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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8화 (5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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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탐지를 돌려본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의 기척이 잡힌 건 처음인 거 같다.

지하상가 바로 위, 엉망이 된 커피집 안에서 탐지를 돌리자 탐지 유지가 되는 동안 숫자를 다 세지도 못할 만큼의 기척이 느껴진다.

일단 확실한 건 스무 명은 넘는다. 지하상가 안에 있는 사람만 그 정도.

이거…. 오늘 하루 안에 다 정리할 수 있을까?

무리일 거 같다. 혼자 다 잡기도 힘들고 오늘 오는 놈들이 다가 아닐 테니까.

말려 죽이는 거다. 일단 오가는 놈들을 먼저 잡자.

조폭 놈들이랑 안에서 물건 파는 놈들은 최대한 나중에 잡는 거야.

상가로 들어가는 놈들보다는 나오는 놈들을 잡기로 했다.

조폭 놈들이 지들 관리 하기 편하라고 출입구를 하나만 열어놓은 게 참 다행이야.

출입구 근처의 2층 건물 옥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전에는 눈으로만 확인해야 했는데…. 지금은 탐지가 있으니 확실히 마음이 편하다.

사람을 쳐 죽이려는데 마음이 편하다니. 음…. 정상이군.

남자 넷이 다가온다. 뭔가를 잔뜩 들고 오고 있는 놈들. 지들끼리 웃으면서 상가 안으로 들어간다.

저런 놈들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오는 걸까? 다른 지역이겠지? 궁금하네.

지하상가를 박살 낼게 아니고 저런 놈들을 따라가서 전부 쳐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

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네.

지역소탕이냐 아니면 발본색원이냐. 음….

아니다. 그건 나중일 이야. 일단은 이 주변에 사람이 없게 만드는 게 목표야.

사람이 없어질수록 내 안전이 보장된다. 일단 지역소탕이 우선이야.

또 세 명의 남자가 상가로 다가온다.

신기하네 정말. 상대가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는데 어떻게 서로 얼굴을 맞대지.

솔직히 지하철 애 아빠가 가지고 있던 감전만 있어도 안에서 순식간에 전부 쓸어버릴 수 있는 거 아냐?

물론 본인이 위험에 빠질 확률이 높아지겠지만….

모르겠다. 저렇게 사는 놈들도 있는 거겠지. 내 스타일은 아냐.

게임이든 어디든 1+1은 보통 2가 아니다. 시너지가 있으니 3도 될 수 있고 10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시너지 될만한 게 그다지 없다.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의도한 걸까? 그 정도로 세심하게 스킬을 만든 것 같지는 않은데.

탐지를 돌리니 저 멀리에서 세 명이 다가온다.

이번엔 남자 둘에 여자 하나. 이번엔 다들 나이가 좀 많네. 30대 후반? 40대 초?

젊은 여자들은 잘 안 보인다. 하긴 나라도 이런 곳에 젊은 여자는 안 데려오겠다.

욕정에 눈깔 뒤집히는 놈들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30초 주기로 탐지를 쓴다. 더 자주 쓰고 싶지만 30초 정도로 스스로 타협했다.

탐지가 꺼져있는 시간은 상당히 불안하다. 강박증이 걸릴 것 같은 기분.

덕분에 숙련도는 쑥쑥 오른다.

1분에 두번, 10분에 20번. 회복 물약 하나. 2,000코인. 즉, 한 시간에 12,000코인.

존나 비싸네. 어지간히 쳐 죽여야겠어. 아니지. 숙련도가 오르고 있으니까 그리 손해는 아니지.

숙련도가 70퍼센트가 됐다. 대략 150번만 더 하면 고급이네.

시간상으로 75분인가…. 금방 찍겠어.

다음 등급은 75m로 거리가 늘겠지? 25, 50, 75. 100일 테니까?

설마 25, 50, 100, 200 이렇게 가지는 않겠지? 그러면 너무 밸붕이지…. 반경 200m라니. 꿈 깨자. 욕심부리지 말자.

사람이 바글거리는 곳에서 탐지를 썼을 때 반경 200m라면 수천 명의 기척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건데…. 그건 좀 말도 안 되는 거 같다.

정신병 걸리기 딱 좋은 스킬이잖아? 100m만 돼도 개사기 일 텐데.

한참을 그렇게 주기적으로 탐지를 돌리며 지켜보았다. 앞서 들어간 팀들은 아직도 나오지 않는다.

거래할 게 많나? 안에서 패싸움이라도 하면 재밌을 텐데.

그렇게 탐지를 돌리는데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두 명. 두 명의 기척이 다가오는 게 느껴지는데 눈에는 아무도 안 보인다.

분명히 지상인데. 있어야 할 위치에 아무도 없다. 뭐지? 설마 투명화?

두 명은 상가 입구 안쪽에서 잠시 머무르더니 다시 움직였다.

골목 한쪽으로 이동한 두 명은 거기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 둘. 손에 들고 있는 금속 빠따와 장작 패기 좋아 보이는 도끼.

캬…. 이거 흥미진진해진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놈들이 또 있네?

일단 지켜보자. 이거 잘하면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을 거 같다.

씨발 팝콘 어디 없나? 이런 흥미진진한 걸 맨입으로 보고 있어야 한다니.

다시 투명해진 남자 둘. 입구까지 가서 안쪽을 살펴보는 듯 가만히 있다.

한참을 꼼짝 않고 있던 놈들은 다시 골목으로 돌아왔다. 시간을 보니 29분 정도.

지속시간이 30분인가? 생각해보니 지속시간을 못 들은 거 같네.

오. 또 썼다. 다시 입구 쪽으로 향하는 두 사람.

한 20분쯤 가만히 서 있던 두 남자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지하상가에서 밖으로 나오는 다른 세 남자.

오…. 드디어 꿀잼 시작인가? 기대되는데?

세 남자는 각자 두 손 가득히 물건들을 들고 가고 있었다.

손을 비우지 않는 것, 그리고 이런 곳에 당당히 나올 수 있는 것 자체가. 스킬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저렇게 다니는 거겠지.

세 남자의 뒤를 두 명이 쫓아간다. 사냥하는 자와 사냥당하는 자. 과연 결과는 어떨까?

덕분에 탐지를 연속으로 쓰게 생겼다. 투명남들의 움직임을 확인해야 하니까.

관람료치고는 꽤 비싸네. 뭐…. 어차피 저놈들 코인 다 뜯어내면 본전은 나오겠지.

세 놈이 멀어져가는데 투명남들은 그저 쫓아가고만 있다.

지하상가에서 좀 거리를 벌리려고 하는 건가? 아무래도 소란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 때문에 나도 내려가야 하네. 아우 귀찮아라.

거리를 조금 여유 있게 두고 그들을 쫓아갔다.

탐지를 계속 돌리며 주변의 상황을 계속 확인한다. 지하상가는 이미 거리가 좀 벌어졌고…. 슬슬 습격하지 싶은데.

조금 더 가서 남자 세 명이 코너를 꺾었다. 그리고 투명남들이 뛰었다.

퍽!

깡!

남자 셋 중 한 놈이 쓰러지고 다른 한 놈이 목에서 피 분수를 뿜었다.

"뭐야!"

퍽!

그리고 남은 한 놈의 마지막 유언은 저게 되었다.

그대로 얼굴이 으그러져 바닥에 쓰러지는 남자.

도끼를 맞은 남자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퍽! 퍽!

그리고 쓰러진 두 남자도 곧 빛이 되어 사라졌다.

"이예."

"캬. 오늘도 대박이다."

순식간에 끝난 습격. 솜씨를 보아하니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거 같다.

하긴 4년 동안 저 짓을 했으면 이젠 뭐 전문가지.

"야. 한탕 더 할까? 생각보다 빨리 끝났는데?"

"그럴까…. 근데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지연이 그 썅년이 요즘 자꾸 비싸게 굴잖아. 이걸로는 몇 번 하지도 못해."

"하긴. 그렇긴 해. 아. 씨발년. 어떻게 제압할 방법 없나?"

"지랄 마라. 조금이라도 허튼짓하면 우리가 뒤진다. 몸 대주는 게 어디야."

"아. 존나 아깝네. 왜 이렇게 힘들게 사서 먹어야 하냐고. 한 번만 딱 제대로 하면 두고두고 공짜로 먹을 수 있는데."

"난 뒤지고 싶지 않다. 그년이랑 할 때도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흠칫흠칫하는데."

"그래도 그건 좀 오싹오싹해서 좋지 않냐? 스릴있고?"

"키킥. 그렇긴 하지. 두 배는 꼴리지."

이것 봐라? 재밌는 대화를 하네?

지연이란 여자가 있고, 이 두 놈은 신나게 퍽치기해서 음식을 주고 그 여자와 섹스를 한다….

근데 스킬이 투명화인 두 놈은 여자를 제압할 방법까지는 없다.

그 말은 입이랑 눈을 가리려고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하면 바로 스킬에 당한다는 뜻인데.

뭐가 있을까. 즉시 발동되는 스킬. 죽을 수도 있는 스킬.

그 여자는 자신의 스킬에 대해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어서 몸까지 내줄 수 있다는 건데.

뭘까. 궁금하다. 호기심이 마구 솟아오른다.

지하상가는 다음 열흘 뒤에도 열리니 언제든지 쓸어버릴 수 있지만, 이들은 아니다.

궁금해. 계획 수정이야. 오늘은 이놈들이다. 그리고 그 지연이라는 여자도.

투명남들은 투명화를 풀었다. 그리고 아까 남자들이 들고 있던 물건을 들고 다시 사라졌다.

자연스러운 움직임. 탐지를 써보니 그들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고 있다.

물건을 놓고 온 건가? 아무래도 그래 보이는데.

한 건 더 한다고 했으니 지하상가 입구로 돌아가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투명남들이 지하상가 입구로 가는 것을 확인하면서 아까 대기 하고 있던 2층 옥상으로 다시 올라갔다.

지하상가 입구에서 대기 하는 둘. 그리고 그들의 기척을 계속 감시하고 있는 나.

30분 정도가 더 지났다.

놈들은 중간에 한번 골목으로 가서 투명화를 다시 쓰고 왔다.

그리고 나는 탐지가 고급이 되었다.

크…. 정확하게 반경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보다 늘어난 건 확실하다.

아까는 안 닿아서 몰랐던 기척이 느껴지니까.

게다가 지속시간도 15초로 늘었다.

개사기야. 개사기. 말도 안 되는 개씹 사기 스킬.

그렇게 감탄하고 있는데 투명남 두 명이 슬쩍 입구에서 비켜났다.

오. 또 시작하나?

남자 네 명. 짐은 그렇게 많지 않다.

지들끼리 웃으며 밖에 나오자마자 담배를 빼 문다.

남자들이 움직이지만, 투명남 두 놈은 움직이지 않았다.

음…. 보내는건가? 네명 이라서? 아니면 짐이 없어서?

그래? 그렇다면…. 이건 내가 잡아야지.

짬 나는 시간에도 열심히 일해야지. 어차피 기다리는 시간이잖아.

남자 네 명이면 소리도 안 나게 끝낼 수 있다. 죽일 때 빛나는 것만 주의하면 순식간이지.

탐지가 좋은 점이 이거다.

계속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

네 명의 남자는 마침 내가 있는 건물 쪽으로 다가왔다.

좋아…. 이쪽 안으로 들어오면 빛이 새지는 않겠지.

조금만 더 와라. 조금만 더.

나는 그렇게 그들을 지켜보며 속으로 중얼거렸고, 충분히 안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했을 때 바로 넷 다 재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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