데 어떻게 데려가지. 골때리네.

아…. 아깝다. 한여름이면 알몸으로 본진까지 가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겨울이라서 안 되네.

진심으로 아깝다. 음…. 여름까지 살려둘 이유가 생긴 건가?

아니지. 꼭 쟤가 아니어도 되잖아? 누구라도 상관없지. 여자면 되니까.

야외노출, 야외섹스. 기가 막히네.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살아야지.

심심하다.

가만히 있으려니 막상 할 게 없다. 자리를 비우고 나가기도 애매하고 자는 것도 위험하고.

무엇을 할까? 진짜로 할 게 없다.

집이나 치울까? 이 집을 쓰려면 누군가는 해야 하긴 하는데.

근데 막상 하려니 그건 또 귀찮다.

내버려 두자. 나중에 승희 보고 하라고 하면 되지.

음. 승희를 여기로 오게 하는 게 과연 옳을까?

조용히 살기만 한다면 아무 문제는 없을 텐데.

나같이 탐지가 있는 놈 아닌 이상 쉽게 발견하지도 못할 테고.

물론 그렇게 하려면 이 주변을 다 정리하긴 해야겠지만 그건 어렵지 않을 거다.

고민.

과연 승희를 믿을 수 있을까?

아니지. 믿지는 못한다. 그냥 자유롭게 풀어준다는 생각으로 오게 하는 거다.

승희 혼자만의 힘으로는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총 같은 걸 구해서 몰래 쏘면 모를까, 칼이나 근접무기로 덤빈다면 그 정도는 내가 먼저 제압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럴 이유도 없고.

에이. 무슨 생각하는 거야. 또 망상하고 자빠져 있네.

하여간 나란 새끼는 학습능력이 없나? 왜 자꾸 위험을 자초하려는지 모르겠다.

애정결핍이라 그런가? 이미 애정 그런건 포기한지 오래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은근슬쩍 기대하네.

서로 아름답게 만나서 이쁘게 사랑해도 배신당하고 버려지는 세상인데 강간하고 성고문한 여자랑 좋은 관계로 지내려고 하는 건 대체 무슨 뇌 구조야?

모르겠다. 왜 자꾸 나약해지는지.

진짜 계약이나 종속, 최면 이런 스킬이 있었으면 좋겠다.

"스킬 만든 개놈들아. 듣고 있냐? 듣고 있으면 계약이나 종속, 최면, 노예화…. 뭐 이런 스킬 좀 만들어봐라."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나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주 고객센터로 1:1 문의라도 넣겠네. 에휴. 병신같은 놈.

지연이 쪽을 다시 슬쩍 봤다.

이런, 딜도가 빠져서 침대에서 허무하게 혼자 울고 있다.

숨을 헐떡이고 있는 지연이는 나를 발견하더니 또 뭐라고 으으거린다.

으…. 침봐. 줄줄 흐르네 아주.

딜도가 빠진 김에 본진으로 이동해야겠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고 가서 본격적으로 해야지.

여기서는 밥이나 화장실 보내는 게 쉽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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