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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철이파
"탐지."
위에 넷, 밑에 둘. 변함없다.
이 병신들은 자신들의 성채에 침입자가 들어온 것도 모른다.
한심하고 한심하며 한심하다.
살 가치가 없다. 그리고 궁금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길래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지.
지하로 내려갔다.
소리를 죽이고 걸어간다. 이제 저 선반 뒤면 두 놈이 보일 거다.
대체 뭘 하고 있길래 이 밑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니? 보여줘 봐라. 니들의 모습을.
부스럭부스럭 우걱우걱 쩝쩝
밥…. 고작 밥이냐.
아니지. 고작 밥이라는 표현은 정정한다. 밥 먹는 거야말로 중요하지. 그럼. 그래. 이해한다.
근데 살기 위해 먹는 거 아니냐? 밥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저러고 있다고?
그냥 죽어…. 잠깐.
이상하다. 모습이 이상해. 조폭 새끼들이라고 보기엔 조금 몰골이 구리다.
아까 조폭 새끼들은 옷은 깔끔했다. 머리도 단정하고. 하여간 문명인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것들은 조금 다르다. 꼬라지가 더러워. 뭐지?
일단 재운다. 뭔가 사연이 있는 거 같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쳐 죽이겠지만, 일단 살려둔다.
테이프를 꺼내서 눈과 입을 가리고 손을 감고 몸에 감고 다리도 감는다.
일단 여기 있어라. 니들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들을게.
위로 올라간다. 2층. 탐지를 돌려보니 아직도 네 명은 그대로 있다.
뭘까. 대체 뭐 하고 있길래 아까부터 저렇게 꼼짝도 하지 않고 네 명이 모여있는 걸까?
2층에 올라가 조용히 문을 여니 알 수 있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소리. 대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씨발. 아. 싼다. 또 싼다. 씨발!"
"허억. 허억. 존나 좋네. 허억."
워낙 공사다망하셔서 내가 오는 것도 모르는 조폭…. 아니 씨발 그냥 양아치 새끼들이지.
양아치 새끼 두 명이 여자 두 명과 섹스를 하고 있었다.
섹스라고 말하기엔 여자 둘의 반응이 영 아니다. 강간이라고 불러야겠지?
눈이 가려지고 팔이 묶인 여자 둘에게 신나게 허리를 흔들고 있는 양아치 둘.
"아. 또하고 싶은데 안서냐. 좇같네."
"허억. 씨발. 다 했으면, 하아. 밑에 놈들이랑, 후우…. 바꿔, 씨발."
밑에 놈들? 아까 그 두 명? 내가 잘못 알았나? 같은 편 맞아?
양아치 둘만 재웠다.
여자들은 죽은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가 갑자기 쿠당 소리가 들리니 그제야 표정이 생겨났다.
"거기 여자 둘."
보이지도 않으면서 내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두 여자.
알몸이지만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는다. 방금까지 당하고 있던 걸 봐서 그런가.
"니들 스킬 말해라."
"...네?"
"예…?"
"마음 바뀌어서 다 죽여버리기 전에 빨리 말해봐."
"저…. 저는 성장…."
"저, 저는 파이어 볼이요!"
"성장은 뭐야."
"키우는 거요. 식물이나 동물들 키우는 거…."
아. 있었던 거 같다. 20만 코인짜리 스킬이었던 거 같은데. 대체 그런 건 왜 고른 거야?
파이어 볼…. 에휴. 그래 그건 10만짜리 스킬. 씨발 게임을 너무 많이 한 거 아니냐?
전에 대학교에서 본거 같은데. 기숙사였나? 국제 거기에서였나?
일단 둘다 검증은 지금 하기 번거롭고…. 아직 씹새끼들 두 마리가 아직 남았으니까.
"지금 상황을 본 내가 설명을 해볼 테니 틀린 게 있으면 말해봐. 이 두 새끼는 조폭이고 니들은 잡혀 온 여자고 이 새끼들은 심심하면 와서 시도 때 없이 박아댄다. 맞아?"
"네…!"
"네…. 흑…."
"두 명이 더 있을 텐데 어디 갔는지 알아?"
"지하요!"
"지하에…. 교대하러 갔어요."
"교대?"
"지하에 저희 일행이 잡혀있어서…. 감시한다고 교대로 지켜요…."
"일행이 있다고?"
"네. 두 명, 두 명 있어요."
뭐지. 밑에 두 명밖에 없었는데. 일행이 더 있다고? 잠깐만. 그럼 아까 그 두 놈이 잡혀있던 놈들인가?
그럼 이 양아치 놈들은?
"내가 지금 가서 지하에 내려갈 건데 니들 이름이랑 잡힌 놈들 이름 말해봐.
"저는 박유진이고요...얘는 윤지원이고 남자들은 최민준이랑 차동현요."
좀 통통한 여자애가 박유진, 가슴 큰 여자애가 윤지원.
"풀어주고 싶지만, 일단 여기 있어라. 위험할 일은 없으니까."
나는 남자 놈들이 벗어 놓은 롱패딩을 여자들에게 덮어줬다.
할 마음도 없는데 자꾸 적나라하게 밑이 보이니 기분이 좀 그렇다.
테이프를 꺼내서 양아치 두 놈을 테이프 칠 했다. 어휴. 이 짓도 너무해서 그런지 이제는 달인이다. 달인.
일단 여기도 상황이 정리됐으니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아…. 다 죽이면 간단한데 나는 대체 뭘 하는 걸까.
조폭…. 아니 양아치 두 놈의 행방을 위해서라고 스스로 핑계를 대고 있지만, 분명 지금 나는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
하. 내가 대체 왜이래야 하는 것인지.
잘 자고 있는 남자 두 놈. 깨어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들의 입에 붙인 테이프만 떼고 잠시 기다렸다.
"으으."
"아오."
"자. 시끄럽게 굴면 바로 죽일 테니까 일단 입 다물어."
내가 말하자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입을 다무는 두 남자.
그 모습을 보니 대충 알 것 같았다. 이놈들이 위에 여자애들이 말했던 일행이다.
"지금부터 위에 있는 여자애들한테 니들 대려 갈 거야. 그러니 순순히 협조해라. 반항하면 그냥 죽일 거고. 알았으면 대답해라."
"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해? 뭐지 이 새끼는? 뭐가 감사하다는 거야?
두 놈을 테이프로 입을 막고 눈에 있는 걸 때 줬다.
나를 보더니 그들의 눈빛에 안도와 수상함을 동시에 떠오르는 게 보인다.
조폭이 아니라서 안심하는 건가? 근데 뭐 하는 놈인지 모르니까 수상해 하는 거고?
"일어나."
다리는 풀어줬기에 둘 다 어기적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가자. 2층 계단은 저쪽이니까 앞장서라."
내가 가리킨 곳으로 걸어가는 두 명.
눈치는 있는지 바로 계단을 발견하고 올라간다. 그들을 뒤에서 따라가며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이게 과연 잘하고 있는 짓인가. 나중에 괜히 귀찮은 짓을 하는 게 아닌가.
근데 모르겠다. 그냥,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
2층에 올라오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제자리에 선 두 사람.
"앞으로."
조금 더 가던 그들은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들을 발견하고 바로 달려간다.
"멈춰. 쓸데없이 움직이지 마."
멍청한 녀석들은 아닌지 순순히 말을 듣는다.
하긴 지들도 대가리가 달렸으면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되겠지.
절대적으로 나에게 유리한 상황이고 지금은 내 말을 순순히 듣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다.
"나는 너희를 언제든지 죽일 수 있어. 그러니 부탁인데 그 어떤 짓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그럼 니들을 살려줄 거니까. 의심하지 말고 순순히 가만히 있길 바란다. 이 이야기는 다시는 안 할 거니까 명심하고."
그렇게 말하고 나는 테이프로 여자들의 입을 막고 눈을 풀어줬다.
남자들이 와있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두 여자.
나는 잠시 몸을 돌려 작게 중얼거렸다.
"탐지."
여기 네 명과 묶어놓은 조폭 두 명. 다 합쳐서 여섯. 더는 없었다. 그래도 일단은 확인해야겠지.
"밑에 있던 조폭 두 명. 니들이 잡았냐?"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 둘.
아마 내가 한쪽 발로 밟고 있는 남자가 자신들을 감시하던 조폭인 것을 알아본 것 같다. 반응들이 협조적으로 변했다.
"한 명씩 스킬을 확인할 거야. 확인이 다 될 때까지는 불편해도 그러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성장이라고? 좋은 거 없나?
마침 눈에 선인장이 들어왔다. 마트라서 다행이네. 이거면 되려나?
"너 성장."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 이름이 뭐더라? 박유진?
"입에 붙은 거 때줄 테니 여기다가 스킬 써봐."
그녀의 앞에다가 선인장을 놓고 테이프를 뗐다.
"하아. 하아. 바로요?"
"어."
"성장."
선인장이 자라났다. 좋아. 합격.
"다음 너. 파이어 볼. 테이프 떼주면 네 앞에다가 스킬 써봐. 대신 고개 돌리면 너랑 니 친구들 다 죽어."
나는 여자의 뒤로 가서 테이프를 떼줬다.
"어디에다가 쏴요?"
"앞에 아무 데나. 기왕이면 멀리."
"파이어 볼."
여자의 앞에서 불덩이가 생겨나더니 그대로 날아갔다.
벽에 맞고 그대로 흩어지는 불덩이.
이럴줄 알았어. 느리고 쓸모없다. 정면에서 날아와도 피하겠네. 아니, 불덩이가 만들어지는 순간 재우는 게 더 빠르겠다.
"에휴. 성장은 이해라도 가는데, 파이어 볼은 왜 골랐냐?"
"그…. 마법 하면 파이어 볼이니까…."
"됐다."
나는 남자애들 뒤로 가서 말했다.
"둘 다 앉아."
순순히 앉는 두 사람.
"입 떼줄 테니까, 니들도 똑같아. 고개 돌리지 마라.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남자애 하나의 뒤에서 테이프를 뜯었다.
"스킬은?"
"전…. 금속화요."
"금속화? 그런 것도 있었나. 효과는?"
"몸을 금속처럼 만들어 줘요."
"써봐."
"금속화."
분명 사람의 몸인데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대로 있어라."
깡깡
손으로 어깨를 두들겨보니 정말 금속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근데…. 별로 딱딱한 느낌은 아닌데? 알루미늄? 그런 느낌. 스킬 숙련도가 낮아서 그런가?
"너, 그런데 이거 눈 가려도 스킬 쓸 수 있는 거 아니냐?"
"네…."
음…. 좋은걸 배웠네. 자기 버프 같은 건 눈 가리는 게 의미가 없다고.
"다음 마지막. 너도 똑같아."
입에 테이프를 떼줬다.
"저는 투명화요."
"아. 너도 투명화냐?'
"네?"
"아냐. 됐어. 니들 나이는?"
"전부 스물 둘요."
"누가 리더냐?"
서로 얼굴만 바라보는 녀석들. 에휴.
"좋아. 너. 이름이 뭐냐."
"최민준요."
"좋아 민준아. 물어보는 말에 대답해라. 지하에 있던 조폭 두 명은 니들이 잡았냐? 뭐로?"
"때려죽였어요."
"여태까지 뭐하다가?"
"묶여있던 거 풀고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키고 있던 놈들 숫자가 적어져서요."
아. 나 때문에 사람이 줄어서 그런 건가? 운이 좋았네. 근데 때려죽였다고? 터프하네. 아. 금속화 해서 때려죽인 건가?
"니들 원래 총 몇 명인데."
"이렇게 네 명요."
"원래부터?"
"아…. 아뇨. 원래는 더 많았어요. 10명쯤…."
"줄고 줄고 그래서 이젠 네 명만 남은 거야?"
"네…."
"알았어."
나는 잠시 고민했다. 위협이 될 일은 없다. 다만 문제는 스킬들 숙련도를 다 올려서 두번째 스킬을 배우면 문제일 텐데…. 모르겠네.
과연 그렇게 다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고, 코인을 못 모을 수도 있지.
아니, 그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자. 내가 할 말이 있어."
내가 말하자 네 남녀는 나를 바라보았다.