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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0화 (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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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기숙사

어디로 갈까.

연주? 아니면 얼음화살녀하고 슬로우녀 있던곳?

연주는…. 모르겠다. 왠지 다시 마주치기가 껄끄럽다.

내 안에서 환상이 커져서 그런가, 다시 만나면 환상이 깨질 것 같은 느낌.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잘살고 있는지. 죽지는 않았는지.

사실 그 정도 여자면 쉽게 죽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떻게든 잡아놓고 따먹겠지.

일단 얼화녀하고 슬로우녀한테 가보자.

솔직히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주변 정리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탐지를 쓴다.

조금 더 걷고 또 탐지를 쓴다.

성능은 확실하지만, 유지비가 미친 듯이 드는 사기 스킬.

코인이 많으니 경각심 없이 팍팍 쓰고 있지 코인 없으면 손가락이나 빨아야 한다.

이걸 유지하려면 인간을 몇 명을 죽여야 하는 거야? 어휴.

길이 헷갈리긴 하는데 어찌어찌 찾아오긴 했다.

그리고 탐지를 돌리니 집은 텅 비어있다.

집 문 앞에 쌓여있는 깨끗한 눈. 떠난 지 꽤 됐다는 흔적.

음…. 그래. 없을 수도 있지.

떠났거나 납치당했거나 협박당했거나 죽었거나…. 뭐든.

몸을 돌렸다.

적막한 주변, 인기척은 없다.

스킬 창을 열어보니 탐지 숙련도가 40퍼센트가 넘었다. 한 번에 0.1씩 오르니까 400번 정도 쓴 거야? 생각보다 많이 안 썼네.

20번에 포션 하나니까 20번, 코인으로 4만 코인.

자연회복은 거의 안했으니까…. 꽤 많이 썼네.

연주가 있는 원룸촌으로 걸어간다.

비어버린 도시. 세상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없다.

나는 이런 도시를 잔뜩 쫄아서 살금살금 다니고 있었던가? 왠지 굉장히 손해 보고 살았던 거 같은데.

내가 습격 같은 것을 안 당한 이유가 있었구나.

내가 잘 숨어 다닌 게 아니고 습격할 놈이 없었던 거였어.

원룸촌으로 와도 크게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빈집. 빈집. 빈집. 사람의 기척은 없다. 동네도 예전보다 훨씬 낡은 것 같았다.

누군가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이 들었던 담장은 그저 낡아가는 돌무더기일 뿐이다.

세상은 착실하게 망하고 있는 걸까? 그건 확실하긴 하지. 아이가 태어나지 않으니까.

아이라. 못 본 지 오래됐다. 중년층도 못 본 지 오래됐다.

죄다 20대 아니면 30대…. 근데 내 생각엔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체력적으로도 유리하고 무엇보다 스킬에 대해 활용도가 높다.

물론 40대 50대도 한때 게임 좀 했던 세대였겠지만, 피지컬이 딸리니까.

게다가 내가 생각한 바로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활용 가치가 없다.

살려둘 이유가 없는 것. 그게 크다.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과거의 경험과 노하우가 전혀 필요 없어진 세상.

게다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좀 더 경직되어 있는 것도 있을 거다.

급변한 세상에서 그렇게 유연하게 생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겠지.

원룸촌도 텅 비었다.

연주가 있던 원룸 역시 아무런 기척이 없다.

방 앞까지 가봤는데 문은 잠겨있었다. 뭘까. 안에서 죽은 걸까? 아니면 나갔다가 죽은 걸까? 아니면 떠난 건가?

떠나면서 굳이 집 문을 잠글 필요가 있나? 모르겠다. 안을 한번 볼까?

연주의 집은 2층이라 어떻게 사다리 같은 것만 있으면 안쪽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갑자기 사다리 같은 게 있을 리는 없지. 방법이 없나?

갑자기 드는 생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확인하려 드는 내가 너무 웃겼다.

에라이 씨발. 됐다. 그냥 가자.

전 여친도 아니고 무슨 창녀를 가지고 이러고 있어. 병신같은 놈.

마음이 심란하다. 뭐라도 하나 쳐 죽이고 싶은 기분인데.

대학교나 가볼까? 거기라면 구석구석 뭐가 많을 것 같다.

예전처럼 고생도 안 할 거 같다. 나에겐 탐지가 있으니까.

짱개를 잡아 죽이자. 짱개를 잡아 죽이고 학교를 싹 정리해 놓자.

그리고 주변을 계속 정리하는 거야.

지하상가도 쓸어버리고 지하철역도 제대로 돌아보자.

문득, 나는 사람이 보고 싶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만나서 죽이든 강간하든 마트로 보내든.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였나보다. 병신같이.

그럴 거면 멀티로 돌아가 승희 다리에서 헐떡이면 되는데. 왜 이 지랄을 떨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대학교에 도착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이 대학에 있는 놈들을 싹 쓸어버릴 거다.

남자면 죽이고 여자면 강간하고. 스킬이 쓸만한 여자는 마트로 보내도 되고.

마트에 있던 남자 놈들 두 명한테만 좋은 일인가? 내가 알아서 할렘을 만들어 주는 건가?

할렘은 무슨…. 본인들만 힘쓰는 노예가 되겠지.

모르겠다. 그것까지 내가 어떻게 해줄 수는 없잖아?

능력 되면 알아서 따먹겠지.

일단 진입은 학관으로 하자. 건물을 하나씩 훑어보는 거야.

탐지가 지하까지 싹 훑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일일이 안 내려가 봐도 되니까.

게다가 이런 작은 건물은 탐지 한 번에 확인이 된다는 게 너무 좋다.

발걸음이 산책 나온 것처럼 가볍다. 근자감이 마구 솟아오르는 기분.

지하통로로 넘어가서 국제교육관으로 갔다.

역시 비어있는 건물. 짱개들은 없나? 내가 그때 잡아 죽인 게 다인가?

그때 왔던 다른 짱개들은 여기에서 머물 놈들처럼은 안 보였지.

국제교육관 1층으로 나왔다.

지난번에 짱개놈들을 털었던 장소.

왼쪽으로 가면 저번에 털었던 기숙사. 오른쪽은 교수연구동.

기숙사부터 다시 한번 가보자. 탐지 두세 번이면 싹 훑을 수 있을 거다.

지난번 유리가 뿌려진 길, 그냥 걸어갔다.

감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망가진 가로등이 아직도 저 모양인 이상 소리가 들려도 어둠 속에 있는 나를 어쩔 수는 없다.

기숙사 건물까지 왔지만 역시 아무런 기척은 없다. 빠지는 곳이 없는지 적당히 중심에서 두번 더 썼는데도 조용하다.

그럼 여기는 됐고…. 이 옆은 뭐였지? 아 인문사회관이랑 체육관.

없을 것 같다. 인문사회관…. 그 쓰레기 같은 건물에서 사는 건 제정신 박힌 놈이 아닐 거야. 체육관도 마찬가지.

시설이 그리 좋은 곳이 아니다. 대학교에 인간이 존나 많아서 떠밀려왔다면 모를까, 이렇게 텅텅 비어있는데 거기 살고 있으면 미친 거다.

비어있는 건물들. 회복 포션을 하나 따서 마셨다.

체육관 옆, 운동장 너머로 기숙사가 하나 더 보인다. 그래. 저기라면 사람이 있을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털어버린 기숙사에 비해 신식 기숙사다.

아마 대학교 근처에서 머문다면 저기가 훨씬 나을 거다.

운동장을 돌아 조용히 다가간다.

4층짜리 기숙사. 근데 불 켜있는 모습이 나를 웃게 했다.

1층의 불은 전부 켜있고 2층, 3층. 4층 건물에 하나씩 세로로 불이 켜있다.

멀리서 보면 뻑큐를 날리고 있는 모양이다.

어떤 새끼들인지는 몰라도 맘에 드는 놈들이야.

이 삭막한 세상에 위트가 있잖아?

기숙사에 다가가 탐색을 돌렸다.

네 명의 기척이 잡혔다. 오. 이럴 수가. 사람이라니.

궁금하다. 어떤 놈들일까? 새벽이라 그런지 한곳에 모여있는 네 명.

저 정도 높이면 2층이고…. 자는 건가? 얘들도 야간 경계 같은 건 안 하나?

1층으로 들어가는 입구 유리문은 전부 박살이 나 있었다.

찬바람이 그대로 안으로 들이친다. 어디 보자. 2층으로 가는 계단은 어딨지?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꺼져있다. 그리고 그 옆에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하나만 있나?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건물 끝까지 가니 계단이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갖은 잡동사니로 막혀있었다.

음…. 올라오는 입구를 줄였다? 그럼…. 뭐라도 방비가 돼 있다는 뜻인데.

하씨…. 고민되네. 범의 아가리로 기어들어 가는 기분인데.

일단 더 돌아보자. 허술한 부분이 있을지도.

그렇게 한참 1층을 탐색해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이야. 이놈들 제법 똑똑하네. 그래서 지금껏 살아남았는지도?

해가 뜨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매복할까? 그게 제일 안전하겠지?

괜히 서두르다가 인생 하직도 먼저 해버리면 안 되잖아? 매복이 익숙하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숨을 자리를 찾아보는데 마땅하지가 않았다.

이 계단이 유일하게 2층으로 향하는 통로라면 이 앞에서 매복을 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곳이 없다.

머리가 좋아. 적어도 한 놈 이상은 이런 방어에 대해서 능숙한 놈이야.

무시할까? 다른 곳을 먼저 둘러보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아냐. 여기는 조금 외진 곳이라 여기를 처리하고 가는 게 낫다.

뒤에 불안요소를 남겨두고 움직이는 건 썩 내키지 않는다.

탐지를 믿고 모험을 해볼까?

매복 말고 습격에도 익숙해지긴 해야지.

올라가 보자. 일단 뭐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뭘 믿고 저렇게 한데 모여있는지 한번 보기나 하자.

그렇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첫걸음을 딛는 순간, 나는 정말 진심으로 후회했다.

"으으으으으."

간신히 소리지를 뻔 한것을 참았다.

온몸이 찌릿찌릿하고 몸이 다 익어버리는 느낌.

한참을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던 나는 겨우 찌릿한 충격에서 벗어났다.

"크윽…."

필사적으로 소리를 죽이며 상점에서 회복 포션 중을 샀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포션을 따기도 힘들다. 벌벌거리는 손으로 겨우 뚜껑을 따고 입에 흘려 넣었다.

삼 분의 일은 흘린 것 같지만, 회복 포션의 효과는 확실했다.

익어버린 온몸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기분.

그렇게 대자로 누워서 몸이 회복되는 것을 기다렸다.

"커헉. 탐지…."

네 명은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쓰러져 쌩지랄을 떨었어도 소리를 안내는 보람이 있다.

겨우 몸을 일으킬 정도가 되어서 일어나니 세상이 핑 도는 느낌이다.

와 씨발. 그대로 뒤질뻔했네.

아니…. 죽을 정도는 아닌가? 회복 포션을 못 먹었으면 죽었으려나?

모르겠다. 암튼 못 먹었으면 저들이 일어날 때까지 돌 맞은 개구리처럼 볼썽사납게 누워있긴 했겠지.

화가 잔뜩 났다.

분명 저들을 습격하러 가는 악당은 나인데, 오히려 내가 화를 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선뜻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는다.

트랩…. 과연 한 개일까?

예전에 민지랑 왔었던 남자 놈도 트랩이었지. 그놈은 한 개였던 거 같은데.

과연 이놈도 하나일까? 두 개면? 세 개면?

포기하자니 열 받고 진입하자니 빡쎄다.

일단 그자리에서 잠시 앉았다.

어지러워서 서있질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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