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8화 (4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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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정리

조폭들을 쓸어버리고 난 뒤, 승희의 반응이 조금 달라졌다.

"저기요. 오빠. 저 바람 좀 쐬면 안 돼요?"

일단 호칭이 바뀌었다. 하. 씨발. 오빠라니. 존나 낯간지러운데 들으면 또 기분이 좋다.

자지가 불끈불끈 솟을 정도로.

감금되어있는 것과 아무 때나 섹스를 요구하는 것에 딱히 불만을 내비치지도 않았고 순응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당당히 뭔가를 요구하는 게 생겼다. 딱 선을 넘지 않을 정도로.

"그래라."

나의 큼지막한 파카를 입고 벙커 밖을 나간 승희는 우두커니 서서 싸한 바람을 맞았다.

가끔은 한 낱에 잡초밭이 된 정원에서 마치 식물인 양 햇볕을 쬐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이상하게 승희가 매력적으로 보였다. 싱그럽고 생기가 넘쳤다.

그렇게 바깥에서 바람을 쐬고 들어오면 나는 그녀의 옷을 짐승처럼 벗겼다.

순순히 내 손길을 거드는 승희. 그렇게 알몸이 된 승희의 가슴을 게걸스럽게 빤다.

손은 본능처럼 젖꼭지를 찾아 조물거리고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를 쭈물거린다.

"아이 이쁘다. 맛있어? 착하지?"

이제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슴을 빨고 있는 나에게 저런 농담을 할 정도로 여유도 생겼다.

그리고 그런 승희의 모습은 굉장히 꼴린다. 자극적이고, 야하다.

임신이 안 되게 만들어준 개새끼들아 정말 고맙다. 덕분에 콘돔도 임신 걱정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섹스할 수 있다. 씨발.

좁고 따듯한 질 속에 한껏 커진 자지를 넣고 있는 것만으로도 걱정근심의 90퍼센트는 날아간다.

그런 상태에서 자지를 왔다 갔다 하면 승희의 달콤한 신음을 들을 수 있다. 그럼 걱정근심은 존재조차 사라진다.

책임이 없는 쾌락. 쾌락만을 위한 쾌락.

승희가 나를 믿는지 안 믿는지 현실에 순응한 것인지 포기한 것인지는 관심 없다.

그저 허리를 흔들면 신음을 내고 절정에 다다르면 교태를 부린다.

연기인지 진심인지도 신경 쓸 필요 없다. 그저 내 귀에 내 눈에 즐거우면 그만이니까.

"좋아. 좋아. 아앙. 너무 좋아. 미칠 거 같아."

내 등을 꽉 잡으며 쾌락에 몸부림치는 승희의 반응은 나도 미치게 만든다.

평소보다 강하게 만족감이 밀려오고 사정 또한 머리가 타버릴 정도로 강하게 한다.

게다가 나를 대하는 것이 거리감이 많이 줄었다.

아니 뭐라고 해야 하나…. 친밀해진 느낌? 친근감 있어진 느낌?

꼭 이렇게 섹스를 하고 둘 다 만족해서 누워있으면 내 손을 잡고 같이 씻으러 간다.

그렇게 자신이 씻으면서 나도 씻겨준다. 몸에 비누칠을 해주며 내 자지를 정성껏 닦는다.

그리고 그렇게 깨끗하게 씻겨놓고 다시 서버린 내 자지를 보면 입으로 빨아서 한발 더 뽑아준다는 거다.

나야 좋긴 하지만…. 약간 무서워지는 기분이다.

이러한 변화들이 긍정적인 게 아닌 부정적으로 보인다는 것.

그냥 내가 쫄보여서 그런 거면 좋겠지만 말이지….

멀티의 생활도 좋지만, 본진도 매번 확인을 해야 하니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본진에서 머문다.

모니터도 확인해야 하고 씹새끼들이 또 근처에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니까.

탐지도 생겼는데…. 한번 노려볼까?

탐지를 배우고 난 뒤 가장 큰 문제점이 이거다. 무모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게 됐다는 것.

본진에서 이틀 있다가 멀티로 돌아가려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 학교에 있던 여자애. 이름이 뭐였지. 서현? 그래. 그랬던 이름인 거 같다. 그 애랑 연주.

내가 살면서 안 죽이고 살려둔 두 여자. 아니지. 두 명 더 있구나? 지하상가 놈들 때 잡혀있었던 두 여자도 있네.

음…. 갑자기 궁금해졌다. 살아있긴 하는가?

이 세상이 불편한 건 시체가 남지 않는다는 거다.

죽었다면 시체라도 남아야 죽었다고 마침표라도 찍는데, 시체가 사라지니 그런 걸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여태껏 눈앞에서 남김없이 죽인 거긴 하지만.

일단 학교가 더 가까우니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주변 정리도 하고 겸사겸사 좋지 뭐.

탐지를 돌리며 터덜터덜 걸어간다. 아무도 없는 거리. 아무도 없는 기척.

주변의 집안, 상가, 빌라, 뭐든 느껴지는 기척이 없다.

대체 그 많은 사람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정말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고 빛이 되어 코인만 뿌린 채 사라진 건가?

그럼 그렇게 사라진 인간들은 어디로 가지?

망을 볼 때나 시간을 죽여야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우리는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세상이 망하기 전까진 그냥 허무하게 사라져 버릴 줄 알았다. 종교 같은 건 믿지도 않았고 아무 감흥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혐오하는 쪽에 가까웠다.

옹졸한 신과 편협한 종교.

자칭 신의 말씀이지만 지극히 인간의 시각으로 보는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

세상이 망하고 가장 먼저 박살 난 게 기존의 종교들이었다.

이딴 짓을 한 게 자신들의 신이면 그건 자신들의 목을 조르는 행위다.

이딴 짓을 한 게 자신들의 신이 아니면 그건 자신들의 신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도 신의 시련이니 어쩌니 하며 개소리를 찍찍 해대던 이들도 있었지만, 전부 컷당했다.

과연,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던 천국, 천당, 극락…. 뭐 그런 곳에 갔을까?

모르겠다. 죽어보면 알겠지.

그렇게 기존의 종교들이 모두 박살 나고 창궐한 사이비들의 대향연.

인간의 나약함을 잔뜩 보여주는 대똥꼬쑈 퍼레이드.

물론 사이비들 역시 금방 박살 났다.

사람을 죽이면 코인이 나온다는 진리를 이길 종교가 대체 어디 있겠어?

아. 거의 다 왔다. 이제 슬슬 학교가 보인다.

지난번 눈이 왔던 것이 안 녹았는지 그늘에 쌓여있다.

그리고 그 위에 발자국이 찍혀있다. 오…. 이것 봐라?

사이즈가 크다. 거의 나만 하다.

아무리 봐도 남자의 발자국. 눈이 온건 얼마 전이다. 결국은 누가 여기를 왔다 갔다 한다는 건데.

멍청하게 눈을 밟고 다닌다는 것은 조심성이 없다는 뜻이고…. 누굴까? 이 멍청이는?

겨울의 새벽은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따끔거린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정신을 번쩍 나게 한다. 긴장하라고, 집중하라고 질책하는 듯한 감각.

학교 안으로 조용히 들어왔다. 그리고 소리를 죽이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탐지에 걸리는 것은 없지만 누가 있을 게 분명하다면 조용히 가야지.

체육관이 탐지 범위에 들어갔다.

그리고 느껴지는 세 명의 기척. 세 명? 얼씨구?

한번 와봤던 곳이라 수월하게 몸을 움직인다. 체육관 입구 쪽, 여기서는 안쪽이 다 보이지.

안에서 난방을 신나게 때는지 유리창들이 뿌옇게 김이 서려 있다.

그 틈새로 살짝 안쪽을 바라보았다.

어…. 이게 무슨 상황일까? 대체 뭐지?

잠든 남자 두 명 사이에 서현이 자고 있다.

불 꺼진 체육관 창고 안쪽에서 이불을 덮고 서현의 가슴을 하나씩 만지고 자는 남자 둘.

씨발. 생각 좀 해보자. 저게 무슨 상황일까?

서현은 친구들을 모두 잃었다. 근데 이렇게 금방 저렇게 사이가 좋은 남자들을 만났다?

음…. 가능한가? 가능하기도 하지. 근데…. 조금 쉽게 이해가 안 간다.

여자애가 묶여있는지는 안보인다. 일단 자고 있지만, 재운다.

내 수면 스킬은 보통의 잠보다 더 깊으니까.

일단 반격의 여지는 없고. 바로 들어가지 않고 생각해본다.

너무 무방비하다. 어쩜 이렇게 무방비하지?

지들도 지들이 누워있는 곳에서 밖이 보이는 것은 알 것이다.

근데 어떻게 저렇게 태평하게 잘 수 있을까?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놈들을 막기 위해 피곤하게 경계를 서는 것보단 그냥 편히 자고 죽을 때는 죽겠다. 이건가?

나는 그렇게는 못 산다.

내 성격이 그걸 용납 못 한다. 아무도 모르는 산속에 토굴을 파고 살았으면 살았지 이렇게 무방비하게 살 생각은 없다.

트랩 종류가 몇 가지 있었더라?

혹시 모르니 조심해본다. 어지간하면 이런 의심까지는 안 하는데, 이놈들은 너무 심해.

대놓고 유혹하는 느낌이잖아.

건물을 돌아서 창문 하나를 깼다. 안으로 들어간 나는 바닥을 잘 살펴보며 걸었다.

적어도 지들이 지나다니는 길이면 안전하겠지.

남자 둘과 서현이 누워있는 곳까지 왔고 나는 이불을 들쳤다.

알몸으로 자는 서현과 옷을 입고 있는 남자 둘.

대체 무슨 상황이야. 묶여있는 것은 아닌데?

일단 테이프 칠을 했다.

나는야 세계 최고의 테이프 마스터. 청테이프 하나면 어떤 인간들이든 꼼짝 못 해.

서현이는 테이프 질을 안 했다.

어차피 보호막 따리. 테이프가 아깝다.

자고 있는데 재웠으니 이제 깨워야겠지?

나는 서현의 가슴을 만졌다.

언제 만져도 좋은 여자의 가슴. 크기…. 중요하지. 중요하긴 한데, 일단 가슴이면 좋다.

뭐가 됐건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고 야한 꼭지가 달린 것은 똑같으니까.

가슴을 만지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근데 왜 안 일어나는 거야? 존나 둔한가?

남자 놈들에겐 수면을 다시 걸고 서현은 시간이 다 될 때까지 계속 가슴을 만졌다.

씨발, 그냥 적당히 한발 뽑았어도 됐겠네.

"우웅."

드디어 일어난다. 거 참 드럽게 꾸물거리네.

근데 웃긴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게슴츠레 떴는데 나를 바라보며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자기도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양옆을 돌아본다.

그리고 나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헉."

"오랜만이야?"

"그…. 그때."

그렇게 말하더니 나에게 안겼다.

엥??? 대체 이게 무슨 짓이래.

어정쩡한 자세로 안겨 오는 서현을 받아낸 나.

서현은 그렇게 나에게 안겨 울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왜 우는데?"

"흑흑…. 고마워요. 또 구해줘서…."

뭐라는 거야. 뭘 구해줘?

일단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서현이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린 나는 그녀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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