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3화 (5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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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행정관

새하얀 허벅지에 내 정액이 흐르는 모습은 상당히 관능적이다.

하지만 웃기게도 내 몸에서 나온 정액이지만 그다지 만지고 싶진 않다.

나만 그런가? 다들 그러지 않나.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휴지가 없다.

별수 없이 내 배낭에서 휴지를 꺼냈다.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하나는 넣어놓고 다니는 물건. 뭐…. 급똥이라던가, 그런 거.

허벅지에 묻은 정액을 모두 닦아내고 혹시 몰라서 휴지에 물을 묻혀서도 닦았다.

그리고 여자를 일으켜 안아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놨다.

음…. 눈치 못 채겠지? 뭐, 눈치채도 상관없긴 하지만.

일단 수면을 한 번 더 걸었다. 자고 일어났는데 보지가 욱신거리거나 축축해져 있으면 좀 그렇잖아?

탐지를 돌렸지만 역시 잡히는 것은 없다.

더는 학교에 건물은 없으니까…. 학교엔 사람도 없다는 말이 된다.

아무것도 건질 게 없는 학교.

누가 기어들어 와서 다시 살 수도 있지만,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겠지. 음식 조달이 힘드니까.

한참을 앉아서 생각하고 있는데 술 먹고 잠들었던 남자의 수면 시간이 끝났다.

바로 일어날 줄 알았는데, 술이 거나하게 취했는지 수면이 끝나도 자고 있다.

어휴. 씨발. 정말 이 세상하고는 안 어울리는 놈이네.

궁금하다. 정말,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짝!

마체테의 면으로 남자의 몸을 후려쳤다.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경쾌한 337박자에 맞춰서 신나게 후려친다.

"끄억…. 뭐야! 악! 크억. 아악! 악! 우욱."

아. 진심으로 더럽다. 이새끼 토했어.

나이는 30대 후반? 40대 초? 평범하게 생긴 배 나온 아저씨.

토사물 냄새가 사람을 빡치게 만든다.

이대로 죽이면 토사물도 같이 사라지나?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냥 죽여버리게.

"물어보는 말에 대답해라. 못하면 또 때릴 거다."

"크억. 으윽. 뭐야! 이거 뭐야 썅!"

짝!

"아!"

꼭 한 대씩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이런 썅! 이거 안 풀어! 이 개새끼야! 김씨! 박씨!"

"총장실에서 자던 놈하고 숙직실에서 자던 놈은 죽었다."

내 말에 남자가 그대로 소리 지르는 것을 멈췄다.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거야? 병신 같은 게?

"너도 그냥 죽을래?"

"사…. 살려주세요. 조용히 할게요! 살려주세요."

"닥쳐. 물어보는 말에만 대답해."

아. 씨발 토 냄새가 너무 심하다. 뭐 없나?

방 밖으로 나가 옆방을 하나씩 열어봤다. 마침 커튼이 있길래 그대로 잡아 뜯었다.

그걸 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남자의 토사물 위에 덮고 말했다.

"그 위에 올라가 있어. 니 토 냄새 안 나게."

몸을 꾸물거리며 커튼 위로 기어가는 남자. 정말 볼꼴사납네. 정말.

"스킬 뭐야."

"염력, 염력이요!"

"설명해."

"눈에 보이는 물건이면 움직이거나 들거나 던지거나 할 수 있어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좀 닥쳐. 죽일 거였으면 아까 죽였어."

"하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닥치란 말 못 들었니?"

입을 다무는 남자. 이제야 좀 조용하네.

그나저나 염력이라…. 의외로 활용도가 높아 보이는데?

"얼마나 큰 것까지 들 수 있지?"

"크, 크기요? 크기는 상관없습니다! 무게만 따져요!"

"계속해"

"무게는…. 물 페트병 6개들이 묶음 정도요. 그보다 좀 더 듭니다! 15킬로 정도?"

"들고 움직이는 속도는?"

"물은 겨우 들고 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열심히 자기 자신의 쓸모 있음을 어필하는 남자.

그래야 자기가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거로 사람은 어떻게 죽이냐?“

"벽돌 같은 걸 머리에 후려쳐서…."

"너 숙련도 100퍼센트 몇 번 채웠어."

"네? 100퍼센트요? 두…. 두번요."

두번이라. 그럼 고급인데?

근데…. 의외로 쓸만하게 느껴진다.

들 수 있는 크기나 무게는 아쉽지만, 손도끼 같은 것을 염력으로 움직여서 찍어버리면 급사시킬 수 있잖아?

"거리는? 지속 시간은?"

"거리는 한 10m 정도고 15초 정도요…."

의외로 자신의 스킬에 대해서 많이 연구한 티가 난다.

물어보는 말에 일단 대답을 다 하잖아.

자기 기술이 몇 초 지속하고 얼마나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새끼들도 수두룩하니까.

물론 그런 새끼들은 다 뒤졌지만.

10m라. 묘하게 짧네. 게다가 15초? 이건 너무 짧네.

"쟤들은 어디서 잡았어."

"여기…. 행정관에서요."

"근데 눈하고 입은 왜 안 막았어?"

"안 막아도 되는 스킬이었습니다. 소주 생성하고 힐이에요."

하아…. 씨발. 진짜 깊은 한숨이 나온다.

소주 생성…. 미쳤네. 정말. 게다가 힐…. 씨발 아주 수비적이시네! 정말.

"누가 소주야."

"남자요."

게다가 남자 놈…. 어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스킬을 고른 거야? 이건 꼭 물어봐야겠다.

마침 시간도 거의 다 돼가니 곧 일어나겠지. 어휴 씨발.

"소주 생성할 수 있는 놈을 잡아서 신나게 술판을 벌인 거야? 마침 여자도 있으니 신나게 따먹고?"

"네…. 네! 맞아요! 쟤들은 쓸모가 있어요! 여자애 빨통도 크고! 김씨 발목 삔 것도 나았어요!"

한심하다. 정말. 지금 나한테 자기들이 잡아놓은 거 자랑하고 있는 거야? 무슨 꼴을 당할지도 모르고?

"끄응."

"으응."

수면 시간이 다 되자 묶여있는 남녀가 일어난다.

계속 자면 깨워야 했는데 수고는 벌었네.

"허억!"

"꺅!"

눈과 입을 막아놓지 않았기에 그들은 눈을 뜨자마자 나를 보고 놀란다

하긴, 눈을 떴는데 마체테를 들고 있는 남자가 있으면 안 놀랄 리가 없지.

남자는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고, 여자는 무서운 듯 그런 남자 쪽으로 파고든다.

나는 그런 남녀에게 다가갔다.

아까는 자세히 못 봤는데 남자의 입술이 터져있다.

이놈들에게 처맞은 건가?

"야. 소주남."

"네…?"

"넌 소주남이다. 이 옆에 너는 힐녀."

대답도 안 하고 소주남에게 계속 바짝 붙는 힐녀.

"니들도 눈이 있으니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이해가 갈 거다.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허튼짓 하지 말고 물어보는 말에 대답 잘해라."

"네…."

"넌 왜 대답 안 해?"

"네…. 흑."

"울지도 말고. 시끄러우니까."

자신의 입술을 꽉 깨물며 나를 바라보는 힐녀.

음…. 묘하게 이쁘네. 그냥 한 번 더 박을까?

"너는 대체 왜 소주 생성을 골랐고, 니 여자친구는 왜 힐을 골랐냐?"

"네? 얘는…."

"걔들 커플 아닙니다! 남매예요!"

염력남이 크게 소리 질렀다.

나는 그대로 걸어가 염력남의 얼굴에 강하게 싸커킥을 날렸다.

"으억!!"

"씨발아. 쓸데없이 입 열지 마. 누가 말하라고 시켰니?"

"끄윽…."

군홧발로 얼굴을 까이면 진짜 존나게 아플 텐데. 그러니까 주둥이 닫고 있지. 왜….

다시 남녀…. 아. 남매라 그랬나? 암튼 그들에게 돌아와 쭈그리고 앉았다.

"남매야?"

"네…."

"네."

"오빠야, 누나야."

"제가 오빠입니다."

"음…. 몇 살?"

"스물셋입니다. 동생은 스물둘."

"친남매야?"

"네."

"네."

신기하다.

이따위 세상이 된 다음에…. 그러니까 살육이 일상이 된 이후에 가족을 본 건 정말 오랜만이다.

세상이 이렇게 되고 난 뒤, 가족이라는 것은 커다란 굴레나 독이 되었다.

물론, 가족끼리 잘 뭉쳐서 사는 집도 있었지만, 그리 길지 않았다.

부모가 적당한 나이면 아이들이 어렸고, 아이들이 적당한 나이면 부모가 나이가 많았다.

결국은 짐을 안고 살게 되는 무리.

게다가 유지비도 상당히 많이 드는 데다가, 가족 무리는 살육에 쉽게 익숙해지지 못했으니까.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것은 상당이 모랄이 갈리는 일이다.

게다가 가족 구성원을 잃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그 가족 무리는 점점 분위기가 나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모랄빵난 폐인 하나만 남게 되는 것.

그렇기에 이 남매는 제법 기특했다. 물론 스킬은 형편없었지만.

"아까 물어봤던 거 대답해봐."

"네?"

"왜 그런 스킬 골랐냐고."

"아…. 그건…. 옛날에 유X브에서 전쟁 나서 고립된 사람들 다큐멘터리 같은 거 봤는데…. 그런 데선 술이 교환용으로는 좋다고…. 그리고 소주는 소독이나 청소용으로도 쓸 수 있고…."

하아. 씨발. 이래서 애들 유X브 같은 것 좀 작작 보게 하라니까.

"그럼 네 동생은 왜 힐이냐? 야. 힐녀. 니가 말해봐라."

"그…. 힐러는 보호 대상이니까…."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게…. 저희도 후회는 해요. 누가 이렇게 서로 대놓고 죽고 죽일 줄 알았나요…. 힘을 합쳐서 살아갈 줄 알았는데…."

그래.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초창기 스킬 나왔을 때의 분위기를 봐서는 그런 경향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당연히 처음에는 물도 전기도 무제한이 된 데다가 치안도 공권력도 다 살아있어서 사회가 유지 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견고해 보이던 사회는 사람이 죽어도 시체가 남지 않는다는 그것 하나로 단숨에 무너졌다.

범죄를 저질러도 증거가 없어서 처벌이 안 되니까.

사회는 안쪽에서부터 격렬하게 폭망해버렸다.

그래도 얘들은 멍청하지는 않아 보였다.

가진 스킬이 좇망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거 보면 생활력도 있어 보이고.

무엇보다 동생 쪽이 이뻤다.

이쁜 여자는 함부로 죽이기 아깝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내가 니들한테 할 말이 있는데. 들어볼래?"

남매는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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